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취재] 노인 봉사자 멍들게 한 ‘한국의 날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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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회 ‘한국의 날 축제’가 막을 내린 지 한달이 흘렀음에도 아직까지 후유증이 가시지 않고 있다. 졸속·비리로 얼룩진 축제였던 탓에 갖가지 문제점이 꼬리를 물고 터지는 탓이다. 이번엔 승용차를 경품으로 내 건 행사에서 추첨과정에 부정이 있었다는 정황이 나왔는가 하면 티켓 판매대금 결산을 앞두고 봉사자들과 축제재단 측이 갈등을 빚고 있다.
한국의 날 축제재단이 주최한 36회 한국의 날 축제에서 60~70대의 할머니들이 축제 기간동안 경품티켓을 팔았는데 판매대금 5600여 달러를 두고 재단 측과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는 것. 더구나 양측이 감정적으로 대립하며 ‘공금횡령’ ‘절도행위’ 등 막말이 오가는 상황이다.
봉사단 측은 표를 팔아주고서도 갖은 수모와 멸시를 당했고 나중에는 공갈협박까지 당했다며 분노하고 있다. 반면 재단 측은 봉사자들이 판매 대금을 결산하는 과정에서 잘못된 선례를 남겼다고 주장했다.
축제재단은 관람객을 모으기 위해 고급 승용차를 비롯한 다양한 경품을 내놓았고 이 행사를 위해 2만장의 경품권을 발행했다. 봉사단은 이 티켓을 판매한 것이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됐을까. <선데이저널>이 밀착 취재했다.
                                                                                                <특별취재팀>



지난 9월 17일~20일에 열린 한국의 날 축제 기간 동안 티켓 판매에 참여한 봉사자들은 대부분 60~70대 노인들이다. 이들은 PAVA(한인자원봉사자협회 회장 강태흥)산하 우먼스 클럽(회장 심연자)소속으로 알려졌다. 우먼스 클럽은 매년 12월 송년 시즌을 맞아 LA카운티 병원 등을 돌며 환자들을 상대로 봉사활동을 해왔다.
우먼스 클럽 회원들은 올해도 연말 봉사활동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한국의 날 축제에 참여했다. 처음엔 ‘아나바다 장터’를 여는가 하면 장터에서 건어물 등을 팔아 수익금으로 봉사 기금을 마련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우먼스 클럽의 계획은 처음부터 삐걱거렸다. 재단 관계자와 친분이 있는 클럽 회원 마가렛 김씨의 부탁으로 경품권 판매에 나서게 된 것. 축제가 열리기 전인 지난달 초순께 김씨는 우먼스 클럽 측에 “한국의 날 축제재단에서 경품권 티켓을 팔 사람들을 찾고 있다. 재단에서 티켓 2만매를 발행했는데 이를 팔 사람이 없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그는 “축제재단에서 티켓 2만 매(1매 당 5달러)를 팔아오면 5000달러를 주겠다”며 클럽 회원들을 독려했다. 다른 회원들이 ‘5달러짜리 티켓을 어떻게 2만장이나 파느냐’며 곤란하다고 했지만 김씨는 막무가내였다.
김씨는 “재단에서 담당직원이 이미 관공서나 단체들에 협조 부탁을 했기 때문에 우리는 표 심부름만 하면 된다”며 회원들을 설득했다.
그러나 실제 상황은 전혀 달랐다. 이미 관공서나 단체들에 협조 요청을 했다는 말과는 달리 재단은 티켓 판매와 관련해 어떤 협조 공문도 보내지 않은 것. 한마디로 2만장의 경품권을 봉사자들이 모조리 떠안게 된 것이다.
우먼스 클럽 심 회장은 “경품권 내역을 적은 홍보전단 조차 없었다. 축제재단이나 한국의 날 축제를 나타내는 어깨띠라도 있어야 표를 팔든 할 것인데 아무것도 없이 무조건 타운으로 나가 표를 팔아오라니 말이 되느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축제개막이 목전에 닥친 지난달 15일 경 티켓 판매를 권한 김씨가 다시 나타나 “안하면 안 된다. 축제 현장에서라도 팔자”며 회원들을 끌고 나섰다. 전단지 배포를 하면 시간당 15달러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안 심 회장이 묘수를 냈다.
심 회장은 “전단지 배포도 시간 당 15달러를 버는데 우리들은 봉사차원에서 회원 10명이 하루 12시간 티켓을 팔 테니 판매 수량에 관계없이 1인당 일당 50달러(10인 일당 총 500달러)로 축제기간 4일 동안 2000달러를 달라”고 요구했다.




