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취재] MB독도발언 감추려 김길태 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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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본국 내에서 굵직한 사건사고 잇달아 벌어졌다. ‘무소유’의 법정스님이 입적해 전국이 애도 물결 속에 빠진가 하면 여중생을 유괴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김길태 사건’에 모든 매체들이 특종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련의 언론 대서특필이 MB정권의 치명적인 결점을 감추지 위해 확대, 조작되고 있다는 음모론이 불거져 논란이 일고 있다.
톱스타 장동건-고소영 결혼 발표와 노홍철-장윤정 결별 소식 등 가십성 뉴스가 신문지상을 가득 채운 것을 놓고도 일각에서는 ‘이런 영양가 없는 뉴스를 왜 과다하게 노출시키느냐’는 볼멘소리가 적지 않다.
이런 까닭에 일부에서는 ‘모종의 대형사건을 감추려는 것이 아닌가’ ‘국민들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것이 아닌가’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역대 정권에서는 ‘대형 간첩 체포사건’이나 ‘연예인마약복용’ 등을 터뜨려 국민들의 시선을 돌리는 이른바 ‘언론 플레이’를 종종 구사한 전례가 있다.
이번 법정스님 입적과 김길태 사건 등에 온 나라의 시선을 잡아끈 이면에는 ‘MB의 독도발언’과 깊은 연관이 있다는 주장이 심심찮게 불거지고 있다. 이 같은 여론을 의식한 듯 한나라당은 최근 “정치적 음모술”이라며 강력 반박하고 나섰다. 과연 ‘MB의 독도발언’은 무엇이고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 걸까. 
                                                                                        <데이빗 김 객원기자>



지난 2008년 7월 일본 문부성은 중학교 사회과목 교육 지침서인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독도의 영유권은 일본에 있다’는 주장을 명기해 파문을 일으켰다. 요미우리는 같은 달 15일 이 대통령과 후쿠다 전 총리의 정상회담을 보도하며 “관계자에 따르면 후쿠다 수상이 ‘다케시마(독도의 일본명)를 (교과서 해설서에) 쓰지 않을 수 없다’고 통보하자 이 대통령이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 달라’고 요구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실었다.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 대통령의 말이 “국내 여론이 잠잠해진 뒤 명기하라”고 해석될 소지가 컸고, 파문이 커지자 당시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강력히 반박했다.
논란이 일자 백모씨 등 시민 소송단 1886명은 지난해 8월 “요미우리는 근거 없는 보도로 한국인의 자존의식에 상처를 입혔다”며 이 신문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등 소송을 냈다. 소송단은 해당 발언이 사실무근이라는 청와대의 사실조회 결과를 최근 재판부에 제출했다.


시민소송단 소송 제기

지난 9일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요미우리는 오는 17일 변론 기일을 앞두고 민사합의14부(부장판사 김인겸)에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당시 아사히신문도 표현은 조금 다르나 요미우리와 같은 취지로 보도했다”고 주장했다. 또 “서로 다른 신문사가 동일한 취지의 내용을 기사화한 것은 보도 내용이 취재 활동에 기초한 객관적 사실의 전달이라는 점을 방증한다”며 “신빙성 있는 사실정보에 근거하지 않은 채 보도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또 요미우리가 “이 대통령이 후쿠다 야스오 당시 일본 총리에게 ‘기다려 달라’고 했다는 보도는 허위사실이 아니다”는 취지의 준비서면을 최근 법원에 제출한 사실을 국민일보가 최근 보도하면서 일대 혼란이 빚어졌다.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논란에 대해 방송 3사 보도 책임자나 기자들은 요미우리가 법정에 제출한 준비서면의 내용에 포함된 주장의 근거나 정확한 사실관계 등이 파악되지 않은 상태이며 요미우리의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내용이 없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이 같은 시민소송단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대해 여당인 한나라당은 “국익에 반하는 행동”이라며 자제를 촉구하고 나섰다. 정미경 한나라당 대변인은 지난 14일 논평을 통해 “민주당은 2008년 요미우리가 잘못 보도한 이른바 ‘MB 독도 발언’을 다시 도마 위에 올려놓고 국익에 반하는 위험한 정치게임을 벌이고 있다”며 “민주당은 자신들의 문제제기를 독도수호를 위한 애국적 헌신으로 미화하고 있으나, 이것은 명백한 반국익적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정 대변인은 “‘대통령이 대한민국 영토를 포기하려 했다’는 식의 상상할 수도 없는 주장을 펼치는 것은 우리가 실효적 지배를 하고 있는 독도를 마치 분쟁지역인 것처럼 비치게 하는 위험천만한 행위”라면서 민주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네티즌의 정서를 자극하려는 정략적 계산이 독도문제에 큰 해악을 불러오고 있음을 깨닫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정 대변인은 또 “한국 정부가 당시 요미우리 신문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것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였다”며 민주당을 향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독도냐 아니면 지방선거 승리냐”라고 역공을 퍼부었다.




