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혐의 전·현직 정치인 줄소환 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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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를 향한 검찰의 사정 칼날이 매섭다. 여야를 넘나드는 정치인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된 가운데 12월 첫째 주부터 정치인 소환조사가 본격적으로 잇따를 전망이다. 가장 뜨거운 사안은 단연 스테이트월셔 골프장 로비 의혹이다. 먼저 스테이트월셔 골프장 공경식(43·구속기소)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정황이 드러난 공성진·현경병 한나라당 의원의 소환이 임박한 상태다.
이와 함께 대한통운 비자금 사건과 관련 참여정부 실세들에 대한 로비의혹 역시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검찰 수사 물망에 오른 가운데 현역 의원이자 유력 정치인으로 꼽히는 J의원과 K 전 의원 등의 실명이 검찰 안팎에서 거론되고 있다. 
여당과 야당 모두를 공적으로 돌린 검찰을 두고 일각에서는 검찰이 ‘여야 균형 맞추기’에 들어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여의도를 정 조준한 검찰의 사정 바람 후폭풍을 집중 조명했다.
                                                                                  <한국지사-박희민 기자>




여당 정치인 3~4명 실명 거론


스테이트월셔 골프장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김기동)는 지난 6일 골프장 회장 공모(43·구속기소)씨에게서 돈을 건네받은 정황이 드러난 공성진·현경병 한나라당 의원의 소환을 기정사실화 했다.
검찰은 지난 주말 현 의원의 보좌관 김모씨를 체포해 조사한 뒤 돌려보냈다. 검찰은 “충분히 조사했고 구속영장을 청구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조사가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이뤄졌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정계에서는 이번 사태와 관련 한나라당 내부에서 적어도 3~4명의 정치인이 추가적으로 수사대상에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이달 초 공성진·현경병 의원의 소환 조사 일정을 조율해 금명간 공 의원을 시작으로 소환조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공 의원에 대해서는 이른바 ‘스폰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이는 L사와 C사 등 업체들에 대한 압수수색과 계좌추적 등을 통해 억대의 금품이 제공된 정황이 파악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김기동)는 공 의원을 소환 조사하기 위해 그동안 확보한 증거자료를 정리하는 등 준비 작업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이르면 이번 주말, 늦어도 이달 중순께 공 의원을 소환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국회 회기 중 현역 의원에 대한 강제 수사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을 감안, 공 의원 측과 소환 방법 및 일시 등을 조율할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달 내 정기국회가 끝나더라도 ‘4대강 사업’ 등 정국 현안이 산적해 있어 임시국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검찰의 입장은 다소 난감한 상황이다. 때문에 검찰 안팎에서는 공 의원이 언론에 공개되지 않는 조건을 전제로 주말 혹은 야간에 소환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공 의원에 2700만원 직접 줬다”


현재 공 의원을 중심으로 제기된 의혹은 모두 세 가지다. 첫째는 공 의원이 평소 친분이 있던 공 회장에게 직접 수천만원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지난달 초 공 회장으로부터 “7월 공 의원과 중국에 함께 방문했을 때 (공 의원에게) 2700만원을 건넸다”는 구체적인 진술을 확보, 사실관계를 파악해왔다.
공 회장의 이 같은 진술은 검찰이 압수수색해 확보한 자료 중 공 회장이 공 의원과 중국 술집에서 찍은 사진을 근거로 추궁하는 과정에서 받아낸 것이다. 실제로 공 의원은 당시 공 회장과 중국 등지로 함께 출장을 간 사실이 확인됐다.
이후 검찰은 해당 의원들의 불법 행위를 규명할 수 있는 추가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계좌추적 등을 진행, 사용처가 확인되지 않은 거액의 뭉칫돈이 수시로 입출금된 사실도 확인했다.
또 공 의원이 운영하는 한나라당의 연구단체 ‘위기관리포럼’에 공 회장이 거액을 지원한 사실도 확인, 해당포럼이 불법 정치자금을 유포하는 창구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해왔다.
검찰의 이 같은 수사는 결국 공 의원의 다른 의혹들을 들춰내는 것으로 이어졌다. 검찰은 계좌추적 중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골프장 전동카트 제작업체 C사 영업총괄사장과 공 회장, 공 의원 사이에 의심스런 ‘삼각 커넥션’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최근 C사 영업총괄사장 김모씨를 상대로 1시간 30분 동안 공 의원과의 평소 친분관계와 골프장에 카트를 납품하기 위해 스테이트월셔 측과 접촉한 구체적 경위 등을 조사했다.
특히 검찰은 공 의원이 납품과정에 개입해 공 회장에게 영향력을 행사한 다음 뒷돈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전날 C사 사무실과 김 사장 자택을 압수수색, 수사에 필요한 파일을 다운로드해 왔으며, 현재 압수한 자료를 정밀 분석 중이다.
이외에도 검찰은 위기관리포럼 수사를 통해 바이오연구업체 L사가 해당 포럼 사무실 임대료를 대신 내준 정황도 포착했다. 수사팀은 공 의원이 L사 대표로부터 임대료 대납 형식을 가장해 불법정치자금을 수수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전날 L사 사무실과 L사 사장 자택도 압수수색했다.




