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풍(韓風)’에 후보 지지율도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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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6월 2일 지방선거는 이명박 정권의 집권 말 판도를 가늠해볼 수 있는 바로미터다. 만약 여당이 이번 선거에서 패배한다면 이는 곧 이 대통령의 레임덕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선거에 승리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이 대통령은 등에 날개를 달고 그 동안 추진해왔던 각종 정책들을 밀어붙일 수 있게 된다. 세종시 수정, 4대강 사업, 개헌 등이 그것이다.
이번 지방선거의 승패를 가늠하게 되는 주요 잣대는 수도권 빅3 단체장으로 불리는 서울시장, 경기도지사, 인천시장의 선거 결과다. 그 중에서도 서울시장 자리는 최대 격전 지역으로 꼽힌다. 서울시장이 갖는 상징성이 단순히 한 시(市)의 시장을 넘어 대권 주자라는 인식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민주당 후보로 출마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이 높다. 한 전 총리는 최근 뇌물수수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를 받으며 전국적인 지지도를 높였다. 때문에 한 때 오세훈 현 시장으로 굳어졌던 선거 판도는 급변하고 있다.
6월 2일 지방선거의 치대 격전지이자 예비 대선으로 불릴만큼 관심이 많은 서울시장 선거 판도를 <선데이저널>이 취재했다.
                                                                                         <한국지사 박희민 기자>



4월 9일 한명숙 전 총리 1심 공판이 열린 서울중앙지방법원 311호. 무죄라는 말이 판사의 입에서 떨어지자 법정을 가득 채운 한 전 총리 지지자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권오성 부장검사 등 검찰 측 관계자는 굳은 표정으로 법정을 빠져나갔다. 한 전 총리는 기자회견장에서 “참으로 멀고 험한 길이었다. 다시는 나처럼 억울하게 정치공작을 당하는 일이 없는 세상이 돼야 한다”면서 얼굴에 웃음을 가득 지어 보였다.
민주당도 가슴을 쓸어내렸다. 민주당은 한 전 총리의 무죄 판결로 본격적으로 서울시장 선거 준비에 들어갈 수 있게 됐다. 한 전 총리도 서울시장 후보 출마를 선언하고 팀을 꾸릴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은 술렁이고 있다. 한 전 총리의 무죄가 서울시장 선거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지 예상하기 바쁘다. 한 전 총리의 바람(한풍)이 불게 될지, 찻잔 속 태풍처럼 위력이 없을지 예상하기 힘들다.


서울시장 선거 영향 정치권 촉각

민주당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진실은 승리했고, 한 전 총리의 결백도 입증됐다”면서 ‘한풍 만들기’에 들어갔다. 우선 민주당은 한풍을 만들기 전에 서울시장 후보 결정을 경선으로 할지, 전략공천으로 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한 전 총리는 지금까지 서울시장 출마를 공식적으로 선언하지 않았다. 내심 전략공천을 원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전략공천론이 고개를 드는 다른 이유는 이계안·김성순·신계륜 후보의 경쟁력이 약하다는 것이다. 경선이 한 전 총리의 독주로 끝나면 경선 과정이 관심을 받기 어렵다는 우려다.
전략공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경선을 치러야만 한 전 총리가 서울시장 후보로서 ‘콘텐츠’를 갖추고 있느냐를 알 수 있다는 주장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선후보 경선을 통해 바람을 일으킨 것처럼 경선을 통해 한풍이 불 수 있다는 주장도 자리 잡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도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보들이 있는 가운데 전략공천만 주장하기 어려운 것도 현실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현재 후보보다 더 강력한 후보가 나와 한 전 총리와 경합을 벌여야 한다는 ‘제3후보론’도 나온다. 그러나 한 전 총리가 서울시장 후보로 유력한 상황에서 경선에 뛰어들 후보가 나오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다.
민주당 관계자는 “추대론도 나오고 있지만 경선을 한다고 봐야 하지 않겠나”면서 “무죄 판결이 났기 때문에 이제부터 한풍이 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한 의원도 “경선을 해야만 바람이 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4월 9일 한명숙 전 총리가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뇌물수수 의혹 사건에 대한 1심 판결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뒤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여론조사 아직 오세훈 시장에 뒤져

한 전 총리의 지지도는 조금씩 오르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오세훈 시장에 뒤처져 있다. 한겨레가 여론조사기관 ‘더피플’에 의뢰해 3월 9~11일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오 시장의 지지율은 46.8%, 한 전 총리는 32.9%였다. 한 전 총리가 무죄 판결을 받은 이상 지지도의 양상이 달라질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한 전 총리의 무죄 판결은 야권 연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2010 지방선거 공동대응을 위한 연합협상회의에 참가하고 있는 시민사회단체는 4월 12일까지 1차 합의를 하고 4월 15일 결정하자고 못을 박았다. 민주당은 서울·경기 등 민감한 지역의 연대 논의를 한 전 총리의 선고 이후로 미뤄 놓은 상황이다. 야권 연대가 본격적으로 논의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
한 전 총리의 무죄 판결이 민주당에 모두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한나라당은 벌써부터 한풍을 경계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4월 9일 논평을 통해 “판결이 결론과는 달리 이번 사건의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한 전 총리의 부도덕한 실체가 그대로 드러났다”고 공격했다. 오 시장도 4월 5일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한 전 총리가 무죄를 받는다고 해서 서울시에 대한 그 분의 비전이 더 좋아지는 것은 아니지 않을까”라면서 “나는 조금도 신경 쓴 적이 없다. 여론조사 추세를 보면 크게 영향 받을 것 같지 않다는 판단이 든다”고 한풍을 차단하고 나섰다.
나경원 의원도 “법률적으로는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도덕적으로는 유죄”라면서 “이미 한 전 총리는 시장으로서 부적격자임이 판명됐다”고 꼬집었다.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들이 경선을 5월 초로 미루자는 주장도 민주당으로서는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나 의원은 “경선 연기를 주장한 이유는 후보들이 경선 경쟁력을 보여줄 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기 때문”이라면서 “지도부가 받아들일지 여부는 아직 모르겠다”고 답변했다. 민주당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강금실 효과’를 경험했다. 당시 열린우리당은 강 전 법무부 장관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세워 바람을 일으켰다. 이에 한나라당은 40대 중반의 젊은 오세훈 현 시장을 후보로 내세워 강 전 장관의 바람을 차단했다. 한나라당이 서울시장 경선 일정을 5월 초로 바꾸면 민주당 역시 서울시장 후보 경선을 5월로 미뤄야만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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