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틈타 활개 치는 LA 사채업자 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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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숨진 채 발견된 북가주 리코스토어 업주 김모씨의 사망원인은 자살로 밝혀졌다. 김씨는 거액의 도박 빚에 시달리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6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다운타운 자바시장 업주 P씨의 자살 이유도 역시 빚이었다.
최근 잠적한 한 유명 식당주인도 장사가 안돼 급전을 썼다가 이를 갚지 못해 하루아침에 가게를 버리고 야반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리토스 지역 쇼핑센터를 소유하고 있던 한 재력가가 자금난 탓에 주변사람의 소개로 고리대금을 썼다 쇼핑몰을 빼앗기고 화병으로 사망하는 사건도 벌어졌다.
LA 한인사회는 최근 이어진 불경기로 상당수 사업주들이 참담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달 한인타운의 유명 한인 식당들이 줄줄이 문을 닫았으며 앞으로도 여러개의 업소들이 폐업을 예고하고 있다.
한인식당에 고기를 납품하고 있는 E도매상은 미수금이 수백만 달러에 이르며 다른 수개의 고기도매상들까지 합하면 미수금이 1000만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업계 추산이 나왔다.
고기 값이 밀린 식당은 도매상이 고기 납품을 거부하자 하는 수 없이 마켓에서 현찰을 주고 사오는 형편에까지 이르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한인타운에 돈이 씨가 마르면서 고리대금이 성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주들은 비싼 이자를 주고 빌린 돈으로 물건을 사오지만 팔리지 않아 빚만 떠안는 악순환의 연속에 빠져 있다.
결국 이런 상황을 이용해 배를 불리는 것은 불법 사채업자뿐이다. <선데이저널>은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는 불법 사채 시장의 실태와 현주소를 집중취재했다.
                                                                                   <리챠드 윤 취재부기자>



LA 한인사회에서 상당한 재력가로 알려진 K씨는 20년 동안 주류업으로 상당한 부를 축적한 인물이다. 또 그와 절친한 유명식당 주인 L씨 역시 수십 년 동안 식당업으로 현금동원 능력이 수백만 달러에 달해 남부러울 것이 없던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최근 닥친 그로벌 금융위기로 매상이 급감했고 설상가상 10년 넘게 종업원으로 고용했던 직원들이 담합해 추가수당 미지급 등을 트집 잡아 노동청에 고발장을 접수하는 일이 벌어졌다. 남부러울 것이 없었던 K씨와 L씨는 계속되는 악재에 스트레스가 쌓이자 도박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것이 비극의 시작이었다.
도박장을 전전한지 1년 만에 재산을 모두 탕진한 두 사람은 급기야 도박장에서 이른바 ‘꽁지돈’(불법사채)을 쓰기 시작했다. 꽁지 이자는 계속 갚아도 원금은 줄어들지 않았다. 견디다 못한 K씨는 결국 한국으로 야반도주했다. L씨 역시 꽁지꾼들의 협박에 시달리다 최근 잠적했다.


은행들 서민대출 ‘나 몰라라’







지난해 본국의 인기 탤런트이자 개그우먼 정선희씨의 남편 안재환씨가 수십 억 원의 사채를 빌려 썼다 이를 갚지 못하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졌었다. 당시 본국을 발칵 뒤집은 사건 탓에 불법 사채업자들의 ‘무대포식’ 만행이 언론을 통해 드러나기도 했다. 엽기적이다 못해 충격적인 사채업자들의 횡포와 더불어 안씨의 자살사건은 여전히 수많은 의문을 남긴 채 회자되고 있다.
빚을 받아내기 위한 사채업자들의 비열한 수법은 비단 한국뿐만이 아니다. 한인들이 많이 사는 LA는 최근 불법 사채업자들의 득세로 몸살을 앓고 있다. 여기에 최근 계속되는 불경기에 한인들의 자금난은 심각한 상황이다. 은행들은 대부분 신규대출을 동결한지 오래고 집이나 건물을 잡히고 돈을 빌리려 해도 은행 문턱은 높기만 하다.
지난 달 야반도주한 모 일식당 여주인과 웨스턴가 S식당 주인의 사연은 눈물겨울 정도다. 무려 100만 달러 이상 주고 인수한 식당이 적자에 허덕이자 사채에 손을 댄 이들은 늘어나는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밀린 종업원 임금과 임대료를 포함해 수십만 달러의 빚을 지고 보금자리를 떠났다.
지인들에 따르면 이들에게 돈을 빌려준 사채업자들은 매일같이 업소를 찾아와 주인을 협박하기 일쑤였다. 사채업자들은 아예 매일 저녁 매상을 이자조로 챙겨가기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LA한인타운 내에는 약 10여개의 불법 사채업자 조직이 영업 중이다. 이들 중 일부는 한국의 폭력 조직과 결탁해 막대한 자금을 동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운타운 자바시장이나 한인 영세업자들을 상대로 ‘돈 놓고 돈 먹기’를 하는 식이다.
피도 눈물도 없는 이들은 돈을 빌려주기 전 아예 ‘신체포기 각서’를 받고 돈을 갚지 않는 채무자를 상대로 ‘손톱과 발톱을 뽑힌 사례’를 보여줘 겁을 주는 등 채무자 납치 폭행, 가족들에 대한 공갈 협박을 수시로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방수사국은 극비리에 한국 타운 사채업자들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막상 피해자들은 후환이나 보복이 두려워 증언을 피하고 있다.




