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건강악화 변수 ‘안개 속 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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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목숨이 약 1년 정도라고 미국의 워싱턴 타임스가 지난 9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13일자 지면을 통해 한국의 YTN뉴스를 인용, ‘김정일이 췌장암에 걸렸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김정일의 병세에 대해서 여러 보도가 외신과 국내 보도를 통해서 나왔지만 미국의 중요 언론이 김정일의 수명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보도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의 수도 워싱턴DC에서 워싱턴포스트지와 함께 발행되는 워싱턴 타임스는 김정일의 건강이 계속 악화되고 있어 앞으로 1년 정도 밖에 살 수 없을 것이라고 북한에 정통한 미 외교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김정일이 지난해 뇌졸중을 앓은 이후 종전에 건강했던 모습과는 전혀 달리 쇠약해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이 신문은 문선명 통일교계의 재단이 발행하고 있는데 김정일이 최근 서양 의약에 따른 치료를 포기한 채, 한약과 비전통적 요법 등 동양 의약에 의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 외교소식통 가운데 한 관리는 “작년 뇌졸중을 앓은 이후 김정일의 몸 상태는 계속 좋지 않은 상태에 있었다”면서 “시간이 갈수록 그의 건강은 예전과 같지 않다는 것이 분명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일은 최근 김일성 사망 15주기 추도식에 참석했는데 전보다 훨씬 수척한 모습으로 공개석상에 나타났다.
정보분석가들은 한때 김정일이 뇌졸중에서 회복해 북한에 대한 통제력을 확실히 쥐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으나, 3남 김정운으로의 권력 승계설은 그의 건강 이상설을 다시 부추겼다고 보고 있다.
신문은 김정일의 후계구도에 대해 3남 김정운을 두고 1세대 혁명전사 오극열과 김정일의 매제인 장성택 국방위원이 양대 축으로 갈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했다.


                                                                                     <데이빗 김 객원기자>



현재 김정일은 당뇨병 후유증을 앓고 있으며 모습도 예전과는 달리 매우 수척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일이 지난 8일 오전 평양체육관에서 열린 고 김일성 주석 15주기 중앙추모대회에 참석한 실황이 조선중앙TV를 통해 녹화 방영됐다.
김정일의 움직이는 모습이 외부에 공개된 것은 지난 4월 9일 제12기 최고인민회의 1차 회의 참석 때에 이어 3개월 만이다. 김정일은 이날 다소 다리를 절룩거렸으나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서 추모 묵념을 하는 등 3개월 전처럼 활동에는 큰 지장이 없어 보였다.
다만 입장하거나 자리에 앉아 있으면서 입을 다물고 있을 때 오른쪽 입 꼬리가 올라가 입이 약간 비뚤어져 보였다. 또 김정일이 묵념하거나 앉아서 자료를 읽는 장면에서는 정수리 부분의 머리카락이 많이 빠져 있는 게 확연히 보였다.
고려대 의대 조경환 교수는 “입 오른쪽 부분이 비뚤어져 보이는 것은 왼쪽 안면부의 신경마비 후유증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또 “정수리에 머리가 빠지는 증상은 당뇨병, 신장질환 등 대사성 질환을 앓은 사람에게서 나타난다”고 했다.
북한은 1999년과 2004년 등 5년 주기로 김일성 중앙추모대회를 열고 있으며 김정일은 이 행사에 항상 참석했다. 김정일의 유일한 친여동생인 노동당 경공업부장 김경희도 이날 주석단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정일 수명과 후계 지명