결제도 안 되는 수표로 일당 지불?


이에 김씨는 “재단과 연락해보고 알려주겠다”고 돌아갔다. 이후 김씨에게서 연락이 오지 않자 심 회장이 직접 그에게 전화를 걸었고 그제야 ‘그렇게 하자’는 답이 돌아왔다. 우먼스 클럽의 티켓 판매 봉사는 이렇게 시작됐다.
하지만 축제 당일 재단 측은 경품권 판매를 위한 어떤 준비조치도 하지 않은 상태였다. 안내 전단지도 없고 아예 경품 내역이 뭔지도 알 수 없었다. 오후 5시가 돼서야 경품 내역이 담긴 종이가 회원들에게 도착했다.
판매에 나선 회원 10명은 장터 무대 옆에 본부를 설치하고 무더위 속에서 판매에 열중했다. 재단은 봉사자들에게 식사대접을 한다며 타코·보리토 등 멕시코 음식을 내줬다. 60~70대 노인들의 입맛에 맞을 리 없었다. 봉사자들은 마지막 날에야 비빔밥 한 그릇을 먹을 수 있었다.
축제기간 동안 이들이 판 티켓은 1124매로 판매대금은 총 5620달러였다. 심 회장은 표를 관리하며 판매에 나선 회원들에게 나눠주고 일일이 일련번호를 체크했다. 한 장이라도 분실하면 표 한 장 당 5달러씩 물어내야 했던 탓이다. 회원 들은 각자 책임지고 표와 대금 관리를 철저히 했다.
축제기간동안 김씨는 수시로 장터에 나타나 “표 판 대금을 달라”고 졸랐다. 봉사자들은 “축제가 끝나면 정산하겠으니 지금은 우리에게 맡겨 달라”고 버텼다. 그럼에도 김씨는 물러서지 않았다. 보다 못한 심 회장이 나서 “도대체 지금 대금을 달라는 이유가 뭐냐”고 따졌다.
김씨는 “축제재단에서 경품을 구입해야 하는데 돈이 없다”고 말했다. 재단이 축제 당일 경품조차 구비하지 않고 경품행사 티켓을 팔았다는 것은 기가 찰 노릇이다.
결국 축제가 끝난 다음 날인 지난달 21일 봉사자들은 결산을 하면서 판매대금 가운데 약속한 일당 2000달러(일당 500달러 4일치)를 떼고 나머지 3620달러를 김씨에게 건넸다. 김씨는 그 자리에서 남은 표와 돈을 센 뒤 이를 가져갔다.
그러나 다음 날, 김씨는 “재단에서 봉사자들이 떼어 간 2000달러를 달라고 한다. 판매대금을 모두 가져오면 일당은 재단 수표로 주겠다”며 말을 바꿨다.
회원들은 “약속이 다르다”며 버텼다. 지난해에도 축제재단이 지불한 수표 결제가 재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을 상기한 것이다.


축제재단 ‘수상한 계산법’


김씨는 다음날 또 찾아와 “1000달러만이라도 일단 돌려 달라”고 요구했다. 결국 회원들은 기금 모금을 위해 표를 팔았지만 재단에서 성화를 하니 일단 1000달러를 받고 나머지 1000달러에서 우리가 들인 비용 300달러를 제해 700달러를 돌려주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회원들은 이 같은 사정을 설명하고 700달러를 돌려주려 했으나 김씨는 이를 거절하고 돌아갔다. 그러나 이틀 뒤 다시 온 김씨는 “700달러만이라도 달라”며 또 말을 바꿨다. 이런 태도에 화가 난 회원들은 “자꾸 돈 달라고 찾아오지 말라”며 역정을 내자 김씨는 “돈을 안주면 내가 1000달러를 물게 생겼다”며 사정했다.
축제가 막을 내린 지 2주가 지나도록 문제의 판매대금을 갖고 잡음이 일자 이와 관련된 소문들도 나돌기 시작했다. ‘우먼스 클럽의 상급 단체인 PAVA 강태흥 회장이 티켓판매로 벌어들인 일당 2000달러를 혼자 틀어쥐고 있다’는 등의 악성루머들이 나돈 것이다.



