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동포 참정권 시대 대해부 ‘무엇이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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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경인년 새해가 밝았다. 2010년은 한인사회에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해가 될 것이다. 특히 지난 2008년 ‘리먼 브라더스’ 파산으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를 올 한 해 한인사회가 극복하지 못한다면 한인사회는 경제․사회적으로 그 어느 때보다 깊은 수렁에 빠져들 것이다.
정치적으로도 2010년은 중요한 한 해다. 지난 해 본국 국회에서 통과된 참정권의 기틀을 잡아야 하는 해이기 때문이다. 2012년 총선부터 실시될 재외동포 참정권과 관련해 발판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해외교포의 오랜 숙원이었던 ‘참정권’ 실시는 오히려 ‘독’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안타깝게도 현재까지의 진행상황만 놓고 본다면 이런 ‘우려’가 ‘현실’로 이뤄질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본국 정치권에서는 여야 모두 재외교포 참정권을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고쳐놓으려 하고, 일부 한인사회 인사들은 여기에 편승해 정치적 이득만을 쫓고 있다. 
이런 우려는 여론 조사에도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선데이저널>이 최근 실시한 여론 조사 결과를 보면 ‘참정권’ 실시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찬성하는 여론보다 무려 3배 이상 높다.
해외 교포들의 오랜 숙원이었던 ‘참정권’ 실시에 대해 막상 본국 국회를 통과한 이후에는 이처럼 부정적 의견이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선데이저널>은 2010년 한 해 교포 사회의 가장 큰 숙제인 ‘재외동포 참정권’과 관련한 문제점을 집중 취재했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선데이저널>은 지난 한 달 간 홈페이지를 통해 ‘참정권’과 관련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해외동포 참정권 부여 과연 바람직한가?’ 라는 제목으로 실시된 이번 설문조사에는 총 364명이 참가했다.
재외동포 참정권 실시가 교포들의 오랜 숙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해 본다면 이번 설문조사 결과는 의외였다.
특히 참정권 실시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의견이 전체 응답자 중 70.5% 255명이었던 반면, ‘찬성한다’는 의견은 85명(22.53%)에 불과했다. ‘관심 없다’는 사람도 27명이나 됐다.
즉, 참정권 실시에 부정적인 의견이 긍정적인 의견보다 3배 이상을 상회했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홍정욱 한나라당 의원이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9월7일부터 23일까지 재외동포 800명과 내국민 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도 비슷한 결론이 나왔다. 홍 의원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재외동포들은 투표권이 부여됐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68.8%가 인지하고 있었으나 투표를 하겠다는 비율은 29.8%에 그쳤다. 또한 재외동포의 60.4%가 재외동포참정권 확대로 인해 동포사회가 분열되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정작 해외 동포들이 이처럼 참정권 실시에 부정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정략적 목적 이용

가장 큰 문제는 여야 할 것 없이 재외동포 참정권들 자기들 입맛에 맞게 재단하려 한다는 점이다. 현재 참정권을 실시하는 재외동포의 수는 대략 잡아 300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는 총선 비례대표나 대선 등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숫자다. 여야가 저마다 재외동포들을 자신들 쪽에 유리하게 끌어오려는 이유다.
최근 정부가 편성한 예산안을 보면 이런 추측은 보다 설득력을 갖는다.
외교통상부는 내년도 ‘재외공관 주요 행사비’로 110억여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환율 변동(1100원→1230원)과 재외공관의 증액 요구 등이 감안됐다고는 하지만, 올해(61억4300만원)보다 무려 49억여원이나 늘어난 액수다.
이 중 ‘재외동포·교민 대표 초청 간담회’ 예산은 28억6934만원으로, 전년(15억8000만원)보다 13억 원이나 증액됐다. 재외 국민들의 보호와 권익 보장을 위해 오랫동안 지속돼온 사업이지만, 내년에는 “2012년 실시 예정인 재외 선거 준비 및 실시에 따른 문제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고 홍보활동을 전개한다”는 게 증액 이유다.
