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어뢰 공격으로 굳어지는 천안함 침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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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명의 희생자를 발생시킨 천안함 사고의 원인이 북한 어뢰 공격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함수와 함미의 인양이 끝나고 본격적인 원인 규명에 들어간 민군합동조사단은 어뢰 공격에 의한 버블제트 발생으로 천안함이 순식간에 침몰한 것으로 잠정 결론 내리고 있다. 앞서 민·군 합동조사단은 25일 “천안함이 가스터빈실 좌현 하단부 수중에서 어뢰나 기뢰 등으로 추정되는 수중무기에 의한 ‘비접촉 폭발’로 침몰했다”는 잠정 결론을 발표했다.
북한 내에서도 천안함 사태와 관련한 움직임이 속속들이 포착되고 있다.
대북 인터넷매체 `데일리NK’는 27일 함경북도 소식통을 인용, 지난 24일 온성군 A기업소(공장)의 당원 `토요 정세강연회’에서 `당 세포비서’가 “최근 영웅적인 조선인민군이 원수들에게 통괘한 보복을 안겨, 남조선이 우리의 자위적 군사력에 대해 국가적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한 지난해 11월 남북 해군 간 대청해전 이후 대장에서 상장(3성 장군)으로 한 계급 강등됐던 북한군 총참모부 김명국 작전국장이 천안함 침몰 사건 이후 다시 대장으로 복귀한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에 의한 피격설로 원인이 굳어지면서 본국 내에서는 전쟁 가능성도 심심치 않게 언급되고 있다.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태로 흘러가고 있는 천안함 침몰 사건의 향후 방향을 뒤쫓아가봤다.
                                                                                <한국지사 = 박희민 기자>



본국 대북 인터넷매체 `데일리NK’는 지난 27일 함경북도 소식통을 인용, 지난 24일 온성군 A기업소(공장)의 당원 `토요 정세강연회’에서 `당 세포비서’가 “최근 영웅적인 조선인민군이 원수들에게 통괘한 보복을 안겨, 남조선이 우리의 자위적 군사력에 대해 국가적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또 “`건군절'(인민군 창립기념일.4월25일)을 맞아 열린 강연회는 `우리 군사력에 대해 자부심과 긍지를 갖자’는 내용으로 진행됐다”면서 “당 세포비서가 남한 군함 침몰 사건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참석한 당원들은 소문으로 나돌던 이 사건이 실제 있었음을 확신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매주 토요일 각 기업소나 직장, 당조직 등에서 강연회를 열어 당조직 책임자들이 당의 정책이나 주요 정세에 대해 설명하는데, 강연 자료는 조선노동당 출판사에서 일괄 제작해 배포한다. 이는 24일 다른 곳의 당원 교육에서도 동일한 내용이 공지됐음을 의미한다.
데일리NK는 이어 신의주 등의 다른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 주민 열에 일곱은 남한 함정의 침몰 소식을 알고 있으며, 대부분 북한 해군이 침몰시킨 것으로 안다”면서 “이런 소문이 퍼져도 특별히 단속하는 분위기는 아니어서, 북한 당국이 외부에는 자신들의 연관성을 부인하면서 주민들에게는 인민군의 전과를 알리려는 것 같다”고 밝혔다.
데일리 NK의 이같은 보도는 천안함 사건과 관련한 북한 군중 내부의 분위기를 처음 전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그동안 북한은 천안함 사건에 대해서 공식적으로 부인해왔다.


김정일 정찰총국 시찰

북한의 천안함 연루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다른 근거들도 속속들이 포착되고 있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인민군 창설기념일(4.25, `건군절’)을 맞아 `천안함 침몰사건이 북한의 소행일 것’이라는 의혹의 중앙에 서 있는 정찰총국 지휘본부를 시찰한 것으로 확인된 것.
최근 김 위원장이 지휘부를 시찰한 것으로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25일 보도한 인민군 `제586부대’는, 북한의 대남.해외공작과 테러의 총본산인 인민무력부 산하 정찰총국의 `대외명칭’으로 알려졌다.
조선중앙TV가 26일 공개한 김 위원장의 이 부대 시찰 사진들에서도 김 위원장의 오른쪽 바로 옆에 김영철 정찰총국장(상장)이 박수치며 걸어가는 모습이 잡혔다.
정찰총국은 작년 2월 기존의 인민무력부 정찰국에 노동당의 `작전부'(공작원 침투루트 개척.테러 담당)와 `35호실'(대외정보 수집〃)을 흡수해 확대 개편한 조직으로, 총정치국, 총참모부와 함께 북한 군부의 `3대 권력기구’로 꼽힌다.
김 위원장이 정찰총국을 방문한 것은 처음이며, 그 이전에도 정찰국 시절인 2005년 5월 `제8차 군인가족 예술소조경연’에 참가한 정찰국 예술소조 공연을 관람한 것이 유일하다.
특히 천암함 사건의 배후로 북한을 지목하는 의혹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인민군 창립 기념일에 격려 방문할 부대로 정찰총국을 선택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정찰총국은 최근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에 대한 암살기도 사건으로도 주목받았다.
당국에 검거된 2인조 간첩한테 황 전 비서 암살을 구두로 직접 지시한 인물이 바로 정찰총국장 김영철인 것으로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기 때문이다.
김영철은 2006~2007년 남북장성급회담 북측 단장을 맡았을 때 “북방한계선(NLL)은 강도가 그은 선”이란 폭언을 퍼부었는가 하면, 2008년에는 `12.1′ 조치로 남측의 육로출입 제한을 주도한 북한 군부의 대표적 `강경파’이다.
그동안 신중한 자세를 취했던 미국 언론들도 북한과의 연관성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미국 CNN방송 인터넷판은 26일 미군 당국자를 인용해 “북한의 어뢰(torpedo) 공격이 천안함 침몰의 가장 큰 원인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 당국자는 천안함이 수중 폭발에 의해 침몰했다고 보고 있으며, 폭발장치는 천안함의 함체에는 닿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같은 분석은 한국군이 밝힌 결론과 같은 것이라고 CNN은 전했다.
천안함 침몰이 북한 어뢰 때문으로 보인다는 미군 당국자의 언급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미국측은 “천안함 침몰이 북한과 연관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추측하지 않겠다”며 말을 아껴왔다.
영국 가디언지도 이날 “북한이 천안함 침몰 배후에 있는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전했다.
가디언지는 “미국과 호주 전문가들이 갈수록 강한 폭발력을 지닌 어뢰 쪽으로 천암함 침몰 원인을 지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김일성 주석의 사망 당시 권력에 전면에 나서면서 군부의 반발을 받은 것처럼 현재 김정은을 후계자로 세우는 과정에서 강경한 군부의 압박을 받고 있다”며 “이 강경 세력은 국제적 사건을 일으켜 국내외 협상력을 증대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응 어떻게

