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후폭풍, 청와대 강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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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본국 지방선거에서 여권의 패배에 대해 정치전문가들은 현 정권의 오만과 독선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고 있다. 여론조사에 안주해 민심을 읽는데 실패했고 불도저처럼 자신들의 정책만을 밀어붙인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결국 4대강 사업이었다. 충청권의 패배야 세종시 수정안 추진으로 인해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지만 경상남도에서의 패배를 비롯해 수도권에서의 대혈전은 결국 이 대통령의 4대강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한 것이 주요 원인이었다는 것이다. 사실 서울에서 오세훈 시장의 승리는 사실상 패배나 다름없다는 것이 정치 전문가들의 평가다.
특히 4대강 사업은 경상도 지방의 낙동강 유역이 가장 큰 물의를 일으켰는데, 4대강 사업 반대의 기치를 높이 내건 야권의 후보가 도지사로 당선되었다는 것은 4대강 사업을 전면 재고하라는 메시지다.
이명박 대통령이 가장 큰 공약사업으로 내걸었던 ‘4대강’이 결국 이 대통령에게 ‘死대강’이 된 것이다. 세종시 수정안 사업이나 개헌 등 다른 정책들도 마찬가지다. 이 대통령은 국민들이 요구하는 것이 무엇이지에 귀기울이지 않고 그저 자신들의 정책만 밀어붙이고 있다. 벌써부터 정치권에서는 2012년에 있을 대선과 총선도 어렵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한국지사 = 박희민 기자>



6·2 지방선거는 한나라당의 ‘완패’였다. 각종 여론조사는 여권의 무난한 승리를 내다봤지만, 결과는 극적으로 빗나갔다. 이번 선거가 이명박 정부에 대한 ‘중간 심판’의 역할을 했던 만큼, 4대강 사업·세종시 수정안 등 현 정부가 사활을 걸고 추진하는 주요 사업 역시 강한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선거를 하루 앞둔 1일, 집권 후반기 국정 개혁을 선언하며 “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국정에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본 궤도에 오른 4대강 사업 등을 더욱더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 그러나 애초의 기대만큼 추진력을 얻을 수 있을지 불투명해졌다.
4대강 사업이 시민·사회단체나 종교계의 요구처럼 ‘전면 중단’될 가능성은 사실상 희박하다. 그러나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4대강 사업에 대한 국민의 악화된 여론이 다시 한 번 확인된 만큼, 과거처럼 강하게 이 사업을 밀어붙인다면 대규모 저항은 물론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급격한 지지율 감소도 예상된다.


지방정부 제동 가능성

4대강 사업의 대상인 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은 하천법상 ‘국가 하천’으로, 이를 대상으로 한 사업은 지방자치단체보다 중앙정부의 소관이다.
특히, 4대강 사업의 핵심을 이루는 보 건설과 준설은 국토해양부 산하 지방국토관리청과 한국수자원공사가 직접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가 제동을 걸 수 있는 여지도 충분하다. 지방자치단체가 예산을 부담하거나, 운영 및 관리를 맡는 사업이 있기 때문이다.
‘편법 운영’으로 논란을 낳고 있는 준설토 적치장이 대표적이다. 지방자치단체는 자체 예산을 들여 적치장을 확보한 다음, 추후 준설토를 가공한 골재 판매 수익으로 그 비용을 메우도록 되어있다. 지방자치단체가 지방 재정 등을 이유로 적치장 제공이나 운영을 거부할 경우, 4대강 사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강바닥 준설은 곧바로 타격을 입게 된다. 서울 남산의 11배 크기인 5억7000세제곱미터에 달하는 준설토를 퍼내지 못할 경우, 국토해양부가 4대강 사업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광역 시·도는 상수도사업본부를 두고 먹는 물을 관리하는데, 지금처럼 4대강 사업으로 인한 탁수와 중금속 오염 퇴적토 문제가 불거질 경우, 주민의 식수 안전을 이유로 정부에 4대강 사업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할 수 있다. 실제로 한강, 낙동강 등의 4대강 사업은 식수원 오염의 우려를 샀다.
4대강 사업과 함께 추진하는 이른바 ‘생태 하천 사업’이나 4대강 유역의 수변 경관 개발 사업 역시 지방자치단체의 협조 없이 중앙 정부의 힘으로만 밀어붙이기는 불가능하다. ‘본류’가 아닌 지천이나 소하천은 지방자치단체의 소관이기 때문이다. 해당 광역 지방자치단체장이 의지를 보일 경우 4대강 사업에 제동을 걸 여지가 충분한 셈이다.
광역 지방자치단체 중 4대강 유역에 위치한 충북·충남·경남·전북·전남 지역에서 ‘4대강 사업 중단’을 공약한 야권 후보들이 대거 승리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지금과 같은 ‘강공 드라이브’는 불가능할 전망이다. 전면적인 공사 중단은 불가능하다고 해도, 속도 조절 같은 변수가 생길 수 있다.





