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장 풀리는 스위스 비밀계좌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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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대전 이후 금융 비밀주의를 내세워 세계적으로 ‘검은 돈 창고’ ‘비밀금고’라는 오명을 짊어졌던 스위스의 금융 비밀계좌가 마침내 베일을 벗을 전망이다. 그 동안 세계의 악명 높은 독재자들이 단골로 이용하던 스위스 비밀계좌와 금고는 더 이상 무풍지대도 안전지대도 아니다.
미국은 지난 9.11테러 사건 이후 스위스 당국에 테러자금으로 의심되는 계좌 정보 일체를 제공해 줄 것을 의뢰했고 스위스 당국이 이를 전폭적으로 수용해 화제가 된 바 있다. 미국은 또 스위스의 비밀주의 금융 방식이 국제적으로 악용되는 사례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며 공개적으로 제동을 걸기도 했다.
스위스는 중립국가로 정치적 문제에 개입하지 않으며 독재자건 살인자건 불문하고 입금되는 돈에 대해서만 철저히 예금자의 신원을 보장, 비밀에 부쳐 왔다. 그러나 최근 과거의 오명을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적지 않다. 스위스 당국은 굳게 닫혔던 금융 빗장을 일부 국가들에게 서서히 열면서 금융거래 정보를 원할 경우 이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김현 취재부기자>



지난 반세기 동안 스위스는 국제 금융거래 시장의 ‘무풍지대’나 다름없었다. 철저히 예금자의 신원을 보호하는 원칙으로 세계의 검은 돈이 몰려들었고 스위스 당국은 이렇게 몰려든 막대한 자금으로 국가 산업에 재투자해 엄청난 이익을 누렸다.
그러나 스위스는 ‘검은 돈의 집합지’라는 오명도 함께 얻었다. 전 세계 독재자들은 스위스 은행을 선호했다. 사람을 죽이고 국민의 혈세를 빼돌려 자신들의 부를 축적하는 수단으로 스위스 은행을 애용해 왔으며 당국은 이들의 신원을 철저하게 보장해줬다.
특히 한국에서는 박정희 정권 이후 정·재계 실력자들이 스위스 은행을 앞 다퉈 이용해 왔다. 이후락 전 중앙정보부장을 비롯해 김형욱 부장이 스위스에 비밀계좌를 운용하고 있었다는 증언은 미국 청문회에서도 나온 바 있다. 이처럼 독재치하에서 정권 유지를 위해 권력자들이 스위스 은행과 비밀 거래를 한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인 셈이다.
또 한국 재벌가들은 세금 탈루 목적으로, 정치인들은 검은 돈을 세탁하기 위해 스위스 은행이나 조세 피난처(Tex Heaven)를 이용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모두 옛말이 될 처지다.


역외탈세자 부분 공개

한국정부는 지난 1일 한-스위스 조세조약에 금융정보 교환 규정을 추가 삽입해 논의 중이라고 발표했다. 정부는 이르면 내년 초부터 우리나라 탈루자들이 스위스 비밀금고에 숨겨놓은 자금 내역을 의뢰해 부분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이번 한-스위스 조세조약 가운데 금융 정보 규정을 삽입한 이유는 재정위기에 처한 각국 정부가 세금추징을 위해 해외 금융거래 정보를 상호 교환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번 협약은 오는 7월 스위스에서 양국 간 최종 합의에 이를 가능성이 크며 스위스 정부도 상당히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재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그 동안 우리 측 협상 제의에 미온적이었던 스위스 당국이 7월 스위스에서 만나 최종 조율하자는 의사를 전달해 왔다”라며 “그 전에 실무진끼리 세부 협의를 마치고 7월에 최종 합의에 이르는 쪽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우리가 미국처럼 특정 범위를 지정해 스위스에 계좌 내역을 요구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 세금 탈루 의혹자로부터 받은 스위스 계좌에 대해 내역을 의뢰해 통보받는 수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해 그 동안 스위스나 기타 조세 피난처 국가에 검은 돈을 거래한 사람들의 신상이 밝혀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오는 7월 한·스위스 조세협약이 합의될 경우 양국 간 세부 비준 절차 등을 거쳐 내년 초부터 스위스와 금융정보 교환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 비밀주의를 악용한 역외 탈세가 차단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무기 브로커들 천국

