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왕자루이 회동…6자 물꼬 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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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8일 저녁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과 회동함에 따라 장기교착 상태에 빠진 6자회담 재개의 물꼬가 트일 지 주목된다.
이번 회동은 김 위원장이 북한 노동당과의 연례행사 차원에서 방북한 왕 부장을 접견하는 형식을 띠고 있지만 내용상으로는 중국이 6자회담 의장국으로서 북한의 회담 복귀를 정식으로 설득한다는 의미에 무게감이 실려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회동으로 드러나는 북한의 대응 스탠스는 6자회담 재개의 속도와 수순을 좌우하는 결정적 바로미터가 된다는게 외교가의 관측이다.
우선 주목할 대목은 6자회담 복귀와 관련한 김 위원장의 발언이다. 이날 중국 신화통신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왕 부장과의 면담에서 한반도 비핵화 실현 의지를 되풀이하면서 “6자회담을 재개하려는 관련 당사국들의 진정성(Sincerity)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북핵 외교가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김 위원장이 6자회담 복귀 의사를 사실상 굳혔음을 보여주는 신호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의장국인 중국의 요청에 따라 회담장에 나가겠지만 회담이 북한의 입장에서 볼 때 의미있고 진정성있게 진행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북한이 6자회담 복귀 문제에 대해 진일보된 발언을 내놓고 있는 흐름과 맞닿아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 내부 경제사정 고려

지난해 7월 “6자회담은 영원히 종말을 고했다”(북한 김영남 상임위원장의 발언)고 선언했던 북한은 “관련문제를 양자.다자대화를 통해 풀 용의가 있다”(9월 중순 중국 다이빙궈 외교담당 국무위원 접견)→”미국과의 양자회담 진전에 따라 6자회담을 포함한 다자회담을 진행할 용의가 있다”(10월초 중국 원자바오 총리와의 면담)→”6자회담 재개의 필요성과 역할에 대해 공통이해 도달”(12월초 스티븐 보즈워스 미 대북특사 방북시)로 단계적으로 진전된 입장을 표명해왔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현실적으로 중국에 물자와 식량을 기댈 수 밖에 없는 북한 내부의 다급한 경제사정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한 소식통은 “중국이 북한에 상당규모의 대북지원 약속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북한으로서는 이에 긍정하는 뜻에서 진정성을 언급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김 위원장의 이번 발언은 최근 6자회담 재개 논의를 둘러싸고 대척점에 서있는 미국을 겨냥하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북한이 요구하고 있는 평화협정 회담과 제재해제 문제에 대해 미국이 ‘진정성있게’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북한으로서는 관련 당사국들의 ‘진정성’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의장국인 중국을 통해 6자회담의 틀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구성하려는 노림수를 갖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외교가 일각에서는 왕 부장의 방북을 통한 중국의 대북설득 노력이 이렇다할 구체적인 소득을 거두지 못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대두되고 있다.
특히 북핵문제를 총괄하고 있는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이 이번 회동의 수행자 명단에서 빠져있는 것과 연결짓는 시각도 적지 않다.
북한이 매번 김 위원장과 왕 부장의 회동때마다 수행했던 강 부장을 배석자 명단에서 제외했다면 이는 이번 회동에서 북핵과 관련해 의미있는 논의를 진행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보인 것이라는 풀이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볼 때 북한은 중국의 회담복귀 요청에 원론적으로 긍정적 화답을 내놓으면서도 다음 수순을 염두에 두고 ‘마지막 카드’인 6자회담 복귀선언을 남겨뒀다는게 외교가의 지배적인 관측이다.




김 위원장, 방중 가능성

특히 김 위원장으로서는 베이징 방문이라는 다목적 카드를 통해 경제난 타개와 안정적 권력승계, 대외관계 개선을 일거에 꾀하는 큰 틀의 시나리오를 구상하고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김 위원장의 방중은 살아있는 카드”라며 “시기의 결정만이 남아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와 맞물려 외교 소식통 사이에서는 왕 부장의 이번 방북이 당초부터 김 위원장의 방중을 초청하기 위한 예비수순이었다는 분석이 있다.
한 소식통은 “이번 방북을 통해 북한이 6자회담 복귀를 선언할 가능성은 애초부터 높지 않았다”며 “그보다는 김 위원장의 방중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목적이 더 강해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이 취할 후속 조치로 중국을 전격 방문하거나 핵문제와 대중관계를 책임지는 강석주 외교부 제1부상이나 김계관 부상 등 측근인사를 파견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시기는 중국 공산당의 최대 행사격인 3월초 전인대 행사를 마친 직후가 점쳐지고 있다.
이렇게 되면 6자회담은 설 연휴가 지난뒤 3월께 이뤄질 가능성이 있고, 여전히 살아있는 카드인 김정일 위원장의 방중은 그 직후에 성사될 가능성이 외교가에 돌고 있다.
그 사이에 미국과 중국이 왕 부장의 방북 결과를 놓고 후속협의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되며, 한국과 일본 등도 가세하는 복잡한 외교전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계관 방중

북한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9일 고려항공편으로 중국을 방문했다.
김 부상은 3박4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이날 귀국한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과 같은 비행기를 타고 이날 베이징(北京) 서우두(首道) 공항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 부상은 지난 8일 북한의 최고지도자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왕 부장을 면담한 자리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려는 북한의 의지를 되풀이하면서 6자회담을 재개하려는 관련 당사국들의 진정성이 매우 중요하다고 밝힌 데 이어 중국을 방문한 것이어서 그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베이징 외교가에선 김 부상의 방중으로 북.중 양국이 6자회담 재개와 관련한 논의를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김 부상이 베이징을 거쳐 미국을 방문할 가능성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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