레임덕 가능성

4대강 사업의 추진은 이제부터 MB에게 양날의 검과 같다. 급속해서 추진하면 또 다시 민심의 벽에 부딪치게 될 것이고 그렇다고 추진을 멈춘다면 그는 지난 대선 대표 공약을 스스로 뒤집는 꼴이 된다. 이명박 대통령이 정면 대결을 선택할 경우, 급속한 조기 레임덕을 자초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여권 내부에서부터 ‘레임덕‘이라는 단어가 언급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아직 2년 반이 넘게 임기를 남기고 있다. 집권 마지막 해를 제외하더라도 1년 반이 넘게 남은 시점에서 레임덕이 거론되는 것은 유례없는 일이다.
문제는 이러한 민심 표출에도 불구하고 청와대의 입장을 별로 달라질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4대강 사업은 물론이고 인사개편안과 세종시 수정안과 관련해서도 나타난다.
이 대통령은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개각과 청와대 인적쇄신을 7.28 재보궐 선거 이후로 늦출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폭도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인사를 즉흥적으로 않고, 오랜 검증과 심사숙고를 거쳐 결정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인사스타일이 반영된 것이기도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 패배를 정면돌파하겠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이 대통령이 최근 “올해와 내년은 (보궐선거를 제외하면) 사실상 선거가 없는 해로 오히려 국정운영에 효과적으로 임할 수 있는 기간”이라고 참모진과 장·차관에게 수차례 강조한 것도 집권후반기 레임덕에 빠지지 않고 남은 임기동안 현 정부의 국정과제를 충실히 매듭짓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청와대는 지방선거 이후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선 세종시 문제와 4대강 사업도 큰 틀의 변화없이 그대로 추진할 뜻을 내비췄다.
청와대가 선거가 몇일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이같은 원칙론을 강조한 것은 야권은 물론 여권 내에서도 지방선거 패배를 청와대로 돌리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민심은 정반대

하지만 상황이 청와대의 생각과는 정반대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여당 초선의원들은 지난 6일 긴급회동을 갖고 ‘청와대 책임론’을 거론하며 인적쇄신을 요구하면서 당·청간의 갈등이 표면화 될 전망이다.
친이계 핵심인 정태근 의원은 “민심 이반의 가장 큰 잘못은 청와대 참모들에게 있다고 본다”며 “청와대와 정면으로 부딪치는 한이 있더라도 당 정국을 제대로 이끌어가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야당의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염홍철(대전), 안희정(충남), 이시종(충북) 등 충청지역 3개 시도지사 당선자들은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하고 원안 관철을 촉구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4대강 사업에서도 야권 당선자들의 연대 움직임이 가시화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청와대가 향후 추이를 봐가면서 세종시와 4대강 사업을 분리해 양자택일할 가능성을 점치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세종시 수정안을 추진하려면 여당 내에서 당론으로 확정짓고 당·정·청이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하는데, 이미 추진 동력이 크게 약해진 상황이다. 더욱이 선거에서 충청지역 광역단체장을 모두 야당에 넘겨줘 현지 여론을 설득하는 것도 쉽지 않게 됐다.
반면 4대강 사업은 야당 내에서도 호남권 등 일부지역에서는 찬성하고 있고, 세종시를 포기함으로써 상대적으로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세 전직 대통령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높은 인기를 바탕으로 5년 임기를 시작했지만 집권 말에는 레임덕 현상을 피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현재까지의 상황으로 보면 이 대통령도 이런 레임덕 현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오히려 더 빨리 레임덕에 시달릴 수 있다. 만약 조만간 성난 민심을 잠재울만한 특단의 카드를 내놓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은 다시 불행의 역사를 반복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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