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회장 선거 ‘경선’vs‘무투표 담합’ 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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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0대 한인회장 선거가 스칼렛 엄 현 회장과 박요한 후보 2명의 경선구도로 정해질 전망이다. 그러나 경선이 끝까지 치러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번 선거관리를 두고 일각에서는 엄 회장이 자신이 원하는 구도로 선거판을 끌고 가기 위해 모종의 시나리오를 꾸미고 있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엄 회장이 노리는 시나리오 중 첫째는 무투표 당선이다. 2년 전 지난 29대 한인회장 선거에서 당시 남문기 한인회장과 벌인 묵계로 무투표 당선이라는 대박을 이룬 만큼 이를 역으로 이용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만약 박요한 후보와 협상이 뜻대로 되지 않을 경우 선거규정을 적용해 자격이나 등록 또는 당선을 무효화 시키는 작전이다. 이렇게 되면 당연히 박 후보는 법정소송을 염두에 두고 있지만 이는 결론이 나기까지 최소 2년 이상이 걸리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얻을 게 없다. 이는 지난 LA한인회장 선거 소송가 일례다.
재출마 여부가 불투명했던 스칼렛 엄 LA 한인회장이 본지의 예상대로 차기 한인회장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엄 회장은 지난 9일 한인회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30대 한인회장 선거에 출마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 동안 후보 출마에 거론되어 왔던 배무한 전 봉재협회장은 ‘투서’ 한 장에 휘청거렸고, 김승웅 부이사장은 엄 회장의 출마로 뜻을 접을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타운 내에서는 “엄 회장의 재출마를 용납할 수 없다”는 거부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성진 취재부기자>



스칼렛 엄 회장은 최근 재선출마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LA한인회 역사상 실질적으로 LA 시정부로부터 15만 달러의 기금을 받아내 재정 기반을 다질 계기를 마련했으며, 한인들을 위한 직업교육을 시작해 좋은 반응을 얻는 등 한인회를 새로운 봉사단체로서의 면모를 일신시켰다고 강조했다.
가주상원에서 실시한 제4회 여성 히어로 상을 수상하기도 한 엄 회장은 29대 한인회가 시작한 여러 사업들을 계속 추진하고 새로운 시스템을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재출마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다며 자신의 재출마 결정의 명분으로 밝혔다.
엄 회장은 지난 9일 재선 출마 회견 자리에 이창엽 이사장과 서영석 한우회장과 함께했다. 이는 재선될 경우 이창엽 이사장과 공동체제로 간다는 의미일 수도 있고, 이 이사장의 지지를 받았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약속이 끝까지 간다는 보장은 없다.

