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치기 커넥션 ‘위험수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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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검찰이 대대적으로 환치기 단속에 나섰다. 그동안 미주지역과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한 속칭 ‘환치기’(불법 외화교환) 사범을 대거 적발, 구속하며 일대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해외 카지노에서 상습적으로 도박을 하거나 수입대금 송금 등을 위해 환치기를 이용한 국내 부유층과 업자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수사과정에서 미주지역과 동남아 지역 환치기 일당의 국내 영업소 책임자들도 대거 정체가 드러났다. 환치기란 환전소나 은행 등 적법한 환전·송금 절차를 거치지 않고 개인 간 불법적으로 이뤄지는 외화·원화 거래 수법이다.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는 올해 상반기 환치기 사범 단속을 벌이면서 LA와 뉴욕 등지에서 상습적으로 환치기 영업을 크게 하고 있는 업자들의 명단을 입수해 FBI 연방수사국과 수사공조를 의뢰했다.
국내 수사팀은 환치기 조직과 커넥션을 발본색원하겠다는 각오를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또한 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경제침체 상황에서도 외환사범이 1조9600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05%나 급증하는 등 불법자금을 굴리기 위한 환치기 수법이 조직화, 대형화되고 있다.
여기에 일부 무역업자들이 허위·과장 원장을 통해 막대한 국부를 유출시키고 있어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선데이저널>은 위험수위를 넘어선 교묘한 환치기 실상을 집중추적했다.
                                                                                      <조현철 취재부기자>



검찰은 지난 3월 자동차부품 수출 기업 대표인 구모(51)씨 등 7명을 외국환업무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구씨는 외국환업무취급기관을 통해 대금을 결재해야 함에도 환치기 계좌를 통해 불법으로 영수하는 방법으로 50여회에 걸쳐 40억원을 국외에 빼돌림 혐의다.
검찰은 또 지난 5월 뉴욕에서 첵 케싱 업소를 운영하는 한국인 K(47)씨를 자신의 국내 대리인 계좌를 통해 지난 3년간 3000만 달러를 불법 환치기한 혐의로 수배하고 K씨의 대리인을 구속기소했다.
수사팀은 라스베가스에서 웨스턴 유니온 첵 케싱 업소를 운영하고 있는 T(42)씨 역시 같은 혐의로 기소중지 시키고 법무부에 입국 시 통보 지시를 내렸다. 금년 들어 한국 검찰은 환치기 사범으로 7명을 구속하고 현재 대규모의 환치기 커넥션 조직을 집중 수사하고 있다.


해외 카지노 환치기 업자 줄줄이 쇠고랑


검찰은 지난달 해외 카지노에서 상습적으로 도박을 하거나 수입대금 송금 등을 위해 환치기를 이용한 일당을 무더기로 적발됐다.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는 올해 상반기 환치기사범 단속을 벌여 환치기 업자 3명과 사용자 12명 등 모두 15명을 적발해 7명을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 중 비교적 환치기 액수가 적은 8명은 벌금 200만∼2000만원에 약식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모 기업대표 성모씨는 지난 2006년 4월∼지난해 6월까지 미국 현지 환치기 사범과 공모해 국내에서 해당 국가로 보낼 돈을 수금, 환치기 계좌에 입금하는 수법으로 모두 2500여 차례에 걸쳐 150억원을 불법 송금했다.
부산지방검찰청도 지난 6월 LA의 대규모 환치기 업자와 한국 내 환치기 조직을 일망타진했다. 이들 조직은 유령계좌 50여개를 이용, 5년 동안 무려 1500억원이 넘는 외화를 국외로 빼돌렸다. 일당은 이 과정에서 100억원 이상의 수수료를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조사 과정에서 이례적으로 환치기 의뢰인을 구속하기도 했다. 이들은 1억원이 넘는 환치기를 의뢰한 혐의로 수사팀은 미국 체류 중인 이들 5명을 출국정지 시켰다.
검찰은 또 이모씨가 미국 LA의 환치기 업체에 10억원(당시 100만 달러)을 투자한 뒤 국내 환치기용으로 자신의 계좌를 제공해 2억2000만원을 송금하게 한 혐의를 잡아 함께 기소됐다.
이달 초에는 중소기업 대표와 유명 방송작가 등도 환치기를 통해 송금 받은 수억원으로 중국 마카오와 필리핀 마닐라, 미국 라스베이거스 등지의 호텔 카지노에서 거액을 탕진하는가 하면 일부 업체 대표들은 수입대금을 불법으로 송금 받아 탈세행각을 저지르기도 했다.


