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올림픽 SBS 단독중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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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이 열릴 때마다 국내 방송 3사인 KBS, MBC, SBS 등은 공동 TV 중계를 고수해왔다. 그러나 올해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국내 방송 사상 최초로 SBS가 독점 중계권을 확보하자 논란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과거 지상파 3사가 대회 기간 동안 경기 장면을 되풀이 쏟아 내며 ‘과잉보도’ ‘전파낭비’ 등의 따가운 지적을 받았지만, 이번엔 사정이 완전히 다르다.
24시간 뉴스방송인 YTN도 올림픽 뉴스에는 김연아 모습이 담긴 올림픽 이미지에 기자들이 뉴스를 불러주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마치 라디오 중계를 듣는 기분이다. YTN은 올림픽 화면이 없는 자막에 “저작권 문제로 관련 화면의 해외송출이 안되었음을 양해 바란다”고 안내하고 있다.
대부분 한국 언론들은 SBS의 올림픽 독점 중계에 대해 대체적으로 비판적인 논조를 보이고 있다. 한마디로 시샘이다. 중계권을 따지 못한 KBS와 MBC는 동계올림픽 소식을 철저히 ‘무시’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시청자들을 외면하는 행태다.
현재 밴쿠버 동계 올림픽은 미국 내에서 NBC 방송(LA지역 채널 4)이 독점 중계하고 있다. 미국 시청자들은 이런 점을 당연히 여긴다. 또 다른 ABC, CBS CNN FOX 등 방송도 비록 중계권은 없으나 시청자들을 위해 스포츠 뉴스 시간 등에 충실히 보도하고 있다. 한국의 KBS·MBC 등 TV방송사들도 소아병적인 방송 행태를 하루빨리 시정해야 한다.
<데이빗 김 취재부기자>



이번 밴쿠버 동계올림픽에 SBS 중계팀은 120명의 대인원을 투입했다. 보도를 담당하는 취재팀만 50명에 이른다. 이에 비해 KBS는 취재기자 3명 ID카드 없는 카메라팀 4명을 파견했고 MBC는 취재기자 2명과 ID카드 없는 카메라팀 2명을 보냈을 뿐이다.
이는 SBS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밴쿠버 올림픽 국내 중계권을 단독으로 따낸 까닭이다. 미국에서는 NBC 방송을 통해 김연아의 연기 장면을 볼 수 있으나, 국내에서는 김연아 경기장면은 물론 다른 올림픽 전 경기를 오직 SBS를 통해서만 볼 수 있다. 그뿐 아니다. 중계권이 없는 방송사는 뉴스용 화면도 찍을 수 없다. KBS와 MBC는 뉴스 때도 동영상 없는 ‘죽은 뉴스’를 보도할 수밖에 없다.
지난 14일 방송된 각 사의 종합뉴스에서는 그 차이가 확연히 드러났다. KBS는 9시 뉴스 말미에 18초만 할애해 한국 대표팀의 메달 획득 소식을 단신으로 취급했다. MBC는 같은 소식을 9시 뉴스데스크에서 27초 간 보도했다. 양 방송사 모두 경기화면은 내보내지 않았으며, 스틸 사진으로만 보도했다.
반면 이날 SBS 8시 뉴스는 올림픽 관련 소식을 무려 17꼭지나 방송했다. 전체 방송 분량의 2/3 분량으로, 1500초가량을 올림픽 보도에 쏟아 부은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은 국내 시청자들에게 낯설기 그지없다. 한국이 오랫동안 올림픽 등 국제대회에 대해 공동 중계를 관례로 여긴 탓이다. 하지만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독점중계가 상당히 익숙한 풍경이다.


