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권교체 의미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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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8·30 총선에서 제1야당인 민주당이 단독 과반수를 확보하면서 자민당을 대파했다. 이에 따라 사실상 54년간의 자민당 장기 지배 체제가 막을 내리고 역사적인 여야 간 정권교체가 이뤄지게 됐다.
민주당이 확보한 의석 300석은 여당이 중의원 상임위원장을 독점하고 전 상임위원회에서 여당 위원이 야당 위원보다 많은 절대안정다수 의석(269석)을 크게 웃도는 것이다. 또 지난 1986년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정권에서 자민당이 얻은 최고 의석 기록(300석)도 상회하는 것이다.
민주당이 총선에서 승리함에 따라 일본 정치사는 1955년 창당한 자민당에 의한 장기 집권이 일단 마무리되고 야당에 정권 운영이 넘어가는 새로운 역사를 기록하게 됐다.
민주당이 이번 총선에서 자민당을 완파하고 정권교체를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자민당 장기 지배로 인해 빈부격차나 도시와 농촌 등 지역 간의 격차가 심해지고 경제상황이 극도로 악화하면서 민심이 이탈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또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던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의 개혁 정책이 오히려 비정규직 양산 등 구조적인 문제를 증폭시킨데다 후임자인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의 잇따른 중도 사퇴, 그리고 아소 다로(麻生太郞) 총리의 민심과 동떨어진 행보도 이번 총선 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새로 출범하는 하토야마 정권은 선거 과정에서 제시했던 예산의 전면적인 재편성을 통한 복지분야 지원 확대 등의 정책을 착실하게 추진하면서 내년 7월 예정된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 중의원과 참의원 과반수 확보해 안정적인 국정운영의 기초를 마련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데이빗 김 객원기자>



일본의 8·30 총선 승리로 출범하는 민주당의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정권의 순항 여부는 내년 7월 실시되는 참의원 선거의 결과가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자민당에 대한 국민의 반감과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을 배경으로 54년 만의 역사적인 정권교체를 실현했지만, 변화에 대한 국민의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할 경우에 맞게 되는 역풍 또한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역시 당면 과제는 내년도 예산안 전면 재검토 작업이다. 이미 하토야마 대표는 선거 과정에서 총리 직속의 국가전략국을 설치해 예산안 편성을 총괄키로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새 정부 들어 개혁의 시험대가 될 예산안 편성 작업에서 민주당이 선거 기간 내내 타파를 외쳤던 관료의 벽을 넘지 못하면 집권 초반부터 정국 주도권을 상실하게 될 수 있다.


대외정책 관심













한국이나 미국 입장에서는 역시 민주당 정부의 대외 정책에 관심이 모아진다.
우선 한일관계는 하토야마 대표 등 지도부의 면면을 볼 때 자민당 정권에 비해서는 양국 간 갈등 요소가 대폭 감소하면서 순조로운 출발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토야마 대표는 양국 간 최대 갈등 요인이었던 총리와 각료들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 문제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해 왔다.
아울러 그는 북한의 핵, 미사일 등의 문제에 대한 대책과 관련, “미국과 중국, 한국, 러시아와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특히 한일간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만큼 외교에 있어서 한국을 중시하고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또 하토야마 대표는 재일교포 등을 중심으로 진행 중인 일본 내 영주 외국인 참정권 운동에 대해서도 적극적이다. 그가 주창하고 있는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에서도 한국은 중국과 함께 핵심 축을 차지하고 있다.
대북정책에서도 변화 가능성이 있다. 물론 북핵문제나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 등 양국 간 당면 현안에 대해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결의의 확실한 이행,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라는 자민당 정권의 입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북 강경론이 중심이 된 자민당과 달리 민주당은 대북 대화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는 만큼 북한의 자세에 따라서는 극적인 관계 변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변수도 적지 않다. 먼저 한일관계의 경우, 하토야마 대표가 지난해 5월 민주당 대표에 취임한 뒤 첫 외국 방문지로 한국을 선택, 외국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이명박 대통령과 회담하면서 ‘하토야마 정권’에서의 한일관계에 대한 양국 관계자들의 기대를 불러왔지만, 한일 간에는 여러 가지 장애물이 여전히 존재한다.
야스쿠니신사로 대표되는 역사 문제나 독도 문제가 대표적이다. 하토야마 대표는 야스쿠니신사 참배 반대, 그리고 이를 대체할 국립추도시설 건립 방침을 제시하고, 역사 문제 등이 쟁점화되는 것을 피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자민당을 중심으로 한 극우파들이 내년 참의원 선거 등을 겨냥, 이 문제를 쟁점화할 경우 국내 정치와 한일 관계, 중일 관계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부닥칠 수 있다.
아울러 한국 내의 일본 인맥이 자민당쪽에 집중된 것이나, 민주당 내 실무자급에서 한국 전문가가 부족한 것도 한계로 지적된다.




