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불거지는 DJ의 숨겨진 비자금 의혹과 물밑 재산분쟁설의 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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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전 대통령의 병세 악화가 하반기 정국의 급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현재 김 전 대통령은 신촌 연세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 중이며 상태가 악화됐다 호전되는 것을 반복하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의 복심인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전 대통령이 조만간 훌훌 털고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지만 생각보다 상황이 간단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와 한나라당도 만에 하나 호남의 맹주인 김 전 대통령이 서거하는 할 경우 미칠 수 있는 파장을 다각도로 고려하고 있다. 특히 최근 김 전 대통령이 현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는 발언을 잇따라 쏟아내는 것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던 여권은 가급적 김 전 대통령의 심기를 거스를만한 발언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반면 김 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연이 닿아 있는 민주당과 구여권 인사들은 김 전 대통령의 쾌유를 바라면서도 한편으로는 만약의 사태도 배제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전 대통령이 만에 하나 서거한다면 이후 김 전 대통령의 재산과 관련한 자식들의 유산 분쟁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다. 그럴 경우 그 동안 의혹으로만 제기됐던 김 전 대통령의 비자금 규모도 드러날지 모른다는 섣부른 추측도 나오고 있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김 전 대통령은 지난달 13일 폐렴 증상이 나타나자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했다. 현재 병원 본관 9층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부인 이희호 여사는 본관 20층 대기실에 머무르며 김 전 대통령을 간호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1일 김 전 대통령의 서거 가능성에 대비해 세브란스병원 측과 장례 문제 등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익명을 요구한 병원 관계자가 “1일 현재 김 전 대통령의 폐기능이 많이 떨어진 상태에서 혈액 투석을 받고 있다”며 “김 전 대통령이 복합장기부전(multiple organ failure) 상태에 빠져 의료진에 비상이 걸렸다”고 말했다. 또 “김 전 대통령의 상태를 점검해 온 행안부도 병원 측과 협의하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주변의 얘기와는 달리 김 전 대통령의 건강이 생각처럼 회복되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얘기다.
김 전 대통령의 건강이 악화되면서 정치권 호사가들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서거 이후 상황에 대한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포스트 DJ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민주당 내의 세력다툼이 일어난 것이다’ ‘세 아들들이 재산을 둘러싼 분쟁을 벌일 것이다’ 등이 그것이다.
이 중 아들들간 유산 분쟁은 제법 설득력 있는 얘기처럼 들려지고 있다.


아들간 재산분쟁


김대중 전 대통령 슬하에는 홍일, 홍업, 홍걸 세 명의 아들이 있다. 이 중 홍일과 홍업은 김 전 대통령이 전(前)부인과의 사이에서 낳았다. 이후 김 전 대통령이 첫 아내와 사별하면서  1962년 이희호 여사와 재혼했고 사이에서 낳은 아들이 막내 홍걸 씨다.
최근 김 전 대통령의 병세가 악화되면서 정치권 일각에서는 DJ의 유산을 놓고 세 아들 간의 재산 분쟁 가능성이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삼남인 홍업 씨는 국회의원을 지낸 형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됐다고 느끼고 있으며 재산 문제 등에 대해 상당히 민감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정치권 호사가들의 설명이다.
문제는 가능성으로만 제기되는 세 아들간의 유산 분쟁이 실제로 일어날 경우에 발생할 수 있다. 현재까지 김 전 대통령의 재산이 얼마인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천문학적인 비자금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만 있었을 뿐 정확히 드러난 게 없었다. 하지만 재산 분쟁이 일어난다면 비자금 규모가 어느 정도는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는 게 정치권 인사들의 추측이다. 소송까지 갈 경우 법원 등에 정확한 재산 내역 등을 공개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세 형제간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법정까지 간다면 자칫 폭로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뉴욕 비자금