독점중계 법정까지 갔다

밴쿠버 올림픽 중계권을 두고 KBS·MBC·SBS 등 국내 지상파 방송 3사의 갈등이 법정공방으로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중계권이 없는 KBS와 MBC가 “SBS의 올림픽·월드컵 독점 중계권 확보가 부당행위”라며 방송통신위원회에 분쟁조정을 신청하자 SBS가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달 26일 KBS와 MBC는 “SBS가 올림픽, 월드컵 중계권 협약에 대한 사장단 합의를 위반했다”며 “방송통신위원회에 분쟁조정신청서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신청서를 통해 “SBS가 올해 밴쿠버 동계올림픽과 남아공 월드컵을 비롯해 2012 하계올림픽, 2014 동계올림픽, 2016 하계올림픽 중계권을 독점 확보하기 위해 방송 3사의 중계권 협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했다”고 주장했다.
방통위도 어느 한편만 지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반 시청자 여론도 “어느 방송에서 중계하든 상관없다”는 의견이 다수다. KBS와 MBC는 올림픽 개막 3일 전까지만 합의하면 스튜디오에서 중계가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SBS는 이미 모든 계약과 준비가 끝난 상태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맞섰다.
KBS와 MBC는 “SBS가 지난 2006년 지상파 3사의 중계권 협약인 ‘코리아풀’에서 합의한 6300만 달러(한화 약 723억원)보다 950만 달러(한화 약 109억원) 높은 가격에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올림픽 중계권을 독점 계약했다”며 “이는 명백한 방송 3사 사장단 합의 위반으로 KBS와 MBC는 보편적 시청권 취지에서 적극적으로 공동 대응키로 했다”고 밝혔다.
사건의 발단은 SBS의 자회사인 LA소재 SBS International이 3년 전인 2006년 당시 2016년까지 여름·겨울올림픽(2010, 2012, 2014, 2016)과 월드컵(2010, 2014) 독점 중계 계약을 하면서 불거졌다.
허를 찔린 KBS와 MBC는 합의 위반이라며 계약 취소를 요구했다. 양사는 SBS가 결과적으로 국부 유출을 했다고 비난하면서 그 후 주요 중계에서 SBS를 제외했다. SBS는 재중계권 협상을 시도했으나 양사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올림픽 중계와 보도를 위한 신청서를 밴쿠버 조직위에 낼 때도 KBS, MBC 양사는 무반응이었다. 그렇게 3년이 흘렀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초, KBS가 협상 공문을 보냈으니 이번엔 SBS가 거부했다.
양 사는 SBS의 독점중계권 확보가 방송법 제76조(방송프로그램의 공급 및 보편적 시청권 등) 3항에 명시한 ‘국민관심행사’에 대한 중계방송권자 또는 그 대리인은 일반국민이 이를 시청할 수 있도록 중계방송권을 다른 사업자에게도 차별 없이 제공해야 한다’는 조항에 위배된다며 분쟁 조정 신청을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SBS도 지난달 26일 “SBS는 지상파만으로도 90% 이상의 시청가능 가구를 확보하고 있어 보편적 시청권 충족에 무리가 없다”며 “과거 올림픽 공동중계 시 똑같은 화면을 3사가 일제히 내보내 ‘지나친 중복편성’ ‘정규 프로그램 결방’ 등의 불만과 비판이 많았던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며 보도 자료를 통해 즉각 반박했다.
보편적 시청권이란 방송법 제76조에 의거한 ‘국민적 관심이 큰 대회(올림픽·월드컵·WBC 등)는 국민의 90% 이상이 무료로 시청할 수 있어야 한다’고 규정한 내용. 즉 유료 TV가 아닌 지상파 방송으로 중계해야 한다는 뜻이다.
