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내 권력지형 개편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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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내 권력구도가 급속하게 재편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와 미디어법 국회 통과에 대한 후폭풍을 잠재우기 위한 여러 방안들을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이를 위해 개각이나 박근혜 전 대표 특사 파견 등 다양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수면위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이른바 ‘올드보이’(여권 내 원로인사)들의 2선 퇴진 움직임도 감지된다. 이미 여권 내부에선 8월 개각을 앞두고 원로그룹의 대표주자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퇴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계속 나오고 있다.
이미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은 2선으로 후퇴한 상황이다. 여기에 박희태 대표의 양산 재·보궐 선거 출마를 놓고서도 청와대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 대통령은 정권 초반 원로그룹들이 지나치게 부각된 것이 ‘득보다 실이 많았다’는 판단 아래 이 같은 용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과연 그의 용단이 정국 주도권을 움켜쥘 계기가 될 지 MB 정부 중반기를 바라보는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한국지사 = 박희민 기자>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젊은’ 참모들로부터 2기 국정 운영과 관련해 ‘올드보이’들과 선을 그어야 한다는 조언을 자주 듣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이 대통령이 그동안 자신의 의중대로 국정을 이끌어나가지 못했다는 자체 반성에서 나온다.
최근 박형준 청와대 홍보기획관이 ‘중도론’을 설파하면서 “정책 기조의 초점은 가장 ‘이명박스러운’ 것을 만드는 데 있다”라고 강조한 것도 그동안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외 변수가 많이 끼어들어 특유의 중도 실용 노선이 퇴색했다는 반성에서 출발하고 있다.
사실 이 대통령은 지난 2007년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이상득 의원과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결정적인 도움으로 대권까지 직진할 수 있었다. 김영삼-김대중-노무현 등 세 전직 대통령의 경우 수십 년 동안 ‘정치밥’을 먹으면서 대권을 쟁취한 것에 비해 이 대통령은 남이 차린 밥상에 숟가락 하나 얹었던 셈이다.
이는 곧 이 대통령 어깨 위에 놓인 부채의식을 의미한다. 정권 출범 초기부터 불거진 ‘강부자’ ‘고소영’ 인사 논란이나 정두언 의원의 권력 사유화 논란 등은 모두 이명박 대통령이 ‘봐줄 사람이 많아서’ 생긴 권력 컨트롤 실패의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빚은 모두 청산(?)