과거부터 일부 국내 부유층이 스위스 은행에 거액의 재산을 관리하고 있다는 의혹은 끊임없이 나돈 바 있다. 그러나 스위스와 금융정보 교환이 불가능해 숨긴 재산을 파악할 수 없었다.
여기에 한국의 경제성장과 맞물려 외국 기업에서 받은 리베이트를 한국 정부에 신고하지 않고 세금을 탈루할 목적으로 스위스은행을 거래하고 있다는 정보도 속속 입수돼 한국정부가 대대적인 단속에 나서 의혹인물들에 대한 신상정보와 거래 사실을 의뢰할 예정이다.
한-스위스 정부의 조세조약 중 금융정보 교환 내용이 포함되었다는 소식에 세금 탈루 사업가들과 재벌 기업들이 초비상이 걸렸다는 후문이다. 금융정보 교환이 이뤄질 경우 국내의 세금 탈루 혐의자로부터 넘겨받은 스위스 계좌에 대한 내역 조사를 통해 추징이 가능해지며 스위스 금고도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 것이다.
지난 70년 대 초 중동 개발 붐 이후 한국 기업들이 브로커들이 세금 탈루나 정치자금 마련을 위해 탈세나 세탁을 목적으로 스위스-홍콩, 최근에는 조세 피난처를 즐겨 애용해 왔었다. 특히 전두환 군부정권 이후 검은 정치 자금들이 예치되었으며 원자력 발전기 도입과 무기브로커, 오일 회사와 브로커들이 리베이트로 받은 검은 돈들이 주로 예금되었다는 의혹이다.
실제로 지난 10여 년간 한국에서 터진 대형 금융사건이나 정치적 사건에 스위스의 검은 돈 거래 사실들이 속속들이 밝혀졌으나 한-스위스 당국 간의 범인인도협정이나 금융정보 거래 등에 관한 협약이 체결되어 있지 않아 검찰이 곤혹을 치렀다.


DJ 정치자금 겨냥설 대두

정치권에 의하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숨겨 돈의 상당 액수가 스위스의 비밀계좌에 존재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대북 송금 5억 달러를 제외하고도 아직 밝혀지지 않은 2억 달러가 어딘가에 숨어 있을 것이라는 내용이다.
지난 2006년부터 꾸준히 제기되어 온 뉴욕의 뭉칫돈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가족에서부터 흘러나온 돈이라는 주장과 스위스에 거액의 예금이 예치되어 있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실제로 현 정부가 이 돈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는 그럴듯한 소문도 있다.
이번 한-스위스 금융정보 제공 의뢰 1순위가 바로 DJ의 숨겨 논 비자금이라는 소문도 정황 상 사실일 가능성이 많다. 현재 스위스에 예치된 한국의 검은 돈은 수십억 달러로 추산되고 있다. 이미 사망한 사람들의 예금은 모두 스위스 국고에 귀속되었다. 이 돈까지 합치면 지난 반세기 동안 스위스은행에 예치된 검은 돈은 천문학적이다. 이번 기회에 이들의 검은 돈의 행적이 낱낱이 까발려질지는 모르지만 메시지를 통해 역외 탈세를 예방하는 효과가 상당히 있을 것으로 보인다.







BBK 김경준씨, 스위스 구좌에 1500만 달러 있다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다수의 투자자들을 상대로 수백억 원 대의 투자사기를 벌여 현재 8년형을 선고받고 서울 교도소에 수감 중인 前 옵셔널벤쳐스 코리아 대표 김경준(40)씨도 스위스 은행의 고객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는 스위스의 한  은행에 1530만 달러를 예치한 사실이 당시 FBI에 의해 확인 돼 수사당국이 김씨의 재산을 동결한 것이 밝혀지면서 세인들의 비상한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이 같은 사실이 밝혀지자 이 돈의 실제 주인을 둘러싸고 추측이 난무했다.
재판 당시 연방검찰에 의해 동결된 김 씨 재산 3000만 달러의 출처에 대해 존스 변호사는 “명문대를 나온 능력 있는 사람이 충분히 벌 수 있는 재산이며 동결된 자산은 김경준 씨가 합법적인 방법을 통해 노력해 벌은 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문제의 자금이 옵셔널벤쳐스 코리아의 투자사기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음을 강력히 주장했으나 당시 김씨의 세무보고 자료에 의하면 터무니없는 액수라는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이를 놓고 문제의 자금이 제3의 정치인의 비자금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당시 연방검찰이 제출한 보석불허 관련 자료에 의하면 “김씨가 스위스 은행에 예치된 예금을 2002년 3월 12일부터 올해 3월 1일까지 5차례에 걸쳐 알렉산드리아 인베스트먼트 LLC.명의로 크레딧 스위스 프라이빗 은행에 총 1,530만 달러를 입금시킨 기록이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1년 12월 20일 도망치다시피 LA로 도주한 김씨가 불과 2년 만에 무슨 재주로 수천만 달러의 거액을 벌었는지 모를 일이지만, 스위스 비밀은행에 예치된 돈의 성격 등 정황을 보아 제3자의 빼돌린 검은 자금과 무관치 않음에 의혹은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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