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SAT 시험지 유출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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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다 시킨다더니 본국의 일부 파렴치한 학원 강사들이 이곳 미국사회에서 교포들 망신을 톡톡히 주고 있다. 
지난 25일 본국 경찰에 따르면 강남 지역에서 SAT(Scholastic Aptitude Test)를 가르치는 학원강사 장 모 씨가 SAT 시험지를 빼돌린 사실이 드러나 구속됐다. 장 씨는 지난 23일 대학생 3명과 함께 경기도 모 고등학교에서 치러진 SAT 시험에서 수학, 물리학 과목 문제지를 빼돌리는 등 지난해 10월부터 총 4차례에 걸쳐 시험지를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미국 SAT 시험을 주관하는 ETS는 한국에서 시험지를 빼돌리는 일이 조직적으로 이뤄진다고 보고 본국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상황이어서 파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ETS 본사 역시 보안담당자 2명을 한국에 급파했다. 본사 측이 상황을 그만큼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반증이다. 게다가 문제지 유출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7년 1월에도 본국에서 치른 SAT시험에서도 시험지가 유출, 응시자 900여명의 성적이 무효 처리된 바 있다.
이번 사건이 한인 사회에 미치는 영향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특히 SAT를 보고 미국에 유학 온 한인학생은 벌써부터 대학당국이나 다른 나라 학생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고 한다.
SAT 시험지 유출 파문에 대해 <선데이저널>이 집중 취재했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이번 본국 경찰의 SAT 수사는 서울 강남 학원가로 확대되고 있다.
경찰은 SAT시험을 주관하는 미국 교육평가원(ETS)에 관련 정보를 요청한 것은 물론 자체적으로 이미 서울시내 3~4곳의 학원을 수사대상으로 정했다.
경찰 수사 선상에 오른 학원들은 수강생이 많고 고액의 수강료를 받거나 SAT 시험문제를 유출한 강사들이 일했던 학원들이다. 또한 인기 강사를 스카우트하기 위해 거액의 뒷돈을 주는 것으로 알려진 서울 강남 일대 SAT 학원을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 23일 붙잡힌 SAT 학원강사 장모(36)씨를 이날 구속하고 그동안 시험지를 제3자에게 빼돌렸는지를 밝히기 위해 장 씨의 노트북 컴퓨터와 이메일 계정, 금융계좌 등에 대해 수사를 집중하고 있다. 경찰은 또 ETS에 장 씨가 가르친 학생들의 성적조회를 요청했다.
교육기술과학부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잇따르자 서울과 부산지역의 SAT 전문학원 100여 곳에 대해 전면 조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블랙리스트 존재 여부

특히 경찰이 미국 본사가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블랙리스트’를 확보할 경우 파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ETS의 블랙리스트는 이미 위력을 보인 바 있다. 경찰이 장 씨를 검거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바로 이 블랙리스트였다. ETS는 시험장에서 문제지가 사라진 것을 확인하자마자 장 씨 등을 수사의뢰해 시험 종료 4시간여 만에 장 씨와 아르바이트 대학생 등 4명을 검거했다. ETS가 이 리스트를 경찰에 넘겨준다면 SAT 문제 유출 수사는 강남 일대 SAT 학원가 전체로 커지게 된다.
현재 경찰은 장 씨가 빼돌린 문제가 외부로 유출된 증거를 쫓는 데 주력하고 있다. 23일 있었던 시험에서는 장 씨가 곧바로 체포되는 바람에 문제를 미처 외부로 전달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에도 시험 당일 문제를 유출한 뒤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문서 파일의 흔적이 발견돼 외부 유출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장 씨는 25일 ‘증거자료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는 사유로 구속됐다.




비뚤어진 유학열풍

SAT와 관련된 부정행위가 유독 한국에서 빈발하는 이유는 비뚤어진 사교육열과 어떤 방법으로든 미국 대학에 붙으면 된다는 빗나간 욕심 때문으로 해석되고 있다.
미국 유학을 준비 중인 본국의 학생들은 미 대학에서 요구하는 작문과 과외활동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SAT에 목을 매는 것이 대부분이다.
게다가 국내에서 1년에 1년에 5~6회에 달하는 시험도 부족해 다른 나라로 가서 시험을 보는 일도 빈번하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본국의 유학준비생 부모들은 다소 비정상적인 방법을 써서라도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다는 욕심으로 검은 유혹에 빠지게 된다.
학부모의 욕심에 학원 강사들의 이해관계도 부정행위를 부추기고 있다. ‘족집게 강사’로 소문이 나면 한 달에 수백만원씩 하는 고액수강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강사들도 시험문제 입수라는 유혹에 빠질 수 밖에 없다. 장씨도 경찰조사에서 “주변 강사들을 보니 시험 문제를 확보해 강의해야만 맞춤형 족집게 강사가 될 수 있기에 이런 범행을 생각해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족집게 강사들이 인기를 끌면서 “미국에서 1년동안 공부하는 것보다 한국에서 방학동안 학원에 다니는 게 더 낫다.”며 여름·겨울방학에는 미국 고교에 다니는 유학생들의 강남으로의 역(逆) 유학도 성행한다.