그런데 정권 출범 1년 6개월을 넘어선 이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부터 짊어진 부채를 이번에 서서히 내려놓으려 하는 분위기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상득 의원의 2선 퇴진 선언 이후 지금까지 ‘형님’에 대한 관리가 잘 되고 있는 것으로 자체 판단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보면 향후의 정권 2기는 이 대통령이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특유의 돌파력으로 멋지게 한번 승부를 펼쳤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라고 말했다.
청와대 정무라인은 ‘올드보이’들의 퇴진에 대해 공식적인 거론을 자제하고 있다. 하지만 비공개적으로 흘러나오는 말들은 훨씬 구체적이고 그 강도가 높다.
먼저 기존 실세들의 완전한 2선 퇴진은 오는 8월 개각 때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거취가 그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만약 최 위원장이 퇴진하게 된다면 이 대통령은 원로그룹의 국정 간섭에서 탈피해 자신의 스타일대로 국정 운영을 주도적으로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최근 들어 여의도에선 이 대통령이 미디어법 처리 과정을 거치면서 최 위원장의 ‘능력’에 대해 측근들에게 불만을 표시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이 대통령은 이상득 의원의 친구인 최 위원장을 평소 ‘형님’으로 깍듯이 모시기 때문에 직접 질책을 하지는 않았지만 측근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업무 능력에 불만을 나타냈다는 것이다.
이는 물론 인사를 앞두고 펼쳐지고 있는 여의도의 마타도어 성격이 짙지만, 특정 사례를 보면 꼭 음해성 소문으로만 흘릴 수도 없다.
특히 이 대통령이 지난 7월 초 스웨덴을 방문하면서 생긴 에릭슨사의 거액 투자 여부 논란이 최 위원장 불신의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당시 언론은 이 대통령이 스웨덴 에릭슨사로부터 15억 달러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고 대서특필했다.
일각에서는 “에릭슨사 회장과의 첫 만남에서 거액의 투자 유치를 받은 것을 보면 과연 ‘CEO 출신 대통령’답게 장사 수완이 있다”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이 대통령도 그런 평가에 크게 고무되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바로 다음날 에릭슨사가 직접 성명을 발표, ‘아무 것도 확정된 것이 없다’라고 해 이 대통령은 크게 외교적 망신을 당한 셈이 됐다. 청와대 사정을 잘 아는 여권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외국 방문 때 참모들이 저지르는 사소한 실수는 크게 개의치 않는다. 그 자신이 외국을 많이 여행했기 때문에 스케줄이 어긋나고 하면 오히려 동행한 기자들에게 양해를 구하는 등 외국에서의 돌발 상황에 관대한 편이다. 하지만 이 경우는 전혀 다르다. 공식 외교적 채널을 통해 일국의 대통령이 직접 민간 회사로부터 15억 달러라는 거액을 투자했다고 ‘자랑’하는 발표가 뒤집어진 셈이라 톡톡히 망신을 당한 셈이 됐다. 이 대통령도 이번만큼은 참모들의 실수를 크게 질책하며 책임 소재를 따져보라고 했던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헛물켠 에릭슨 투자사건


특히 이 과정에서 청와대 내부에서는 “대통령의 외교성과에 치명적인 오점을 남겼다. 결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 발생했다. 최시중 위원장이 사전에 일 처리를 잘못했다”는 비난이 쏟아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대통령이 에릭슨사 회장을 만나기 전 최시중 위원장이 미리 그를 만나 사전에 투자 약속을 받았기 때문이다. 당시 청와대는 이에 대해 “(투자 문제는) 이 대통령과 한스 베스트베리 에릭슨 CEO와의 만남에서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전날 최시중 방통위원장과 한스 베스트베리 에릭슨 CEO와의 만남에서 제시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청와대 발표는 다분히 에릭슨사 회장을 먼저 만난 최 위원장에게 1차적인 책임이 있다는 뉘앙스였다.
이와 관련,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에릭슨 측은 일본에 투자한 것과 비슷한 규모의 투자를 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하게 밝혔다”고 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이를 두고 한나라당 일각에선 “최 위원장이 확실하지도 않은 투자 유치를 해외 순방 성과물로 포장하기 위해 성급하게 발표했다가 결국 이 대통령에게 망신만 준 꼴이다. 최 위원장이 평소에도 방통위와 관련 없는 정치적 사안에도 관여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등 처신에 문제가 있었는데 이번 경우를 보면 조직 수장으로서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이번 개각에서 최 위원장도 이상득 의원처럼 2선 퇴진을 선언하고 물러나야 할 것”이라고 공세를 펴고 있다.




