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한인회 선거 소송기각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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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이런 일로 법정에 오지 않도록 했으면 한다.”
LA한인 커뮤니티가 미국법정으로부터 톡톡히 망신을 당했다. 한인사회 스스로 해결해야 집안싸움을 법정으로 가져왔기 때문이다. 미국법정은 한인회가 규정한 회장 입후보자 10만 달러 공탁금에 대해서도 ‘이해하기 힘든 규정’이라며 가십거리 취급을 했다.
지난 10일 오전 10시 28분, 엄숙해야 할 LA카운티 민사법원 제 86호 법정에서 한바탕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 웃음은 기뻐서 나온 소리가 아니었다. LA한인사회와 LA한인회가 미국 법정으로부터 또다시 뼈아픈 충고를 들어야만 했다.
이날 86호 법정 관여 데이빗 야피 판사는 제30대 LA한인회장 선거 파동으로 야기된 법정소송에 대해 야멸찬 판결을 내렸다. 야피 판사는 “다시는 이런 일로 법정에 오지 않도록 했으면 한다”며 “본 법정은 캘리포니아주법과 미연방법을 통해 LA한인회 선거소송에 대해 위법사항을 발견하지 못했다”면서 기각판정을 내렸다. 한마디로 한인회장 선거에 대한 시비를 미국 법정에 가져 오지 말라는 뜻이다.
데이빗 야피 판사는 한인회장 선거에 후보로 나섰다 한인회선거관리위원회에 의해 탈락된 박요한 후보가 제기한 소송에 대해 “이유 없다”며 기각했다. 야피 판사는 또 한인회 선거에서 문제가 됐던 ‘10만 달러 후보등록금’에 대해 시니컬한 비판을 가해 방청객들의 웃음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야피 판사는 “한인회 선거에서 이해 못할 점이 있다”며 “비영리단체인 LA한인회의 회장이 단체활동을 통해 연간 10만 달러를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회장이 되려고 오히려 10만 달러를 지불하면서까지 나선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해 방청객들의 폭소를 자아내게 했다. 10만 달러의 공탁금에 대해 간접적으로 비난을 가한 것이다.
이번 기각판결은 소송을 제기한 원고 박요한 후보나 피고측 스칼렛 엄 후보 어느 쪽의 승리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엄 후보 측은 자신들의 승리라고 주장하고 나서 빈축을 사고 있다.
법원의 판결은 한인 커뮤니티가 반성을 해야 한다는 취지임에 틀림없다. 한인사회 문제를 법원까지 끌고 간 것은 이번 LA 제 29대 한인회(회장 스칼렛 엄)과 제30대 한인회장 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김정화, 이하 선관위)의 막가파식 선거운영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자신들이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 모르고 있다. 이번 사태가 지닌 의미와 문제점들을 <선데이저널>이 짚어봤다.
                                                                                         <성진 취재부기자>



지난 1980년대부터 LA법조계에 나도는 말이 있다. “한인들이 소송을 너무 좋아한다” “특히 한인 교계에서는 ‘성서에 고소하지 말라’고 돼있다 면서도 한인교회는 소송을 수도 없이 낸다”는 등이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한인단체에서 자신들도 지키지 않고, 이해할 수 없는 규정을 만들어 법원으로 달려와 판결해 달라고 하는 바람에 대부분 판사들은 황당해 하는 경향이다”라고 말했다.
지난 10일 LA카운티 민사법원 제86호 법정에서 열린 재판에서 데이비드 야피 판사가 내린 판결의 요지는 “(선관위의) 결정 과정에서 주법이나 연방법을 어겼다는 점을 찾을 수 없다”는 것었다. 따라서 박요한 후보 측의 ‘예비금지명령요청’ 소송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박 후보 측의 더글러스 왈시 변호사는 ▷선관위원이 LA카운티에 거주하지 않는 점 ▷선관위원 4인의 사퇴가 스칼렛 엄 회장의 압력에 의한 점 등을 언급하며 “선관위 결정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야피 판사는 “선관위원이 LA카운티에 반듯이 거주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면서 “이것이 비영리단체 조직운영상의 위법구정이라는 점도 발견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또한 “4인의 선관위원 사퇴과 스칼렛 엄 회장과 관련이 있다는 증거도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왈시 변호사는 계속 ▲박 후보 자격박탈을 선언한 선관위원 5명 가운데 김영씨와 최학선씨 등 2명이 LA카운티에 살고 있지 않아 선관위원 자격이 없고 ▲외부단체 출신의 선관위원은 외부 단체 ‘임원’이어야 하지만 위 두 사람은 그렇지 않으며 ▲박 후보의 자격을 박탈한 5월4일 모임이 언제, 어디서 개최됐는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을 근거로 선관위 결정의 효력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야피 판사는 이 같은 주장의 소명이 부족하고 “한인회는 비영리단체로 자체 규정이 있어 그 규정에 따라 운영되면 되므로 법정에서 판단하기 적절하지 않다”며 기각 결정을 내렸다.
