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대한체육회 파행 ‘점입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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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 동안 시카고에서 미주 27개 도시(캐나다 2팀)를 통틀어 사상 최대 규모인 총 3200여명의 선수 및 임원진이 참가해 스포츠 제전을 벌였던 미주한인체육대회가 추잡한 집안싸움으로 막을 내렸다.
대회를 주최하는 재미대한체육회(회장 장귀영)와 주관단체인 재미대한시카고체육회(회장 조용오)의 갈등으로 종합 순위가 집계, 발표되지 못한 채 불과 50여명의 인원만 두고 초라한 폐막식이 치러졌다.
분쟁의 발단은 내분에 휩싸인 LA체육회가 두 개의 대표 팀을 파견하면서 시작됐다. LA체육회 김창대 회장대행이 이끄는 97명 규모의 선수단과 재미대한체육회가 회장자격을 박탈한 김익수 전 LA체육회장이 별도의 대표팀을 이끌고 대회에 참가한 것.
이들의 출전 자격을 놓고 주최 측인 재미대한체육회에서는 김익수 전 회장의 선수단을 인정하지 않은 반면 시카고대회조직위원회(위원장 조용오)는 2개 선수단의 참여를 모두 지지해 대회 집행부간 대립 양상이 심화됐다.
양측의 입장 차이는 지난달 28일 열린 대의원회의에서 격렬한 언쟁으로 비화돼 지역 경찰이 출동하는 등 최악의 상황까지 벌어졌다. 결국 LA지회의 자격시비 문제로 김 전 회장측이 이끌고 온 야구와 배구, 탁구 종목의 선수 48명은 시합에 출전하지도 못한 채 집으로 돌아가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스티브 원 취재부기자>



재미대한체육회는 지난 4월 27일 임시 대의원 총회에서 LA 체육회 김익수 회장의 모든 권한을 박탈했다. 김 회장은 지난 1년간 재정투명성 논란과 임원진과의 불화로 분란을 일으켰던 인물로 이날 총회에서는 김 회장의 대의원 자격 및 회장직 박탈과 체육회 퇴출안건이 상정됐다. 해당 안건은 재적대의원 42명중 찬성 29명, 반대 2명, 기권 11명으로 가결됐으며 지난 5월 18일에는 김 회장의 재심 요청마저 기각됐다.


따로 노는 LA대표 선수단


재미대한LA체육회 측(회장대행 김창대)은 지난 1일 가든스윗호텔에서 미주체전 결과보고를 겸한 기자회견을 열고 “김익수 전 회장을 옹호하는 조용오 체전 조직위원장의 독선으로 LA 체육회의 분열을 가져와 결국 체전 참가를 위해 노력했던 어린선수들만 상처를 입게 되었다”며 “향후 이에 따른 법적인 문제를 철저하게 따져 응분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문제는 이번 소동은 충분히 예견되어왔고, 사전에 막을 수 있었던 상황이라는 점이다. 사건의 시작은 재미대한체육회가 인정한 LA체육회 김창대 회장 대행이 5월 20일 LA대표 선수단 시카고 미주체전 발대식을 가진데 이어 이틀 후 김익수 회장이 별도의 발대식을 열어 시카고 조직위원회는 경기 참가를 약속하면서 부터였다.
그렇다면 김 전 회장의 몽니와 조용오 위원장은 재미대한체육회 임시 대의원 총회에서 김 회장의 자격정지가 결정된 것을 무시하려는 속셈이었다는 얘기다.
시카고대한체육회장인 조용오 대회조직위원장은 “대회준비 과정에서 재미대한체육회가 간섭과 방해만 했을 뿐 재정지원이나 도움을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조 위원장은 “두 팀으로 참가한 LA 체육회의 출전문제와 김익수 회장 측 참가자들의 이권개입설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조 위원장은 순위와 관계없이 메달을 주지 않는 번외경기로라도 참여시키자고 제안했으나 재미대한체육회는 이를 허용 하지 않았다.
하지만 조용오 위원장의 이러한 답변은 궁색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자기가 책임질 위치나 사항이 아님에도 시합에 참가할지 불투명한 어린 선수를 불모로 자신의 위상을 세우려하다 여의치 않자 그 책임을 재미대한체육회에 떠넘기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재미단체 ‘무보수·명예직’에 목숨 걸어