‘입각 또는 출마’ 박희태 거취 유동적


이 대통령의 ‘올드보이’에 대한 정리 의지는 박희태 대표의 향후 정치적 행보를 통해서도 드러날 전망이다. 박 대표는 후반기 국회의장을 노리고 있기 때문에 이번 양산 재·보궐 선거에 ‘꼭’ 출마해야 하는 절박함이 있다.
이번 기회에 여의도로 복귀하지 못하면 자신의 정치적 생명도 마감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본인도 출마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그런데 주변 상황이 여의치 않다. 무엇보다 당선 가능성이 불투명하다는 점이 가장 큰 고민이다. 최근 청와대와 각 예비후보 진영에서 여론조사를 했지만 박 대표에게 우호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청와대에서도 박 대표의 출마에 대해 부정적인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한나라당의 한 핵심 인사는 이에 대해 “박 대표가 혼란스러운 시기에 여당 컨트롤 타워로서 훌륭한 역할을 했다는 점은 이 대통령도 높이 평가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여권에서 쇄신론 이야기가 나오면서 여당도 뭔가 간판부터 시작해서 분위기를 좀 바꿔봐야 한다는 게 대세다. 이 대통령도 최근 만난 당 인사들을 통해 여당 쇄신론에 공감을 나타냈던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특히 청와대 주변에서는 “박 대표가 10월 재보선에서 낙선할 경우 당과 정부에 적지 않은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 청와대가 이런 분위기를 박 대표 측에 전달했다”라는 말도 나온다.
박 대표의 당선 가능성이 낮아 청와대가 제3의 인물을 공천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안상수 원내대표가 차기 국회의장의 잠재적 경쟁자인 박희태 대표에 대해 공천을 주지 않으려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당 내부의 시각도 있어 박 대표는 더욱 어려운 처지로 몰리고 있다.
애초 박 대표의 양산 재보선 출마는 기정사실처럼 보였지만 이 대통령이 원로그룹 퇴진이라는 큰 틀의 여권 개편 작업을 주도하는 분위기와 맞물리면서 박 대표의 ‘재보선을 통한 여의도 복귀’ 목소리에 힘이 빠지고 있는 셈이다.
이런 분위기를 감지했던 탓일까 박 대표는 지난 11일 청와대에서 이 대통령과 독대하며 출마 의지를 내비쳤지만 이 대통령의 반응은 생각만큼 적극적이지 않았다고 한다.
한편 개각을 둘러싸고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젊고 참신한 인물’을 총리 내지 장관 감으로 찾고 있다는 이야기가 계속 흘러나오고 있다. 청와대를 다녀온 여권 인사들의 전언에 따르면 “이 대통령이 ‘젊은 인재가 없느냐’라는 말을 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소식통은 총리 인선과 관련해 “대통령이 참신하고 능력 있는 사람을 물색 중이다. 비교적 젊다고 할 수 있는 50대가 대상일 것”이라고 전했다. 이런 이 대통령의 인선 기준은 근래 그가 인선한 사람들이 주로 50대 일색이라는 점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백용호 국세청장(53), 김준규 검찰총장 후보자(54), 정호열 공정거래위원장 내정자(55)가 모두 그렇다. 낙마한 천성관 전 검찰총장 후보자도 52세다. ‘원로그룹’이 주축이던 1기 정권 때의 내각이 70대 총리-60대 장관의 라인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이 대통령의 ‘영 보이’ 기용 의지는 어느 정도 논거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젊은 피 수혈














 ▲ 최시중 – 이상득

이 대통령을 오랫동안 보좌해온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이 대통령의 이 같은 ‘올드 보이’ 정리 의지에 대해 “최시중 위원장이 경질되고 박희태 대표가 10월 재보선 출마를 위해 대표직을 그만두면 이상득-박희태-최시중 등 이명박 정권 초기 국정운영을 주도하던 원로그룹들이 모두 2선으로 후퇴하게 된다.
이 대통령으로서는 국정 운영 초기에 많은 조언을 받기도 했지만 그동안 이들이 인사를 비롯해 여러 차례 논란을 일으켰던 만큼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원로그룹의 퇴진은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다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사실 이 대통령에게 국정을 ‘마음껏’ 운전할 시간은 많지 않다. 내년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여권 내 권력 구도가 차기 대권주자 중심으로 재편될 경우 이 대통령의 행동반경도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대통령이 마음껏 국정 드라이브를 즐길 시기는 ‘지금’뿐이다. “‘젊은 피’로 확 바꾼 뒤 ‘마음대로’ 운전 한번 해 보겠다”라는 그의 호기가 꼭 욕심만은 아닌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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