보좌관 2人 계좌서 수천만원 괴자금


현재 L사는 위기관리포럼과 같은 사무실을 쓰고 있으며, 이미 지난 10월 “L사가 포럼의 임대료 외에도 운영비와 직원 월급까지 대납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더불어 검찰 수사팀은 공 의원 의혹들의 중심에 그의 보좌관 2명이 깊숙이 연루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공 의원의 보좌관들의 계좌에서 수천만원의 뭉칫돈을 확인, 이들의 신병을 확보해 돈의 성격과 조성경위에 대해 조사할 예정이다.
두 보좌관은 공 회장이 한나라당 서울시당 부위원장, 정보위원회 상임위원, 미래위기대응특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할 당시부터 친분이 두터웠으며, 이들 보좌관은 공 회장과 어울려 다닐 당시 보좌관 월급을 훨씬 상회하는 액수의 돈을 유흥비와 도박자금으로 탕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 의원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활기를 띄면서 그의 사법처리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초 법조계 안팎에서는 공 의원이 받았다는 금품 액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점, 공 의원이 혐의를 강력히 부인하는 점 등을 들어 검찰의 사법처리 가능성에 다소 회의적이었다.
하지만 압수수색이 벌어진 직후 분위기가 달라졌다. 만약 의혹들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공 의원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는 물론 뇌물수수, 알선수재 혐의 등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혐의점이 그만큼 많아진 것이다.
현재 공 의원은 혐의를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공 의원은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던 이달 초 “정체불명의 허위·날조된 제보가 언론과 검찰 주변을 종횡무진 질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현재 언론을 통해 제기되는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이미 3주 전 검찰에 이런 의혹과 무고에 대해 판단을 해달라고 소를 제기했다”며 “내가 떳떳하지 못하다면 이런 제소를 할 리가 없지 않나”고 거듭 강조했다.
검찰은 또 공 회장이 수천만원을 건넸다고 진술한 여당 A의원에 대한 수사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은 현재 A의원의 자금 흐름을 추적하면서 구체적인 정황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공 회장과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또 다른 여당 B의원 등에 대한 수사도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향후 검찰 수사가 정치권 전반으로 번질지 관심이 집중된다.
검찰은 그동안 안성시와 경기도의 지역 공무원, 환경부 등 중앙 부처 공무원에 대한 수사에 집중해왔다. 사건 초기 공 회장과 은행대출 과정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대우자동차판매㈜ 장모 팀장을 구속시킨 뒤 속도를 줄이지 않고 공 회장에게 직접적인 편의를 제공한 공무원에 대한 수사에 돌입한 것이다.
실제로 검찰은 전날 경기 지역 내 거물급 인사로 분류되던 행정안전부 한모 국장을 구속기소했으며, 이날도 안성시의회 전 의장 김모씨를 구속 기소, 이동희 안성시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현재 검찰은 골프장 건설 당시 한강유역환경청 국장을 지냈던 환경부 동모 과장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와 수위를 고민 중이며, 의혹이 제기된 안성시 C, D부시장과 환경부 E차장 등 나머지 지역 공무원에 대해서도 금명간 결론을 내릴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공 회장은 2004년 경기 안성 소재의 스테이트월셔 골프장을 건설하기 위해 임야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이중 매매계약서를 작성, 매매대금의 차액을 비자금으로 조성한 뒤 이 중 33억8000만원을 개인적 용도로 사용한 혐의(특별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등으로 최근 구속 기소됐다.


