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공작원 ‘흑금성’의 기구한 인생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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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북풍(北風)사건’ 때 정체가 드러난 대북공작원 ‘흑금성’(암호명)이 이번에는 거꾸로 북한에 군 기밀정보를 넘긴 혐의로 공안당국에 적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본국 사정 당국에 따르면 ○군사령부 참모장으로 근무하는 K소장이 지난 수년간 제3자를 통해 북한측에 우리 군의 작전계획과 교범 등을 넘겨준 간첩 혐의로 연행돼 기무사와 국정원의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 당국이 K소장이 북한에 넘겨준 것으로 의심하고 있는 우리 군 작전계획은 ‘작전계획 5027’이다. 작계 5027은 북한군 도발로 전쟁이 벌어졌을 때 한·미 연합군의 초기 억제 전력 배치와 북한군 전략목표 파괴에서부터 북진(北進)과 상륙작전, 점령지 군사통제 등의 전략까지 들어있는 최고도 극비 군사 작전계획이다.
                                                                                <한국지사 = 박희민 기자>



지난 3일 검찰 등에 따르면 ‘흑금성’ 박 모(56)씨는 군 정보기관에서 장교로 복무하다 1993년 전역한 뒤 당시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의 대북 공작원으로 고용됐다.
박 씨는 정식 안기부 직원은 아니었지만 안기부로부터 공작금을 지원받아 중국 베이징 등을 중심으로 북한 관련 정보를 수집해 보고하는 등 정보요원으로서 상당한 공을 세웠다.
90년대 중반 대북 광고기획사 아자커뮤니케이션 전무로 위장취업한 박씨는 안기부의 지시로 정부의 대북사업과 관련한 각종 공작을 시도하고 남북 주요 인사들과 폭넓게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공작원 업무와는 별개로 아자 측이 금강산, 백두산, 개성 등을 배경으로 국내 기업의 TV광고를 찍는 프로젝트를 성사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1997년 대선을 앞두고 안기부가 북한을 이용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집권을 저지하려고 한 이른바 북풍 사건이 불거지면서 박 씨도 매서운 바람을 피해가지 못했다.
김 전 대통령의 당선 이후 북풍 사건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자 수사 확대를 막기 위해 안기부 전 해외실장 이대성씨가 1998년 3월 국내 정치인과 북한 고위층 인사 간의 접촉내용을 담은 기밀정보를 폭로했는데 여기에 박 씨의 실체가 담겨있었던 것.
이 씨의 폭로로 박 씨는 더 이상 대북 공작원으로 활동할 수 없게 됐고, 박 씨가 몸담고 있던 아자 측의 대북사업도 전면 중단되는 아픔을 겪었다.
정체가 탄로난 뒤 박 씨는 중국에 머물며 대북 사업을 해오다 2005년 중국에서 활동하던 북한 공작원에게 포섭돼 공작금을 받고 우리 군에서 사용하는 작전 교리와 야전 교범 등을 전달한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최근 국정원에 검거됐다.
박 씨는 북풍 사건 당시 자신을 이중간첩으로 묘사한 신문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 승소했지만 이후 정말로 북한 측에 포섭돼 간첩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 ‘흑금성’이란 공작명으로 활동했던 박모씨(왼쪽)가 1996년 가을 평양에서 애틀랜타올림픽 유도 금메달리스트 계순희 선수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현역 군 소장 포섭


그러나 흑금성은 최근 현역 군 장성을 포섭해 북한과의 전면전에 대비한 극비의 한·미 연합 군사작전 계획을 북한 공작원에게 넘겨준 혐의로 최근 긴급체포 되면서 다시 남북 관계 전면에 등장했다.
사정 당국이 K소장이 북한에 넘겨준 것으로 의심하고 있는 우리 군 작전계획은 ‘작전계획 5027’이다. 작계 5027은 북한군 도발로 전쟁이 벌어졌을 때 한·미 연합군의 초기 억제 전력 배치와 북한군 전략목표 파괴에서부터 북진과 상륙작전, 점령지 군사통제 등의 전략까지 들어있는 최고도 극비 군사 작전계획이다.
K소장은 노무현 정부 때 ○군단 참모장으로 일하던 시기에 포섭된 것으로 알려졌다. K소장을 포섭한 인물이 바로 ‘흑금성’이다.
박 씨는  K소장으로부터 군 기밀을 받아 북한 공작원에게 돈을 받고 넘겨준 혐의를 받고 있다. K소장과 박 씨는 조사에서 이같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현역 군 장성이 간첩 혐의로 체포된 것은 수십년 만에 처음 일어난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며 “군 수뇌부 일각의 안보의식까지 해이해진 것은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K소장은 조사에서 “지금 생각해보면 후회스럽지만 박씨가 북한에 포섭된 간첩인 줄은 몰랐다”며 자신이 유출한 군사기밀들이 북한 손에 넘어갈 것은 예상하지 못했다는 식으로 진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무사와 군검찰은 이에 따라 K소장에게 군사기밀보호법과 군형법 위반(군사기밀 유출) 혐의를 적용해 일단 구속영장을 청구한 뒤, 나머지 부분은 추가로 수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공안당국은 박씨가 3사관학교 2년 선배인 K소장에게 1000만원이 넘는 고가의 선물을 건네고, K소장 부인을 자신이 운영하던 회사 임원으로 취업시켰다는 진술 등도 확보했다. 공안당국은 이 같은 박 씨의 행위가 K소장에게서 군사기밀을 빼낸 것과 연관이 있는지를 수사 중이다.
박 씨는 군사기밀을 빼내 중국 베이징(北京)의 북한 공작원에게 전달하기 위해, 2005~07년 K소장의 관사(官舍)나 근무하던 부대 앞으로 직접 찾아가 K소장을 만난 것으로 조사됐다고 공안당국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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