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남북관계 ‘전쟁 공포’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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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침몰을 둘러싼 남북 간 긴장이 1994년 북한의 ‘서울 불바다’ 위협 이후 최고조에 달하면서 군사 충돌 가능성에 대한 분석들이 잇따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면전 가능성은 낮게 보지만 소규모 국지전이 우발적으로 번질 가능성을 우려한다. 개성공단 북방 10km를 후퇴시켰던 북한의 장사정포가 서울을 향해 다시 전진배치될 가능성이 있다. 금강산관광 때문에 폐쇄하다시피했던 북한의 동해 장전항 잠수함기지도 ‘원위치’될 수 있다.
전쟁에 대한 공포는 이 곳 한인사회에서도 급속하게 퍼져나가고 있다. 항공사나 여행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여름철 성수기를 맞아 고국을 방문하려 했던 교포들이 잇달아 비행기표를 취소하는 사태가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해마다 이 맘 때면 동포들은 서울행 비행기표를 구하지 못 해 발을 동동 굴러야만 했다.
그러나 올해는 한반도에서 급속하게 퍼지고 있는 전쟁에 대한 공포가 교포 사회를 강타하고 있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16년 전 당시는 1차 북핵 위기가 벌어지던 상황. 김영삼 대통령은 한미 양국의 외교실무자가 사전합의한 ‘대북 포괄적 접근방안’을 1993년 11월 한미 정상회담 현장에서 뒤집어버렸다.
4개월 뒤 북미가 직접대화를 합의하자 이번에는 “남북대화가 반드시 북-미대화보다 선행돼야 한다”며 고집을 부렸다. ‘불바다’ 발언은 이 과정에서 나왔다. 박영수 북쪽 회담 대표가 “전쟁을 바라지 않지만 결코 그 쪽이 전쟁을 강요하는 데 대해 피할 생각이 없다”며 “서울이 멀지 않다. 전쟁이 일어나면 불바다가 되고 만다”고 말했다.
정부는 그 동안 한번도 공개하지 않았던 남북회담 화면을 채 3시간도 안돼 방송사에 배포하고 이를 9시 뉴스에 나가도록 만들었다. 그것으로 북미회담은 날아가 버렸고 북한은 연료봉 추출을 시작했다. 미 합참의장은 한반도 전쟁 시나리오를 대통령에게 보고하기에 이른다.


전쟁 움직임

2010년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명박정부는 출범 후 ‘비핵개방3000’ 공약을 내세우며 대북 쌀·비료지원을 일절 끊었다. 2008년 7월 북한 초병이 금강산관광객에 총을 쏴 사망사건이 발생하자 우리 정부는 “현장조사단을 파견하겠다”며 북한에게 받으라고 했다. 천안함사건 발표 이후 북한이 “검열단을 보내겠다”고 밝힌 것과 판박이다.
2009년 11월 3차 서해교전이 발생했을 때는 ‘대평해전’이라며 승리를 자축했다. 군사 핫라인은 끊겼고 비공개 접촉도 사라졌다. 지난해 10월 싱가포르에서, 11월 개성에서 막후접촉이 있었지만 △3차 남북정상회담 △국군포로 생환 문제만 다루다 성과없이 끝났다. 관광객 피격사건은 얘기도 꺼내보지 못했다.
20일 우리 정부가 천안함 조사결과를 발표하자 북한은 25일 대북제재 대응조치를 발표했다. 노동당 산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이날 “이제부터 북남관계 전면 폐쇄, 북남 불가침합의 전면 파기의 단호한 행동조치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16년 전 한반도에 전쟁이 나면 미군 3만명, 한국군 45만명, 민간인 100만명이 죽거나 다치고 한국 경제의 피해 규모는 1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그 때보다 주식·금융시장의 대외 민감성이 몇 곱절 커져 있다.