당혹스러운 여권

이 같은 한나라당 측의 입장에 진보언론 인 [오마이뉴스]는 ‘MB 독도발언’에 대해 청와대를 비롯한 여권이 공식 대응을 꺼려오다 갑자기 논평을 통해 야당에 역공을 취하고 나선 것은, 이 사안이 갖고 있는 폭발력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14일 보도했다.
매체는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 야당이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발언’은 헌법상 영토보전 책무를 저버린 명백한 탄핵사유”라고 맹공을 퍼붓고 있는데다 누리꾼들을 중심으로 한 여론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이 문제에 대한 누리꾼들의 반응은 경이로울 정도다. 요미우리측이 MB발언 보도가 허위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준비서면을 법원에 제출했다는 내용의 [국민일보] 단독보도가 9일 <미디어 다음>에 게재된 이후 14일 저녁까지 8만8000개에 육박하는 댓글이 달렸다.
이 사안에 대한 주요 언론 ‘침묵’은 오히려 누리꾼들을 들끓게 만들었다. MBC·KBS·SBS 등 지상파 방송 3사 인터넷 시청자 게시판에는 관련 사안을 보도해 달라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이 대통령의 독도 발언이 처음 문제가 됐던 건 지난 2008년 7월. 당시 [요미우리]는 15일자 신문과 인터넷을 통해 이 대통령과 후쿠다 전 총리의 정상회담 내용과 관련 “후쿠다 수상이 ‘다케시마(독도의 일본명)를 (교과서 해설서에) 쓰지 않을 수 없다’고 통보하자 이 대통령이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 달라’고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일본 문부성은 중학교 사회과목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독도의 영유권은 일본에 있다’는 내용을 기재해 논란이 있던 상황이었고, 보도대로라면 이 대통령은 일본 문부성의 방침을 사실상 용인한 것으로 해석돼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 같은 보도에 대해 청와대는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강력히 반박했다. 이에 [요미우리]는 인터넷판에서 해당 기사를 삭제했지만 이후 정정보도 요구 등 정부의 공식적인 대응은 없었다. 
여론이 잠잠해지자 시민 소송단 1886명은 “근거 없는 보도로 한국인의 자존의식에 상처를 입혔다”며 요미우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등 소송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요미우리 준비서면 내용이 보도되면서 ‘MB 독도발언’ 논란이 재점화됐다.


