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 중 갈등 고조…어디까지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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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29일(이하 현지시간) 대만에 67억달러 어치의 첨단무기를 판매키로 최종 결정한데 대해 중국이 미국과의 군사교류 중단을 공식 선언하는 등 강경한 반응을 보이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중국이 가장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대만문제를 미국이 먼저 ‘터치’했다는 점에서 중국의 반응은 예상이 됐었지만 군사교류 중단이라는 ‘강수’를 내놨다는 점은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는 게 베이징 외교가의 분위기다.
과거 여타 국가들이 티베트와 대만 문제를 건드릴 경우 고위인사 교류 중단 등의 조치를 내놓는 게 중국 외교의 일반적인 행태였지만 중국이 이번에 미국에 취한 조치는 그 수위와 강도로 볼 때 ‘높고 세다’는 분석이다.



양국은 지난해부터 인민폐 절상 요구와 거부, 중국산 강관 상계관세 부과와 반발 등으로 ‘티격태격’해온데 이어 올들어 구글의 중국 시장 철수 선언으로 촉발됐던 사이버 충돌에 이어 이번에 대만 무기판매 문제로 갈등의 수위가 정점에 달한 양상이다.
미국의 대만 무기판매는 조지 부시 행정부 시절인 2001년에 결정한 110억달러 상당의 무기판매 계획의 일부이며 이는 예정된 일이었다는 게 미 행정부의 입장이지만 중국은 부시 행정부와는 ‘다른 외교’를 표방해온 오바마 행정부가 그것도 취임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이 카드를 꺼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은 최근 몇 개월새 미 행정부의 대만 무기 판매 최종 승인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면서 대응 강도를 높여온 게 사실이다.
그러다 이날 미 국방부가 UH-60M 블랙호크 헬기 60대와 신형 패트리엇 요격미사일(PAC-3) 114기, 오스프리급 소해정 2척, 지상 및 함상 발사 가능 첨단 하푼 미사일 12기, 다기능정보유통시스템 등을 대만에 판매키로 하는 계획을 미 의회에 통보하자 본격적인 반응을 보였다. 미 국방부의 통보에 의회가 향후 30일간 반대입장을 밝히지 않으면 이 계획은 그대로 실행된다.
중국은 29일 허야페이(何亞非) 외교부 부부장 명의로 “미국의 계획은 양국관계에 분명한 손상을 가져오고 아울러 양국간 주요 부분 교류와 협력에 심각한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성명을 낸데 이어 30일 국방부 황쉐핑(黃雪平) 대변인이 미국의 대만에 대한 무기판매에서 발생하는 심각한 피해를 고려해 양국 군부 인사들의 상호방문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양국 간 군사교류는 31일 진행될 예정이었다.