전쟁 시나리오

전쟁에 대한 공포는 이미 외국 언론이 먼저 감지하고 있다. 지난 달 26일 타임지는 한반도에서 국지전이 일어날 수 있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가장 위험한 곳은 서해상이다. 이곳에선 천안함 격침 이전에도 세 차례 교전이 있었다. 6·25 이후 유엔군이 그은 이곳 북방한계선(NLL)을 북한이 인정하지 않으면서 전쟁 위험은 상존한다. 다음은 비무장지대(DMZ)다. 한국 정부가 이곳에서 대북 선전 방송을 재개하겠다고 밝히자 북한은 스피커 조준 사격을 경고했다. 한국은 자위권 발동을 예고한 상태다. 우리 군은 대북 감시태세인 ‘워치콘’을 3단계에서 2단계로 격상하는 등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과 군사 동향을 면밀하게 주시하고 있다.
소규모 교전이라도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는 확전 위험이 있다. 하지만 브루스 벡톨 미 해병대 참모대학 교수는 RFA방송 인터뷰에서 “북한군이 한국 확성기를 향해 연막탄 발사 등 제한적 군사행동에 나설 가능성은 있지만 한국군의 반격을 불러올 조준 격파 사격은 감행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지금 같은 군사적 긴장 상황에서 남북 간 핫라인이 없다는 것은 우려할 만하다고 타임은 지적했다.
지난 31일에는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이 북한이 오판했을 때 천안함 사태가 남북간에 군사적 충돌로 비화될 수 있는 5가지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를 분석했다.
IHT는 한국전쟁 이후 `북한의 도발→관련국들의 양보→협상’의 패턴이 충돌을 막았지만 이번에는 이런 패턴을 답습하지 않으려는 미국의 입장과 한국의 대북 강경책, 북한의 권력승계 위기 등으로 인해 과거와 다른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이 신문은 한반도 전쟁을 불러올 수 있는 시나리오로 ▲서해상에서의 충돌 ▲비무장지대 대북 선전 재개에 따른 충돌 ▲후계문제를 둘러싼 북한 내부의 권력투쟁과 쿠데타 ▲북한 내부붕괴 가능성 ▲북한의 핵무기 관련 도발 등을 꼽았다.
우선 IHT는 서해에서 1,2차 연평해전과 대청해전 같은 교전이 발생하는 상황이 오바마 행정부의 첫번째 걱정거리라고 소개했다. 서해에서 심각한 교전이 발생할 경우 미국은 동맹국으로서 개입해야할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이어 신문은 정보 당국이 위기 고조에 대한 북한의 의지와 능력을 오판하는 상황이 우려된다면서 천안함 침몰이 북한 소행으로 조사되기 전까지 한국과 동맹국들은 북한이 그만한 능력을 갖췄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IHT는 이어 한국이 확성기를 통한 대북 선전을 재개할 경우 북한의 격파사격과 한국의 대응사격, 더 나아가 북한의 서울 공격 위협을 야기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남한 선제 공격설까지

또 이런 시나리오대로 될 경우 수천명의 사상자가 나오고, 한국에 투자한 외국자본들이 패닉상태에 빠질 수 있다고 전망하면서 “미국 당국자들은 한국이 확성기에 의지하는 방안을 재고하고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IHT는 `검증 안 된 후계자’로, 권력기반이 취약한 김정은이 치적 쌓기 차원에서 대남 공격을 명령할 가능성과 권력 승계를 둘러싼 북한 내부의 투쟁이 외국의 군사적 개입을 불러올 정도의 폭력사태로 확대될 가능성을 또 다른 `전쟁 시나리오’로 꼽았다.
여기에 더해 IHT는 북한이 권력투쟁 속에 스스로 붕괴될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북한 영토를 차지하기 위해 한.미가 중국과 맞서는 상황을 또 다른 시나리오로 상정했다.
IHT는 미 행정부에 북한의 추가 핵실험보다 핵기술 수출 결정이 더 큰 걱정거리라면서 이스라엘이 2007년 시리아 사막의 원자로를 폭격하기 전까지 미 정보 당국은 북한이 시리아 원전을 지원하고 있다는 정보를 놓쳤다고 지적했다.
타임이나 IHT 뿐만 아니라 외국의 주요 언론들도 한반도의 최근 상황을 시시각각으로 보도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무력 충돌의 위험을 고조시키고 20년 이상 만에 한반도에 가장 심각한 위기를 낳고 있다”고 보도했으며, 독일 일간지 프랑크푸르터 룬트샤우도 “한국전 이후 57년 만에 최악의 군사적 충돌”을 거론하며 남북한의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고 전했다. CNN방송 등 서방의 외신들은 한반도의 정세가 극히 불안정하며 일촉즉발의 상황을 맞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실제로 한반도 정세가 불안해지다보니 경제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일제히 빠져나가면서 코스피 지수가 하루만에 44P 폭락하는가 하면, 원달러 환율도 한 달 새 150원 가까이 폭등했다.
반면, 뉴스위크는 한반도 상황이 표면적으로는 ‘화약고’처럼 보여도 그 이면에서는 북한이 천안함 격침으로 촉발된 막다른 국면에서 빠져나갈 길을 찾고 있는 듯 보인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발언 수위를 높여가지만 공세를 취하기보다 한국 정부에 맞불을 놓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으며, 한국 정부가 천안함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 전 해군사령관인 김일철 인민무력부 제1부부장을 해임한 것은 내부적으로 천안함 책임을 물은 것일 수 있다는 해석이다. 케네스 퀴노네스 전 국무부 대북 조정관은 1996년 동해안 침투사건 때도 북한은 처음엔 사과를 거부했지만 외무성과 온건파들이 군부 강경파를 누른 끝에 3개월 후 공식 사과한 사실을 상기시켰다.


