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게이트 검찰수사 3라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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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사법처리 수위를 결정하기에 앞서 태광실업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불법자금을 받은 의혹을 받고 있는 정관계 인사들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본격 재개된다.
대검 중수1과가 노 전 대통령 수사에 집중한 사이 중수2과와 첨단수사과는 물밑으로 3라운드 수사에 집중해 왔다. 3라운드 쟁점은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의 세무조사 무마 로비 의혹 △현직 국회의원 로비 의혹 △전직 국회의장과 전ㆍ현직 지자체장, 검찰ㆍ경찰 대상 로비 의혹 등이다.
정관계 인사 수사에서 최대의 관심을 모으는 인물은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현 정권 실세로 알려진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이다. 검찰은 천 회장의 박연차 회장 세무조사 무마 구명로비 의혹, 특별당비 30억 의혹 등을 집중 수사할 예정이다. 하지만 검찰 주변에서는 살아있는 권력과 다름없는 천 회장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진행될지에 대해 의문을 갖는 인사가 적지 않다. 검찰이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천 회장에 대한 수사를 흐지부지 한다면 거센 역풍에 직면할 가능성도 높다.
검찰이 노 전 대통령의 수사에 집중한 탓에 상대적으로 뒷전으로 밀려났던 정관계 인사들에 수사도 다시 본격화된다. 특히 다음달 국회 회기가 시작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검찰 입장에서는 이 달이 의혹을 사고 있는 정치인들을 수사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
                                                                               <한국지사 = 박희민  기자>




 


천신일 회장에 관심 모아져


검찰은 내주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짓고 박연차 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가장 관심이 모아지는 것은 천신일 세중나모회장에 대한 수사다.
박 회장과 의형제를 맺을 만큼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천 회장은 작년 7월30일 국세청이 박 회장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하자 `구명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천 회장은 박 회장의 세무조사 무마 로비 의혹과 관련해 대검 중수부가 수사 중인 사안과 관련, 박 회장에게서 단돈 1달러도 받은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천 회장은 지난달 24일 박 회장으로부터 2천만 원을 받은 사실은 인정했다.
그는 “작년 8월 베이징 올림픽 응원을 위해 레슬링 협회장 자격으로 중국에 갔을 때,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2천만 원 상당의 중국 돈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천 회장은 “협회 부회장인 박 회장이 선수들과 응원단 격려 차원에서 준 돈”이라며 “법적으로 문제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당시는 국세청이 박연차 회장에 대해 강도 높은 세무조사에 착수한 직후였다.
천 회장은 당시 박연차 회장, 이종찬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함께 세무조사 대책회의를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그동안 천 회장과 관련해 ‘박연차 회장의 사돈인 김정복 전 국가보훈처장과 현 정부의 첫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이종찬 변호사와 함께 대책회의를 수시로 열었다’는 등 각종 의혹이 제기돼 왔다.
지난해 7월초 국세청이 박연차 회장에 대한 세무조사를 시작했고, 7월 중순 천신일 회장과 이종찬 전 청와대 민정수석, 박연차 회장의 사돈 김정복 전 중부지방 국세청장이 비밀회동을 통해 박연차 구명 대책회의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7월말 천 회장과 이 대통령을 만났고 같이 휴가를 보냈다. 청와대도 이 대통령과 천회장이 만난 사실 자체는 인정했다.
검찰은 김 전 청장이 대표로 있는 H세무법인 관계자에 대한 계좌추적을 통해 실제로 세무법인 직원을 통한 국세청 로비가 있었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 5일 오전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본관에서 열린 ‘개교 104주년 기념식 및 고대인의 날’에 참석한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특별당비 30억원의 진실


