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강 사태, 남북관계 새 갈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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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임진강 황강댐 무단 방류로 인명피해를 낸 의도와 관련해 군사적 목적의 ‘수공(水攻)’가능성을 놓고 온갖 분석들이 난무하면서 논란만 가중되고 있다.
청와대의 기본 입장은 북한의 수공 가능성을 포함,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이번 사고를 일으킨 북한의 의도를 분석한다는 것이지만, 현인택 통일부 장관이 나서 수공 가능성을 단정 짓는 듯한 발언을 하는 등 중심을 잃고 있다.
현 장관은 9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북측의 댐 방류가 실수냐, 의도적인 것이냐’는 의원들의 질문에 “의도성이 있다고 분명히 보고 있다”고 답변했다. 임진강 사태 이후 정부 당국자가 북한의 댐 방류를 ‘의도성’있는 행위라고 규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 장관의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자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은 “북한이 대남 통지문에서 자신들이 방류를 했다고 한 만큼 그 방류라는 행위 자체가 의도적이라는 얘기였다. 수공 여부에 대해 말한 것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대북문제를 담당하는 주무부처 장관의 발언은 일반 국민들에게 북한의 ‘의도적 방류’에 대해 정부가 증거를 확보한 것처럼 비춰지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한국지사 = 박희민 기자>



물론 지난 6일 북한이 황강댐을 무단 방류한 전후 상황을 보면 ‘의도성’을 의심할 만한 대목들이 적지 않게 깔려있다. 우선 북한이 갑자기 댐의 수문을 열 경우 남측이 입을 피해를 알고도 긴급하게 많은 양의 물을 흘려보낼 만큼 최근 강수량이 많지 않았다는 점이 의문이다.
북한은 지난 7일 임진강 사태와 관련, 우리 측이 보낸 대북전통문에 대한 답신 형식으로 댐을 예고 없이 방류하게 된 경위를 설명하며 “임진강 상류에 있는 북측 ‘언제’의 수위가 높아져 지난 5일 밤부터 6일 새벽 사이에 긴급히 방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언제’는 수문이 따로 없어 물이 차면 자연 방류되는 댐을 가리키는 북한 말이다.
그러나 북한의 설명과는 달리 8월26~27일 사이에는 황강댐이 있는 황해북도 토산군 지역에 346㎜의 큰 비가 내렸지만, 이달 들어서는 토산군과 신계, 평강 등에 0.2㎜이하의 비만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열흘 전에 내린 비 때문에 긴급하게 물을 흘려보낼 정도로 댐의 수위가 높아졌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대목이다. 더구나 갈수기에 접어들어 농업용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4000만t 가량의 아까운 물을 남쪽으로 흘려보냈다는 점도 납득하기 어렵다.
황강댐은 임진강 상류의 물을 예성강 쪽으로 우회시키는 ‘유역변경식 발전 댐’으로, 북한은 담수한 물을 예성강으로 돌려 개성 지역의 생활용수나 농업용수로 사용해왔다.



‘수공’ 단정 어려워


이런 정황상 ‘수공’가능성이 힘을 얻고 있지만 최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보여준 일련의 대남 유화조치로 미뤄볼 때 단정 짓기는 또 어려운 상황이다.
김 위원장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면담,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계기 조문단 파견, ‘12·1조치’ 해제, 이산가족 상봉 등 한 달 사이에 일어난 변화는 모두 김 위원장의 ‘통 큰 결단’ 때문이라고 말해도 과언은 아니다.
김 위원장의 적극적인 대남 유화 제스처가 현인택 장관의 주장대로 ‘근본적 변화 없는 전략적 태도’라고 가정해도 이렇게 갑자기 돌변한 모습을 보인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이런 정황 때문에 일각에서는 황강댐을 관리하는 북한 군부가 최근 당 지도부의 대남 유화 정책에 불만을 품고 물을 방류했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북한 사회의 시스템 상 군부의 단독 행동은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남북한관계연구실장은 “아무리 군부라고 하더라도 사실상 ‘당 일꾼’의 통제를 받고 있기 때문에 지휘 군관들은 정치적으로 판단할 능력이 없고 단독으로 결정을 내릴 수 없다”며 “군부가 당 지도부에 반발, 댐을 방류했다면 이는 정치적 항명으로 간주돼 숙청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가장 유력한 분석은 북한의 황강댐이나 임진강 상류의 ‘4월5일댐’ 등에 치명적인 결함이 발견돼 보수·정비를 위해 불가피하게 댐을 방류할 수밖에 없었을 가능성이다.
임진강 수해가 일어난 지난 6일에는 수해 현장에서 떠내려 온 것으로 보이는 북측 어린이의 시신이 남쪽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북한도 미처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리지 못할 정도로 급박한 상황이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정보 당국은 황강댐에 결함이 있었는지, 물을 방류할 때 댐의 상황은 어떠했는지를 분석하기 위해 주변국에 위성사진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야 어찌됐든 북한의 무단 방류로 인명피해가 발생한 만큼 북한의 사과 없이는 향후 남북관계도 보장받을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기남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를 단장으로 하는 북한 최고위급 조문단 파견으로 이명박 정부 들어 최고조의 화해무드에 돌입한 남북관계는 이제 다시 한 번 파국이냐, ‘훈풍’이냐는 갈림길에 놓였다.



