참정권 열기 지구촌 곳곳 ‘광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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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후 재외국민들이 본격적으로 한국의 국회의원 비례대표와 대통령 선거에 투표할 수 있는 재외국민 참정권 시대를 맞아 세계를 연계하는 참정권 관련 연합단체들이 속속 창립되면서 유사단체까지 난립해 문제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LA에서는 내달  ‘미주한인 참정권 실천연합회’(참실련)가 정식으로 창설된다.
이달 초 서울에서는 세계한인유권자총연합회(회장 배희철)와 연계한 세계한인여성유권자 총연합회(WKWVA 회장 이효정)도 립됐다. 또한 미주 대륙 이외의 유럽, 아시아 등지에서도 유사한 연합체가 발족해 소위 ‘유권자총연합회’가 지역마다 곳곳마다 창설돼 동포사회가 혼란을 겪을 우려가 높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LA에 본부를 둔 한나라당 해외동포 분과위원회(대표 이용태)에 대해 잠정적으로 당 활동을 자제하라는 지침을 내려 해당 위원회가 ‘개점휴업’ 사태를 맞아 일부 임원들이 혼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대부분 한인단체 선거가 참정권을 의식해 치러지면서 본래의 목적마저 퇴색되는 위기를 맞고 있다. 그 대표적 단체가 내달 30일 선거가 있는 미주한인회총연합회(총연)를 포함해 내년으로 예정된 LA한인회와 OC 한인회를 비롯한 지역 한인회들이다.
한편 지난달 말 실시된 뉴욕 한인회장 선거에서 당선된 하용화 신임회장은 “한국 정치에 조금도 관심 없다”라고 밝혀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데이빗 김 객원기자>



‘혼자 하면 꿈이 되지만, 함께 꾸면 현실이 됩니다’라는 구호를 내걸고 제31대 뉴욕한인회장에 당선된 하용화 신임회장(53)은 “솔직히 한국 정치에 관심이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이번 한인회 선거가 뉴욕타임스(NYT)에 보도될 정도로 과열 양상을 띤 것에 대해 재외동포 참정권 문제와 연관된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 일축했다.
하 신임회장은 지난달 30일 당선 발표 직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에 한나라당과 민주당 이라는 정당이 있다는 것은 알지만 국회의원 이름도 잘 모른다”며 이같이 밝혔다.
하 신임회장은 또 “선거운동 과정에서 누가 국회의원을 노리고 나왔다느니 하는 말들이 수없이 돌았지만 저는 순수하게 한인사회에 제가 받았던 감사함을 일부나마 돌려드리고자 나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NYT는 “명예직에 불과한 한인회장 선거에 3명의 후보가 출마해 선거사무실과 참모를 두고 대규모 유세를 벌이면서 1인당 최소 20만 달러 이상 자금을 쓰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또 동포사회 일각에서는 한국의 정당들이 미주 교포사회에 비례대표 몇 명을 배정하려 하자 이 자리를 노리고 엉뚱한 선거가 과열되고 있다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그는 재외국민 참정권 문제에 대해서 “교민 사회에서 참정권 문제로 분열을 우려하는 시각이 있고 그런 조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한인회는 한국 정부의 지침이 오면 돕고 홍보하는 역할을 하겠지만, 그 이상이나 이하의(특정 후보를 지지한다거나 하는) 역할은 하지 않을 것이다. 한인회는 친목을 유지하고 우리 동포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 주는 일을 하는 곳이다. 필요하다면 한국 문제를 담당하는 부회장을 두고 그 분이 맡아서 일하도록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주류사회를 향해 스타트