두번째 의혹은 천 회장이 2007년 12월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 후보시절 한나라당에 낸 특별당비 30억 원을 대납했다는 것이다.
의혹의 핵심은 천신일 세중나모회장이 2007년 8월 초 대선 전(당시 한나라당 이명박-박근혜 경선) 박연차 회장으로 부터 수십억원을 받아 양재동 빌딩을 담보로 30억원을 이명박 후보에게 건네 이 자금을 특별당비로 냈고, 이 자금이 대선자금으로 쓰인 것은 아니냐는 의혹이다.
이에 대해 천 회장은 당비 30억 원 대납설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천 회장에 따르면 그는 2006년 10월 주식 110만주를 고대, 연대, 포항공대, 레슬링협회 등 10개 대학 및 단체에 기부하는 약정식을 세중옛돌박물관에서 했고, 2007년 11월 보호예수에서 해제된 주식 50만주를 주당 1만2천700원에 팔아서 63억여 원을 약속대로 기부했다는 것이다.
천 회장은 “이 때 개인적으로 보유한 주식 36만주도 함께 팔아 46억 원이 생겼는데 이 중 30억 원을 HK저축은행에 5개월 만기(2008년 4월30일) 정기예금을 했다”고 설명했다.
천 회장은 이 대통령의 건물(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대신 이 대통령이 자신의 정기예금을 담보로 30억 원을 빌려서 한나라당에 특별당비를 내도록 편의를 봐줬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4월 정기예금 만기가 도래하기 전에 또 다른 건물(서울 서초구 서초동)을 우리은행에 담보로 맡겨 30억 원을 빌려 HK저축은행에 갚았고, 천 회장은 30억 원과 예금이자 5천330만원을 돌려받았다고 전했다.
실제 이 대통령 소유 건물의 등기부등본을 보면 양재동 건물은 2007년 11월30일 천 회장이 채권최고액 39억 원으로 근저당권을 설정했다가 작년 4월29일 해지했고, 해지한 날 우리은행이 서초동 건물을 채권최고액 36억 원으로 근저당권을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천 회장은 지난 2007년 대선기간인 9월에도 박 회장으로부터 10억 원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정길 대통령실장은 “대통령이 과거 어느 대통령보다 이 부분에 대해 엄격하고, 과거 대선 때 누구로부터도 돈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같이 한나라당으로 흘러들어간 돈은 박 회장이 정권이 교체될 당시 이 대통령과 막역한 친구인 천신일 회장을 통해 MB에게 정치보험금을 든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다.
뿐만아니라 2002년 대선 당시에도 박연차 회장은 한나라당 재정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10억 원의 대선자금을 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포스코 인사 개입 의혹


셋째 의혹은 천 회장이 박영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과 함께 포스코 정준양 현 회장 인선 과정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의혹이다.
박영준 국무차장과 천 회장이 이구택 포스코 회장에게 압력을 가해, 윤석만 사장이 아닌 정준양 당시 포스코 건설 사장이 포스코 차기 회장으로 결정됐다는 것이다.
“박 국무차장이 1월 7일 이구택 당시 포스코 회장과 조찬을 하면서 ‘차기 회장 후보는 정준양 당시 포스코건설 사장으로 결정됐다’고 말했고, 이에 따라 이튿날인 1월 8일 이구택 회장이 윤석만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다음 회장은 당신이 아니고 정준양 사장’이라고 전했다”고 민주당 우제창 의원이 폭로했다.
우 의원은 “이구택 회장이 1월 14일 박태준 명예회장에게 ‘위에서 정준양 사장으로 몰고 가는 것 같다’고 보고했더니, 박 회장이 탐탁지 않게 여겼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 천 회장이 지난 1월 12일 윤석만 당시 사장에게 전화해 ‘대통령’을 거론하며 승진에 부정적인 뜻을 전했으며, 차기 회장이 결정되기 전날인 1월 28일, 또 다시 윤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대통령이 정 사장으로 결정했다. 바꿀 수 없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포스코 신임회장 후보 추천위원회가 열린 1월 29일, 윤 사장은 사외이사들 앞에서 ‘박 국무차장을 만났다. 위에서 정준양 사장을 밀고 있으며, 이구택 회장도 결국 압력에 굴복했다’며 고충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 인사 개입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그 파장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정치인’이 아닌 ‘자연인’이 사기업 회장 인선에 까지 개입했다는 것은 현 대통령의 후광없이는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화살은 청와대로 향할 가능성이 높다. 이 중에서도 가장 관심이 모아지는 부분은 이명박 대통령이 천 회장에게 빌려 납부했다는 특별당비 30억원의 출처 여부다. 상황에 따라서는 검찰 수사가 대선자금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럴 경우 폭발력은 박연차 게이트 이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야권은 이 점을 놓치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천신일 특검법을 제출하고 여권을 향한 공세의 고삐를 바짝 쬐고 있다. 하지만 한나라당 동의 없이는 특검법 통과가 불가능한 상황이어서 특검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한 상태다.
하지만 여권 내부에서 천 회장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 목소리가 커지고 있고 한나라당 친이계 내에서도 이런 목소리들이 흘러나오고 있어 특검 가능성을 배제하기도 어렵다.
때문에 천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가이드라인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시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친이계 내부의 양대 계파인 이재오계와 이상득계간의 권력 투쟁이 본격화되면 서로를 치기 위한 정보 흘리기가 본격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야당은 이를 통해 특검 카드로 검찰을 압박할 것이고 여당 내에서도 여론의 추이에 따라 특검 필요성에 동조하는 목소리가 나올 것이기 때문에 검찰이 본의이든, 여론에 밀리든 상관없이 범 친이계 양대 수장을 겨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양쪽 모두 최악의 상황은 피해야하기 때문에 천 회장을 희생양으로 삼아 꼬리자르기에 나설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여권의 꼬리자르기가 천신일 회장 선에서 그칠지 더 나아가 천 회장과 포스코 인사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박영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까지 확대될지, 아니면 ‘대통령의 형님인 이상득 의원’선까지 확대될지 예단하기 쉽지 않다.
천신일 회장에 대한 수사를 바라보고 있는 정치권은 박연차 수사에 이어 또 한 번 숨을 죽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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