이에 대해 박요한 후보는 “법원에 다시 ‘이의 제기’ 절차를 통해 선관위의 결정이 잘못됐음을 입증하겠다”며 법정 공방을 계속할 뜻을 밝혔다. 박 후보는 “오렌지카운티에 거주하는 사람이 LA한인회 선관위원이 되려면 최소한 LA한인회의 이사나 운영위원으로 활동해야하는 것이 주법인 것을 최근 알게 됐다”며 “증거자료가 모아지는 대로 바로 이의제기를 신청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박 후보 측 변호사가 이날 계속 법정에 대해 선관위의 부당성을 주장하면서 계속 심리를 연기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법정은 이를 거부했다. 이날 약 40여명의 한인 방청객들이 재판 진행을 지켜보았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1.5세의 한 동포는 “재판장이 10만 달러 공탁금에 대해 언급할 때 너무나 부끄러워 혼났다”면서 “한인사회가 정말로 정신을 차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인회장 축사 거절

최근 한인사회는 노골적으로 스칼렛 엄 29대 한인회장에 대해 반감을 표시하기 시작했다. 미주한국일보는 지난 6월 9일자 창간특집에 LA한인회장의 축사를 빼버린 것이다. 이날 특집에는 김재수 LA총영사, 남문기 미주한인총연회장, 이서희 LA평통회장, 명원식 LA한인상공회의소 회장 등의 축사가 게재됐는데 유독 스칼렛 엄 LA한인회장만 빠져 있었다.
한국일보는 매년 창간특집에 LA한인회장의 축사를 게재해왔지만 올해 처음으로 LA한인회장의 축사를 뺀 것이다. 이는 한국일보가 스칼렛 엄 회장을 더 이상 한인회장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반증으로 해석할 수 있다.
오는 17일 예정된 LA한인상공회의소 회장단 이·취임식에서도 LA한인회장의 축사 순서가 빠졌다. 지난 수십 년 간 LA한인상공회의소는 이·취임식 때마다 LA한인회장을 초청해 축사를 요청해왔으나 스칼렛 엄 회장은 올해 처음으로 초청을 받지 못했다. 이는 LA한인상공회의소가 엄 회장을 ‘한인회장’으로 인정을 하지 않는다는 표시다.
지난 11일 옥스포드 호텔에서 개최된 세계한인교육자총연합회(IKEN) 기금모금 파티에 배포된 프로그람에서도 LA한인회장의 축사는 없었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김재수 총영사는 “스칼렛 엄 회장이 대화를 통해서 문제를 풀어 나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답답하다”면서 “자칫하면 한인회가 둘이 생겨날 조짐인데 이를 현재 한인회장이 방관한다는 것도 문제다”면서 우려를 나타냈다.
LA카운티 법원이 소송을 기각하면서 제30대 LA한인회장 선거 정상화 추진위원회(회장 하기환)는 11일 새 LA한인회장 선거 진행을 담당할 특별선거관리위원 7명을 임명했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특별선관위원은 벤자민 구씨(한인커뮤니티변호사협회 전회장) 리처드 김씨(LA시검사) 션 이씨(LA평통 운영간사) 김기천씨(재미경영학회 이사장) 그레이스 한씨(재미여성경제인협회장) 조선환씨(LA일천만이산가족위원회장) 밀리 남씨(호남향우회장) 등이다.
이들은 14일 오후 12시 정상화추진위 사무실(3240 Wilshire Bl. #570)에서 첫 모임을 갖고 새 LA한인회장 선거 등을 포함한 세부사항 등을 논의했다. 정상화추진위측은 “타운 내 주요 단체에서 선관위원 추천을 받았다”며 “첫 모임에서 선관위원장 선출을 비롯해 선거관리 규정 및 선거 일정 등 제반 사항을 결정했다”라고 말했다.