불안감 확산

외국 언론들이 전쟁 가능성을 제기하고 나서면서 교포들 사이에서도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가장 표면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 한국행 비행기의 예약이 잇달아 취소되고 있는 것이다. 여름 방학 등을 맞이해 한국에 방문하려는 유학생들이나 교포들이 미리 예약해 놓은 비행기표를 환불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아주 극소수에 불과하지만 사재기를 하는 시민들도 늘고 있다고 한다. 전쟁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만약에 사태를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외국에서는 한반도 전쟁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인데도 우리 정부는 무조건 “그럴 가능성은 적다”는 식으로 말하고 있다. 대북정보감시태세인 워치콘을 2단계로 격상시켰던 26일 박선규 청와대 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국방부에서 현재 북한의 특이동향은 없고 전선에도 이상이 없다고 브리핑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워치콘을 격상시키고도 국민들이 필요이상으로 불안감을 느낄 필요가 없다니 그야말로 어불성설이다.






北 추가도발 예상 시나리오는

천안함 조사 결과 발표 이후 남북 간 ‘기싸움’이 치열하다. 이런 가운데 한미 군당국은 이날 대북 감시태세인 ‘워치콘’을 3단계에서 2단계로 격상했다. 북한의 추가 도발을 우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군은 북한의 추가 도발 유형으로 개성공단의 우리 근로자 억류, 군사분계선(MDL) 지역 총격전, 서해 북방한계선(NLL) 해상에서 우리 함정에 대한 포사격 등을 예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최악의 시나리오로 백령도와 연평도 점거 사태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개성공단 인질 사태 =개성공단 설립 당시부터 남북관계 악화시 ‘인질사태’로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던 만큼 정부는 그다지 놀라지 않고 관련 부처 간 대응 방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러한 준비 상황은 한미 군당국 간에도 밀도 있게 논의되고 있다. 지난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원로 회의에서 김태영 국방장관이 작성한 메모에는 ‘개성공단 인질 사태에 대한 방안 강구, 소규모 인질시, 대규모 인질시: 공중 ○○통제(39˚ 안), 미 전력 대규모 전개 要(요)’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 가운데 ‘대규모 인질시’에 언급된 내용은 평양 근처인 위도 39도까지 제공권을 확보하고 미군 전력을 한반도 주변에 대거 배치해 북한을 압박한다는 의미로 분석됐다. 이럴 경우 공중 전력은 미 본토에서 일본 오키나와 가데나 기지(26일 도착)와 괌 앤더슨 미 공군기지로 배치된 F-22A(랩터) 전투기 등을 동원할 가능성이 높다.


◆MDL이나 서해 NLL 해상에서의 도발=북한은 지난 24일 인민군 전선중부지구사령관 명의의 공개 경고장을 통해 “(남측이) 심리전 수단을 새로 설치할 경우 그것을 없애버리기 위한 직접조준 격파사격이 개시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2004년 철거된 MDL 지역의 대북 확성기 시설을 복구하면 이를 격파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김 국방장관은 26일 국방·통일·외교부 자문위원을 대상으로 열린 천안함 설명회에서 “북한이 전방에서 확성기 등에 조준사격을 가할 경우 교전규칙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며 맞받아쳤다. ‘말 대 말’ 대결 국면이지만 ‘행동 대 행동’으로 이어질 경우 충돌의 차원은 달라진다. NLL에서의 도발은 이미 경비정끼리의 교전과 잠수함 도발을 학습한 만큼 육상에 있는 해안포나 미사일 도발 가능성이 높다. 우리 경비정이 NLL을 넘은 북한 경비정이나 어선을 퇴각시키는 과정에서 기습공격을 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백령도와 연평도 점거 사태=남북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경우 빚어질 수 있는 도발 유형으로 국지전을 넘어 전면전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북한이 쉽사리 꺼내들지 못하는 카드다. 백령도와 연평도에 대한 공격은 해안포 사격 이후 상륙작전으로 진행될 개연성이 높다. 특히 연평도가 북의 손에 떨어진다면 그 파장은 인천공항의 마비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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