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전면전 치닫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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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그동안 발표를 늦추던 PSI(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 전면 참여를 선언했다.
외교통상부는 26일 서울 세종로 외교부청사 브리핑에서 북한 핵실험 및 장거리 로켓발사 등 최근 잇따르고 있는 북한의 도발에 대한 대응으로 PSI 전면가입을 결정하고 미국에 통보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PSI는 지난 2003년 미국 주도로 만들어진 협약으로, 핵·생화학 무기 등 대량으로 인명을 해칠 수 있는 무기 완제품은 물론 그 부품을 운반하고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을 자신의 영해에서 검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북한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PSI 옵서버로만 참가해 왔고, 지난달 5일 북한이 장거리 로켓발사를 강행한 이후 전면가입이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방침을 굳혔다. 개성공단 직원 억류  사태 등으로 발표를 미루다, 지난 25일 북한의 2차 핵실험 실시로 PSI 참여를 더 이상 늦출 수 없다고 판단햇다.
북한은 하지만 ‘PSI 가입은 전쟁선포나 다름없다’며 우리나라의 PSI 가입에 강력 반발했었다.
                                                                                        <한국지사 = 박희민 기자>



정부가 북한의 핵실험 다음 날인 26일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전면 참여하기로 결정함으로써 남북관계에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미국 주도로 2003년 시작된 PSI는 국가간 협력을 통해 핵무기를 포함한 대량살상무기나 관련 물자를 실은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을 검색.차단할 수 있도록 하자는 구상으로, 사실상 이란.시리아와 함께 북한이 주요 견제 대상이다.
따라서 PSI 활동이 이뤄질 때 뿐만 아니라 PSI전면 참여 자체만으로도 북한의 정서적 반발을 야기, 남북관계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일단 PSI 전면 참여로 인해 해상에서 남북간 충돌이 발생할 수 있느냐는 문제에 대해서는 긍.부정론이 엇갈린다.
정부는 PSI가 기존 국내.국제법에 근거한 국가간 협력체이기 때문에 우리가 전면 참여한다고 해서 특별히 달라질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남북해운합의서와 국제법에 따라 우리측 항로대를 다니거나 우리 쪽 항구에 정박한 북한 선박이 무기 또는 무기 부품을 수송하는 것으로 의심될 경우 해당 선박에 승선.검색함으로써 위반 여부를 확인할 수 있게 돼 있는 현 시스템은 그대로 유지된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다시 말해 PSI에 전면 참여한다고 해서 공해를 다니는 북한 선박을 차단하는 등의 초법적 조치를 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전면충돌 우려


그러나 PSI 전면참여 반대론자들은 법적으로 정전 상태인 한반도 주변에서 PSI관련 활동이 충돌로 연결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일부 반대론자들은 PSI에 전면 참여할 경우 우리 정부가 문제없다고 보는 북한 선박에 대해서도 미국 등 유관국의 협조요청이 있을 경우 정선.검색 등 조치를 취해야 할 책임이 생긴다는 점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PSI 전면참여로 북한의 의심 선박에 대해 필요한 조치를 유연하게 취할 재량권이 위축될 경우 한반도 주변 수역에서 북한 배를 강제로 세우고 검색 등 조치를 취하는 과정에서 남북간에 갈등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인 셈이다.
PSI에 전면참여하더라도 우리 당국의 재량에 따라 미측에 협조하지 않을 수는 있지만 그 경우 PSI전면 참여의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 `딜레마’가 될 수 있다.
참여정부 마지막 외교장관이었던 송민순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3일 국회상임위 회의에서 PSI전면 참여시 북한의 `의심 선박’을 차단하기 위한 유관국간의 해상 훈련을 한반도 주변에서 할 수 있게끔 길을 열어주게 된다는 점에서 남북간 충돌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피력하기도 했다.
북한이 지난 3월 `키 리졸브’ 한미합동군사훈련 때 육로통행 차단과 민항기 안전 위협 등으로 대응한 만큼 현재의 남북 경색 국면에서 한반도 주변 수역에서 PSI 훈련이 진행될 경우 북한이 그 기간에 맞불성 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처럼 한반도 주변에서의 PSI 관련 활동이 장래 남북간 충돌로 연결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상반된 의견이 존재하지만 PSI전면참여 자체가 단기적으로 남북관계의 긴장을 더 고조시킬 가능성에 대해서는 이론이 적다.
북한이 PSI의 `실체’보다는 자신을 주요 타깃으로 상정한 PSI 전면참여를 대북 적대시 정책의 상징적 조치로 보는 입장이기 때문에 남북관계를 더 악화시키는 `맞대응’할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은 이미 지난 3월30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 담화에서 남한 정부가 PSI에 참여한다면 이를 `선전포고’로 간주, “즉시 단호한 대응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엄숙히 선포한다”고 밝힌 만큼 이런 발표가 `허언’이 아니라는 점을 행동으로 보여줄 가능성이 없지 않은 것이다.
북한이 취할 수 있는 대응 조치로는 우선 남북해운합의서 무효화가 거론된다. 그동안 해운합의서에 따라 남북 상선이 바닷길을 우회할 필요없이 정해진 루트를 따라 남북 주변 수역을 오갈 수 있었지만 해운합의서가 무효화될 경우 이 같은 협력은 어렵게 된다.
또 키리졸브 훈련기간에 그랬듯 군 통신선 차단을 통해 개성공단 통행을 다시 막을 가능성을 예상하는 전문가들도 있으며 한발 더 나아가 북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주변 해역에서의 도발 등 군사적 행동 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
북한의 이같은 대응이 현실화할 경우 남북관계는 그야말로 `시계 제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긴장이 고조될 경우 고사위기에 놓여있는 개성공단의 앞날이 더욱 불투명해질 것은 분명해 보인다.