또, 방송 3사가 합의한 이른바 ‘코리안 풀’에 대해 “과거 KBS·MBC 양사가 먼저 담합해 SBS를 배제해왔다”며 △98년 KBS의 아시안 컵 중계 단독계약 △MBC의 98년 프랑스 월드컵 아시아 예선 단독중계 △2001년~2004년 MBC의 미국 메이저리그 박찬호 선수 출전 야구 경기 독점계약 등 일련의 스포츠 중계권 갈등으로 ‘코리안 풀’이 이미 파기됐던 점을 거론했다. 결국 양 측 모두 중계권 협상에서 계약을 파기한 전례를 갖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중계권을 두고 양 측이 팽팽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갈등의 주요 원인은 동계 올림픽이 아닌 월드컵 중계권 확보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올림픽 중계권보다 훨씬 시장이 큰 월드컵 중계권을 획득하려는 갈등이 더 본질적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SBS는 “올림픽 중계, 제작 인력을 위한 절차 협의 등을 이미 KBS와 MBC에 수차례 종용했으나 일절 반응이 없었다”며 양사의 갑작스러운 분쟁 조정 신청에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공방전 승리자는 SBS

올림픽 중계권을 두고 해당 방송사들의 입장 차는 상당히 크다. 그만큼 감정의 골도 깊어졌다. KBS와 MBC는 SBS의 합의 위반이 사태의 발단이며 자체 지방 방송권이 없는 SBS는 ‘보편적 시청권’을 충족시킬 수 없다고 압박했다.
이에 SBS는 “양사의 무반응으로 지난 3년간 혼자 모든 책임을 다 지고 준비해 왔는데 이제 와서 무임승차하려고 한다”며 “지방 협력사와 함께하기 때문에 보편적 시청권도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이번 동계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SBS의 단독 중계를 막기 위한 법정소송도 제기됐으나 법원이 2010 밴쿠버 올림픽과 2010 남아공 월드컵 중계권과 관련된 SBS와 IB스포츠의 재판에서 SBS의 손을 들어 주었다.
서울남부지방법원 제51민사부(재판장 윤 준)는 2일 IB스포츠가 SBS를 상대로 SBS와 계열사를 제외한 제3자에 대한 2010 밴쿠버 올림픽과 2010 남아공 월드컵의 방송권 재허락, 판매 등의 처분행위와 제3자에 대한 협찬 대행계약 체결의 금지를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가처분 기각 이유로 IB스포츠가 SBS를 상대로 방송허락 금지 등을 요구했지만 IOC나 FIFA와의 계약 주체는 SBS가 아닌 SBS 인터내셔널로 돼있음에도 당사자간 권리관계 변화에 대해 (IB스포츠 측이) 명확히 입증을 못했고, SBS와 IB스포츠 간에 IB스포츠의 권한 범위와 이익분배 등 계약의 본질적인 사항에 관해 구체적인 합의가 없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IB스포츠의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는 경우 SBS가 2010 동계올림픽대회나 2010 월드컵대회를 서울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에는 방송을 할 수 없게 돼 그 손해가 막대하고, IB스포츠가 스스로 합의문을 작성한 이후에 3년이나 경과했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방치했기 때문에 긴급한 보전의 필요성이 없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IB스포츠는 지난 달 6일 “SBS와 IB스포츠가 체결한 약정과는 달리 SBS가 제 3자에게 방송판매권, 방송협찬 판매권을 팔려고 한다”라며 남부지법에 가처분 신청을 낸 바 있다.
IB스포츠는 “지난 2006년 5월 SBS와 맺은 협약에 따라 2010년 동계올림픽, 월드컵과 관련한 방송 재판매권과 협찬 판매권한은 우리에게 있다”며 ‘SBS 계열사를 제외한 지역민방, 케이블TV, 인터넷 방송사 등에 대한 방송 판매권 계약 금지’와 관련해 방송협찬 금지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SBS는 2010 동계올림픽과 2010 남아공 월드컵의 중계는 물론 방송 재판매까지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됐다.


단독중계 SBS ‘실수연발’

독점중계에 힘입어 SBS는 최근 시청률 상승 바람을 타고 있다. 지난 14일 SBS 밴쿠버 동계올림픽방송 최고 점유율이 무려 52.5%(AGB닐슨 서울기준)에 달하며 동계올림픽 열기를 더욱 고조시켰다.
