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화폐 개혁 효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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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 11월 제5차 화폐개혁을 전격 단행한 이후 북한의 사회·경제적 흐름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화폐개혁 이후 물가가 치솟고 원화로 거래해오던 일반 주민들의 불만이 팽배해지는 등 내부적 혼란이 계속되자 북한 당국은 경제 관련법을 대대적으로 정비하며 시장에 대한 국가의 개입을 확대하고 있다.
이번 화폐개혁의 주요 목적이었던 사적 경제활동의 무질서를 잡고 혼란을 잠재우기 위해 고삐를 바짝 죄는 모양새다.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가 새롭게 제정한 경제관련 법률은 부동산관리법, 물가소비기준법, 종합설비수입법 등으로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모두 화폐개혁 이후 내부 혼란을 수습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조선중앙통신의 16일 보도에 따르면 부동산 관리법은 부동산의 등록과 실사, 이용, 사용료 납부와 관련한 ‘원칙적’ 문제들이 규제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물자소비기준법은 법으로 물가소비 기준을 정해 물가인상을 막아보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종합설비수입법도 설비의 수입 계획과 계약, 반입과 검수, 조립과 시운전에 따르는 문제에 대한 규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무분별한 수입과 외화 남용을 막는데 목적을 두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부동산관리법은 개인의 사적 주택 소유를 줄이고 그 동안 부정부패 만연으로 줄줄이 새어나갔던 부동산 사용료를 국가가 철저히 징수해 재정을 확충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결국 당국이 통제할 수 없었던 시장주의적 요소의 확산을 막고 2012년 사회주의 강성대국 건설 계획 중 경제 강국 건설을 위한 재정을 확충하는 한편 국가 주도의 대외무역 체계를 구축해 장악력을 높이기 위한 포석을 마련한 셈이다.


장악력 높이기 포석

북한 내부의 혼란만 강조된 복수의 대북 소식통들의 전언과는 달리 북한 당국도 혼란을 수습하고 화폐개혁 이후 경제시스템을 정비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다음 조치로 북한 근로자들에게 지급되는 임금 가치를 절상해 시장에 참여하지 못해왔던 하층 노동자들의 충성심을 끌어낼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상인계층의 재산을 국가가 환수해 재정을 확충하고 이를 임금 절상 방식으로 공식경제에 참여해왔던 하층 노동자들에게 분배함으로써 빈부격차에 따른 불만을 잠재울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물론 지금도 화폐를 강제로 빼앗긴 일부 계층의 반발이 매우 거센 상황이지만 이 정도로는 대규모 폭동이나 반정부 시위 등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조명철 박사는 한 토론회에서 “현재 화폐개혁에 따른 주민들의 반발이 예상보다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이로 인해 정치적 불안정성이 확산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북한의 당 조직과 국가안전보위부 및 인민보안성을 통한 주민 장악 및 통제력은 여전히 강력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도 “오히려 임금을 받는 관료집단과 하층 노동자들은 임금 가치의 절상과 공식 물가의 재책정으로 상대적 이득을 볼 것이고 위화감을 다소 해소하며 국가와 당에 대한 충성심과 기대감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적 경제로 부를 축적한 상인계층에게는 일종의 ‘페널티’를, 공식 경제에 참여해온 하층 노동자들과 관료들에게는 일종의 ‘보상’을 줌으로써 새로운 후계구도에 대한 이들의 지지를 극대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
그러나 북한이 결국 물가상승을 잡지 못한다면 이 같은 조치로도 주민들의 생활고는 가중돼 향후 후계구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북한 당국도 물가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경제시스템 정비를 서두르고 있지만 관건은 충분한 물자공급이 이뤄질 수 있는가이다.
사경제를 위축시키는 대신 공식경제를 확대하고 자금 회수로 축적한 국가재정을 산업경제에 투입해 경제회생 효과를 얻을 수도 있지만 공급 부족 현상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화폐개혁의 긍정적 파급 효과는 단기간 내에 끝나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조명철 박사는 “향후 북한 화폐개혁의 성패 여부는 산업생산 제고에 따른 공급부족 현상의 해소, 확보된 자금의 효율적 활용을 통한 경제발전, 금융 및 기업부문에 대한 추가 개혁에 달렸다”고 지적했다.


개방 선택 가능성도

일각에서는 북한이 만성적 물자공급 부족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개혁·개방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북한은 장기간에 걸쳐 노력동원 위주의 ‘150일 전투’를 벌여 생산 분야를 활성화시키고자 했지만 목표한 수치에는 못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150일 전투’의 후속 조치로 시작한 ‘100일 전투’도 실패로 끝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150일 전투’에 이어 ‘100일 전투’마저 실효를 거두지 못한다면 당분간 북한은 외부로부터의 지원에 기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991년 12월 자유경제무역지대로 지정한 경제특구인 함경북도 라선시를 현지 시찰한 것도 이 같은 조치들의 연장선상으로 분석된다. 중국과 러시아와의 국가주도 대외무역을 본격적으로 강화해 화폐개혁으로 위축된 경제부문의 돌파구를 열겠다는 판단일 가능성이 높다.
북중 무역을 활성화시키려면 우선 환율 조정부터 이뤄져야 하지만 지금은 화폐개혁 이후 환율이 조정되지 않아 북중 거래가 크게 위축된 상태다.
북핵문제의 부분적 해결과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통한 국제금융의 자금 유입을 기대할 수도 있지만 미국이 북한제 무기를 실은 항공기를 태국에 억류해 ‘대화와 제재’를 병행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힌 이상 완전한 비핵화 선언 없이는 한계가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화폐개혁 조치 이후로 남북경제협력을 더욱 적극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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