정국 혼돈속으로


정국이 예측하기 힘든 국면으로 흘러가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급작스러운 서거에 이어 25일 북한의 2차 핵실험과 단거리미사일 발사가 이어지면서 정국이 매우 혼미한 국면으로 빠져드는 양상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날 이명박 대통령이 오후 청와대에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고 대책을 숙의한데 이어 여야 정치권도 일제히 긴급 지도부회의를 소집하고 국회의 관련 상임위원회를 여는 등 긴박하게 움직였다.
또 “북한이 나쁘고 잘못된 선택을 거듭하고 있다”(한나라당 윤상현 대변인), “남북간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를 우리는 적극 반대한다”(민주당 정세균 대표)며 즉각 규탄의 언사를 쏟아냈다.
정치권의 이 같은 발빠른 움직임은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가 한반도 상황을 일거에 뒤흔들 수 있는 폭발성을 가진 민감한 사안이라는 정세 인식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여야는 이에 더해 북한의 핵실험 사태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 애도 열기가 고조되며 숨죽이고 있는 ‘조문(弔問) 정국’에 어떤 파급을 줄 지에도 적잖이 촉각을 세웠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여야는 충격받은 민심을 다독이는데 저마다 당력을 집중해왔다.
이 대통령이 봉하마을 직접 조문을 추진했던 것이나 한나라당이 6월 임시국회 개회를 순연하자는 민주당의 요청을 받아들여 정치 일정을 일절 중단했던 것은 민심을 위무하려는 여권의 움직임이었다.
민주당 역시 노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검찰책임론 제기 등 공세를 자제하며 고인에 대한 애도에만 당력을 쏟았다.
여야 정치권이 저마다 노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예정된 29일 이후 이른바 ‘포스트 조문정국’을 예상하면서 민심 흐름을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공들여왔던 셈이다.
이런 마당에 북핵실험이라는 예기치 못한 메가톤급 재료가 강타함에 따라 정국은 누구도 쉽게 말할 수 없는 방향으로 치달을 수 있다. 특히 이번 사안은 여야 모두에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우선 여권으로서는 6자회담 무용론까지 나오는 북한의 핵실험 여파가 노 전대통령의 서거라는 ‘내우’에 ‘외환’을 더하는 상황으로 발전하지 않도록 관리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정치컨설팅업체인 포스의 이경헌 대표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국민통합과 사회분열 치유의 과제를 안은 이 대통령에 남북갈등의 수습이라는 과제가 하나 더 던져지면서 통치력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말했다.
민주당으로서는 북핵실험이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애도 분위기에 부정적으로 작용함으로써 국론 분열을 초래할지를 우려하는 기류가 엿보인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전국민이 슬픔에 잠긴 가운데 북한이 핵실험을 했다는 보도에 깊은 유감의 뜻을 표한다”는 정 대표의 언급에서는 이러한 곤혹감이 묻어난다는 지적이다.









중국 정부는 25일 오후 늦게 북한의 지하 핵실험에 대해 강도 높은 ‘반대’ 성명을 냈다. 지난달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했을 때에 차분한 대응을 주문했던 것과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중국 외교부는 성명에서 “북한이 국제사회의 반대를 무릅쓰고 다시 한번 핵실험을 진행한 데 대해 중국 정부는 강력하게 반대한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이어 “한반도 비핵화와 핵무기 확산 반대, 동북아 평화와 안정 유지는 중국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중국은 북한이 비핵화 약속을 지키고, 국면을 악화시킬 수 있는 행동을 중지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6자 회담으로 복귀할 것도 촉구했다.
성명서의 내용은 전반적으로 지난 2006년 10월 북한의 1차 핵실험 당시와 마찬가지로 강경한 입장이 담겨 있었다. 다른 것은 몰라도 북핵만큼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
중국은 이번 핵실험을 앞두고 북측으로부터 핵실험 실시를 통보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중국이 북한의 장거리 로켓을 규탄하는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에 동의한 데 대해 북한이 반발하면서 양국 간에는 최근 냉기류가 형성됐다.
일본 정부도 북한의 핵실험 직후인 25일 낮 총리실 내에 위기관리센터, 외무성에 긴급대책본부를 설치하고 정보를 수집·분석하는 한편 대응책 마련에 부심했다. 가와무라 다케오(河村建夫) 관방장관은 핵실험 직후 “유엔 결의안을 명백하게 위반한 것으로 결단코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한국 및 미국 정부와 협의해 안보리를 통한 강력한 제재를 추진키로 했다. 중의원도 핵실험이 일본의 안보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것으로 보고 핵실험을 비난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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