환치기 수법 각양각색


환치기는 과거부터 미국과 일본 등지를 대상으로 음성적으로 벌어져왔다. 여행자유화 이후 필리핀, 태국 등 동남아지역에서 유행처럼 번져 유럽지역 까지 확산돼 이제는 세계 한인들이 사는 전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날이 갈수록 환치기 수법도 다양해지고 있다. 수입물품 신고가격을 실제보다 낮게 처리해 차액을 여행 경비나 개인송금용으로 유용하거나 수입대금을 실제보다 과도하게 지급하는 방법으로 외화를 빼돌리는 가장 흔한 수법이다. 여기에 위장무역을 통한 환치기 역시 불법외환거래의 일종으로 대부분 예전부터 써 왔던 고전적인 환치기 방법이다.
이런 가운데 차명계좌를 이용한 거액의 입출금 거래가 전체 불법거래 의혹 건수의 50% 이상을 차지한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이는 불법외환거래 단속이 그동안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본국 관세청이 2005년~2008년까지 미화 1만 달러 이상을 5차례 넘게 해외에 반출했거나 외화반출규모가 10만 달러 이상인 기업 9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불법외환거래 혐의가 있는 기업 46곳을 가려내 정밀조사에 들어갔다.
이번 수사를 통해 환치기 규모나 건수를 짐작할 수 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9.11 테러사건 이후 불법자금 차단을 목적으로 환치기 관련사범들에 대한 정보와 리스트를 입수하고 FBI가 오래전부터 주시해 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부유출 부추기는 외화도피


최근 원화강세와 북핵문제, 세계적인 경기침체 등으로 한국에서 LA나 미국 각지로 거액의 원화가 달러로 환전돼 들어오고 있다. 이 자금은 정상적인 외환 송금거래를 통해서도 들어오지만 상당수 거금이 불법 환치기를 통해 밀수입되고 있다.
다시 말해 한국에서 재산을 빼돌리려고 마음만 먹으면 통계상 흔적이 거의 잡히지 않아 얼마든지 외화를 빼돌릴 수 있다는 얘기다.
세금 한 푼 내지 않고 재산을 빼돌리는 가장 용이한 방법은 남의 이름을 빌려 해외로 송금하는 것이다. 해외송금은 사유에 따라 법적 한도가 정해져 있지만, 타인 명의를 빌리면 한도 이상 여러 번 보낼 수 있다. 모 시중은행 외환담당 직원은 “차명송금은 아주 흔한 일”이라며 “여러 사람의 이름을 빌려 송금을 하면 어지간한 규모의 자금은 티 안 나게 조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차명송금이 상대적으로 소액도피에 이용된다면 ‘환치기’는 자금규모가 클 때 쓰는 수법이다. 수출대금 등 외국에서 받아야 할 돈을 정상적인 외환계좌를 통해 해외에서 입금 받는 대신 국내에서 원화로 지급하고, 외화는 빼돌리는 것이다.
외국 보따리 장사들과 연계를 맺어 해외에서 달러를 받은 뒤, 국내에서 원화를 지급하는 수법으로 돈을 빼돌리는 전문적인 환치기 업자들도 상당수다.
하지만 환치기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자금 규모가 크면 활용하기 어렵다. 때문에 일정액 이상인 경우 흔히 외국기업과의 거래관계를 이용하는 수법이 동원된다. 이중장부를 작성해 차액을 빼돌리는 것이다.
외화도피의 대표적인 사례는 물품과 부품을 외국에서 수입하면서 부품가격을 높게 조작해 차액을 빼돌린 것이다. 또 주식을 해외에 팔아 주가를 낮게 계산하는 수법도 통상적으로 이용된다. 외국에서 받은 수출대금 액수를 낮춰 계산하거나, 해외공사에서 비용을 부풀리는 수법도 흔하다.
아예 거래가 없으면서 거래가 있는 것처럼 꾸며 대금을 송금하는 식으로 돈을 빼돌리기도 한다. 금융전문가들은 이밖에 해외에서 활동하는 현지법인이나 지사에 돈을 보내거나, 거기서 벌어들인 수익금으로 비자금을 조성하는 방법, 해외 마케팅 등을 대행하는 자회사를 운영하면서 거래수수료를 과다하게 책정하는 수법으로 돈을 빼돌리는 것이 어렵지 않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렇게 발생한 불법외환거래는 지난해 총 262건이었지만 올해 4월말 현재는 320건을 훌쩍 넘겼다. 수법도 갈수록 대범·지능화하면서 적발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금융기법이 발달하면서 인터넷상에 가명 유료사이트를 개설, 이를 통한 외화밀반출 시도 사례 등이 빈번하게 벌어지지만 좀처럼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 20008년 10월 LA와 뉴욕에서 모 한인은행 직원이 돈세탁을 벌여 해고당한 사건이 있었다. 지금도 송금의뢰인이 누구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이 직원이 환치기를 벌였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즉 두 은행 모두 한국에 있는 은행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니 본국에서 이런 불법적인 자금을 송금하기 위해 동원된 불법적인 수법 중 하나일 것이란 얘기다.
해외여행에서 카지노의 늪에 빠지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 또한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한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호텔 카지노에 손님을 끌어가는 브로커, 노름판돈을 현지에서 빌려주는 환전 조직이 뒤얽혀 동포들을 파멸의 늪으로 이끌고 있다.