하지만 재외동포 참정권 관련 예산은 이미 ‘재외 선거 기반 구축’라는 항목으로 따로 배정되어 있다. 이 예산은 턱없이 부족하게 삭감됐다.
여성부도 재외 한인 여성단체를 직접 지원하는 예산을 편성해 입길에 오르내린다. 여성부는 “세계 한민족 여성 네트워크의 글로벌화를 도모”한다는 목적으로 여성부 등록 재외 한인 여성단체인 ‘재단법인 세계한민족여성네트워크’에 5000만원을 지원하는 예산을 편성했다.
<미주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2010년 재외국민 선거준비를 위한 예산으로 선관위가 요청한 43억원에서 절반 이상이나 삭감된 17억5,000만원을 배정했다.
이는 올해 2억 원에 비해 크게 늘어난 액수나 재외국민선거 홍보와 준비가 본격화될 내년 예산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내년 선거예산은 모의투표를 위한 비용이 7억3,000만원, 해외 설명회 및 공관 직원 교육 등에 4 억3,000만원, 재외선거관리 운영 지원금 1억9,000만원이 편성됐다. 또 재외선거 홍보사이트 운영5,000만원, 포털사이트 홍보 8,000만원 등이다.
이번 예산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해외설명회와 공관직원 교육비가 41개 공관에 각각 1,000만원이 배정됐다. 실제 선거가 시행되는 공관은 166개에 달하는 만큼 나머지 지역 공관들은 선거준비에서 사실상 소외된 셈이다. 또 재외 공명선거추진협의체 운영비 5,200만원도 공관수로 나누면 협의체마다 31만원씩 배정된 것으로 협의체마다 한번 식사하고 나면 없어질 액수라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대해 <미주한국일보>는 “현행 재외 선거법상 재외국민들이 얻을 선거정보의 대부분은 인터넷을 통해서만 가능토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전 세계에 정보를 제공해야 할 웹 제작, 운영에 1인 인건비 밖에 되지 않은 적은액수가 할당돼 있어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즉 현 정권 인사들이 자리 잡고 있는 공관이나 관변 단체 격의 단체 등에 지원되는 설명회에 사용되는 예산은 대폭 증액된 반면, 선거 자체에 대한 홍보 예산을 턱없이 부족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일부 정치적 인사에만 혜택

참정권과 관련해 한인 사회 내에서 비판적인 목소리가 또 다른 이유는 일부 한인 사회 정략적 인사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야망을 실현하기 위해 참정권을 이용하려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런 인사들은 한인들의 대표권도 제대로 대변 못한 채 갖가지 위원회 등에서 직함이나 달고 다니며 존경받지 못하는 행태를 벌여왔다. 그런 이들이 조국에 대한 애국심을 과시하면서 정치권에 줄이나 대 보려는 속셈이 이참에 크게 드러났다. 이들은 별의 별 단체를 만들어 회장이다, 이사장이다 하는 직함만 유지한다. 그리고 본국 정치권 인사들과 접촉할 때 이 직함이 새겨진 명함을 건넨다. 최근 들어 한인사회에 유사 한인단체들이 늘고 있는 것도 다 이런 차원일 가능성이 높다.
본국 정치권도 이들의 정치적 욕심을 부추긴다. 최근 이런 현상들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 10월 28일 재·보궐 선거 막바지 투표가 한창인 시각인 28일 오후 6시. 인천 송도에 정세균 대표와 송영길 최고위원, 김영진 박병석 김성곤 의원 등 민주당 관계자들이 대거 집결했다. 세계 40여개국에 흩어져 있는 동포 기업인들이 한자리에 모인 제8차 한상대회 공식 만찬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전날 같은 시각 열린 개막식엔 정운찬 국무총리와 이윤성 국회부의장, 김덕룡 대통령실 국민통합특보, 박진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위원장, 한나라당 안경률 의원 등 정부 및 여권 관계자들이 대거 집결했다. 정치권 주요 인사들이 한상대회에 눈도장을 찍기 위해 나선 것은 재외동포 표심을 의식해서였다.
