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 여파 속 ‘한인타운 아비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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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불경기 여파가 LA한인사회의 재앙으로 불어 닥치고 있다. 과거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경기 침체 영향으로 한인사회 구성원들의 생존을 위한 몸부림은 가히 처절할 정도다. 사회전반에 걸쳐 퍼지고 있는 불경기 여파로 지난 수십 년 동안 뼈를 깎는 고통을 견디며 일군 동포들의 ‘아메리칸 드림’이 송두리째 무너지고 있다. 경제난의 후유증은 고스란히 이민가정의 붕괴로 이어져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간 영업실적 면에서 승승장구하던 한인은행들 조차 위기에 봉착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은행들의 생존수단은 결국 한인 사업주들의 목을 조이며 돈줄을 틀어쥐는 악순환으로 비화됐다. 오히려 은행들은 대출금 회수에 혈안이 돼 가뜩이나 심각한 한인타운 경제를 고사시키고 있다.
이런 사태가 오기까지 가장 큰 책임이 있는 건 무조건 사업 확장에만 목을 맨 일부 업주들이다. 장기화에 빠진 경기침제에도 이를 지나치게 안일하고 근시안적으로 분석한 탓에 결국 악재의 부메랑을 맞고 만 것이다.
최근 한인타운 내 대형 쇼핑몰과 신축콘도들이 대부분 유령화 됐으며 아파트 임대료와 자동차 할부금을 내지 못해 차압을 당하는 사례도 지난해에 비해 무려 20% 이상 급증했다. 바야흐로 ‘한인타운 몰락’의 전주곡이 울리기 시작한 셈이다.
                                                                                  <리챠드 윤 취재부기자>



한인타운 내 잘나가던 대형음식점들의 폐업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성업했던 웨스턴가의 한식 레스토랑 ‘서라벌’이 만성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끝내 문을 닫았다. 6가에 위치한 신정식당도 마찬가지다. 올림픽가 D식당을 비롯해 올해 초 문을 연 초대형식당들도 줄줄이 폐업을 목전에 두고 있는 상황이다. 한인식당들의 연쇄 도산이 불 보듯 뻔한 실정이다.
이들 업소들 대부분은 손님에게 무제한으로 고기를 제공하는 ‘뷔페식’ 상차림을 고수해왔다. 불경기 극복을 위해 ‘박리다매’식의 저가 영업정책을 시도했지만 오히려 경영부실을 가속화 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1인당 15달러였던 무제한 육류식당은 업소들이 난립하며 지나친 가격경쟁에 뛰어들었다. 이들 업소들은 급기야 10달러 이내로 입장가격을 내리면서 ‘제살 깎아먹기’를 반복했다.
이런 악순환은 비단 무제한 고기뷔페 식당의 얘기만이 아니다. 한인타운에서 성업 중이던 일식집들도 사정은 똑같다. 한국에서 수입한 광어회 한 마리 가격이 99달러. 이것도 5명이서 충분히 먹고 남을 정도의 많은 양으로 승부를 걸었다.
생선 원가만 한 마리에 50달러가 넘는 상황에서 업주들은 손해를 감수해서라도 고객 유치에 사활을 걸었던 것이다. 이런 비정상적인 경쟁에 수많은 식당들이 가세하자 결국 ‘광어회 무제한’이라는 극약 처방까지 등장했다.
결론적으로 손님이 몰릴수록 업주는 손해를 보는, 기형적인 영업 전략이 한인타운을 휩쓸었던 셈이다.


한인타운 불황 치명타에 ‘시름시름’


최근 한인타운에서는 식당, 의류 가전제품 등 업계 전반에 걸쳐 ‘세일광풍’이 불고 있다. 경기침체에 견디다 못한 업소들이 ‘세일’을 한다고 대대적으로 광고를 내지만 그나마도 소비자들의 반응은 차갑기 그지없다.
리본 전자를 비롯한 전자 판매회사들이 줄줄이 도산하고 수백만 달러 이상의 투자금으로 문을 연 대형식당들이 차례로 폐업수순을 밟고 있다. 수일 전 가게를 폐업한 채 야반도주한 한 식당주인은 지난 해 100만 달러를 주고 가게를 사들였지만 전 세계를 강타한 금융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야반도주하는 신세가 됐다.
거래하던 고기 도매회사에 무려 20만 달러의 외상을 진 업주는 밀린 직원 임금 10만 달러 와 약 50만 달러의 부채를 이기지 못하고 결국 종적을 감추고 말았다. 박리다매 전략으로 매상은 올랐지만 적자행진은 계속됐고 고기 값은커녕 직원들 월급조차 줄 수 없는 상황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종업원들은 졸지에 업주가 잠적해버리는 바람에 밀린 임금마저 떼일 처지에 놓였다. 종업원들은 앞으로의 일이 막막하기만 하다. 예상은 했지만 ‘설마 사장이 야반도주라도 하겠느냐’는 푸념은 결국 현실로 다가왔다.
직원들은 사장의 입장을 이해하면서도 당장 아파트 임대료와 생활비조차 구할 길이 없어 난감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새 일자리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아 한숨만 쌓이는 입장이다.
이 같은 비극은 비단 문제의 식당 얘기만이 아니다. 최근 영업난에 시달리고 있는 두부전문식당 ‘두부마을’도 종업원들의 임금 체불문제로 전운이 감돌고 있다. 다른 식당들도 다를 바 없다. 도매상들은 이제 현금이 아니면 식재료를 납품하려 하지 않는다.
생선회집도 상황은 비슷하다. 결국 ‘문어 제 다리 잡아먹는’ 격이 된 셈이다. 식당뿐만이 아니다. 한인타운 대형마켓들의 상황은 오리혀 더 심각하다. 개점 4개월 만에 문을 닫은 시티마켓의 경우 결국 가격경쟁에서 밀린 케이스다.
시금치 10단에 1달러, 파 20단에 1달러 등 매일 세일광고들이 홍수를 이뤘지만 고정된 고객을 상대로 난립한 마켓은 아무리 세일을 해도 매상을 올리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조만간 또 다른 대형마켓이 문을 닫을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한 가운데 한인타운 내 업체들을 둘러싸고 흉흉한 분위기는 점차 널리 퍼지고 있다.