독도발언, 김길태 사건에 묻혀

인터넷언론 ‘미디어오늘’도 지난 13일  ‘김길태 자장면’에도 밀린 ‘MB 독도발언’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방송3사도 ‘독도 발언’을 외면하고 김길태의 일거수일투족만 보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매체는 이날 국민들의 공적 관심사에 대해 적극적으로 보도해야할 방송사들이 많은 궁금증을 낳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 독도발언 진위는 외면하고 부산여중생 살해사건 피의자 김길태 에 대해서만 며칠 째 많은 시간을 할애해 뉴스를 내보내고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김씨에 대해 ‘그가 조사를 받으면서 자장면을 먹고 담배를 여러 개피 피웠다’는 얘기나 ‘과거부터 은둔형 외톨이였다’는 사실, ‘창밖 풍경까지 내다보는 여유로움을 드러냈다’는 본래의 수사와 전혀 상관없는 외적인 내용까지 선정적으로 리포트해 과도한 ‘김길태 우려먹기’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았다.
김 씨의 일거수일투족을 가장 적극적이면서도 앞서 보도한 곳은 MBC였다. MBC는 지난 11일 <뉴스데스크> 5번째 리포트 ‘태연한 김길태’에서 “김씨는 붙잡힌 뒤 자장면과 담배를 요구했고 휴식도 마다한 채 조사부터 받겠다고 호기를 부렸다”며 그의 행동거지가 태연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MBC는 이날 <뉴스데스크> 8번째 리포트 ‘범죄 예고하는 김길태 낙서’에서 김씨의 살해혐의와 상식적으로 그다지 연관성이 보이지 않은 소소한 낙서에 대해서도 자세히 보도했다. MBC는 “김씨의 방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낙서들이 발견됐다”며 그가 심리적으로 얼마나 불안한 상태였는지를 증명한다고 강조했다.
MBC는 리포트에서 “김씨가 외출도 않고 밥도 양부모가 갖다 줘야 먹을 정도의 폐쇄적 생활을 했다”며 “TV도 없는 방안에서 김 씨는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MBC는 회전식 침대라고 표시돼있는 네모난 구조물이 그려진 김씨의 낙서와 변기가 그려진 낙서를 차례로 보여줬다.
MBC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그림들은 폐쇄적인 성격의 김씨가 항상 극도의 불안감에 사로잡혀 있었던 증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라고 전하면서 “폐쇄적인 생활을 하면서 항상 불안감을 느꼈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범죄를 저질렀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이 같은 MBC의 보도행태는 다른 방송사에도 영향을 미쳤다. SBS는 12일 <8뉴스> 두 번째 리포트 ‘“할 말 없다” 모르쇠 일관’에서 김씨가 입을 열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김길태의 당당함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며 “경찰에게 자장면 등 수시로 자신이 먹고 싶은 음식을 요구하는가 하면, 심지어 담배를 요구해 피우기도 했다”고 방송했다.
SBS는 “오히려 수사를 하는 경찰이 더 긴장하는 모습”이라며 “김길태가 화장실을 갈 때면 경찰 5∼6명이 함께 움직인다”고 덧붙였다.
KBS는 12일 <뉴스9> 5번째 리포트 ‘형사들이 왔다’에서 김씨가 은거하던 옥탑방 벽에 적힌 낙서를 주로 리포트했다. KBS는 “도피 중에도 경찰 움직임을 꿰뚫고 있었던 거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KBS는 또 “지난 3일 김길태가 숨어있다 수색중인 경찰을 따돌리고 달아난 폐가에서 성인 남성의 가슴 높이에 연필로 ‘형사들이 왔다’고 휘갈겨 쓴 낙서가 눈에 띈다”며 “낙서의 내용과 연필로 쓴 낙서인데도 흐려지거나 뭉개짐이 없다는 점에서 최근 쓰인 것으로, 김길태가 형사들과 마주치고 도주한 뒤에도 이곳을 다시 찾아 은신했을 가능성도 제기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런 보도는 실제 김씨가 범행을 했는지를 밝히는 데 인과관계를 설명하기 보다는 ‘인간 김길태’에 대한 일거수일투족 뒤쫓기 수준의 선정적인 태도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누리꾼 비난 쇄도

