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 미국방문 철통보안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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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장엽(87) 전 북한 노동당비서가 최근 미 행정부, 의회 관계자들을 만나기 위해 2003년에 이어 두 번째로 미국을 방문했다. 지난달 30일 워싱턴DC 도착한 후 지난 3일 일본으로 떠날 때까지 황 전 비서의 동향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으며 모든 일정도 행사 후 제한적으로 발표됐다. 그에 대한 경호 또한 외국 정상급에 준할 정도로 엄격하게 실시됐다.
AFP통신은 황 전 비서가 망명 후 한국에서 수 차례 암살 위협을 받았다고 최근 발간된 그의 자서전을 인용해 보도했다. 서울의 소식통은 “구정권 시절 황 전 비서는 연금 상태나 다름 없었다”고 전했다.
북한 문제에 밝은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은 “황 전 비서가 미국에 머무는 동안 국무부 관리? 의회 관계자 등과 공식 또는 비공식 회동을 하면서 화폐개혁 이후의 북한 상황과 급변사태, 북한 권력의 3대 세습 문제 등에 관해 의견을 나누었다”며 “그는 ‘북한은 현재 불안전한 상태’ ‘후계자 김정은도 논할 가치가 없는 인물’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
황 전비서의 미국 방문은 정부 초청이 아닌 국제전략연구소(CSIS)라는 민간단체의 초청방문이었으나 미국정부가 관여했던 정황이 역력했다. 워싱턴DC 소식통에 따르면 황 전비서의 건강이 허락하는 한 그가 지닌 북한정보에 대해 미국정부측이 직접 들을 수 있는 기회를 갖기 위해 이번 초청이 이루어 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 국무부는 황 전 비서가 워싱턴DC에 도착하기 전에 실시된 정례 언론 브리핑에서“우리는 그의 미국 일정에 아무 것도 아는 것이 없다”고 시치미를 뗐다.
이번 황 전 비서의 미국 방문에는 과거 그와 교류를 지닌 미국의 민간단체나 학계 관계자들도 모를 정도로 비밀히 진행되어 주목을 받았다. 지난 2003년 황 전 비서를 미국에 처음 초청했던 미국 디펜스 포럼 재단의 수잔 솔티 회장도 이번 황 전 비서의 미국 방문에 어떤 사전 연락도 받지 못했다.
황 전 비서의 미국 방문은 미국과 한국 내 지인과 한반도 관계자들에게도 알리지 않을 만큼 극비리에 이뤄졌으며, 황 전 비서의 행보도 극소수만 알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황 전 비서의 미국체류 중 철저한 보안은 황 전 비서가 워싱턴DC에 올 때부터 일본으로 떠날 때까지 유지됐다.
                                                                                         <성진 취재부기자>



황 전비서는 지난달 31일 메트로폴리탄 클럽에서 초청 측인 미 전략연구소 주최로 열린 강연을 겸한 토론회에 참석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 3일 일본으로 떠날 때까지 수차례 극비 모임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황 전 비서는 지난 2일 한 모임에서 김정일의 후계자로 알려진 3남 김정은에 대해 “그 녀석 만난 일도 없고 그깟 녀석이 무슨 소용이 있겠나”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김정일보다 못하면 못했지…. 그깟 놈 알아서 뭐하나”라며 “미국 같은 위대한 나라가 (그에게) 관심을 돌릴 필요가 없다”고도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일의 성격과 리더십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도 “내가 거기서(북한에서) 떠나와서 김정일 욕하면 뭐하겠나. 난 그런 것 이야기하러 온 것 아니다”라면서도 “300만 명의 인민을 굶어 죽게 하면서 핵을 만들고 미사일을 개발하고 하는 것을 보면 제 정신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황 전 비서는 또 “(김정일과) 어린 시절부터 잘 아는 사이인데 사람 꼼짝 못하게 하는 데는 수완이 있는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6자 회담에 대해서도 “김정일에게 ‘너는 6자 회담에 올 자격이 없다’고 이야기한다면 가장 아파할 것”이라며 “6자 회담에 참가하면 이것 주겠다, 저것 주겠다 하는 식의 접근은 안 된다”고 말했다.
황 전 비서는 김정일의 중국 방문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는 것과 관련해 “김정일 정권에 기대를 걸지 말라. 김정일과 직접 무엇인가를 해보려고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김정일과 무엇을 해보려고 하는 것은 불과 싸우는 것이 아니고, 불의 그림자와 싸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정일의 움직임에 (세세하게) 관심을 돌릴 필요가 없다”며 “변화는 있을 수 있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북한에서 수령 독재가 없어지고 시장 경제가 되도록 하는 것”이라고도 설명했다.