그는 최근 ‘박연차 리스트’ 수사에서 뉴욕 강서회관 업주가 지금의 야당 유력 정치인에게 거액의 돈을 전달했다는 소문과 관련해서도 한국 정치에 많이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은 일부라고 말했다.
이민 1세대로 국내 정치에 향수가 많은 50대 후반이나 60~70대 노인들이나 한국 정치인들에게 관심이 있을지 모르지만, 이곳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한인 상당수는 한국 정치에 별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하 신임 회장은 지난 2003년 자신이 뉴욕 평통 자문위원 시절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 사태와 관련해 뉴욕 평통이 한국 언론에 ‘탄핵 반대’ 성명을 게재했을 당시 “평통은 중립을 지켜야 한다”며 자신의 이름을 빼 줄 것을 요구한 적이 있다.
그는 “이번 선거과정에서는 자신의 후원 모임 이름이 ‘하사모’로 이름 붙여지면서 ‘노사모’와 비견돼 일부 보수적 성향의 동포들로부터 오해를 산적도 있다”며 “지금껏 한 번도 한국 정치판에 이름을 올려 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향후 한인회 운용 방향에 대해서 “이번 선거에 1만5천명이라는 역대 최고의 투표자가 참여한 것은 새로운 세대로의 도약을 위한 기반이 만들어 진 것으로 평가한다”면서 “1세와 2세의 문화·언어 차이로 인한 대화 단절과 미국 주류사회 진출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한 것에 대한 자성이 투표율을 높였고 저에게 기회를 준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 신임회장은 또 “한인사회 실력을 한 단계 높이기 시키기 위해 1.5세와 2세가 중심적으로 참여하는 한인회를 꾸릴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선거가 한국 정치판의 대리전 양상으로 전개됐다는 지적에 대해 “내 경우에는 미국 정치인들 에게 후원금을 내본 적은 있지만 한국 정치인들에게 후원금 낸 적은 없다”고 밝혔다.
그는 “대리전이라는 소문은 한국에서 선거 해봤던 분들이 들어와서 도와주겠다고 제안하는 경우가 있어서 그런 것 같은데 나는 단호하게 거절했다”고 말했다. 하 신임회장은 “미국사회와 한인사회를 연결하고 대변하는 역할에 충실하겠다”며 당선 소감을 밝혔다.
충남 부여 출신인 하 신임회장은 보문고와 경기대를 졸업하고 미국 롱아일랜드대에서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취득했다. 솔로몬종합보험사 대표로 활동하면서 한인사회의 뉴욕보험 협회장, 뉴욕직능단체협의회 의장 등을 지냈다.




여성 전위조직도 창립


이달 초 서울에서 창립된 세계한인여성유권자총연합회(WKWVA·여성유권자총연)는 세계한인 유권자 연합회의 여성조직이나 다름이 없다. 이 연합회의 초대 회장을 맡은 이효정(55· 유럽한인총연합회 부회장)씨는 유권자총연의 여성부 대표를 지냈다.
그는 “배희철 회장을 우리 연합회의 고문으로 추대했고, 유권자 총연과 앞으로도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할 것”이라며 “고문단과 자문단 그리고 대륙별, 국가별 회장을 모신 뒤 상반기 내에 정기총회를 개최할 것”이라고 밝혀 자신들의 단체와 유권자총연과 연계됐음을 분명히 했다.
이 회장은 지난 16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240여만의 재외국민에게 투표권이 부여됐지만 상당수의 세계한인 여성 유권자는 정보와 투표권 관련 홍보의 부족 등으로 기본적인 권리로부터 소외돼 있다”며 “이들과 국내·외 관련 단체를 연계해 정보를 공유하고 상호 격려해 투표에 참여하도록 독려하기 위해 단체를 창설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또 “WKWVA는 세계한인 여성의 민주 시민의식을 함양하고 정치참여를 확대해 참된 민주주의와 정의롭고 아름다운 다문화 사회구현에 기여할 것”이라며 “정치적으로 중립적 입장을 견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WKWVA는 무엇보다도 공명한 선거와 합리적인 투표방식, 다양한 의사소통 방식 등을 모색해 고국의 참된 민주주의가 깊게 뿌리 내릴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자기부상열차를 만드는 ㈜로템의 고문인 피터 요르겐 게대 박사와 결혼해 독일로 이주한 이 회장은 뮌헨한인회장을 역임했으며 독일지역 한인의 정체성 확립을 돕고 한국문화를 알리는 ‘클럽 코리아나’를 창설해 활동했다. 재독한인상공인총연합회와 국제결혼여성총연합회의 이사로도 참여하고 있다.
WKWVA는 세계 각국에 흩어져 있는 한인여성 유권자에게 국내외의 정보 제공과 참정권 관련 홍보 그리고 지속적인 교육 등을 통해 투표 참여의식을 고취한다는 계획이다.
또 세계한인 여성의 민주시민 의식 함양을 위한 정책 개발 및 입법건의, 정치지도자 발굴과 육성을 위한 교육, 토론회 개최와 조사연구, 다문화사회 정착을 위한 지원 사업 등도 추진할 예정이다.
사무총장은 대만한교협회 부회장인 김근주(46)씨가 맡았으며, 중앙본부의 사무실은 서울 강서구 등촌동 동진빌딩에 마련했다.