대만 내부 사정이 원인






일각에서는 중국이 대만 문제에 대해 미국에 이처럼 강경한 태도로 나오는 배경에는 근래 변화된 대만의 내부 사정과도 관계가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친미 성향의 민진당 천수이볜(陳水扁.59) 전 총통 시절과는 달리 현재 집권당이 양안관계에 적극적인 국민당의 마잉주(馬英九) 총통이라는 점에서 중국이 보다 ‘자신감’을 갖고 미국에 맞서고 있다는 주장이다.
또 경제위기 이후 변화된 미중 역학관계를 연관짓는 분석도 있다. 중국이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G2’로 부상하면서 미중관계에 이전과 다른 뉘앙스 변화가 생기고 있다는 것. 이전과는 달리 중국이 미국에 “할 말은 하겠다”는 식으로 나온다는 분석이다.
올들어 오바마 행정부가 대(對) 중국 정책에 변화를 보이고 있는 점도 미중 갈등 고조의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오바마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중국의 도움없이 국제문제를 풀어갈 수 없다고 하면서 중국을 G2로 거론하며 그 중요성을 강조했고 미국 내의 보수층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방중을 앞둔 지난해 11월 중국을 의식해 티베트의 달라이 라마를 만나지 않는 ‘성의’도 보였다.
그러나 중국은 인권문제에 예민한 미국에 보란 듯이 신장 위구르 유혈사태 관련자 9명을 오바마 대통령의 방중 6일 전에 사형 판결했는가 하면 인민폐 환율절상 요구에도 금융위기는 미국 등 서방의 무절제한 금융시스템과 방만한 재정운용 탓이라며 요지부동이다.
또 기후변화 협약과 관련해서도 중국은 과거 서방 선진국들의 무분별한 개발로 생긴 피해를 후발 개발도상국들에게 전가해선 안된다는 입장을 보여 미국과 유럽의 반발을 샀다.
특히 미 행정부가 가장 신경을 쓰는 아프가니스탄과 이란 문제와 관련해 중국이 소극적인 자세를 보인 게 미중 갈등의 근본적인 배경가운데 하나라는 지적도 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29일 파리 방문 중에 중국이 이란 핵 프로그램에 대한 국제제재에 동참하지 않을 경우 외교적 고립에 봉착하고 에너지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 경고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어 보인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현재 보이는 미중 갈등은 변화된 중국의 위상을 반영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반격

중국도 미국에 대해 과거와 달리 여론몰이를 통한 총공세에 나서고 있다. 중국 정부는 무기 판매가 승인된 직후 미국에 대한 보복조치로 군사교류를 전면 중단키로 했다.
중국의 관영 언론들도 미국의 조치에 대해 ‘오만’, ‘위선’ 등의 단어를 써가며 강력 비난하고 있다.
관영 영자신문 차이나데일리는 1일 “중국의 대응은 얼마나 격렬하든 정당하다”며 “이번 미국의 결정은 중국의 핵심 이익과 관련된 주요 이슈에서 이중기준과 위선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계열의 영문판 글로벌타임스도 자국 정부의 대미(對美) 제재가 “외교 마찰을 다루는 데 다른 강경 조치보다 효과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며 “대만 문제에 대한 중국의 단결력을 과소평가하는 것은 어리석은 생각”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네티즌들도 미국의 무기 판매 결정을 비난하면서 항의 연대서명에 가세해 여론몰이에 적극 나서고 있다.
환구시보(環球時報)의 인터넷판과 주요 포털인 서우후(搜狐), 텅쉰(騰迅) 등이 공동으로 시작한 항의 연대서명에는 이틀 만에 참가자가 3억명을 넘어섰다.
네티즌들은 미국의 무기판매 결정을 비난하면서 미국 제품 불매운동을 촉구했으며 심지어 군사행동을 거론하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미국과의 무역마찰에 대해서도 대미 비난 공세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1일 야오젠(姚堅) 대변인 명의로 낸 성명에서 미국이 자국산 시추용 강관 등에 대해 반덤핑 조치를 취한 데 대해 이런 보호무역주의 조치가 양국 무역관계를 위험하게 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중국은 최근 미국과 갈등을 빚은 구글 사태에 대해서도 여론몰이에 적극 나선 바 있다.
중국 시장에서의 철수 경고로 시작된 ‘구글 사태’가 전개되자 정부 차원의 공세뿐만 아니라 언론과 전문가들을 통해서도 강력하게 미국을 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인민일보와 중국청년보,환구시보 등 주요 언론들은 최근 일제히 사설과 논평을 통해 미국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중국을 비방하고 있다고 맞섰다.
다만 구글 사건은 더 큰 사안인 무기 판매로 인한 갈등이 불거진데다 구글이 한발 물러서 중국에 잔류하겠다는 희망을 피력하면서 소강 국면을 맞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도 중국이 과거보다 목소리를 더 높이고 대미정책에서도 공세적인 느낌을 줄 것으로 예상되지만 기존 판을 깨는 상황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베이징 외교가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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