미국과의 관계


“미·일 지위협정 개정 착수에서 개정 제기로”
하토야마 대표의 다음과 같은 발언은 민주당 정권의 대미외교 정책의 현주소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애초 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발표한 정권공약에서 주일 미군의 지위와 관련된 미·일 지위협정에 대해 “개정에 착수한다”고 명시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집권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자민당 등이 이에 대해 “외교를 모르기 때문”이라는 등의 비판을 제기하자 “개정을 제기한다”라고 한발짝 물러섰던 것이다.
우선 민주당은 미국 외교의 기본을 ‘긴밀하고 대등한 미일동맹 관계’로 정했다. 자민당이 ‘미일동맹 강화’를 내걸었던 것에 비하면 ‘대등한’ 외교 쪽이 두드러져 보인다. 하토야마 대표도 “대미 의존이 아니고 보다 자립적인 외교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해 왔다.
다소 완화되긴 했지만, 지위협정 개정 문제 제기 자체도 자민당 정권보다는 진일보한 것이다. 그동안 일본 내에서 주일 미군에 의한 범죄가 종종 발생했지만, 자민당은 협정 개정보다는 운용 개선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기 때문이다.
아울러 민주당은 자민당 정권에서 미·일 간 합의한 주일미군 재편 문제에 대해서도 ‘재검토’를 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특히 오키나와(沖繩)에 있는 후텐마(普天間) 미군기지 이전에 대해서도 기존 합의와 달리 오키나와현 이외로의 이전을 주장하고 있다.
또 미국과 일본 정부간 핵을 적재한 미국 함선이나 항공기의 일본 기항시 사전에 협의를 하지 않아도 되도록 밀약을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이겠다고 공언했다. 자민당 정권에서는 밀약 자체의 존재를 부정해 왔다.
미국의 입장에서 민주당의 이런 일련의 움직임은 골치 아플 수밖에 없는 일이다. 이미 미국측에서는 하토야마 대표가 선거 기간 뉴욕타임스 등의 기고를 통해 미국 중심주의에 대해 비판하고 동아시아 공동체 등을 주창한데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가 흘러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런 민주당과 하토야마 대표의 대미정책 기조가 새 정부 출범 이후에 그대로 적용될 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정권 공약을 만드는 과정에서 나타났듯이 외교 전문가가 부족한 민주당으로서는 정권 출범 이후 하토야마 차기 총리가 실제 외교 무대에 데뷔하면 현실론으로 쏠릴 수 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경제 분야


민주당은 수출위주의 성장 정책에서 내수위주의 성장 정책으로 전환하는 한편 정책의 우선순위를 공생사회 구축을 위한 복지에 두고 있다.
작년 하반기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가 미국식 스탠더드, 시장지상주의의 한계를 보여준 만큼 일본 고유의 경제질서를 회복하고 사회안전망 확충 등을 통해 공공영역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수출보다는 내수, 대기업 보다는 중소기업, 성장보다는 복지에 주안점을 두고 있으나 당장 거시경제 기조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총리에 취임할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의 전신이 자민당이고 이념적으로 자민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제 정책에서 급격한 변화는 예상되지않는다.
수출을 통한 성장 보다 내수를 강조하고 있지만 주식회사 일본을 지탱하는 주축이 수출이어서 대기업 정책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 우대는 현재 18%인 법인세율을 11%로 내려준다는 것이 핵심이다.
재정운용도 추가로 빚을 내거나 세금을 늘리는 일 없이 무분별한 세금낭비를 막고 공무원 인건비 등을 줄여 이를 자녀수당이나 저소득층 지원으로 돌린다는 것이어서 ‘총론 유지-각론 변화’ 정도다.
하토야마 정권이 당면한 가장 시급한 경제 현안은 디플레이션 차단이다. 성장이고 복지고 경제가 쪼그라들어서는 말짱 도루묵이다.
일본은 실업률이 치솟고 있는 가운데 소비자물가는 떨어지고, 성장률은 마이너스 상황이다. 전형적인 디플레이션의 모습이다.
7월 실업률은 5.7%로 사상 최악을 기록했다. 실업률이 높아지면서 실업자 수는 359만명으로 작년 같은 달에 비해 103만명이 증가했다.
여기에 정부가 고용유지를 위해 기업에 지원하는 고용유지지원금을 받는 사람은 7월 현재 243만2천500명으로 전월대비 2.1% 증가했다. 정부의 지원금이 끊기면 잠재적 실업자로 전락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7월의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대비 2.2% 하락, 3개월 연속 떨어졌다. 사상 최대 하락폭이다.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매출 부진이 지속되자 기업들은 상품 가격을 내리고 이는 기업 실적악화로 연결되면서 성장 둔화를 촉진해 고용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이같은 현상이 지속될 경우 일본 경제는 지난 1990년대의 ‘잃어버린 10년’으로 다시 추락할 수 있다는 비관론도 나오고 있다.
일본 정부는 작년 하반기 금융위기 이후 4차례의 부양책을 내놓으면서 132조엔을 쏟아부었자.
하지만 민간연구소들은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마이너스 2.8%, 내년은 플러스 0.9%로 전망하고 있다. 경제상황이 그다지 개선되기 어렵다는 예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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