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1년, 세계 경제 어떻게 변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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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딱 1년 전, 글로벌 경제의 역사를 다시 써야 하는 꺼림칙한 사태가 벌어졌다. 2008년 9월7일, 시장경제를 철석같이 믿고 있던 미 연방정부가 2개의 거대 모기지 회사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의 공적관리에 들어간 것이다.
이것은 단지 암흑의 서막을 알리는 전주곡에 불과했다. 곧이어 전 세계를 호령하는 굴지의 미국 투자은행들이 대격랑에 추풍낙엽(秋風落葉)처럼 맥없이 쓰러졌다.
세계 3대 투자은행으로 꼽히던 메릴린치(Merrill Lynch)가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인수되고 리먼브러더스(Lehman Brothers)가 파산하는 등 미 금융권은 예상치 못한 파고에 뿌리째 휘청댔다.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사태로 촉발된 금융위기에 신용시장은 꽁꽁 얼어붙고, 세계 최대 보험회사인 AIG마저 정부로부터 850억 달러의 자금을 꾸어올 수밖에 없는 딱한 상황에 내몰렸다.
세계금융의 중심지인 미국 뉴욕의 월가에 불어 닥친 쓰나미는 지체 없이 전 세계 곳곳으로 세력을 확장했다. 세계 경제 대공황 이후 최악의 글로벌 금융위기의 시련이 지구촌 구석구석을 강타한 것이다.



금융위기는 실물경제로까지 옮아 실업률을 끌어올리고, 주택 압류와 개인파산자 수가 급격하게 불어났다. 이는 미국 경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소비를 심각하게 위축시켜 경제의 악순환을 초래했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세계 경기침체로 이어지면서 빨간불이 켜진 세계 각국은 전례 없는 긴급 경기부양책을 펼치게 된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1930년대 대공황과 비교해 이번 위기를 ‘대공황 2.0’이라고 불렀다.
결국 미국 행정부는 7870억 달러에 이르는 매머드급 경기부양책을 내놓으면서 진화에 나선다. 버냉키 의장은 미국의 기준 금리를 제로금리 수준으로 떨어뜨리는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이를 시작으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통해 국제사회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유례없는 국제공조 체제에 들어가게 된다. 자국의 산업만을 챙기다 공멸의 위기를 자초했던 대공황 때의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한 것이었다.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글로벌 금융이 공생 관계에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일제히 금리를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낮추고, 재정지출을 통한 위기 극복에 발을 맞췄다.


일단 소강국면


신속한 세계의 대응 속에 1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 금융위기는 일단 소강 국면으로 접어드는 분위기다. 금융위기로 반 토막이 났던 세계 주식시장은 올 2분기에 접어들어 가파르게 상승 랠리를 펼치며 위기 이전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올 들어 첫 석 달간의 세계 경기 하락 이후 터닝포닝트를 찍고 세계 경제가 최악의 상황을 지났다는 분석이 중론이다. 지난 3일 발표된 미국의 고용지표를 살펴보면, 실업률은 9.7%로 역대 최고 수준이지만 증가세는 분명히 누그러들었다.
또 최근 투자와 설비도 회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으며 소비자 심리도 상당 수준 올랐다.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로 옮긴 모양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조기 진압에는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는 중국의 역할을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세계 최대 외화보유국인 중국은 보유 외화의 일부를 경기부양을 위해 투입하는 파격적 조치를 보이며 세계 경제의 자유낙하를 떠밀어 올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올해 말까지 선진 7개국(G7) 가운데 영국을 제외하고 대부분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설 것”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당초 예측했던 것보다 빨리 끝날 것”이란 장밋빛 기대와 함께였다.
불행하게도 금융 부문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영국은 글로벌 경기회복이 제조업을 중심으로 이뤄질 것이란 전망 속에 당분간 경기침체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예측됐다.




완치까지는 시간 필요


그러나 세계 경제가 아직 완치되기까진 멀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최근 “위기가 금융 부문에서 경제 전반으로 옮겨가 ‘고(高)실업’으로 대변되는 제3의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런던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는 아직 출구전략의 실행은 ‘시기상조’라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사실 위기 탈출을 낙관하기엔 아직 개운치 못한 감이 있다.
2분기부터 주요국의 경제지표가 호전되고 있지만, 그 수치는 여전히 지난해 수준을 밑돌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기가 완전히 극복되지 않은 상태의 출구전략은 오히려 더블딥(이중침체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출구전략이 조속히 시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전례 없이 막대한 경기부양책으로 재정적자가 쌓여 국가재정이 부실해지고, 물가가 치솟는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티모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도 “글로벌 경제위기가 끝나감에 따라 각국 장관들은 성공적 출구전략을 위한 정책 공조 논의에 착수해야 한다”며 “출구전략은 금융시장에 신뢰를 주기위해 매우 중요한 정책”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 1년간 전 세계가 손을 잡고 ‘대공황 2.0’을 극복하기 위한 여정의 7부 능선까지 접근했다. 하지만 정상에 오르기까지 아직 넘어야 할 험준한 굴곡이 많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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