방송사, 특히 MBC의 뉴스 홈페이지 시청자의견 게시판에는 ‘김길태 이제 그만하고 독도 진위 좀 밝혀달라’는 청원성 글이 점점 더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다. 13일 하루에만 MBC 뉴스 게시판엔 160여 건의 청원글이 올랐고, 지금까지 모두 560건 넘는 독도 보도 청원 요구가 MBC 뉴스 게시판을 달구고 있다.
아이디 WJDGORMS13는 “제발, 김길태 얘 이야기는 그만”이라며 “MBC가 김길태의 형을 집행하는 것도 아닌데”라고 지적했다. 누리꾼들이 왜 이런 요구를 하는지에 대해 설명한 글도 있었다.
“왜 국민들이 MBC와서 이런 요구를 하겠습니까? 언제부터인가 MBC뉴스만 시청하고 있습니다. 왜 국민들이 MBC와서 이런 요구를 하겠습니까? 믿기 때문입니다. 제발 언론의 중심으로 우뚝 서 주십시오. 믿어줄 때 잘해 봅시다.”(아이디 moolpym)
이에 반해 아이디 TJKH0221는 “이거 MBC관계자들이 보기나 할까”라며 “시청자 의견은 왜 만들어났데, 이렇게 수많은 요청글에도 꿈쩍하지 않고 ‘각하’의 비유를 맞추기 위해 김길태로 도배를 해야지”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아이디 aa2008는 “수십 명을 죽인 연쇄 살인사건도 아니고 한 사람 죽인 것을 가지고 더 떠든다”며 “뭘 물 타기 하려고 하는지, 그토록 일본에 대하여 관대한 이유는 뭔지”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아이디 POLO2303도 “MB독도 관련기사나 자세히 보도 좀 해주지 김길태 질린다”며 “김길태 일거수일투족 짜장면 먹고 샤워하고 눈물 보이고 이런 식의 세세한 것까지는 그만 보도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방송 3사는 지난 12일 밤 메인뉴스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기부재산 330억여 원으로 장학 사업을 하는 청계재단은 첫 번째 장학생으로 국가유공자, 다문화 가정 자녀와 소년소녀가장 등 451명의 중고등학생을 선정했다고 밝혔다”는 내용에 대해 나란히 단신으로 처리했다.
아이디 ahnbd도 “MB는 무섭고, 국민은 안 무서운가 보다”고 지적했고, 아이디 phillar74는 “김길태 사건도 중요하고 법정스님 입적하신 것도 중요하지만 내 나라 내 땅을 빼앗길지도 모를 단초를 우리 스스로 제공했다는 데 이보다 더 중요한 이슈가 현재 어디있나” “이게 서울에 눈이 얼마나 내렸다는 것보다 비중이 적은가”라고 되물었다.
아이디 tptkddlf는 “권력에 굴하지 않고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해야 되는 언론기관이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발언, 지방선거 등 현실적이고 중요한 사안이 왜 살인마보다 중요도가 떨어진 거냐”고 지적했고, 아이디 KDHWJDDLA는 “정말 실망이다. MBC뉴스만 봐왔던 사람인데 이젠 그럴 필요가 없겠다”고 했다.
반어적으로 MBC 제작진을 풍자하는 글도 눈에 띄었다. “오늘은 김길태로 몇 분을 우려먹나요? 아 그리고 김길태가 오늘 점심은 뭘 먹었는지도 꼭 알려주세요. 그 중요한 9시 뉴스에 꼭 좀 알려주세요.”(아이디 UBOAT380)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 KBS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았다. 아이디 김 아무개는 KBS 뉴스게시판에 “사실여부를 떠나 독도 기사는 올려야 국민방송의 도리”라며 “단지 정부가 신경 안 쓰겠다는 말 한마디에 당신들도 신경 쓰지 않겠다는 뜻인가”라고 질타했다.
아이디 이 아무개는 “김길태는 법대로 처리하고 이젠 독도발언 건 진실 좀 알자”며 “국민의 소리를 외면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가장 먼저 요미우리가 MB 발언 보도를 사실로 판단한다는 준비서면을 법원에 제출했다고 보도한 국민일보의 기사(포털 사이트 다음에 게재)에는 12일 오후 5시 현재 59000여 개의 댓글이 달렸다.
이에 반해 김길태 사건 관련 소식은 김씨가 검거된 지난 10일과 11일 적게는 하루에 7건에서 많게는 14건까지 쏟아져 나왔다. 10일엔 KBS가 14건으로 가장 많았고, SBS 12건, MBC 11건이었으나 11일엔 MBC가 12건으로 급증했다. KBS(9건)와 SBS(7건)가 그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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