미국의 부시 정권교체기 끝까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국장을 지낸 데니스 와일더씨도 김정일의 건강과 후계작업이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지난달 5일 미국의 소리(VOA) 방송과 인터뷰에서 미국이 작년 말부터 북한의 후계 작업 움직임을 파악, 면밀히 추적해왔음을 밝혔다.
미국 정부 당국이 북한 후계작업 경위를 어떻게 파악해왔는지에 대한 와일더 전 국장의 설명은 김 정일이 지난 1월8일 셋째 아들인 정운을 후계자로 내정한 교시를 내렸다는 1월15일자 첫 보도를 비롯한 연합뉴스의 보도 및 분석과 일치하는 것이다.
와일더 전 국장은 “미국은 북한이 권력승계 작업에 착수했다는 것을 파악하고 있었다”며 “김정일은 지난 해 8월 뇌졸중이 발생하자 이를 계기로 후계 작업을 서둘렀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북한은 김정일이 쓰러진 뒤 몇 달 간 “상당히 조용”하다가 “연말부터 후계 작업에 착수”했는데 “우리는 노동신문을 비롯한 북한의 문헌자료를 많이 참고했다”고 와일더 전 국장은 설명했다.
그는 “예를 들어 노동신문은 김정일의 생일인 지난 2월 16일에 사설을 실었는데, 이 사설은 ‘백두의 혁명전통 계승’을 상당히 강조하고 있었다”며 “우리는 이것이 북한의 3대 세습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고 소개했다.
연합뉴스는 당일 분석보도에서 노동신문 사설이 “백두의 혈통의 빛나는 계승 속에 주체혁명의 양양한 전도가 있다”며 고 김일성의 ‘항일 혁명투쟁’을 가리키는 “백두의 전통”을 “굳건히 고수하고 빛나게 계승해” 나갈 것을 강조한 점에 주목하면서 “김정일이 지난달 자신의 3남인 정운을 세습 후계자로 지정한 것으로 알려진 것과 관련 주목된다”고 평가했었다.
와일더 전 국장은 김정운이 종국적으로 권력을 잡을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김정일 자신도 그 점을 인식해 “지난 4월 국방위원회를 개편하면서 자신의 매제인 장성택을 국방위원회에 포함시켰다”며 “이는 장성택을 김정운의 보호자 겸 후견인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만일 김정일이 몇 년 안에 사망한다면 김정운은 끝내 권력을 잡지 못할 수 있다”며 “사태가 그렇게 되면 사람들은 일단 장성택을 주목할 것이지만 이 문제는 그 당시 장성택이 어느 정도 권력을 잡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분석했다.
“만일 장성택이 상당한 권력을 갖고 있다면, 그가 군부를 장악해 권력을 잡을 수도 있으나 장성택의 권력이 그에 못 미칠 경우 그의 운명도 장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와일더 전 국장은 내다봤다.
그는 북한의 대남 및 대미 강경자세는 후계구도보다는 김정일의 건강이상과 더 큰 관련이 있을 것이라며 “지난해 8월 김정일이 뇌졸중으로 쓰러졌을 때, 백악관은 북한이 강경하게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며 “북한과 같은 1인 독재체제에서 독재자가 쓰러지면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권력암투도 예상


한편 한국의 국가정보원은 “향후 북한 권력이 김정일의 3남인 김정운에게 승계되고 김정일 유고 상황이 발생할 경우, 현재 2인자로 통하는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 겸 국방위원 주도의 권력암투가 벌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최근 국회에 보고했다.
국정원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서 “현재로서 김정일 후계구도는 김정운으로의 3대 세습이 확실시된다”면서 “하지만 김정운이 권력을 승계하더라도 김정일의 건강상태 및 북한체제의 정치·경제적 불안요인을 감안할 때 취약한 권력 구도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3대 세습 이후 권력 암투가 일어날 가능성에 대해 “김정일 사후에 장성택과 그의 추종 세력들이 권력찬탈을 시도할 때 후계자(김정운)지지 세력들과의 권력투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전망했다.
김정일의 매제이자 김정운의 고모부인 장성택은 현재 김정운으로의 권력승계 작업을 돕고 있으나 과거에는 김정일의 장남인 김정남을 그 후계자로 지지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다.
국정원은 “후계자의 입지가 공고화되지 못한 상황에서 김정일이 갑자기 사망한다면 ‘군·당 집단지도체제’가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동시에 내놨다.
국정원은 장성택의 부인이자 김정일의 여동생인 김경희도 김정운의 ‘후견인’으로 지목했다. 국정원에 따르면, 김경희는 노동당 경공업부장으로 있던 2003년 9월 이후 공개 활동을 중단했으며 그동안 우울증과 알코올중독증 치료를 받아 왔다.
“김경희가 지난 6월 7일 ‘당 부장’이라는 직책으로 공개 활동을 재개하면서 김정운의 후견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게 국정원 설명이다.
국정원은 김정운이 후계자로 공식화하는 시점에 대해선 북한이 ‘강성대국 건설 진입’의 해로 설정한 2012년일 것으로 전망했다. “김정운의 정치 실무 경력이 일천하고 대내외 여건이 열악한 점을 감안할 때 공식화에는 일정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정원은 “김정일의 건강이 급격히 악화된다면 단기간 내 실현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정일 원산에 은신?


