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위기 끝이 안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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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지난 12일 ‘금융 패닉’의 종료를 선언했다. 최근 철도업체 벌링턴 노던 산타페를 인수하며 미국 경제 회복에 배팅한 데 이어 또 한 차례 자신감을 피력한 것.
반면 이틀 전인 10일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케네스 루이스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경제의 회복을 절대 낙관할 수 없고, 금융권도 갈 길이 멀다”며 쓴 소리를 내뱉었다.
과연 누구의 말이 맞는 것일까? 미국 정책자들은 버핏의 낙관적인 전망에 무게를 두고 싶겠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위기의 진원지인 주택시장은 물론이고 상업용 부동산과 각종 연체 등 잠재된 부실 요인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타운 내 모 은행권 관계자에 따르면 실물 경제가 여전히 하락국면이기 때문에 금융권의 위기가 종료되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었으며, 대표적으로 한인들의 소비심리만 지켜보아도 아직도 경제회복은 먼 나라 얘기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황지환 취재부기자>



집값 추이뿐 아니라 개인채무와 실업률 등 무엇 하나 금융권에 우호적인 요인을 찾기 힘들다. 실업률 상승과 집값 하락세가 부실 채무가 이어지는 악순환을 일으키며 은행시스템 복구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양상이다.
소비자 신용정보 제공업체 에퀴팩스에 따르면 3분기 중소기업의 파산신청은 전년동기 대비 44% 급증했고, 10월 미국의 실업률은 10.2%로 26년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실업률이 내년 중순까지 11%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한 주택시장의 미래도 암울하다. 시장 정보업체 파이서브는 내년 상반기까지 미국의 주택가격이 11.3% 추가로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미국 부동산 시장에 나타나고 있는 청신호는 경기부양책에 따른 반짝 효과일 뿐 압류주택 증가로 인해 나타날 집값 추가 하락을 막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상업용 부동산 대출 부실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으로 지목된 지 오래다. 부동산컨설팅업체 포사이트 애널리틱스는 내년 4분기가 되면 상업용부동산 대출의 디폴트 규모가 17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 경우 은행권이 받게 될 타격은 불가피하다.


메인스트리트 여전히 요지부동


미 은행들은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시장에 유동성 공급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버핏이 야심 차게 대규모 투자에 나선 것과 달리 JP모건체이스의 3분기 말 현재 대출 규모는 지난해 7614억 달러에서 줄어든 6513억 달러로 집계됐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대출 규모도 9223억 달러에서 8784억 달러로 축소됐다.
물론 이는 금융권에 2000억 달러에 달하는 지원금을 쏟아 부은 백악관이 바라던 결과는 아니다. 마크 워너 민주당 상원의원(버지니아주)은 “월스트리트에 구제금융을 집행할 때 우리는 그것이 메인스트리트로 흘러들어가길 기대했었지만 그런 연쇄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고 말했다.
은행들은 대출을 줄이는 대신 국채투자 비중을 높이고 있다. 연준에 따르면 지난 6월까지 12개월 동안 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는 국채 규모는 26% 늘어난 1250억 달러로 집계됐다.
문제는 이것이 은행과 기업 모두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호브드 캐피탈의 에릭 포브드 CEO는 “은행들이 현금을 쌓아두기만 하는 소극적인 행보가 수익성을 제한하고 경기회복 지연의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월스트리트의 유동성 공급 차단으로 메인스트리트의 경기회복이 지연됐을 때 은행권 역시 그 타격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유동성 위기 여전해


미국 정부는 금융위기 이후 은행권에 7000억 달러에 달하는 구제금융을 긴급 수혈했다. 이후 신주와 회사채 발행으로 구제금융 상환에 나서는 한편 이익을 창출하면서 시스템이 정상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정부의 공격적인 유동성 공급에 급한 불을 껐을 뿐 근본적인 치유로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특히 최근 은행권의 자본적정성을 제고하기 위해 제시되는 방안은 우려를 높이기에 충분하다. 여신 분류 재조정을 포함해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에 급급하다는 것.
금융감독 당국이 부실여신의 기준을 완화하면서 은행권은 그 동안 무수익 여신으로 분류됐던 상업용 모기지를 정상 여신으로 탈바꿈하는 ‘세탁’ 작업에 한창이다. 이는 대차대조표 상 자리바꾸기일 뿐 실질적인 자산건전성 개선과는 거리가 멀다.
또 가장 기본적인 투자 지표인 동시에 기업의 기초체력을 보여주는 장부에 대한 신뢰를 뿌리부터 흔드는 행위일 뿐이라는 것이 업계 전문가의 비판이다. 부실은 전혀 줄어들지 않는데 신규 충당금 적립을 지연할 경우 위기 대응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얘기다.
포사이트에 따르면 상업용모기지 대출의 부실 규모는 1100억 달러에 이르는 반면 해당 자산에 대해 은행들이 쌓아놓은 충당금은 400억 달러에 불과, 상업용 부동산 위기가 터졌을 때 은행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를 불러일으킨다.


구원투수 없는 정부







은행권이 또 다시 어려움에 빠지게 될 경우, 백악관이 지난해처럼 구원투수로 나설 수 있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백악관은 이미 대규모 경기부양책과 기업 구제금융을 통해 갖고 있는 모든 카드는 모두 내보인 상황이다.
재정적자는 1조4000억 달러에 육박해 더 이상의 지원책은 무리일 뿐 아니라 계속되는 양적확대 정책이 가파른 인플레이션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달러화 약세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력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미국 정부가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TARP)으로 납세자들에게 손해를 줬다는 여론도 만만찮다. TARP의 특별감사관인 닐 바로프스키는 최근 “7000억 달러의 TARP가 적자를 남길 것이 확실하다”며 “공적 자금이 투입된 은행들 가운데 파산을 맞을 가능성도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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