이어 북한 문제에서 중국의 역할과 관련해 “(북한과 중국이 동맹관계를 유지하는 한) 중국이 중재자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환상”이라며 “중국이 북한과의 동맹관계를 끊는다고 하면 그것은 북한에 사망선고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북·중 관계를 떼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황 전 비서는 “중국은 북한에 대해 영토적 야심이 없다”며 “다만 중국의 이해관계는 북한의 자유민주주의화로 80만의 조선족이 있는 압록강, 두만강 지역에 (자본주의의) 개혁·개방 바람이 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황 전 비서는 이날 “북한에 군사력을 동원해서는 승리할 가능성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며 냉전 당시 소련을 무너뜨린 것처럼 사상전, 경제전, 외교전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에 대한 사상전의 핵심은 인권옹호”라고 말한 황 전 비서는 미국이나 한국에서 적극적으로 북한 인권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주인은 2300만의 북한 동포들”이라며 김정일 독재를 무너뜨리고 북한에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황 전 비서는 대북 경제전과 관련, “한국과 중국이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는 것이 북한을 놀라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천안함 침몰사고에 북한이 관여했을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고 “그럴 가능성이야 있다. 하지만 가능성만 갖고 책임을 추궁할 수 없다”며 “현재로선 그것과 관련된 정보도 없고 증거가 없어 말하지 못한다”고 선을 그었다.
북한에서 급변사태가 발생할 전망에 대해서는 “현실과 가깝지 않은 분석”이라며 “중국이 계속 지지하는 한 북한의 급변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현재 북한에는 김정일을 반대할만한 큰 세력이 없으며 북한 체제 내부 분열을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정일에 퍼주기 금물”

지난달 31일 황 전 비서의 첫 번째 강연회는 리처드 아미티지(Armitage) 전 국무부 부장관이 사회를 봤으며 CSIS의 빅터 차(Cha) 한국 실장, 마이클 그린(Green) 일본실장 등이 패널리스트로 참석한 가운데 전·현직 미 행정부 관리와 정보기관 관계자, 한반도 전문가, 언론인 등 극히 제한된 40여명만이 참석했다.
전날 워싱턴에 도착해 4일 일본으로 떠난 황 전 비서의 동정은 워싱턴 체류 기간 모든 일정을 철저한 보안에 부쳐졌으며 대부분 행사나 회의도 비공개 일정으로 진행됐다. 이날 강연회도 한국 귀국 시까지 비공개로 진행하려다 방침을 바꿔 공개했다.
빅터 차 한국 실장은 황 전 비서가 31일 오후 열린 비공개 토론회에 참석해 “북한의 현 상황에 누구도 행복하지 않다”며 지금의 북한 구조를 바꿀 수 있는 외교적, 경제적인 접근의 필요성을 주장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전했다.
빅터 차 한국 실장은 “황 전 비서가 북한의 경제적인 개혁을 유도하고 북한의 인권 문제를 국제사회에 널리 알리는 등 다각적인 외교적 수단을 통해 북한이 변할 수 있도록 국제사회가 공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특히 황 전 비서는 북한의 경제 개혁에 중국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는 점과, 북한에 대한 미국과 한국 간 공조의 중요성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토론회에서 황 전 비서는 1시간가량 연설을 한 뒤 참석자들과 45분간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고 빅터 차 실장은 RFA는 전했다. 토론회가 끝난 직후엔 검은색 차량을 타고 삼엄한 경비 속에 건물을 떠났다. 토론회에는 국무부를 비롯한 미국의 전·현직 관리와 민간단체 대표, 학자, 언론인 등 40여 명이 참석했으며, 로버트 킹 국무부 대북인권특사도 초청을 받았지만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국무부 관계자는 “황 전 비서가 별도로 국무부 관리와 만나느냐”는 질문에 “미국 정부의 공식 초청은 아니다”라는 입장만 보였다고 이 방송은 전했다.
황 전 비서는 지난 31일 토론회에서 “북한에 급변사태가 일어날 것으로 주장하는 것은 현실과 가깝지 않은 분석”이라며 “중국이 계속 지지하는 한 북한의 급변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북한에는 군대, 경찰, 적위대 등 독재를 실시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일반 대중보다 훨씬 많다”며 “다소의 변화 현상이 일어난다고 해서 큰 변화가 일어난 것처럼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북한 내부 변화 가능성을 낮게 봤다.
황 전 비서는 “북한 정권의 명맥을 장악하고 있는 것은 중국”이라며 “중국이 만약 북한과의 동맹관계를 끊는다고 하면 그것은 북한에 사망선고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중국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을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 전 비서는 “일부 사람들은 중국이 북한에 대해 영토적 야심이 있다고 보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며 “중국의 이해관계는 북한이 자유민주주의화되는 것은 곤란하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압록강, 두만강 넘어 중국 만주 지방에는 조선족 80만이 살고 있다”고 전제한 뒤 “북한이 자유민주주의화될 경우 그 바람이 압록강, 두만강 넘어 중국으로 불어오게 돼 분열을 초래하는 것을 중국은 우려한다”며 “13억 인구를 통일시켜 유지하는 것이 중국의 가장 큰 이해관계”라고 지적했다.