70% 이상 “투표하겠다”













최근 본국의 중앙일보가 LA미주본사 등을 포함, 전 세계 지사망을 통한 참정권 특집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240만 표 재외교민 투표는 선거 뒤집을 ‘결정적 위력’의 캐스팅 보트”라는 제목으로 보도해 해외교민의 표심의 위력을 한층 높였다.
신문은 전체 1220명을 대상으로 국가별로는 재외국민 유권자의 절반을 차지하는 미국에서 전체의 절반(597명)가량을 조사했다. 미국 내에선 한국인 거주자 수를 감안해 LA 277명, 워싱턴 140명, 샌프란시스코 76명, 애틀랜타 60명, 시카고 44명으로 분배했다.
이 가운데 전체 응답자의 58%(715명)는 남자, 40%(486명)는 여자였다. 연령대는 19세~ 20대 140명, 30대 352명, 40대 396명, 50대 219명, 60대 이상 106명이었다.
신문은 “재외국민 투표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크게 판세와 투표율 두 가지”라면서 “판세가 양자대결 구도, 박빙의 승부로 흐를수록 재외국민 투표가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특히 신문은 “재외국민의 투표참여율이 예상보다 낮을 것이란 지적도 있지만, 설문조사 결과 약 80%(192만~200만 명)가 투표하겠다고 밝힌 만큼 이들의 영향력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혀 주목 된다.
응답자의 79.2%가 투표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는데 연령별로는 30~40대의 투표참여 의사(82.1%)가 가장 높았다. 10~20대에선 77.2%, 60대 이상 연령층에선 63.2%가 참여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미주 지역에서 투표소가 공관 한 곳으로 정해질 경우 과연 투표율이 높을지 의문이다.
국가별로 보면 중국에 있는 재외국민들의 투표 의지가 가장 강했다. 중국(홍콩 제외)의 경우 설문조사에 응한 120명 중 114명(95%)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한국과 가깝고 최근 이주한 사람이 많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이어 프랑스(93.5%), 홍콩(91.3%), 일본(88.6%), 미국(66.8%) 순이었다. 미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동포사회 규모가 크고, 거주 기간이 길어 투표 참여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보인다.
정당 지지도에서 한나라당 지지율 (37.5%)이 가장 높았다. 민주당(15.7%) 의 두 배 이상이었다. 그러나 이들이 후보를 선택할 때 가장 중시하겠다고 한 것 가운데는 ‘개인의 능력(55.7%)’이 가장 높았다.
이어 도덕성(30.3%), 소속 정당(7.3%), 출신 지역(1.7%), 학연(0.3%) 등이었다. 재외국민들은 다양한 정치적?사회적?경제적 경험을 갖고 있어 지연?학연보다는 후보자의 자질을 우선시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진보가 보수보다 많아


특이한 사항은 응답자의 정치성향 분석에선 진보가 보수를 앞섰다. ‘매우 진보적’ 또는 ‘다소 진보적’이라는 대답(37.7%)이 ‘매우 보수적’ 또는 ‘다소 보수적’이라는 응답(25.7%)보다 많았다.
그럼에도 보수성향의 한나라당 지지자가 많은 것은 ‘중도성향’(35.8%)의 동포 상당수가 한나라당을 지지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이는 한나라당의 국정운영 성과 여부 등에 따라 정당별 지지 분포도가 달라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한편 미국에서는 한나라당 지지도(40.5%)가 눈에 띄게 높았다. 민주당 지지율은 14.2%에 그쳤다. 일본에서도 한나라당 지지율(40.2%)이 민주당 지지율(13.3%)을 압도했다. 중국에선 한나라당(28.3%) 과 민주당(23.3%)의 지지율 차이가 적었다.
이 신문은 각 정당이 ‘재외 표심’ 얻으려 광고·이메일 등을 보내고 있다면서 특히 미국에만 130만 명의 유권자가 있어 특히 한인단체들의 주가가 급등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럽에선 교민 수가 가장 많은 독일이 주목받고 있다. 한나라당은 연초 프랑크푸르트에 독일 지부를 열었다. 동포 신문에 광고도 냈다. 또 유럽 각국 동포 신문에 전화를 걸어 인사를 하는 등 얼굴 알리기에 나서고 있다.
진보신당과 민노당도 젊은 유학생 등과 함께 독일에서 홍보 활동을 시작했다. 이들은 독일 동포들이 미국·일본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진보 성향이 강하다는 점에 기대를 걸고 있다.
프랑스 파리의 경우 지난달 중순 여야 의원 3명이 찾았다. 재외국민 참정권을 홍보하고 교민 사회의 분위기를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이들은 프랑스 한인 회장을 만나 교민 사회에 대한 각 당의 관심을 전했다.
동포 숫자가 1만여 명에 불과한 홍콩에서도 재외국민 투표 바람이 불고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최근 교민들에게 재외국민 참정권의 의미를 설명하며 지지를 부탁하는 이메일을 돌렸다.
이 같은 본국 정당들의 선전활동에 일부 국가에선 대책도 마련하고 있다. 재일대한민국민단은 최근 열린 정기중앙대회에서 “우리는 동포 사회를 교란시키는 어떠한 책동도 단호히 배제한다”는 결의문을 채택하고 정치적 중립을 선언했다.
강봉환 홍콩 한인회장은 “선거 때 교민 분열을 불러오는 인사에 대해선 한인회 회장 출마를 막는 규정을 신설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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