엄 회장, 능란한 말 바꾸기

엄 회장은 최근까지도 “출마를 고려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결국 재출마를 선언하면서 ‘말 바꾸기의 명수’라는 오명을 떨치게 됐다. 그는 현 한인회 이사 등 지인들의 강력한 권유로 어려운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밝혔다.
엄 회장은 “결과적으로 말을 바꾼 것이 돼서 죄송하다”며 “살면서 ‘절대’라는 말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을 새삼 배우게 된다”고 말했다.
지난 4년 중 2년은 회장으로, 또 다른 2년은 이사장으로 한인회에서 일한 엄 회장은 이미 할 일을 충분히 했다는 게 타운 내 여론이다. 자칫 그의 재출마가 ‘노욕’으로 비춰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본지 취재결과 엄 회장의 지인들은 “엄 회장이 그동안 불출마보다는 출마를 하기 위해 명분을 찾는데 골몰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엄 회장 칠순잔치에 초대됐던 모 단체장 K씨는 최근 본지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엄 회장이 나와 함께 한인회에서 봉사하자”고 요청해왔다고 말했다.
현재 한인회 이사회의 한 구성원은 본지 기자에게 “엄 회장이 재선출마를 생각해왔으며, 최근에는 부쩍 ‘우리가 벌여 놓은 사업들을 계속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미 엄 회장은 자신의 심복으로 이루어진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를 좌지우지 하고 있다. 그가 재선출마를 한 현재 선관위가 중립성을 유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런 상황을 봐도 선거가 공정하게 실시된다는 보장은 없는 셈이다.
선관위가 규정한 내용들을 보면 역대 한인회장 선거 사상 현직 회장을 제외하고는 후보자들에게 가장 제한이 많다. 한마디로 후보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이 선관위 지시에 따르도록 규정했다는 얘기다.
이 같은 예는 수도 없이 많다. ‘후보자 등록일 기준 10일 이전으로부터 사전선거운동으로 보이는 행위를 금한다’ ‘선관위에 승인 없이 10인 이상 모이는 곳에 가면 당선 무효가 될 수 있다’ ‘선관이가 지정한 신문, 방송, TV를 통해서만 홍보해야 한다’ 등 독재적 규정이 적지 않다. 선관위가 마음만 먹는다면 후보자들의 등록이나 당선을 무효화 시킬 수 있는 셈이다. ‘이중투표를 위반한 유권자에게 1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한다’는 항목도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LA카운티 한인사회의 대표단체장을 선출하는 중요한 선거규정을 정당한 공청회도 실시하지 않고 한인회 이사회에서 일방적으로 제정했다는 것 자체가 한인회 정통 정관 제정에 위반이라는 여론이 적지 않다.
현재 LA한인회 정관 위법여부 사항이 LA카운티 법원에 계류 중이다. 이처럼 미국의 정치권에서도 한국의 정치권에서도 제한하지 않는 규정을 한인봉사단체장을 선출하는 LA한인회에서 했다는 발상이 무섭다.
이처럼 선거규정은 후보자들이나 유권자들을 협박하면서, 선관위의 자체 의무와 책임을 위반했을 때의 벌칙규정은 거의 없다. 선관위 자신들만은 치외법권처럼 선거규정을 만들었다. 더 한심한 것은 대부분의 한인 언론들은 이 같은 한인회의 독주에 대해 아무런 비판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단지 선거철을 맞아 한인회나 후보자들로부터 광고비를 더 많이 받아내려는 인상이 더 깊다.
엄 회장은 재출마 발표 전부터 특정 후보에 대해 부정적인 발언을 뱉었다. 그는 박요한 후보에 대해 “한인사회 봉사에 미흡해 회장으로서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승웅 예비 후보에 대해서는 “충분히 자격있다”고 했으며, 배무한 예비 후보에 대해서는 아예 “글쎄 정말 나오겠느냐”고 평가했다. 마치 엄 회장만이 한인회장감이라는 과시욕이 엿보이는 대목으로 해석될 수 있다.
특히 엄 회장은 박 후보팀에 속한 조동진 전 한인회 사무국장과, 배무한 전 회장팀에 속한 허상길 전 한인회 사무국장 등이 이번 선거전을 통해 한인회 사무국으로 복귀하려는 속셈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허상길 전 사무국장은 최근 배 전 회장의 ‘오락가락’에 실망해 하기환 전 한인회장에게 출마를 권유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배무한 투서’ 내용은?

