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취재] 자살 몰린 이민가장 수두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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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국가 30개국 중 한국의 자살률은 최고수준이다. 자살로 숨지는 한국인10만 명당 26명으로 매년 그 수가 2배 이상 급증하고 있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영화배우 최진실을 비롯해 유명인사들이 잇달아 자살한 것을 비롯해 노무현 전 대통령과 비리혐의로 수사 대상이 된 유력 정치인들이 줄지어 목숨을 끊는 등 한국인의 자살 신드롬은 날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심지어는 초등학생들까지 성적비관과 교내 따돌림을 이유로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해 충격을 주고 있다. 취업난을 이기지 못한 20대 청년들 역시 극도의 압박감과 스트레스에 시달려 목숨을 끊는 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
한국의 하루 평균 자살자는 12명, 주로 40~60대 중년남성들이 ‘자살벨트’를 형성하고 있고 본격적인 노인사회로 접어드는 2020년부터는 이들 세대의 자살률이 급격히 늘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와 정부 관계자들이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한국의 자살 오명은 미주 이민사회에까지 급속도로 전파되면서 이민가정을 붕괴시키거나 몰락시키고 있다. 이민사회 교육과 문화에 적응하지 못한 학생들이 심환 정신적 중압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늦은 나이에 이민을 결심한 고학력 출신 이민자들은 심한 모멸감과 자괴감에 빠져 자살을 감행한다. 미주 이민한인사회로 번지고 있는 자살신드롬의 실태를 추적취재했다.
                                                                                      <조현철 취재부기자>



미주 이민사회 자살 유형은 한국과 달리 지극히 단순하다. 최근 모 한인단체가 집계한 자살자들의 학력은 대부분이 대졸 이상의 고학력자들이 주를 이뤘다. 지난해 LA한인사회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한 한인 수는 20여명 정도지만 미국 이름을 가진 한인들과 밝혀지지 않은 수를 합하면 족히 100여명은 넘을 것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미국 전역으로 보면 한인들의 자살로 인한 사망자는 수십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확인된 자살 미수자만도 100여명이 웃돌고 있으며 우울증과 약물 과다복용 등으로 인한 사망자를 포함하면 수백명의 한인들이 미국생활을 이겨내지 못하고 스스로 생을 마감하고 있다. 지난 한해 자살자 목을 매 자살한 한인 수는 10여명, 권총으로 자살한 사람이 6명이고 나머지는 자동차에 뛰어들거나 자동차를 탄 채 절벽에서 떨어지는 등 사고를 위장해 자살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이들 대부분 유서 한 장 남기지 않고 목숨을 끊는다. 남은 가족의 생계를 위한 보험금을 받아내기 위함이다.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자살자들은 유서나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실사를 나온 보험회사 직원들도 자살이라는 의심은 들지만 결국 단순 사고사로 처리해 남은 가족들에게 보험금을 지불하고 있다.


생활고 인한 자살 최다







지난 10월 산타모니카 퍼시픽 해안가 고속도로에서 운전 미숙으로 절벽 아래로 추락사한 김철수(가명·52)씨는 미국으로 이민 온지 2년 만에 비극을 맞았다. 한국에서 제법 규모가 큰 사업체를 운영하다 미국으로 건너 온 김씨는 미국 생활에 적응하지 못했으며 변변한 직업조차 갖지 못했다.
영어도 제대로 할 수 없었고 미국 문화에 적응하는 것도 힘들었다. 여기에 고등학교에 다니는 딸도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가출을 일삼았으며 부인은 봉제공장에 나가 하루에 12시간씩 중노동을 하면서 겨우 생활을 유지했다. 누나의 초청으로 미국으로 건너왔지만 모아둔 돈은 집과 차를 사는 데 모두 써버린 뒤였다.
결국 지난해 몰아닥친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임대료와 할부금을 갚지 못해 집은 차압을 당하는 처지에 몰렸다. 부인마저 유방암 진단을 받았고 김씨는 심한 우울증에 빠져 헤어나지 못해 급기야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택했다.
그러나 주변사람들은 김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을 것이라고 짐작하지 못했다. 오로지 부인만 그가 자살일 것이라고 생각할 뿐이었다. 남편의 사망으로 60만 달러의 생명보험금을 수령했지만 부인은 그것이 남편이 남긴 유일한 유산이라는 생각에 가슴이 미어질 정도였다.
원래 김씨의 생명보험 액수는 30만 달러였으나 사고에 의한 사망은 두 배로 보험료가 지급되기 때문에 60만 달러의 보험금을 지급 받은 것이다.
LA한인사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보험설계사 A씨는 “최근 이런 식의 사망자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며 “보험회사에서 의혹의 눈초리가 심하다”고 전했다. A씨는 “생활수준에 어울리지 않게 갑자기 거액의 보험에 가입하거나 이미 가입한 보험금을 증액하면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한국인의 정서상 남은 가족에게라도 생활에 보탬을 주기 위해 자살을 선택하는 경우가 상당수라는 얘기다.
이런 유형의 자살자들은 그래도 편하게 눈을 감을 수 있을 것이나 자신만을 생각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사람들은 자살 보험을 든 사람을 제외하고는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해 가족들은 2중고에 시달린다.
자살자 3명 중 1명은 40~60대 남성으로 한국의 평균 수치와 동일하다. 대부분이 실직 가장이나 회사로부터의 불이익과 모멸감 가정의 붕괴로 인한 스트레스와 생활고가 주된 이유로 분석된다.
이 중 대표적인 예가 지난 6월 자살한 전 중앙일보 박인택 사장이다. 30년 몸담아온 회사와 후배들로부터 심한 모멸감을 느낀 박 사장의 극단적 선택은 오늘의 LA한인사회를 단적으로 말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여성 죽이는 ‘우울증’


지난주 한인타운의 한 아파트에서 25살의 한인여성이 남자친구의 변심을 비관해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또 베버리 힐스에 거주하는 50대 한인여성은 남편과 가정불화 끝에 권총 자살하는 등 11월과 12월 사이에 자살이 급증하고 있다.
올해 LA 카운티 검시소에서 집계된 결과를 보면 한인 사망자 3명 중 1명은 자살했으며 자살 미수자 수를 합하면 그 수가 상상을 초월한다. 그만큼 이민 가정의 붕괴를 의미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경기침체 여파와 계절성 우울증이 겹치면서 소외된 사람들의 자살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미 가정상담소 유동숙 소장은 이민가정의 자살에 대해 “지속되는 불황에다 가정불화가 더해지면서 생활고와 처신을 비관한 한인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라며 “실제 상담소 등에 자살과 관련해 문의하는 한인들의 어조는 예전보다 강도가 높고 보다 구체적인 것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라디오코리아와 인터뷰에서 자살과 이민사회의 불협화음과 부적응으로 인한 갈등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라디오코리아는 지난 15일 방송에서 미주한인사회의 자살의 심각성을 보도하며 인터넷에 자살 사이트가 범람하는 등 외부적인 요인들도 자살 발생 위험성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LAPD 그레고리 백 공보관은 한인들의 자살과 관련해 “경찰이나 시에서 운영하는 각종 자살 방지 프로그램에 한인들의 참여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우울증이나 자살 충동을 충분히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음에도 문화적 차이로 접근하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백 공보관은 또 “올해 충격적인 자살사건들이 한인사회에 그늘을 만들었고 특히 연말 분위기와 겹쳐 한인들이 충동적인 감정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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