한편 김정일이 5월 중순 이후 평양을 비우고 원산의 특각(별장)에 장기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중앙 선데이가 지난5일 보도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북한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은 4일 “김정일이 평양에 없는 것이 확실하며 장기간 원산에 체류 중인 것으로 정보 당국이 파악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의 또 다른 북한 소식통도 “김정일이 평양에 없다는 점을 중국 베이징에 나오는 북한 외교관들도 자주 시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정일의 원산 체류 기간은 40일을 넘어 50일 가까이 접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매체의 보도 기준으로 김정일은 이라크 전쟁 기간 동안인 2월 13일부터 4월 2일까지 49일간, 2008년 8월 16일부터 10월 4일까지 50일을 공개석상에 나오지 않았으며 남측은 이를 ‘은둔’으로 해석했다.
소식통은 “정보 당국의 판단은 위성사진 판독에 따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미국의 군사위성은 김 정일의 평양 출발과 원산 별장 진입 등 이동 전체를 면밀히 파악하고 있으며 이를 한국정부에 알려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일의 ‘원산 장기 체류’는 특이 동향이며 이상 기류다. 조금 더 머물면 ‘평양 부재’ 기간이 이라크전 이후 최장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러한 장기 체류에 대해선 두 가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첫째는 ‘후계 지명자’로 알려진 김정운에게 통치 경험을 할 기회를 준다는 ‘배려 정치’다. 평양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원산에서 아들의 국가 경영을 지켜보며 노련하게 원격 지원한다는 것이다. 아버지 없는 공간에서 정운이 권력을 행사할 경우 본인에겐 통치 경험이 되며, 통치 구조를 인수받는 기회도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부정적인 견해도 있다. 동국대 북한학과 김용현 교수는 “최근 중국·일본의 북한 전문가들과 의견을 교환했는데 김정운 후계설에 대해서는 한국과 온도 차이가 있다”며 “현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면 김정운 후계설은 비약 과장처럼 보이며, 따라서 배려 정치를 한다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다른 하나는 김정일의 병세 악화에 따른 요양설이다. 이른바 요양 통치다. 복수의 소식통은 “김정일의 병세가 악화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한 소식통은 “베이징에 오는 북한 외교관의 입에서 김정일의 건강 이상설이 더 자주 거론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하지만 원산 체류가 악화된 병세 치료보다는 요양일 가능성에 더 비중이 두어진다. 두 소식통은 “김정일을 위해 외국 전문의가 북한을 방문했다는 정보가 입수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심각한 병세 악화라기보다 안정적 요양 쪽에 무게가 더 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김정일이 앓은 것으로 추정되는 뇌졸중은 찬바람이 불면 재발할 가능성이 있어 주목 중”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김 위원장의 원산 체류에 관한 얘기를 들어왔다”며 “사실이면 위원장이 이번 기간을 건강 회복 시기로 잡았을 가능성을 의미하며 원산에는 요양과 휴양을 겸해 장기 체류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고 중앙 선데이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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