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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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병찬 원장

월남국수(Pho)


어느 일요일 이른 아침, 필자에게 며칠간 위장병 치료를 받고 많이 좋아졌던 50대 중년부인이 배가 몹시 아프다며 치료를 받았으면 한다고 전화를 했습니다. 일요일이었지만 환자의 상태가 급한 것 같아 오시라고 했습니다. “아침에 배가 너무 아파 응급실에 가려고 했다”고 하는 환자를 진맥(診脈)하고 진찰(診察)을 하니 소화가 되지 않았고 복부가 너무 차가웠습니다.
전날 저녁에 먹은 것이 문제를 일으킨 것 같아 필자는 환자에게 어제 저녁에 먹은 것이 무엇인지를 물었더니 월남국수를 먹었다고 하였습니다. 필자는 다시 어떤 종류의 월남국수였는지 물었더니 해물 월남국수를 먹었다고 했습니다.
필자는 “환자의 체질은 소음인(少陰人)인데 약성(藥性)이 차가운 해물로 만든 것을 먹으면 당연히 소화가 잘 되지 않고 속이 냉(차가운)해지기 때문에 소화기가 차갑고 약한 소음인에게는 소화 장애를 일으켜 복통을 만들 수 있으며 건강에 해롭다”고 말하고 치료를 한 후 ‘체질별 음식표’를 잘 따라하도록 강조하였습니다.
약 10여 년 전부터 월남의 전통음식 중에 하나인 월남국수라는 것이 처음 한인타운에 들어와 한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후 지금까지 사랑을 받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월남국수집이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합니다. 월남은 옛 남부 베트남을 칭하는 곳인데 한국 사람들이 월남국수라고 하는 Pho는 월남에서 먹던 국수라고 해서 만들어진 이름입니다.
월남국수는 국수가 100% 쌀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쌀국수라고도 합니다. 밀가루로 만든 국수를 먹으면 속이 안 좋았던 사람에게도 월남국수는 별 탈을 일으키지 않는다고 하여 사람들이 많이 먹고 있는데 그것은 쌀의 약성이 중성이기 때문입니다.
월남국수의 국물은 소고기, 닭고기, 해물 등으로 만들어져 기호에 맞게 골라 먹을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좋아합니다. 매운 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매운 소스를 곁들여 국물을 맵게 만들어 먹기도 하는데 담백하고 매운맛이 시원하다고 술 마신 다음날 해장국 대신 먹는다는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그리고 특이한 것 중에 하나는 독특한 향을 내는 고수나물, 즉 실란트로(Cilantro)이라는 것이 들어가는데 고수나물의 향이 익숙하지 않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 향에 익숙해지면 고수나물이 들어가지 않으면 맛이 없다고 하는 애호가가 되기도 합니다.
필자가 처음 월남국수를 먹어 본 것은 1997년 여름 Los Angeles Downtown이었습니다. 월남국수를 너무 좋아한다는 아는 분이 필자에게 너무 맛있는 음식이라며 틀림없이 좋아 할 것이라고 하며 데리고 갔습니다. 월남국수 집에 들어서는 순간 필자는 익숙하지 않은 실란트로 냄새에 음식을 먹는 것은 고사하고 앉아서 숨쉬기도 힘이 들 정도였습니다.
자꾸 권하는 그 분의 성의에 마지못해 월남국수를 시켜 숙주나물을 넣고 매운 고추, 양파, 박하 그리고 매운 소스를 넣고 먹었습니다. 처음에 이상하던 것이 먹을수록 당기는 맛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 LA 한인타운에 월남국수 집이 생겨 아는 사람들과 갔는데 두 번째라서인지 냄새도 조금은 익숙해졌고 메뉴도 눈에 들어왔습니다.
필자는 거기에서 월남국수도 ‘체질 월남국수’를 만들면 좋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양인(少陽人)은 소고기 혹은 해물국물에 양파를 넣지 않고 숙주와 박하를 넣어 먹는 월남국수, 소음인(少陰人)은 닭고기국물에 실란트로와 박하를 넣지 않고 라임 즙과 매운 고추를 넣어 먹는 월남국수, 태양인(太陽人)은 해물국물에 양파를 빼고 실란트로를 넣은 월남국수, 태음인(太陰人)은 소고기 혹은 닭고기국물에 양파만 들어간 월남국수로 구분을 해서 선택하면 각자의 체질에 맞는 건강에 이로운 월남국수가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위의 환자와 같이 문제도 생기지 않고 건강에도 좋은 음식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간혹 건더기는 먹지 않고 국물만 먹으면 되지 않느냐고 질문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것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우리가 한약을 달여 건더기를 약으로 쓰는 것이 아니라 건더기는 버리고 국물을 약으로 마시는 것입니다. 약의 성분이 국물로 다 우러나기 때문입니다.
독자 분들 중에 월남국수를 좋아하는데도 먹고 난 후 속이 좋지 않았던 경험이 있다면 이 글을 읽고 종류의 선택을 바꿔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본인의 체질을 알고 있는 독자들은 본 칼럼의 내용을 참고하시어 월남국수를 먹을 때에도 체질에 맞게 선택하여 건강에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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