결국 우먼스 클럽 회원들은 지난 8일 축제재단을 찾아가 이를 따졌다. 이 자리에서 축제재단 유의상 사무총장은 회원들에게 “원래 판매 대금의 5~10%를 드리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총 5000달러 상당의 표를 팔았으니 유 총장의 주장대로라면 고작 500달러 정도의 수고비를 받게 되는 셈이다. 무더위에도 판매에 열을 올렸던 봉사자들은 분통이 터질 수밖에 없었다.
회원들은 “시간 당 15달러를 벌 수 있는 전단지 배포도 마다하고 축제재단을 위해 표를 팔았는데 너무 억울하다”고 맞섰다. 유 사무총장은 “우리가 5000달러도 줄 수 있다”며 “이번 행사에서 마가렛 김씨를 처음 만났다”고 딴 소리를 했다.
양측의 팽팽한 줄다리기는 결국 감정싸움으로 번지고 말았다. 우먼스 클럽이 2000달러를 재단에 돌려주지 않자 재단 내부에서는 ‘봉사자들이 도둑질을 했다’는 주장이 터져 나왔다.
중재자로 나선 김씨는 회원들에게 “재단에서 노인 회원들이 도둑질을 했다고 한다. 재단이 고발해 구속이라도 되면 보석금만 5000달러가 될 것”이라며 협박까지 했다. 재단 내에서는 봉사자 가운데 불법체류자가 있다며 이민국에 고발해야 한다는 말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노인학대 행위에 분노


티켓판매를 알선한 마가렛 김씨는 본지 취재팀과 전화로 “애초 결산에서 노인회원들이 판매대금을 재단에 일단 주고 나중에 일당을 받았으면 아무것도 아닌 일을 공연히 크게 만들었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PAVA의 강태흥 회장은 지난 9일 “축제재단의 작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폭거나 다름없다”면서 “좀 더 사태를 지켜 본 다음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일련의 상황을 전해들은 한인들은 ‘창피하다’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J. 성(72)씨는 “나이든 노인네들에게 재단이 표 팔기를 강요하고 일당마저 떼어먹은 것은 노인학대나 다름없다”며 “그런 재단은 한국의 날 축제를 벌일 자격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칼스테이트 재학생인 샤론 정(21)씨는 “축제기간동안에 그런 일이 일어났다는 자체가 한인사회의 수치”라며 “어떻게 재단 사람들이 노인들을 희롱할 수 있는지 무섭다”고 말했다.
노인단체의 임원인 L씨(68)는 “축제재단 자체를 검찰에 고발해야 할 것”이라면서 “한인축제가 일부 감투꾼들의 잔치로 변질됐다”고 한탄했다.
한편 축제기간 경품행사 자체를 놓고도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상품이 아예 준비되지 않거나 일부 경품이 도난당하는 일도 벌어지는 등 행사 운영에 미숙함이 드러난 것.
또 이번 행사에서 1등 상으로 마련된 현대자동차 ‘제네시스’ 당첨자를 추첨하는 과정에서도 불미스러운 소문이 꼬리를 물었다. 당첨자는 LA한인회 소속 임모씨로 추첨 과정에서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미주한인사회의 번영과 화합을 도모하기 위해 마련된 ‘한국의 날 축제’의 어두운 단면은 축제재단이 얼마나 한심한 부류인지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미주한인사회의 최대 축제’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LA 한국의 날 축제’는 곳곳이 병들었다.
특히 축제를 만들고 꾸미는 사람들이 ‘철학’과 ‘인정’마저 없다는 것은 재단과 해당 축제가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반증이다. 이제 축제재단의 전면적인 쇄신과 환골탈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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