카지노 도박에 미쳐 환치기 조달


실제 지난해 10월 남편과 이혼한 임모(36·여)씨는 강남 모 사우나에서 만난 일행과 필리핀 여행을 떠났다. 이들은 ‘머리나 식히자’며 임씨를 마닐라 번화가인 마카티 지구의 헤리티지 호텔 카지노로 데려갔다.
간단한 규칙의 바카라 게임에 빠져든 임씨는 이틀 만에 가져간 돈을 모두 탕진했다. 임씨의 일행은 선뜻 그에게 돈을 빌려 줬다. 순식간에 빚은 2500만원에 이르렀다. 당혹해 하는 임씨에게 이들은 “한국에 전화해 우리가 불러주는 계좌에 돈을 넣으면 이쪽에서 달러로 받아 빚을 갚을 수 있다”고 했다.
신변에 위협을 느낀 임씨는 서울 집에 전화해 돈을 입금하도록 했고, 몇 시간 뒤 일행은 “돈이 들어왔다”며 임씨를 놓아주었다. 그들은 필리핀 현지 카지노와 연계된 ‘카지노 브로커’였다. 임씨가 발을 들여 놨던 헤리티지호텔은 연예인 주병진, 장고웅씨 등이 도박에 빠져들었던 바로 그곳이었다.
이들이 현지에서 돈을 조달할 수 있었던 것은 이른바 ‘환치기’ 업자들과 손을 잡았기 때문이었다. 즉 ‘환치기’는 일반적으로 현지 사채업자가 외국환으로 도박 자금을 대준 다음 한국에 귀국해 원화로 돈을 받아 다시 송금하는 수법이다.
LA 일원의 카드게임 도박장인 폐창가와 파라 카지노, 레인보우, 바이스클 등을 비롯해 라스베가스 등지에 한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환전소들이 적어도 10여개 이상 영업 중이며 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 환전소를 합하면 20개가 넘는다.
환전소를 중심으로 하는 환치기 조직들은 카지노에서 돈을 탕진한 이들 이외에도 해외수출 대금을 몰래 현지로 빼돌려 비자금을 만들려는 사업가들이나, 해외로 재산을 도피하려는 이들의 외화유출 창구 노릇을 하고 있다.
환치기 업자들이 국내 브로커를 통해 개설한 통장에 한국 돈을 집어넣고, 미주 현지에서 그만큼 외화로 받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환치기는 비단 환전소나 금융기관 또는 수출상사 등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다. 여행사, 유학 상담소, 선물점, 택배점 등에서도 일부가 환치기 수법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환치기 업자들 ‘요주의 인물’


최근처럼 경기가 어려울 때는 자금난을 겪고 있는 일부 기업들이 무역거래나 자본거래를 위장해 외화를 다른 나라에 빼돌릴 가능성이 크다. 정부와 관련기관은 감시 감독 체계를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더구나 외환거래가 자유화되는 마당에 이에 상응하는 각종 위험관리 시스템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고서는 제때 대응하기 어렵다. 각종 규제가 얽혀 있는 지금도 외환관리에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복잡한 외화의 흐름을 치밀하게 관리, 감독할 수 있는 기구와 제도의 뒷받침은 절대적이다.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의례적인 대책 논의로 끝나서는 오히려 역효과만 가져올 뿐이다. 더 이상 국부의 부적절한 불법유출이나 확대되는 일이 발생해선 안 된다. 개인 역시 카지노에서 놀음과 유흥을 위한 불법적인 환치기 수단을 자제해야 한다. 순식간에 인생이 파탄날 뿐 아니라 국부유출 등의 부작용이 심각하다는 점을 자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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