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심한 한인언론’ 독자 외면 심각

이 뉴스를 공유하기














UC버클리 출신의 엘리트인 K씨는 매일 아침 직장에 배달되는 한인 언론을 보며 한숨쉬는 게 일과다. 재미없는 기사의 나열을 한 동안 쳐다보다 ‘볼거리 참 없다’는 푸념만 나오는 것. 아침 7시부터 저녁 7시까지 택시운전을 하는 또 다른 한인 C씨는 라디오 방송을 듣다 짜증이 밀려오기 일쑤다. 광고만 넘쳐날 뿐 과거의 재미는 없어진지 오래인 까닭이다.
최근 한인 언론이 매너리즘에 빠져 있다. 기자들 월급이 평균 10~20%나 깎인 데다 감원으로 기자 1인당 배당된 보도지면은 엄청나게 늘었다. 심신은 지치고 궁핍한 생활에 기자들 사기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 발로 뛰어야할 기자들이 풀죽어 있으니 재미있는 기사거리가 나올 리 없다.
여기에 언론사들이 광고 수익을 차지하기 위해 불필요한 소모전에 열중하는 것도 문제다. 한인사회의 이익을 대변하기보다 광고주 입김에 밀려 홍보성 기사를 남발하는가 하면, 기본적인 보도원칙 조차 무시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데이빗 김 객원기자>




이익 따라 논조 바뀌는 한국-중앙


미주 한인사회 최대 중앙지를 자부하고 있는 한국일보와 중앙일보가 최근 갈 지(之)자 논조로 빈축을 하고 있다. 최근 구 앰버서더 호텔부지에 설립된 학교 벽면에 새겨질 ‘한국-한국인’ 상징물에 대해 두 신문이 극명하게 다른 논조의 기사를 보도해 독자들을 헷갈리게 한 것이다.
중앙일보는 해당 상징물에 대해 부정적인 측면을 부각시키는 데 주력하며 이를 ‘한인 부조상’이라고 명명하는 반면, 한국일보는 ‘한국역사의 벽’이라며 나름의 지칭을 고집하고 있다. 주무기관인 LA교육구에서는 이 상징물을 ‘한국 역사문화의 벽화’로 부른다.
애초 해당 상징물 제작에 대한 기사는 2년 6개월 전 중앙일보가 최초로 보도했지만 이후 후속 취재가 이뤄지지 않았다. 그런데 한국일보가 지난달 21일자에서 한국역사의 벽 제작과 관련된 내용을 1면 중요기사로 보도하면서 이를 ‘단독보도’로 포장하면서 두 신문의 신경전이 시작됐다.
한국일보는 해당 상징물을 향한 총영사의 관심을 언급하며 자사가 제작 캠페인을 후원한다며 이슈화 시켰다. 2년 전 해당 기사를 발굴한 중앙일보는 졸지에 낙종을 한 셈이 돼버렸다.
뒤늦게 중앙일보는 후속취재를 통해 상징물 제작 관련 보도는 자사가 2년 6개월 전에 취급한 기사라고 강조했으나 이미 동포사회의 관심은 한국일보로 옮겨간 상태였다. 중앙일보는 총영사가 한국일보에 관련 소스를 흘린 것으로 판단, 총영사 ‘때리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총영사와 함께 평통회장도 겨냥했다.
난감해진 총영사 측은 특정 언론사에 기사를 제공한 사실이 없다며 극구 해명했지만 사태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선을 넘은 지 오래였다. 내막은 이렇다. 지난달 19일 코리안 퍼레이드 당시 주관사인 한국일보 장재민 회장 등 고위 간부를 만난 총영사는 대화도중 자연스럽게 ‘벽면 부조상’과 관련된 말을 흘렸고 이를 한국일보가 주요 기사로 다루면서 사실상 엠바고가 깨진 것이었다. 다른 언론사 기자들은 사전에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알고 있었지만 기사화 시킬 시기를 재고 있다가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본의아니게 뒤통수를 맞은 중앙일보는 해당 상징물 깎아내리기에 집중했다. 중앙일보는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 등 부조상에 들어갈 인물 선정을 시작으로 문제제기를 시작했다.
중앙일보는 ‘일부에서 인물 선정에 이견을 보이고 있다’면서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 등은 배제해야 한다’는 쪽으로 분위기를 몰았다. 중앙일보는 오피니언 등 기고문을 통해 주장을 피력했지만 급조된 문제제기인 만큼 논리 면에서 상당한 약점을 드러냈다.




중복개재 남발, 광고주가 편집장?


최근 언론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광고수익을 잡기 위한 언론사들의 노력은 눈물겹다 못해 치졸할 정도다. 편집장보다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는 광고주 입김에 기사가 중복개재되는 등 기본적인 원칙마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지난 2일자 미주판 한국일보 사회면에는 ‘주한미군용사 부모 초청 한국방문’ 기사와 관련 사진이 실렸다. 문제는 똑같은 기사와 사진이 같은 날 경제면에도 실렸다는 점이다. 이는 편집상 실수로도 볼 수 있지만 업계에서는 광고주의 요구에 따라 한국일보가 무리수를 뒀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사회면에 해당 기사가 실린 것은 광고주인 미주총연 남문기 회장의 힘이고, 경제면에 똑 같은 기사가 실린 것은 역시 광고주인 아주관광 박평식 대표가 자사 홍보를 위해 입김을 넣었기 때문이란 얘기다.
이들은 모두 자신들의 활동을 과시하기 위해 광고국이 아닌 편집국을 상대로 직접 영향력을 행사했다. 광고주가 신문지면을 마음대로 난도질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한국일보는 또 월셔초등학교 이종석 전 이사장과 관련한 기사에서 오보를 내는 바람에 지난달 24일 정정보도문을 내기도 했다. 언론사에 있어 정정보도를 포함한 사과표현은 수치스러운 일로 치부된다.
한국일보는 지난 8월 13일자에 ‘교장 망신 주는 이사장…자구노력 안 한 이사진… 믿음 저버려’라는 제하로 이종석 전 남가주한국학원 이사장을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한국일보는 전 학교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당시 이종석 이사장은 학부모들이 모인 자리에서 교장을 망신 줘 교장이 그 자리에서 눈물을 보였고 물 컵을 던진 일도 있었다. 이 사건 이후 학교를 떠나는 학생들이 크게 늘었다”고 보도했다.
해당 기사가 나간 직후 이 이사장은 변호사를 선임해 한국일보에 정정보도를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이 전 이사장 재직했을 당시 학생수가 줄지 않았다는 증거를 제시한 것이다. 결국 한국일보는 해당 기사에 대한 두루뭉실한 사과와 함께 정정보도를 결정했다.
일련의 사건은 한국일보가 특정 인사를 겨냥해 ‘기획보도’를 하면서 불거진 것이다. 언론이 정도를 걷지 않고 오보나 고의적 기사를 내면 언제든 문제가 생기는 법이다.





@SundayJournalUSA (www.sundayjournalus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뉴스를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