남북간 직접 대화 필요


향후 남북관계를 풀 열쇠는 사고를 낸 북한도 쥐고 있지만 이 사태를 풀어갈 우리 정부 당국도 쥐고 있다. 아직 북한의 의도성을 확실하게 파악할 구체적 물증도 없는 상황에서 정부 당국자의 단정적 발언이 계속된다면 남측은 임진강 사태를 해결할 남북대화를 시작하기도 전에 스스로 대화의 문을 닫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댐의 수량이 늘어 방류했다고 설명한 북한이 전통문을 통해 이를 다시 번복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남북 당국이 만나 직접 해명을 듣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강경 기류에 휘말리지 않고 사태를 냉정하게 바라보고 판단하는 정부의 대처 능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북미간 봄 오고 있다”


정세현 “北의 강공->유화책은 전형적인 美 유인책”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15일 북한의 최근 유화 제스처를 굴복으로 “잘못 해석해” 계속 압박 전략만 구사하다가는 장차 미국과 북한간 관계개선이라는 급물살 속에서 우리 정부가 “외딴 섬”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며 능동적인 대북정책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정 전 장관은 경실련통일협회가 명동 퍼시픽호텔에서 ‘변화하는 한반도 정세: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개최한 조찬 포럼에서 “북한은 제재가 무서워서 지금처럼 나오는 것이 아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 4월, 5월 북한이 장거리 로켓발사와 2차 핵실험을 감행하는 것을 보고 자신도 미국 오바마 정부의 대북정책이 성립되기도 전에 강공책을 펴다 ‘오바마의 부시화’를 초래하는 것이 아니냐고 우려했으나 “최근 북미간 양자회담 성립 얘기까지 나온 것을 보면 북한이 훨씬 판세를 넓게 보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북한은 부시 전 대통령의 실책으로 빚어진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의 문제가 미국의 대외정책에서 우선 순위가 높기 때문에 미국 외교의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일찍이 간파”하고 “미국의 이 같은 한계를 역이용해서 우리 문제를 해결하자는 식으로 나온 것”이라고 정 전 장관은 분석했다.
즉 북한 핵문제는 9.19 공동성명을 바탕으로 불능화가 상당히 진척되는 등 다른 문제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손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는 점을 미국에 주지시키기 위해 북한은 전형적 방식으로 강공책을 먼저 구사한 뒤 지금의 유화책을 통해 미국을 대화의 테이블로 유도하고 있다는 것.
정 전 장관은 “이에 비해 우리 외교는 웬만한 것은 `미국이 알아서 해 줄 것이다’는 의존심때문에 판세를 크게 보지 않는 병폐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우리 정부는 `지난 1년반동안 북한에 쌀과 비료를 안 주니 북한이 굽히고 나왔다’며 앞으로 `6개월만 더 기다리면 지난 10년간 잘못 들인 북한의 버릇을 고칠 수 있다’는 얘기를 한다는데, 북한은 인구 10분의 1이 굶어 죽어도 눈하나 꿈쩍하지 않는 정권”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이 부시 정부의 6년간의 압박도 핵실험으로 2.13 합의를 이끌어 내며 돌파했는데 우리가 압박한다고 2년만에 무릎을 꿇겠는가”라고 반문하며 “대북 압박에 기반한 `악의의 무시’ 전략은 정세판단 능력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으로 정세 전망에 대해 그는 “북핵 문제의 가닥을 잡지 않으면 내년 핵확산금지조약(NPT) 검토회를 소집해봐야 의미가 없기 때문에 앞으로 6개월은 미국에 굉장히 소중하고 촉박한 시간”이라며 “대북 제재국면이 계속된다고들 하지만 이미 끝물로 물러가는 추이며 북미간 봄이 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같은 기회를 놓칠 경우, 6자회담에서 우리만 외딴 섬이 되고 자칫 김영삼 정부 당시의 통미봉남이 재연될 수 있다”며 현인택 통일부 장관에게 북한의 김양건 통전부장과 장관급 회담을 열어 남북관계 돌파구를 만드는 ‘정공법’을 구사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최근 북한의 변화는 전술적 변화에 불과하다’는 현인택 장관의 언급에 대해 “전술적 변화도 쌓이면 전략적 변화가 되는 만큼 분석만 해놓고 가만히 감 떨어지기를 기다려선 안된다”며 이같이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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