이제 문제는 천안함 사건이 실제로 북한이 연결됐다고 단정지을만한 단서가 발견됐을 경우 어떻게 해야 하냐는 점이다. 본국에서는 이미 전쟁도 불사해야 한다는 극단론적인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일단 정부는 북한의 연루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주변국들과의 관계 설정에 돌입했다.
적어도 현시점에서는 동북아 외교의 중심축이 ‘6자회담’에서 ‘천안함’으로 옮겨간 듯한 모양새다. 우선 주목할 움직임은 G2(주요 2개국)인 미국과 중국의 대응이다. 역내 질서의 양대 축인 두 나라가 이번 사건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어떤 방향으로 대처해나가느냐가 천안함 사건을 둘러싼 국제적 논의 향배에 결정적 변수가 될 전망이다.
양국의 대응에는 분명한 ‘온도차’가 있어 보인다.
미국의 공식 스탠스는 신중론이지만 대응의 초점이 북한에 맞춰져 가는 분위기다. 특히 이 사건을 국제정치의 중심무대인 유엔 안보리로 가져가 모종의 대응을 가해야 한다는 기류가 일부 인사들을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다는게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홍콩에서 열린 `2010 홍콩 국제 미디어 콘퍼런스’에서 유엔 안보리 회부 여부를 묻는 질문을 받고는 즉답을 피한 채 “조사결과에 따라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미국은 늘 한국을 지지해 왔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중국은 이번 사건의 국제쟁점화를 경계하는 듯한 기류가 강하다는게 관측통들의 전언이다.
이는 장신썬 주한 중국대사의 22일 국내언론사 초청 간담회 발언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장 대사는 천안함 사건에 언급, “남북 양측은 형제로서 더 많은 대화가 필요하다”며 “남북간에 이견과 문제가 있어도 대화와 협상을 통해 풀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이른바 ‘평화적 해결론’을 시사하고 있다는게 소식통들의 분석이다. 남북은 ‘형제관계’인 만큼 문제가 생기더라도 대화와 협상을 통해 평화적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가자는 기조라는 얘기다.
양국의 이런 온도차는 6자회담 재개에 대한 미묘한 차이로도 연결된다.
미국의 일부 인사들은 한국과 보조를 맞춰 이번 사건을 6자회담 재개 흐름과 배치되는 중대사건으로 받아들이면서 대북 압박모드로 돌아서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6자회담 의장국 중국의 입장은 매우 복잡해보인다.
장 대사가 “비록 6자회담 재개과정에서 중단요인이 생겼지만 각측이 더 많은 대화와 의사소통, 협동을 계속 이어가면서 공동노력을 해야 한다”며 “6자회담 관련국들은 재개를 위해 더 긍정적인 태도를 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이 천안함 사건 처리에 나선 한국 정부의 움직임을 지켜본 뒤 향후 유엔 안보리 회부 과정에서 일정한 갈등을 겪은 후 적절한 공감대를 도출해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문제는 천안함 사건 조사를 주도하는 한미 군 당국이 얼마나 확실한 물증을 확보하느냐에 달려있다.
북한의 소행임을 입증할 수 있는 과학적이고도 객관적인 확고한 물증이 나오지 않을 경우 6자회담을 중시하는 중국은 적절한 시점이 되면 천안함 이전에 전개했던 외교적 노력을 재개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 대목에서 중요한 것은 북한의 선택이다. 만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천안함 국면의 와중에 전격적으로 중국을 방문해 6자회담을 수용할 경우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전선은 천안함과 6자회담이라는 변수가 얽히는 그야말로 고차방정식의 한복판으로 빨려들어간다.
북핵 현안에 정통한 한 외교소식통은 27일 “현재의 상황에서 중국과 북한의 움직임을 주시해야 한다”면서 “김정일 위원장이 절묘한 선택, 그러니까 방중에 이어 베이징에서 6자회담 복귀 천명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경우 한국과 미국의 선택, 나아가 양국간 공동전선이 유지될지 여부가 관건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특히 한국이 천안함 사건을 이유로 6자회담 재개를 주도하는 중국을 견제할 경우 미국이 어떤 스탠스를 취할지, 나아가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이 어떤 결정을 내릴 지가 향후 펼쳐질 외교전의 관전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결국 천안함 외교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느냐에 따라 6자회담 재개의 속도와 방향이 달라지는 것은 물론 6자회담 자체의 현실적 효용성에 대한 담론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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