한명숙 전 총리 5만 달러 수수 의혹


야당 역시 검찰의 사정 칼날에서 자유롭지 못한 처지다. 대한통운 비자금 사건과 관련해 참여정부 실세가 뒷돈을 받았다는 진술이 나온 것. 한명숙 전 국무총리를 비롯한 전 정권 실력자들 역시 줄소환 위기를 맞았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권오성)는 곽영욱(69·구속기소) 전 대한통운 사장이 진술한 참여정부 실세들에 대한 로비의혹에 대해 집중 수사를 벌이고 있다. 한명숙 전 총리를 비롯해 유력정치인 J의원과 K 전 의원 등이 검찰 수사 대상 물망으로 거론된 상태다.
검찰은 한 전 총리가 곽 전 사장에게서 5만 달러를 받았다는 진술을 토대로 관련 자금을 추적 중이다. 수사팀은 곽 전 사장이 2007년 4월 남동발전 사장에 취임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곽 전 사장의 진술 가운데 돈을 건넨 시기나 방법에서 엇갈리는 부분이 많아 수사팀으로서는 여기에 큰 의미를 두기 어렵지만 사실 관계는 확인하겠다는 게 검찰의 입장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검찰 수사가 여야 균형 맞추기 수순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여야에 대한 수사 진도를 맞춰 정치적 편파 논란에서 벗어나려는 의도라는 얘기다.
한편 한 전 총리는 지난 7일 자신과 관련된 의혹과 관련해 “저는 단돈 1원도 받은 일이 없다. 결백하다”고 주장했다. 노무현 재단 이사장인 한 전 총리는 이날 노무현 재단에서 열린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정치공작분쇄 비상대책위원회’ 1차 회의에 참석, “언론 보도 내용은 진실이 아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저는 두려울 게 없다. 국민과 함께 당당하게 진실과 정의의 승리를 보여드리겠다”고 강조했다. 노무현 재단은 이날 첫 회의를 시작으로 참여정부 출신 친노 인사와 민주당 등 범야권 및 여성계, 시민사회인사 60여명이 대거 참여하는 매머드급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이해찬 전 총리)를 본격 가동, 공동대응을 위한 범야권 연대를 추진키로 했다.
한 전 총리에 대한 검찰 수사가 가시화 되자 범여권을 중심으로 검찰의 기획수사를 규탄하는 목소리 또한 커지고 있다. 민주당 송영길 최고위원은 지난 “검찰에서 정보를 흘리지 않았으면 신문 1면 톱으로 낼 순 없었을 것”이라며 “어떤 형태로든 검찰에서 확인조치를 했든지 우회적으로 흘렸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송 최고위원은 이날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한 뒤, “사실 변호인이라든가 참고인 쪽에서 흘러나와 기사가 되는 경우도 없지 않아 있지만 이 건에 대해서는 최종확인을 검찰에 했을 것”이라며 “결국 실명까지 거론돼서 나온 걸 봤을 때 물 타기이고 수사의 본질을 혼란시키기 위한 정치적 공작으로 의심 된다”고 말했다.
그는 수사결과가 한 전 총리의 결백 주장과 달리 나왔을 경우, 엄청난 정치적 타격을 받을 가능성에 대해 “한명숙 총리님이 그동안 살아온 인품을 봤을 때 (한 총리의)진술이 훨씬 신뢰감이 있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이 사건이 흘러나오게 된 과정이 검찰도 안했다고 부인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직 총리를 언론에서 공개적으로 폭로하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인가”라며 “문제가 있으면 정확한 근거를 가지고 공개소환장을 보내야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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