한나라당은 이미 지난 8월 전 세계를 8개 지역으로 구분, 지역별로 6∼15명씩 총 113명의 의원으로 구성된 매머드급 ‘재외국민특위’(위원장 안경률 의원)를 구성해 활동에 들어갔다. 이를 두고 야당들은 사전 선거운동이라고 반발할 정도다.
실제로 정치권에서는 한인사회 인사들에 대한 ‘러브콜’이 줄을 잇는다고 한다. 벌써 교포 중 누가 비례대표를 준비한다는 얘기마저 나오고 있다. 여야는 교포들의 표를 목적으로 현지의 오피니언 리더에게 무작정 비례대표를 약속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러나 생업에 종사해 현지에 정착하면서 살기에 급급한 사람들 가운데 바다 건너 한국의 정치에 투표권을 행사하려는 이들은 과연 몇이나 될까.
게다가 이런 인사들에 참정권 실행을 위한 예산이 집행될 경우 상대적으로 본국보다 감시망이 소흘한 틈을 타 각종 비리에 악용될 소지도 다분하다. 투표관련 금품수수, 매표, 표 값 요구, 쌀표, 술표가 얼마나 난무할 지는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현실적인 문제

현실적인 문제들도 참정권 실시에 부정적인 여론을 부추기고 있다.
특히 각 공관 영사들이 해당 지역 선관위원장을 맡는 현실은 해당 영사들이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불공정 시비가 일어날 수 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투표 방법도 문제다.
친박연대 송영선 의원은 지난 10월 열린 국감 질의에서 “개정된 공직선거법 등에 따라 재외국민이 투표권을 행사하려면 투표권자가 선거인명부에 등재하기 위해 사전에 공관을 방문해야 하며, 투표를 위해서도 다시 공관에 가서 투표를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올해 기준으로 재외국민등록 대상자(90일 이상 체류자) 316만명 중 실제 등록자는 109만여명으로 등록률이 약 35%에 불과하다”며 “이같이 저조한 등록률을 볼 때 투표권자들의 선거인 등록률은 높지 않을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송 의원은 재외국민이 공관투표소에서만 투표를 해야 한다는 점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 대사관 영사관은 160여개 군데 밖에 되지 않는 실정”이라며 공관투표소와 떨어진 지역의 재외국민은 현실적으로 투표를 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이어 “미국 내의 우리 외교공관은 10개에 불과한데 50개주를 관할하고 있다”며 “공관과 거리가 먼 곳에 거주하는 재외국민에게 투표권 행사는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고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또 현지 공관장이 지역 선관위원장으로 되어 있는 선거관리법은 충분히 부정선거 시비 거리가 될 요지가 다분하다. 현 정권의 수하가 지역 선관위원장으로 임명한다는 자체부터가 부정선거의 논란 대상이다. 현지 공관장들은 벌써부터 이 문제에 비관적이다, 선거 결과가 어떠하든 모든 책임은 공관장에게 돌아오기에 LA와 뉴욕을 비롯한 한인 밀집지역의 공관장들은 머리를 흔들고 있다. 실제로 외교통상부에는 대선 기간 동안에 이 지역 임명을 기피하는 공관장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문제는 선관위가 별도의 법안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 한 재외동포 참정권은 오히려 엄청난 후유증을 야기할 것이 분명하다.
이런 현실적인 이유들이 수정되지 않는 한 재외동포 참정권은 오히려 교포 사회의 분열만 야기 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재외교포들을 볼모로 자신의 정치적 이득을 달성하려는 인사들이 스스로 야욕을 버리지 않는 한 참정권 실시는 더 큰 화를 불러올 것이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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