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노벨평화상 수상자 선정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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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009년 노벨위원회가 선정하는 노벨 평화상 수상자에 결정된 것을 두고 미국내는 물론이고 국제적인 찬반 여론이 들끓고 있다. 이에 따라 아프가니스탄전쟁 미군 파병 및 건강보험 개혁 등을 놓고 논쟁이 치열한 미국 사회에 갈등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지난해 대선 때 오바마 후보를 지지했던 언론조차 비판의 목소리가 만만찮다. 대선 때 오바마 후보를 지지했던 워싱턴포스트는 10일자(현지 시간) 사설에서 “모두를 당황하게 만든 이상한 노벨 평화상”이라며 “노벨위원회가 꼽은 업적인 ‘국제적인 외교와 협조 강화’는 결실을 본 뒤 수여할 수 있는 적절한 시기가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보수 성향의 월스트리트저널은 “최소한 3년 이상은 돼야 그의 ‘담대한 희망’(오바마 자서전 제목)을 달성할 수 있을지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도 “우리는 오바마 대통령을 지지하고 전임자보다 그를 훨씬 더 좋아하지만 취임 후 곧바로 왜 평화상을 받을 만한지 알지 못한다”고 보도했다.
                                                                                    <데이빗 김 객원 기자>



언론의 비판이 이어지면서 보수진영과 진보진영의 논쟁도 달아오르고 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유엔 주재 대사를 지낸 존 볼턴 씨는 “대통령은 수상을 거부하고 3, 4년 뒤에나 다시 검토해 줄 것을 고려해 달라고 요청해야 한다”고 했다.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인 보수 성향의 러시 림보 씨는 정치전문지인 폴리티코에 보낸 e메일에서 “세계의 엘리트층들은 노벨상을 통해 오바마에게 아프가니스탄에 병력을 증파하지 말고 이란의 핵 개발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적대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도록 하면서 미국을 유약하게 만드는 의도를 계속 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고 비꼬았다. 폭스TV는 “이렇다 할 업적이 없는 인물에게 평화상을 주는 것은 성급하게 ‘성인의 반열’에 올려놓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지난해 대선에서 오바마와 경합했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CNN과의 회견에서 “미국 대통령이 권위 있는 상을 받는다는 것은 미국인으로서 자랑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도 “오바마 대통령의 지도력과 비전에 대한 입증이자 미국 가치에 대한 찬사”라고 반겼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과 앨 고어 전 부통령 등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던 인사들과 민주당 지도부도 “당연한 것”이라며 환영했다.
백악관 로버트 기브스 대변인은 9일 브리핑에서 “노벨 평화상 수상은 이란과 북한의 핵 프로그램 폐기 문제와 연말이 시한인 러시아와의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1) 후속 협정 등 핵무기 없는 세상 실현을 위해 더욱 박차를 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140만 달러의 노벨 평화상 상금은 복수의 자선단체에 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위원회 객관성 논란


논란이 거세지면서 언론은 노벨평화상 선정위원회의 정치적 편향성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미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10일 “노벨위원회가 오바마를 택한 이유는 단순하다. 위원들이 좌파 성향이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임기 6년의 위원 중 야글란트 위원장은 국제적 사회민주주의 정당 조직인 사회주의인터내셔널(SI) 부의장을 맡고 있다. 노동당 당수를 거쳐 1996~97년 총리를 지냈다. 노르웨이의 유럽연합(EU) 가입을 지지하며 EU의 이상을 높이 평가해 “EU가 노벨평화상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한 적도 있다. 국제주의를 지향하고 진보적, 자유주의적이지만 돌출행동이 많아 총리로서는 단명했다.
기업 컨설턴트 출신의 보수당 정치인인 카치 쿨만 피베(58)를 뺀 나머지 3명은 좌파 정당 소속으로 야글란트와 성향이 비슷하다. 미 워싱턴대 북유럽전문가 테리예 라이렌은 “오바마의 정책은 노르웨이의 외교노선과 일치한다”며 “위원들은 오바마의 유엔 연설에 깊이 감명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벨상 여러 부문 중 유독 평화상만은 스웨덴 한림원이 아닌 노르웨이에서 결정한다. 이유는 알프레드 노벨이 1895년 유언장에서 평화상은 노르웨이에 맡기라고 명시했기 때문이다. 초창기 노벨위원회는 노르웨이 현역 의원들로 구성됐으나 정치 바람을 많이 탄다는 비판이 나와 77년 독립기구로 바꾸고 현직 의원의 겸직을 금지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올 후보 중에는 이스라엘 핵무기 개발을 폭로한 모르데차이 바누누, 미국 포크송 작곡가 피터 시거, 짐바브웨 야당지도자 모건 창기라이 등이 포함돼 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후보 명단과 선정 과정의 토론·평가는 철저히 비밀에 부쳐지며, 후보 숫자만 공개된다. 올해에는 역대 최다인 205명이 후보로 추천됐다.
위원회는 매년 2월1일까지 추천된 후보들을 5~25명으로 압축한다. 이 명단을 놓고 위원과 노벨연구소 상임자문위원들이 검토작업을 한다. 9월 중순 자문위원 보고서가 나오면 위원들은 만장일치가 이뤄질 때까지 토론을 벌인다.
수상자가 결정되면 어떤 논란이 제기되든 위원들은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힐 수 없다.


이례적 반박


상황이 이쯤되자 노밸상 위원회는 이례적으로 적극적인 해명에 나서고 있다.
가이르 룬데슈타드 노벨위원회 사무총장은 12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다른 어떤 후보보다도 알프레드 노벨이 남긴 유언에 따른 수상 기준을 충족했다”며 “노벨위는 오바마 대통령이 다자외교와 핵무기 군축 그리고 기후변화 등의 분야에서 국제사회의 분위기를 바꾸고 많은 기여를 했음을 확신한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노벨위 위원들은 노벨상 선정과 관련된 비난 여론에 신경쓰지 않는다”며 “과거에도 노벨위가 내린 논쟁적인 결정들의 상당수가 결과적으로 가장 성공적인 결정이 됐다”고 주장했다. 또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 상당수가 아직 실행에 옮겨지지 못했음을 인정한 뒤 “이번 노벨상 수상이 정책을 집행하는 데 힘을 보탤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룬데슈타드 사무총장은 자신이 사무총장으로 재임한 19년 동안 달라이 라마,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의장,이츠하크 라빈 이스라엘 총리 등 논쟁적인 수상자를 선정했던 데 비하면 이번 오바마 대통령의 수상은 ‘유별난’ 결정이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진보적 민주당 인사에게 편향되게 상을 준다는 미국 보수층 일각의 비판에 대해선 “과거 노벨위원회가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과 시어도어 루스벨트 전 대통령 등 보수 정치인들을 수상자로 선정할 때도 ‘정치적 선호’에 대해 해명한 적이 없었다”며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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