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평화협정 제의 진짜 의도는?

이 뉴스를 공유하기














북한이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회담을 시작하는 조건으로 6자회담에 참여할 수 있다고 11일 밝혔다.
북한은 지난해 4월 장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 안보리 의장성명이 채택되자 바로 외무성 성명을 발표해 ‘다시는 6자회담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이 발언이 나온 지 9개월 만에 다시 외무성 성명을 통해 평화협정 회담이라는 조건이 주어지면 6자회담에 나갈 수 있다고 번복한 것이다.
이번 공식 성명을 두고 북한이 6자회담에 나오기 위한 명분용, 또는 평화협정을 내세워 유엔제재와 비핵화 압박을 피해가려는 우회수단이라는 상반된 해석이 나오고 있다.
                                                                                  <데이빗 김 객원기자>



북한이 11일 외무성 성명 형식으로 당사국간의 평화협정 논의를 공식 제의했다. 비핵화와 평화협정의 논의순서를 바꾸자는 주장으로 이는 ‘비핵화가 궤도에 올랐을 때 평화체제 논의를 시작한다’는 우리와 미국 입장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다. 왜 북한은 지금 시점에 이런 주장을 내놓았을까
그 동안 북한 입장대로라면 한국을 배제한 상태서 평화협정 논의 속도를 높이는 것이 옳다. 미국과 더욱 긴밀한 협의에 나서는 것이다. 하지만 외교 당국자는 “지난해 12월 보즈워스 대북특사 방북 이후 북한은 아직 2차 북-미 양자회담 제의를 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대신 11일 외무성 성명이 나왔다.
이 때문에 북한이 6자회담 복귀를 앞두고 ‘몸풀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회담 재개의 분위기가 무르익는 상황에서 대북 압박수위를 높이는 관련국들에게 ‘압박에 굴복한 형태로 회담복귀를 하지는 않는다’는 신호를 주기 위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회담 복귀 불가피한 북한 입장 반영

2008년 12월 이후 중단된 6자회담은 연말을 기점으로 재개 가능성이 한결 높아져 있다.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조건이 이전보다 개선됐다”(12월 28일 세르게이 라보로프 러시아 외무차관), “6자회담 재개가 멀지 않았다”(1월 6일 커트 캠벨 미 국무부 차관보), “구정이전에 6자회담이 재개될 수 있도록 관련국이 희망하고 노력을 진행중”(우리 정부 고위 당국자) 등의 발언이 이를 뒷받침한다.
북한도 회담으로 되돌아올 유인이 있다. 올해 신년공동사설에 나타났듯이 인민생활 향상과 경제건설을 위해 대외지원이 절박한 북한에게 회담복귀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2009년 5월 2차 핵실험 이후 시작된 유엔 안보리 차원의 제재도 회담복귀를 통해 완화해야 한다. 중국의 지원을 받기 위해서라도 6자회담 복귀를 위한 성의를 보여야 한다. 중국은 6자회담 의장국이다.
하지만 북한은 6자회담이 재개되더라도 종래처럼 ‘5자 대 북한’의 압박구도로 참여할 수는 없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반면 관련국들은 △우라늄농축 프로그램 △인권 △납북자 등 회담재개시 북한이 해결해야할 숙제의 목록을 추가하고 있다. 최근 유명환 외교장관은 “최소한 1996년부터 북한의 우라늄 농축계획이 시작됐음을 알고 있다”고 말했고 로버트 킹 대북 인권특사는 11일 “6자회담 맥락에서 인권문제를 거론할 수 있다”고 밝혔다. 북한으로서는 어떤 형태로든 맞대응을 내놓지 않을 수 없고 이런 계산에서 나온 게 11일 성명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한미, 논의 시작할 지 안 정해

이번 ‘평화협정’ 제의로 북한의 비핵화 초점흐리기 성격이 부각됐다. 우리 고위 당국자는 “6자회담 재개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6자회담 재개에 악영향을 미칠 경우 북한에게도 득이 될 일은 없다.
그렇다면 북한의 노림수는 회담 복귀를 앞둔 기싸움에서 체면을 차리면서 회담 재개시 평화협정 논의 촉진이라는 실속 챙기기까지 염두에 뒀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6자회담이 왕성하게 진행되던 시기 관련국들은 최소한 비핵화의 2단계(불능화)가 끝나기까지는 평화체제 논의는 본격 시작되기 어렵다는 게 공통의 인식이었다. 하지만 북한이 이번에 강력 요구하고 나서면서 그 논의시기를 앞당길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보즈워스 대북 특별대표는 지난달 방북을 마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6자회담 재개 전 평화협정 논의를 하느냐’는 질문에 “절대 그렇지 않다”며 “6자회담 틀내의 협상테이블로 돌아가기 전까지 어떠한 문제도 협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한 듯 보이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우리 정부와 미국은 비핵화가 어느 단계에 이르렀을 때 평화체제 논의를 시작한다는 시점을 정해놓지 않았다. 고위당국자는 “이 해법의 묘미는 비핵화 단계의 기준점을 정해놓지 않은 데에 있다”고 말했다. 바꿔 말하면 당사자들이 때가 됐다고 인식하는 시기가 되면 언제든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다른 당국자는 “그 시기의 도래여부는 결국 여론의 힘이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 협상대상자, 미·중 거론

한편, 최진수 주중 북한대사가 12일 북한 외무성의 전날 평화협정 회담 제안과 관련, 회담에 참여할 정전협정 당사자로 미국과 중국을 거론했다고 교도(共同)통신이 전했다.
그는 특히 한국에 대해서는 “휴전협정에 반대해 조인하지 않고 현재도 (한국이 협정에) 반대하는지 어떤지 알지 못한다”고 말해 한국과의 회담에는 유보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최 대사는 이날 베이징 북한대사관에서 교도통신과 한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고 6자회담 재개 문제와 관련, “우리나라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제가 해제되면 곧바로라도 6자회담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6자회담 재개와 관련해서는 “곧바로라도”라는 부분을 재차 강조하면서 제재 해제를 요구했다.
최 대사는 또 “한반도 비핵화를 재차 궤도에 올려놓으려면 핵 문제의 기본적인 당사자인 우리나라와 미국이 협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북미 양자 대화를 계속할 것을 요구했다.
그는 이날 회견 시작에 앞서 북한 외무성이 전날 발표한 성명을 낭독했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중 가능성 등 성명과 관련 없는 질문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았다.





@SundayJournalUSA (www.sundayjournalus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뉴스를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