SBS는 이날 한국시간으로 새벽부터 오전 7시 20분까지 이승훈 선수가 은메달을 획득한 1500m 스피드 스케이팅에 이어 9시 21분부터 1시 43분까지 펼쳐진 쇼트트랙 여자 500m과 여자 3,000m계주 예선, 그리고 쇼트트랙 남자 1,500m 예선, 준결선, 결선 경기를 차례로 위성 생중계했다.
특히, 9시대의 경우 방송초반 시청률 4.9%로 출발한 중계방송이 경기가 무르익을수록 시청률이 급등하며 관심을 모았다. 이정수 선수가 우승한 남자 1500m 쇼트트랙 결승경기 직후 최고 시청률로 무려 23.6%를 기록하며 당시 KBS1 ‘설특집 전국노래자랑’ (5.6%), KBS2 ‘설 특집 해피투게더 스페셜’ (4.2%), 그리고 MBC ‘설특선영화 – 적벽대전’(1.7%)을 압도했다.
한편, 이날 SBS 중계방송의 평균 시청률은 13.6%, 점유율은 32.1%를 기록하며 역시 타사를 가볍게 제압했다. 그러나 SBS가 마련한 ‘응원게시판’은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방송미숙을 성토하는 시청자 항의가 빗발친 것이다.
시청자들은 “독점중계를 한다고 해 놓고 왜 케이블방송에서만 중계를 하나” “비인기 종목은 인터넷으로 동계올림픽 봐야할 판” “금메달 딴 쇼트트랙 1500m만 계속 틀어줄 바엔, 뭐 하러 올림픽 중계권을 독점으로 따갔냐” 등의 항의가 쇄도했다.
KBS뉴스 게시판에도 실망한 시청자들의 의견이 올라오고 있다. 한 시청자는 “SBS가 제대로 방송도 되지 않아서 공영방송 KBS로 자세한 소식을 기대했는데”라며 “이러고도 시청료를 받아갈지 KBS에 실망감과 함께 정 떨어진다”고 적었다.
독점중계과정에서 SBS는 실수도 연발했다. 지난 15일(서울시간) 여자 스피드 스케이팅 3000m 경기를 중계 방송하면서 실수를 저질렀다. 이날 3000m에는 유망주인 노선영, 이주연, 박도영 선수가 출전했지만 스타트 선상에 선 박도영 선수의 국적을 태극기 대신 일장기로 표현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벌어진 것. 방송 화면상으로는 곧 태극기로 수정됐지만 해설진은 별다른 사과 없이 중계를 진행했다.
이 같은 실수는 SBS가 지상파 3사가 공동으로 올림픽을 중계하자는 합의, ‘코리아 풀’을 파기하고 올림픽과 월드컵 중계권을 단독으로 확보한 상황에서 더욱 눈총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시청자가 방송사를 선택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일어난 일이라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실수가 ‘독점중계’ 때문이라는 지적은 무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밴쿠버 올림픽 이후에도 지상파 3사의 전쟁은 끝나지 않는다. 곧바로 6월 남아공 월드컵이 닥치고, 2016년까지 여름·겨울올림픽, 월드컵 등 대규모 국제대회가 물려 있기 때문이다. 월드컵을 앞두고 KBS는 추가 부담금을 물더라도 공동 중계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영방송으로서 국민 관심사인 올림픽과 월드컵을 계속 외면할 수 없고, 시청률과 수입도 생각해야 하는 까닭이다. MBC도 입장은 똑 같다.
이전에도 중계권을 놓고 3사 간 합의가 깨진 적은 여러 번 있다. 누구도 책임에서 자유로운 방송사는 없다. 2016년까지 이어질 ‘중계권 전쟁’이 어떻게 마무리 될 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시청자 입장에서는 방송사끼리의 알력 다툼이 단순한 ‘소모전’이라는 인식을 지울 수 없다. 어느 방송사가 중계하든 ‘지상파로 볼 수만 있으면’ 상관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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