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안호 무사귀환’ 북한의 속셈은 무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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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30일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었다가 북한 경비정에 나포됐던 ‘800 연안호’와 선원들이 꼭 30만인 지난달 29일 전원 무사귀환 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13일 개성공단 내 현대아산 직원 유성진씨가 억류 136일 만에 석방된데 이어 연안호 선원들의 귀환도 무사히 이뤄져 북한의 우리 국민 억류 사태는 일단락됐다.
최근 잇단 북한의 유화적 움직임은 남북관계에 적잖은 탄력을 줄 전망이다. 추석 전 이산가족 상봉과 개성·금강산 관광 재개 등 예정된 만남을 통해 남북간 대화의 깊이와 폭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까닭이다.
자국민 억류와 교류 중단 등 민감한 사안들이 해결된 가운데 북한의 태도 변화를 놓고 갖가지 설들이 난무하고 있다. 대북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강경 일변도에서 유화책으로 방향을 튼 북한의 속내에 특별한 노림수가 있을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우리 정부는 남북 교류에 있어 잠시 ‘숨고르기’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미국은 북한이 제의한 ‘북-미 직접대화’에 대해 우회적으로 거절 메시지를 보냈다. 미국 국무부는 최근 정례 브리핑을 통해 북한의 태도 변화는 고무적이지만 다자 대화 틀 안에서 북한과의 대화를 유지한다는 기존 원칙에는 변화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한국지사-박희민 기자>




“인민재판 넘기겠다” 간첩행위 인정 강요


북한 당국은 월선해 예인된 연안호 선원들에게 ‘남한 당국으로부터 을지훈련 대비 정찰임무 등을 부여받고 고의 월선했다’는 혐의를 시인하도록 강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속초 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선원들은 선박 안에서 이틀 간 억류된 뒤 원산 인근 휴양소에 수용된 채 집중 조사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북한 당국은 “사실대로 진술하지 않으면 영해 불법 침입죄로 인민재판에 회부하겠다”며 선원들을 위협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선원들은 고의 월선이나 정탐부분에 대해 강력히 부인했으나 북한 해역 월선 사실에 대해서는 잘못을 시인하는 자술서를 제출한 뒤 석방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1일~19일까지 조사를 벌인 북측은 사실상 조사가 마무리된 뒤에도 시기를 저울질하며 우리 선원들을 억류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경찰에 따르면 다행히 조사과정에서 욕설이나 구타 등 가혹행위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하루 세 번씩 정상적인 식사와 간식을 제공받으며 비교적 양호한 건강상태를 유지했다.
경찰과 정부의 합동 조사 결과 연안호는 GPS를 장착하지 않고 조업에 나섰다 항로를 이탈해 북쪽 해역을 넘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연안호는 지난 7월 29일 오후 1시께 GPS를 장착하지 않고 오징어 조업을 위해 고성 거진항을 출항, 69마일 떨어진 공해 상에서 조업 중이었다. 이후 30일 오전 1시께 나침반 등에 의존해 거진항으로 회항하려다 항로 착오로 북한 해역을 넘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금강산·개성관광 부활 가능성


억류됐던 우리 국민들이 모두 무사히 귀환한 것과 함께 북한은 남북관계 차단조치로 지난해 12월부터 시행한 ‘12.1조치’를 지난달 21일자로 전격 해제했다. 이로서 개성공단 관계자의 통행·체류, 물류관련 불면 사항이 상당부분 해소됐다. 남북 간 교신채널인 판문점 적십자 직통전화 채널도 살아났다.
이명박 정부 들어 처음으로 남북간 대화분위기가 무르익은 가운데 ‘박왕자씨 피격사건’ 등으로 중단된 금강산·개성관광 역시 재개될 가능성이 조금씩 대두되고 있다. 북측은 지난달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과 합의한 5개 사항을 중심으로 대화를 요구할 개연성이 높다.
금강산·개성관광 재개를 위한 남북대화가 조만간 이뤄질 가능성이 큰 대목이다. 그러나 당장 관광이 재개될 것이라 단정 짓기는 이르다. 남북갈등의 핵심인 핵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박왕자씨 피격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책, 관광객 신변안전보장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는 이상 정부가 관광재개 제안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는 일단 ‘숨고르기’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산가족 상봉을 위주로 한 적십자회담의 경우 인도주의적 현안 차원에서 정부가 먼저 대화를 요청했지만 다른 회담을 우리정부가 먼저 제의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美 “北조치 환영, 직접대화는 No”


한편 미국은 북한의 최근 유화책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북한이 요구한 양국의 직접대화에는 명확한 선을 그었다.
미국 국무부는 최근 북한의 미국인 여기자 및 연안호 선원 석방과 잇따른 남북 간 접촉 등 최근의 진전상황은 고무적이지만 북한과 다자대화틀 안에서 대화한다는 미국의 원칙에는 여전히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이언 켈리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달 31일 정례브리핑에서 “이런 상황은 북한이 호전적인 발언을 하고 미사일을 발사하던 수개월 전의 분위기보다 더 나아진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긴 하지만 (동북아 주요국가들이 참여해 해결책을 모색하는) 지역적 해결 방안이 최선이라는 우리의 북한에 대한 입장은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켈리 대변인은 “우리는 북한이 이러한 다자 틀 안에서 지역적 해결책을 모색하는데 동참하기를 촉구하고 있다”면서 “우리의 제안은 6자회담”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의 고위소식통은 보즈워스 특별대표가 성 김 6자회담 특사를 포함해 백악관과 국무부 등 관련부서 핵심당국자들과 함께 다음 달 초 이들 국가를 순방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보즈워스 대표가 북한과의 대화를 재개하는 데 필요한 조건과 형식 그리고 포괄적 패키지에 담을 내용 등을 집중적으로 조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켈리 대변인은 딕 체니 전 부통령이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여기자 석방을 위한 방북을 큰 실책이라고 지적한 것에 대해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 성격을 그렇게 규정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그의 방북은 여기자들이 가족과 다시 만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인도적인 임무수행이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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