정부는 수수방관

그렇다면 본국의 SAT 열풍이 얼마나 대단하길래 이렇게 국제적인 망신살까지 뻗치게 된 것일까.
1년에 7번 치러지는 SAT의 본국 응시생은 매회 1천명 안팎이며, 강남 일대에 SAT 학원 100여 곳이 성업 중이다. 이 가운데 기업의 형태를 갖춘 곳은 40곳 정도이고, 나머지는 미국 고등학교의 방학기간인 6~8월, 12월초~1월 중순에 맞춰 우후죽순처럼 문을 열었다 사라지곤 한다.
수업료는 학생수와 1회당 수업시간, 지역에 따라 월 100만~500만원 선이다.
강남구 대치동의 한 SAT학원은 30~40명 정원에 주 5일, 1회당 3시간 수업을 하면서 한 달에 100만원을 받고 있으며, 수강생 20명 규모 수업의 경우 한 달에 200만원을 받고 있다.
압구정동이나 청담동 쪽은 비슷한 수업이 월 500만원까지 치솟는다. 압구정동의 B어학원은 하루 3시간씩 주 6일 수업을 하면서 일주일에 150만원을 받았다. 이른바 스타강사의 개인과외는 `부르는 게 값’이다. 소수의 유능 강사들은 학원수업 외에 주말에 개인지도를 하는데 개인지도비용은 학부모와 강사가 합의하는 선에서 결정된다.
스타강사의 개인지도 비용은 학부모와 강사 모두 쉬쉬하는 분위기지만 한 달에 2천만~3천만 원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태국에서 SAT 문제지를 빼돌린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김 모(37)씨의 경우 1회에 280만~300만원씩 한 달에 10차례 이상 개인과외를 해 월 3천만원 이상을 챙겼다.
스타강사가 되는 관건은 기출문제의 신속한 확보 여부다. 경찰에 적발된 장 씨나 김 씨처럼 문제지 자체를 유출하지는 않더라도 아르바이트생을 동원해 문제를 외워오게 하는 것은 SAT 학원계에서는 관행이다.
대치동 A어학원장 김모(50)씨는 “족집게 스타강사라는 입소문만 나면 한 달에 수천만원을 벌 수 있다보니 기출문제를 확보하려고 무리한 방법을 쓰는 강사들도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문제지 유출 사건이 국제적인 망신살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정작 본국 정부는 ‘이번 사건은 ETS의 잘못이지 한국 정부의 잘못은 아니다’며 수수방관하고 있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부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은 나라망신’이라는 견해도 제기되고 있어 정부 차원의 대책이 나올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 25일 청와대 수석 회의에서는 ‘SAT 문제가 국격을 실추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해외로 유학 온 학생들에 대한 다른 나라 학생들의 따가운 눈초리가 쏟아지고 있는 만큼 이를 계속해서 방치할 경우 국가브랜드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편, 경찰은 미국 사립고교에 입학할 때 치러야 하는 SSAT(Secondary School Admission Test) 문제가 유출됐다는 의혹도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SAT 시험지 유출이 불거지면서 경찰과 언론사 등에 SSAT 시험지 유출 의혹에 대한 제보가 잇따라 접수되고 있다는 것이다. SSAT 학원의 관계자는 이날 “해마다 몇몇 학생들 사이에 ‘e-메일로 받은 문제가 시험 당일에 똑같이 나왔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돌고 있다”고 말했다.  








‘도매금’으로 욕 먹는 한인유학생들

본국에서 SAT 시험지 유출 사건이 터지자 이곳에 유학 온 한인 유학생들은 그야말로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다는 반응이다.
특히 일부 몰지각한 학생들의 행위로 정당한 방법으로 SAT를 쳐서 유학 온 대다수의 유학생들까지 오해를 사고 있어 그 상황이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고 한다.
다음은 한인 유학생이 한국의 한 포털사이트에 올린 글이다. 현지 유학생들의 분위기가 얼마나 심각하지 보여주고 있다.
“솔직히 한국 유학생 말고도 한국인들은 반성 좀 해야 됩니다. 자꾸 기사보면 SAT 유출했다 어쩐다, 하는데 그게 나라망신 얼마나 시키는 건 줄 아십니까? 그런거 계속 하나하나 하다보면 정말 한국인에 대한 외국인들의 시각이 매우 안 좋게 작용될 수 있습니다. 중국인들은 이미 그 수준을 넘어섰죠.
제가 여기 미국 유학생인데요. 중국인들 무시 엄청 당합니다. 그 이유는 중국인들 이미지 자체가 사기꾼이고 더럽고 그런 이미지죠.
중국인 막 욕하려고 글쓴 건 아닌데요 이건 사실입니다. 저도 막 들러붙는 중국인 있으면 되게 짜증납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죠 이미 중국인 이미지가 그런걸요 뭐. 그에 비해 한국인은 좋게 봐주는 편이에요 그래도 한국인 대접은 괜찮죠 하지만, 자꾸 이런 식으로 유학생들도 그렇고 SAT 유출시킨다 이딴 소리 나오고 하면 정말 한국인 이미지 급속도로 나빠질 수 있습니다.
한국 유학생들이나 한국인들이나 생각 좀 하고 삽시다. 나라 망신 다 시켜서 한국인 이미지 엉망으로 만들지 말고 생각을 좀 해요 행동을 하기 전에. 안걸리면 그만? 언젠간 걸리게 되어있습니다.
심지어 외고에서도 그랬다는데 그건 정확히 잘 모르겠지만 나만 안 걸리면 그만이지 뭐 하는 그런 사고방식 쓰레기통에 버려주세요. 정말 그런 뉴스 터지면 한국인으로서 부끄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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