한인회장 출마를 두고 말만 무성했던 장본인은 배무한 전 봉제협회장이다. 평소 ‘재력과 배경을 갖춘 호인’이라는 평을 얻어온  배 전 회장은 지난 29대 한인회장 선거에도 후보 예상자로 거론됐었다.
하지만 승산이 없자 “와이프로부터 승인이 안났다”는 궁색한 이유를 들어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 그러다 지난해 말 LA한인축제재단 이사장에 출마했지만 역시 불발되고 말았다.
그는 이번 30대 한인회장 선거를 앞두고 다시금 ‘강력한 후보 예상자’로 떠올랐다. 지난달까지 박요한 후보만 공식적으로 출마를 발표 했기에 배 전 회장 측으로서는 ‘박요한 후보 정도는 이길 승산이 많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던 까닭이다.
이런 이유로 배 전 회장의 선거사무장 역할을 담당한 허상길 전 상공회의소 부회장이 후보 등록서까지 받아왔다. 하지만 4월초 배 전 회장의 부인 앞으로 날아든 ‘괴문서’ 한 장이 파란을 일으켰다.
‘괴문서’를 읽은 배 전 회장은 펄쩍 뛰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평소 친분이 잇는 한 단체장에게 문제의 ‘괴문서’에 대해 털어놓았다. 음해성 투서나 다름없는 문제의 ‘괴문서’를 본 한 단체장은 배 전 회장에게 “이런 정도로 마음을 쓰려면 아예 한인회장 나올 생각을 버려라”면서 “정작 후보로 등록할 경우 이 정도 투서 내용은 아무 것도 아닌 진짜 소설이 난무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괴문서는 이후 하루 만에 온 타운에 퍼졌다.
투서는 ‘망둥이들이 설치는 LA한인 회장 선거. 특히 배무한은 표리부동한 인간이다’라는 제목으로 A4 문서 한 장 분량이다. 문서에는 배 전 회장에 대해 ‘무슨 정치적 입지가 있는 것처럼 나선다’ ‘마누라 치마폭에 놀고 있다고 인정한 인물’ ‘술집에 자주 드나들며 변태적 행동을 한다’ 등 그를 마치 한국의 졸부처럼 묘사했다.
그런데 배 전 회장이 모 주간지에 이 같은 음해를 해명한 내용이 가관이다. 그는 “술을 좋아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보니 여자 문제도 오해를 받을 수 있는데 문제가 될 일은 한 적이 없다”면서 출마 여부를 떠나 사설탐정을 고용해 자신을 중상 모략한 자를 땅 끝까지 따라가서 잡아내겠다”고 했다.
배 전 회장이 술을 좋아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타운의 웬만한 술집에서는 배 전 회장이 애용하는 ‘조니 워커 불루’를 항상 준비하고 있다. 어느 술집에 가나 이 술을 찾는 까닭이다. 그의 말대로 술집에 잘 드나드니 자연 여자 문제로 오해를 받기도 했다는 것이다.
문제의 ’괴문서’의 주동자를 끝까지 색출하겠다고 배 전 회장이 벼르고 있는 주동자에 대한 소문으로 타운이 한 때 시끄럽기도 했다. 지난 8일 미주통일신문 인터넷판에는 배 전 회장에게 ‘괴문서’를 보낸 사람이 현재 한인회 이사로 선관위에 소속된 인물이라며 실명을 공개해 파장을 낳고 있다.
기사는 ‘지난 주부터 배무한 LA 한인회장 출마자에 대한 악의성 투서를 배포한 일당들의 정체가 현직 한인회 이사들 중에서 ooo(나이 XX세 정도. 키가 작은 분. XXXX운동권 단체에 가담 중) 등 다수 임을 미주통일신문이 사실상 최종 확인했다. 미주통일신문은 유력한 정보 제보자를 통해 입수한 사실 외 그 일당들이 FAX 등을 통해 전달한 송신처 등을 추적한 결과, ooo씨 등 다수가 [배무한 죽이기] 작당을 했다는 사실 등을 확인했다. 미주통일신문은 어제 이 같은 사실을 LA 한인회에 전화로 통보, {배무한 씨를 음해한 편지 등을 작성, 배포한 자가 한인회 ooo 이사가 맞는지 관련 사실을 확인하려했으나 오늘 8일 오후 10시 까지 관련 답변이 없었다’고 보도했다.
이번 ‘괴문서’를 만들어냈다는 한인회 이사는 배 전 회장과 어떤 사이기에 의혹의 대상이 됐을까. 두 사람은 지난해 한인의 날 축제 행사와 깊은 관련이 있다는 것이라고 축제재단의 한 관계자가 밝혔다.
이 관계자는 지난 9일 “괴문서와 관련이 있는지 여부는 모르겠지만 두 사람은 축제재단에서 실시한 경품행사로 갈등이 있었는데 아직까지 해결이 되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번 한인회장 선거로 배무한 전 회장은 얻은 것 보다는 잃은 것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많은 사람들은 “배 전 회장이 평소 오락가락하는 행태로 주위에 사람이 모이지 않는데 이번처럼 회장 선거에서도 똑 같은 행보를 보여 결국은 중도하차 당하는 신세가 됐다”고 꼬집었다.