황 전 비서는 또 “이 때문에 중국에 북한을 중국식으로 개방하도록 유도하고, 수령 개인독재를 없애고 시장경제를 도입하도록 유도하도록 촉구 하는게 바람직하다”며 “북한을 중국식 개방을 하도록 하는 것은 중국과 미국의 이익에 맞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개방이 김정일의 몰락

황 전 비서는 이와 함께 “김정일 체제에 타격을 가할 수 있는 경제전의 하나가 한국이 주변 4대 강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는 것으로 특히 한.중 FTA는 그 영향력이 클 것”이라며 “FTA를 경제적 이해관계만이 아니라 큰 정치적 투자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 전 비서는 천안함 침몰사고의 북한 연루 가능성에 대해 “가능성이야 있지만 가능성만 갖고 책임을 추궁할 수 없다”며 “거기에 대한 정보도 없고, 이렇다 할 증거도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2012년 전시작전통제권(이하 전작권) 전환에 대한 북한의 대응에 관한 질문에 황 전 비서는 “한국군이 강하고 한미동맹이 철저하고 빈틈이 없을 때 북한은 도발하지 못할 것”이라며 “전작권을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추진하는 것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에 대해 그는 자신이 북한에 있을 당시 납치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밝히며 “일본 사람을 납치해서 통역 등으로 쓴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몇 명이나 그렇게 했는지는 몰랐고 그 문제에 관여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황 전 비서는 특히 일본이 납치문제에 몰두하는 데 대해 “그렇게 큰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며 “일본이 납치 문제를 주장하는 것은 옳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납치문제를 일으키고 인권을 유린한 악당들을 향한 반민주독재 투쟁에 예봉을 돌려서 세계를 리드하는 각도에서 주장을 바꾸는 게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정일과 황장엽


이와 관련해 미국 국무부는 30일 브리핑에서 “황 전 비서의 방문에 대해 모른다”고 말해 미국 정부의 공식 초청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국무부는 미국 정부의 관리가 황 전 비서와 만날 계획이 있는지도 밝히지 않았다.
황 전 비서의 이번 미국 방문은 2003년 관광비자로 미국을 방문한 후 두 번째다. 1997년에 한국으로 망명한 황 전 비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집권 시절에 여러 차례 미국 방문을 추진한 적이 있지만 여권을 발급받지 못해 성사되지 않았으며 2006년에도 방미를 시도했지만 무산됐다.
지난 동안 LA한인사회는 물론 미국의 여러 지역의 한인사회에서 황 전 비서를 초청했지만 지난 10년 좌파정권은 황 전 비서의 미국 여행을 철저하게 막았다.
한편 일본 마이니치 신문은 황 전 비서의 일본 방문과 관련한 지난 4일자 보도에서 북한 김정일은 1997년 황장엽 전 노당당 비서의 망명과 관련, 당시 황 전 비서를 “개만도 못한 배신자”라고 비난했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황 전 비서가 1997년 한국으로 망명한 직후 김정일이 당 간부들을 상대로 했던 비밀연설문의 내용을 공개하며 이같이 밝혔다. ‘혁명적 신념과 양심은 혁명가와 배신자를 나누는 기본 지표다’라는 제목의 연설문은 “(황 전 비서는) 인간이 아니고 개보다 뒤떨어지는 짐승이라는 것을 스스로 드러냈다”면서 “소동 떨 것 없다. 소동을 떨면 (황 전 비서의) 가치만 높여줄 뿐”이라고 주장했다.
또 “인생도 얼마 남지 않은 74세나 되고 당과 수령 김일성의 신임을 거역했다”면서 “지주의 아들로 일제시대에 공부한 낡은 지식인”이라고 황 전 비서의 ‘출신성분’을 거론했다.
이어 “황장엽은 주로 교육부문과 선전분야에서 일했기 때문에 당과 국가, 군사기밀을 알 만한 업무와는 관계가 없다”면서 “그로부터 비밀 정보가 나왔다고 해도 남조선괴뢰의 각본에 따른 엉터리 이야기다”고 강변했다.
A4용지 수십장 분량의 이 연설문은 황 전 비서가 한국으로 망명한 1997년 2월 12일 직후인 17일과 3월 5일 두 차례 행한 연설을 기록한 것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황 전 비서는 일본 정부의 초청으로 지난 4일부터 8일까지 일본을 방문해 의회청문회를 포함해 나카이 히로시 공안위원장 등 정부 관계자와 만나 북한 정세와 일본인 납치자 문제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에 납치된 일본인 피해자 가족들과의 면담도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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