이와 관련해 가장 관심을 모으는 것은 본지와 월간조선을 비롯한 몇몇 언론들이 제기한 뉴욕 부동산에 투자됐다는 비자금 의혹이 드러날지 여부다.
지난 2006년 8월 뉴욕의 한인단체인 ‘정의사회실천시민연합(정실련)’과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호남인들의 모임(대호사랑) 은 서울에서의 기자회견을 열고 ‘김 전 대통령의 아들 김홍업 씨의 측근인 홍 모 씨 등 4명을 탈세, 내부거래, 돈세탁 혐의로 이미 지난 4월 미 연방수사국(FBI)과 연방검찰 등 미국의 4개 수사기관에 고발했다’고 폭로한 바 있었다. 당시 기자회견에서 정실련 저스틴 임(미국 한인 신문 뉴스메이커의 편집장) 대표는 “2001년부터 2004년까지 김 씨의 측근 이 모 씨의 지시로 현금을 가득 채운 ‘007가방’을 누군가에게 수없이 날랐다는 증인을 확보했다”며 “그 증인은 뉴욕에서 김 씨가 측근과 함께 돈 가방을 옆에 두고 회의하는 것도 직접 목격했다고 밝혔다”며 녹취록을 공개했다.
임 대표는 “김 씨의 측근 3명을 뉴욕 주정부와 국세청을 통해 자체 조사한 결과 직업도 뚜렷하지 않은 이들이 뉴욕에 3억6000만 달러 상당의 부동산을 소유한 것으로 밝혀졌다”며 “이들은 110여 개의 유령회사를 곳곳에 차려 놓고 김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대만의 은행을 통해 돈세탁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었다.
당시 시민단체의 주장처럼 이 돈이 김 전 대통령의 비자금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실제로 김홍업 씨의 측근인 이 모 씨는 생활비조차도 없어서 곤궁했던 그가 불과 몇 년 사이에 수천 만 불을 호가하는 부동산을 거의 마구잡이식으로 사들인 것은 사실로 확인됐다. 하필이면 그가  사들인 건물 중에는 뉴욕 동포사회의 상징적 상가 건물이었던 ‘코리아 타운-빌리지’가 있었다. 이 건물은 한 동포가 거의 십여 년간 땀을 쏟고 공을 들여 지어놓고 사업을 시작한지 불과 몇 년 되지 않았는데, 은행 빛 때문에 결국 경매에 붙여지는 상황에 문제의 이 씨가 끼어든 것이다. 기사회생을 하려고 투자자들을 붙들고 몸부림치던 전 건물주인의 주장에 의하면, 이 씨가 감정가를 훨씬 넘어서는 가격으로 사들인 것은 그 돈의 출처가 검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강력하게 피력한 바 있었다.
다음은 임 씨를 비롯한 당시 기자회견 참석자들의 회견 내용 일부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자신의 명의로 재산을 관리하지 아니하고 김대중과 그의 측근들이 부정 축재한 재산을 홍 모 씨(62), 이 모 씨 (44), 조 모 씨 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미국 현지 대리인으로서 그의 재산을 관리하여 온 것으로 보인다. 자료에 의하면 김대중의 미국 현지 대리인인 그들이 관리하는 김대중의 재산은 2005년 12월 현재 적어도 2억 달러 이상으로 추산된다.”
이런 의혹들은 월간조선 등에서 보도한 바 있으나 김 전 대통령 측은 월간지 기사를 고소하고 결국 월간조선이 반론 보도를 내는 것으로 사건이 일단락됐었다. 하지만 뉴욕 부동산을 빨아들였던 이 씨의 막강한 자금력 출처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국내 비자금


김 전 대통령의 비자금 의혹은 비단 국외에서만 불거져 나온 것은 아니다. 이미 본국에서도 김 전 대통령의 비자금 의혹은 수차례 흘러나왔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이 제기한 의혹이다.
주 의원은 지난 해 10월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검찰에서 신한은행 설립 당시의 6조원대 비자금 문제와 관련해 내사를 하고 있고 신한은행 비자금이 이 여사 쪽으로 흘러간 정황이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었다. 주 의원은 또한 주 의원은 전직 검찰 관계자로부터 제보받았다고 밝힌 100억원대 무기명 양도성예금증서(CD)를 근거로 김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라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었다. 하지만 이 사건은 검찰이 CD와 김 전 대통령은 무관하다고 결론을 냈고 김 전 대통령 측은 주 의원을 형사 고소한 바 있다.
최근에는 국내 한 공공기관에서 운영 중인 골프장이 김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설립됐다는 확인되지 않은 의혹도 나돌고 있다.
문제의 골프장은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운영하는 ‘S 골프클럽’. 이 골프장의 건설과 운영과정에서 특혜 의혹은 이미 지난 2006년 불거져 나온 바 있다. 당시 한나라당 모 의원은“골프장 건설 컨소시엄이 950억 원을 대출 받는 데 공항공사가 사실상 보증을 섰다”며 관련 자료를 제시했었다.
당시 공항공사는 차입금이 3조 원을 넘어 자본잠식 상태에 있었으며, 이 때문에 감사원은 같은 해 10월 “열악한 재무구조에도 불구하고 고유 사업과 관련 없는 사업에 출자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며 지분 처분을 요구했으나, 공항공사는 이 조치에 따르지 않았다.
공항공사가 사업에 참여한 뒤인 7월 스카이72는 하나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외환은행·교보생명·삼성생명 등에서 950억 원의 대출 약정을 체결했다. 이때 공항공사는 ‘자금 제공 의무를 이행하지 못하는 출자자가 있을 경우 나머지 출자자들이 각 출자 지분의 비율에 따라 인수한 것으로 본다’는 내용의 출자자 약정을 맺었다.
때문에 당시 정치권에서는 정권 차원에서 특혜를 주지 않았으면 골프장은 제대로 설립될 수 없었다며 의혹을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사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관련한 비자금 의혹은 그동안 김 전 대통령을 공격하는 정치세력들의 주요 무기였다. 하지만 모두가 정황만 있었을 뿐 어느 하나 실체가 드러난 것이 없었다. 이번 재산분쟁설도 호사가들이 만들어낸 얘기일 가능성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전 대통령 사후에라도 이런 의혹들이 사실이 아님이 보다 분명하게 드러난다면 그 동안 그가 이뤘던 수많은 업적들이 더욱 빛을 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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