“길 닦는 일꾼”

6년 간의 한인회 봉사경력을 강조하며 출마를 공언해온 김승웅 한인회 부이사장은 그동안 ‘선거꾼’들이 지적했듯이 엄 회장의 재선출마 선언과 함께 뜻을 접게 됐다. 그가 주위에 “선거에 나서겠다”고 할 때부터 한인회 이사회 내부와 엄 회장 주위에서는 “엄 회장이 출마 결심을 굳히면 슬그머니 뒷전으로 물러날 사람”이라는 소리를 들어왔다.
그럼에도 김 부이사장은 “엄 회장과 관계없이 출마하겠다”고 주장하며 최근에는 후원회 사무실까지 마련했다. 그는 김영태(한미동포재단이사장), 김진형(한인축제재단창시자), 서영석(LA한우회장), 이민휘(미주동포후원회명예이사장), 이서희(LA평통회장), 조지 최(전LA한인회장) 등을 공동 후원회장이라고 선전했다.
그러나 이 중 서영석 한우회장은 지난 9일 엄 회장의 재출마 기자회견에 배석해 엄 회장을 지지했다. 이런 점들을 볼 때 그의 출마는 엄 회장의 ‘길 닦기’에 불과했다는 지적이 맞아 떨어진다.
한 소식통에 따르면 김 부이사장은 원래 박요한 후보와도 친밀했는데, 박요한 후보가 첫 번째로 공식 출마를 선언하자 놀랬다고 한다. 자신이 먼저 출마를 공언하고 다녔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박요한 후보에게 뒤통수를 맞은 격이다.
박 후보가 출마 선언을 하자 일부에서는 “김승웅 부이사장의 출마는 물 건너갔다”고 평했다. 김 부이사장이 박요한 후보팀과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며, 엄 회장이 재선출마를 할 경우는 더더구나 출마를 하지 못할 것으로 평가됐다. 엄 회장 후원자들이나 박요한 후원자들이 대부분 김 부이사장 후원자들과 겹치기 때문이다.     







<선데이저널>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LA한인회는 오래가지 않아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와 같은 한인회는 더 이상 한인사회의 대표단체로 존재하기는 힘들 것이다. 대부분의 한인동포들이 “과연 내가 한인회원인가”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과연 지금과 같은 한인회라는 존재가 필요한지 의문이다.
한인회는 변해야 한다. 다양한 한인 단체들이 협의체를 구성해야만 거기에서 진정한 한인사회의대표성이 생겨날 수 있는 것이다. 지난 9일 한인회 선거 관련 기사를 읽던 20대의 대학생 2명이 나눈 대화가 이를 보여주고 있다.

A : “한인회가 왜 시끄러운가”
B : “참정권도 실시되니 감투싸움이 시작된거지”
A : “한인회가 왜 있는거야”
B : “그렇게 말이야. 몇몇 1세들이 모여 자기들이 대표라고 떠들고 있지”
A : “아니, 자기들이 뭔데, 대표단체야”
B : “한인회 간판 갖고 행태 부리는 거지”

1.5세와 2세들이 제대로 한인 커뮤니티를 리드해 갈 때면 오늘의 LA한인회는 스스로 간판을 내리지 않고도 스스로 소멸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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