이번 제전을 파행으로 몰고 간 원인으로 조 위원장의 공권력 남용 역시 손꼽힌다. 당초 혹시 모를 외부로부터의 테러에 선수를 보호하기 위해 배치된 경찰력을 조 위원장은 무슨 이유에선지 경찰을 자신의 경호원으로 취급했다.
그의 말대로 야구장, 축구장 등에서 선수끼리 발생할 충돌에 대비하려했다면 경찰이 아닌 중립적인 심판진의 운영에 맡겼어야 했다. 하지만 조 위원장은 한뜻을 모으는 축제의 마당에 외국경찰의 힘을 빌려 집안 식구를 내몰고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한 것이다.
전미체전이 이런 볼썽사나운 장면을 연출한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고질적인 지역간의 반목과 불화 속에 지나치게 승부에 집착한 것이 문제였다. 앞선 체전에서는 부정선수 출전 및 심판의 오심과 편파 판정 등 심사위원의 자격 여부를 놓고 시비를 벌인 끝에 일부 참가팀이 철수하는 불상사가 수도 없이 벌어졌다.
체전을 위해 땀 흘린 자원봉사자와 십시일반 기금모금에 참여한 미주 한인들의 정성과 열정에 비추어본다면 매우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대한체육회란 명칭을 빼라”


파행의 원인은 또 있다. 이번 미주한인체육대회가 열리는 행사에 본국의 관심은 없다시피 했다. 장귀영 회장과 조용오 위원장은 나름의 결속관계 속에 각자 작년부터 두 차례 한국을 방문해 대한체육회와 재외동포재단,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들을 면담했었다.
이들은 미주체전 지원 협조를 부탁하는 등 고군분투했으나, 예산부족과 경기불황 등을 이유로 본국에서 한푼의 지원금도 받지 못해 자체 기금모금을 벌여 대회를 준비해야했다. 개회식에는 신호범 워싱턴 주 상원의원과 리처드 댈리 시카고 시장 등이 참석해 축사를 했지만, 정작 본국에서는 사절단 하나 오지 않았다. 한마디로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해외지부의 주요 행사에 본국의 대한체육회는 철저하게 무시와 외면을 보낸 것이다.
대한체육회 담당자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해외지부의 예산책정은 전무한 상태이고, 그동안 양분되었던 대한체육회와 대한올림픽위원회(KOC)가 이번 6월24일 완전 통합하여 앞으로 금전적인 지원은 더욱 힘들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한체육회 측은 LA 체육회 김익수 회장의 대의원 자격 박탈과 시카고 미주한인체육대회 파행 등 조용오 위원장의 시카고체육회 탈퇴 선언과 관련한 문제는 재미 대한체육회 임시대의원 총회에서의 결과를 보고 받은 후 내부방침을 정하겠지만 협회의 모든 절차는 정관에 의해 집행되는 게 원칙인 만큼 규정대로 승인할 뜻이라고도 밝혔다.
고작 재미체육대회의 우승자를 전국체전에 들러리 형식으로 참전 시켜주는 게 전부인 이름뿐인 재미대한체욱회의 홀대는 오는 2012년 대선과 총선에 재외국민들도 투표권을 행사해 정치적 영향력이 커졌을 때도 계속될 지 두고 볼 일이다.
일단 재미대한체육회 임시대의원 총회가 소집되는 1개월 후에나 결과를 기다려봐야 한다. 그러나 이전에라도 당사자 간 사과와 화해 속에 파행으로 치닫는 내분을 봉합하는게 급선무다.
본국에서도 나 몰라라 하기보다 관심을 갖고 책임 있는 관계자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이라”는 옛말이 떠올려짐은 바로 작금의 상황에 견주어 하는 말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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