한인타운 상가들 ‘죽으란 말이냐’


불경기의 근본원인은 LA다운타운 자바시장의 붕괴와 부동산 침체다. 한인타운의 축을 이뤘던 자바시장과 부동산업 시장 몰락은 한인타운 경기에 직격탄을 날렸다. 자바시장 내 봉제업 등 한인이 상당부분 진출했던 사업이 무너지면서 한인사회 전체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여기에 최근 은행을 비롯한 금융사들이 대출규제를 강화하면서 관련 업계는 완전 마비 상태에 이르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출감소와 맞물려 자금경색까지 심화돼 자동적으로 부동산 시장에까지 찬물을 끼엊은 셈이다.
지난 10년 가까이 호황기를 맞았던 부동산 업계는 한마디로 ‘파멸’ 그 자체지경에 내몰렸다. 사업자 대출을 위한 부동산 담보는 가치가 추락해 웬만해서는 추가 담보를 제공하거나 원금 상환 독촉에 시달려야 하는 상황이다.
최근 일부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고 있다는 소식이 나오고 있지만 LA한인타운에는 남 얘기나 다름없다. 오히려 매매는 전보다 더 줄었다. 한인타운 곳곳에 신축된 콘도는 모두 유령콘도로 전락했다. 사업주들이 온갖 전략을 내세우며 구매자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지만 반응이 없다.
타운 중심부에 신축된 콘도를 쇼트 세일로 매입해 지난 달 입주한 한인 K씨는 공포감을 호소하고 있다. K씨는 “한밤중에 텅 빈 주차장에 들어갈 때마다 머리카락이 곤두선다”며 “콘도마다 불이 꺼져있고 사람 인기척조차 없어 으스스하다”고 토로했다. 큰 맘 먹고 장만한 콘도지만 빨리 팔고 싶을 지경이라는 게 K씨의 하소연이다.
LA한인타운 중심부에 신축된 상가와 콘도 분양은 전멸이라는 단어가 무색할 정도다. 사업주들이 건축을 포기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고 건설사 대출을 해준 은행들은 대출금 회수 방법을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실대출로 인한 감독국의 대손충당금 요구에 은행들 마다 전전긍긍 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상가들은 콘도보다 더 심각하다. 임대료에 의존하고 있는 상가들은 업주들이 장사가 되지 않아 이를 수개월째 체납하자 극단의 조치를 취해보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다. 상가마다 빈 상점들이 즐비하고 임대료를 못내 야반도주한 업소엔 퇴거 경고문이 붙어 있다. 주인 잃은 가게터엔 재고물품이 아무렇게나 방치돼 있어 을씨년스럽게 그지없다.




암울한 타운 분위기


지난해 9월 글로벌 금융위기 후 LA한인타운은 흡사 핵폭탄을 맞은 듯 흔들리고 있다. 한인은행들은 몸집을 줄이기 위해 행원들을 대량해고 했으며 앞으로도 감량경영을 유지하겠다고 선언해 사원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지난 6월 문을 닫은 미래은행의 경우 이를 인수한 윌셔은행이 기존 은행원 규모를 절반 이상 감원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27개의 지점을 자랑하는 한미은행도 지난 해 대량감원에 이어 추가감원을 예고하고 있으며 나라·중앙은행 등도 감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
한인 은행 내부 분위기는 썰렁하기 그지없다. 깨끗이 치워진 빈 책상들이 암울한 현실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할 정도다.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스카우트 광풍이 불던 은행가엔 먼지만 수북이 쌓여있다.
2000명이 넘던 은행종사자들이 불과 수년 사이에 10.2%나 줄었다. 하지만 해고의 칼날은 올해는 물론 오는 2013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나왔다. 이 같은 대량 감원 바람은 비단 은행권 뿐만이 아니다. 한인언론사들 역시 불경기로 죽을 지경이다.
한국·중앙일보 등 유력 일간지와 라디오코리아, 기타 지역 TV방송국들이 직원들을 대량 해고하거나 감원했다. 살아남은 직원들도 고통분담차원에서 급료를 자진 삭감했다. 광고수입이 절반 이상 줄어든 언론사도 상당수다. 그나마 광고료로 받은 약속 어음은 지급기일을 맞아 부도나기 일쑤다.
타운을 지탱하던 주력사업들이 줄줄이 무너지고 이로 인해 일터를 잃은 사람들은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업주의 야반도주로 문을 닫은 한 식당에서 웨이트리스로 일하던 A씨는 “당장 전기료며 가스비 낼 돈조차 없다”며 울먹였다.
A씨는 “2개월째 밀린 아파트 임대료와 자동차 할부금을 고민하느라 불면증까지 생겼다”고 호소했다.
이것이 오늘 날 경기불황에 허덕이는 한인타운의 현주소다. 아파트 임대료가 비싸 이사를 가려고 해도 여윳돈이 없어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들도 대다수다. 이 같은 생화고는 이민가정 붕괴로 이어지고 있다. 부모의 실직으로 아이들이 거리로 내몰리고 돈 때문에 생기는 가정폭력이 도를 넘어서고 있어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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