도박장 꽁지돈, 패가망신 지름길


지난 2005년 7월 20일 오후 9시 쯤 한인 여성 린다 사이호스(66)씨가 중앙은행 가디나 지점 주차장 안에 파킹해 놓은 본인의 벤츠 차량 안에서 20대 한인남성 찰스 이(29)씨의 칼에 찔려 사망했다. 사이호스씨는 LA 인근 카지노에서 ‘꽁지돈’을 빌려주는 사채업자로 일명 ‘린다 아줌마’로 알려진 인물이었다.
‘린다 아줌마’ 피살사건을 계기로 카지노 내 사채놀이가 위험수위에 달했다는 지적과 함께 그 동안 공공연한 비밀이던 한인 사채시장의 실태가 낱낱이 드러났다. 잔인하게 식칼을 휘둘러 살해한 범인 이씨는 평소 친분을 유지하던 사이호스씨와 수차례 돈을 빌리고 이를 제 때 갚아 관계가 나쁘지 않았다.
경찰의 조사에 따르면 숨진 사이호스씨는 빌려준 돈을 받기 위해 폭력배를 사주해 이씨를 수시로 괴롭혔고 참다못한 이씨가 그를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타운 내에서 ‘하우스 도박장’으로 돈을 모은 사이호스씨는 수년 전부터 사채업에 뛰어들어, 본국에서 건너오는 연예인, 정치인 등 유명인사들의 도박자금을 대주며 전문 사채업자로 자리를 잡았다. 이 과정에서 그는 엄청난 부를 축적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결국 돈 때문에 살해되는 비극적인 최후를 맞은 셈이다.
이 사건을 수사한 경찰 관계자는 “카지노에서 활동하는 한인 사채업자들이 1주일에 원금의 10%를 이자로 취하는 살인적인 폭리를 취하고 있다”며 “경우에 따라 이자가 원금의 10여배에 달하는 일도 있다”고 말했다.
‘린다 아줌마’ 사건에서 보듯 LA 불법 사채시장은 대부분 도박과 연관이 깊다. 알려진 것처럼 LA 인근에는 카지노, 즉 도박장이 즐비하다. LA 인근 20마일 반경 내인 가디나 지역, 커머스 지역에 위치한 카지노에는 도박을 즐기는 관광객 뿐 아니라 인근 주민, 원정 온 도박꾼들로 연일 문전성시다.
이외에도 LA 시내 주택가에서는 암암리에 하우스 도박이 성행하고 있다. 특히 ‘한인 하우스 도박판’은 판돈의 규모가 거의 집 한 채 값에 해당하는 20만~30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사채업자들은 사업가나 한인 업주들을 상대로 자금을 빌려주는 방식에서 벗어나 한인 유학생이나 유흥업 종사자, 그리고 한국인 여행객들까지 고객층을 넓힌 것으로 전해졌다.


담보물품에 여권까지 등장


LA 사체업자들은 한국 여권 소지자에 한해 여권을 담보로 1인 당 2000달러에서 많게는 수십만 달러까지 월 30%의 고리로 돈 장사를 벌였다. 유흥업소 종업원들이 주고객이며 이들은 한국에서 방문 비자로 입국한 후 정착비 조달이나 업소에 진 빚을 갚기 위해 여권을 담보로 사채를 썼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흔하다.
사채업자들에게 있어 여권은 최고의 담보다. 채무자가 도주하더라도 여권만 추적하면 신상파악이 쉽게 이뤄지기 때문이다. 사채업자들은 채무자가 돈을 갚지 않고 도망갈 경우 지옥 끝까지 쫒아가서 보복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사채업자들의 인정사정없는 납치·폭행사건은 소문만 무성할 뿐 실제 수사에 착수되거나 언론을 통해 알려지는 사례가 드물다. 이들에게 보복을 당할까 피해자들 스스로 입을 다물기 때문이다.
현재 캘리포니아주에서는 법이 정한 규정 이외에 고리대금법을 주헌법 15조에 명시해 서민 금융의 질서를 확립해 놓았다. 따라서 고리대금(Usury) 이자율을 법으로 정했는데 캘리포니아에서는 개인끼리의 거래에서는 대체로 연리 10% 이상을 받을 수 없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한인사회에서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는 불법 사채업을 법망을 비웃기라도 하듯 그 세력을 점점 넓혀가고 있어 한인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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