지난달 한인회장 후보 자격을 박탈당한 박요한씨가 “선관위 결정은 무효”라며 법원에 제출한 예비금지명령 요청이 지난 10일 기각된 가운데 추진위는 이미 공표한 대로 ‘새 한인회’ 설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추진위는 지난10일부터 14일까지 한인단체들로부터 특별선거관리위원을 추천 받아 15일까지 특별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하고 새로운 한인회 회장 후보 등록은 17일과 18일 양일간으로 빠르면 24일 이전 늦어도 7월 초까지 새로운 한인회장을 선출할 예정이다.
이처럼 추진위가 새 LA한인회를 만들겠다고 나선 것에 대해 스칼렛 엄 회장과 선관위 김정화 위원장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 10일 법원의 기각 판정에 따라 선관위도 규정에 의거 해체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0년에도 이번처럼 비슷한 선거소송이 있었다. 현재의 스칼렛 엄 회장은 당시 한인회장에 출마했던 25대 회장 후보로 나서 하기환 후보와 경쟁했었다. 하지만 선거에 낙선하자 불만을 품고 한기환 25대 회장을 상대로 취임 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바 있다. 오늘날의 악연은 그때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다.
당시 선거소송을 담당했던 판사가 바로 이번에 선거소송을 담당했던 데이빗 야피 판사였다.
당시도 그는 스칼렛 엄 후보의 가처분신청을 기각한 바 있다.




한인회, 한 지붕 2가족


결국 새로운 제2의 LA한인회가 설립될 조짐이 드러나고 있다. 현재 분위기로 보아 새 한인회에 회장 후보는 이번 소송을 제기했던 박요한씨가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박씨가 단독 후보로 나설 것이 확실한 까닭에 무투표당선도 가능한 상황이다. 박씨가 새 한인회에 회장으로 당선되면 한인 커뮤니티에 2개의 한인회가 존재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게 된다.
만약 2개의 한인회가 존재할 경우, 기존의 한인회는 정통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사태가 유발될 수 있다. 당장 LA총영사관이나 여타 한인단체들도 한인회와의 협의나 협력체제에 상대가 없게 된다.
한국에서 정치인이나 유력인사가 LA를 방문해 대표단체 인사를 가게 될 경우, 보통 한인회를 방문하는 것이 공식 일정에 포함된다. 그런데 한인회가 2개가 될 경우, 어느 쪽도 인정을 받지 못해 일정 자체가 무산될 공산이 크다. 또한 한인사회를 대표해서 어느 모임이나 회의를 할 경우도 2개 한인회가 존재할 경우, 양쪽 다 인정을 받지 못하게 된다.
현재 샌디에고 지역에도 한인회가 분쟁상태로 2개의 한인회가 존재하고 있어 한인사회 분열의 원인이 되고 있다. 지난 2007년 샌디에고 한인회장 선거가 엽기선거로 막을 내리며 말썽이 빚어졌다. 물의가 컸던 지난 28대 선거에 이어 2007년도에 실시한 29대 선거도 역시 파행을 맞은 것이다.
2007년 당시 샌디에고 동포사회의 철저한 무관심 속에 치러진 제29대 한인회장 선거를 두고 2명의 후보들이 저마다 회장에 당선됐다며 신문 공고를 내는 바람에 한인사회를 어리둥절하게 만든 바 있다.
당시 일간지 중앙일보와 한국일보 광고면에는 기호 1번 그레이스 리 후보와 기호 2번 이용일 후보가 제마다 한인회장에 당선됐다는 공고가 버젓이 게재됐다. 하지만 당시 열린 샌디에고 한인회 이사회에서는 기호 2번 이용일 후보가 투표에서 최다득표를 하여 정식으로 회장에 당선됐다고 의결했다. 이것이 공식적인 한인회의 결정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관리를 제대로 집행하지 않았던 정성오 선관위원장은 선거관리위원들의 의결을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기호 2번 이용일 후보를 실격시키고, 1번 그레이스 리 후보가 회장에 당선됐다고 일간신문에 광고로 게재했다.
여기에 발맞추어 기호 1번의 그레이스 리 후보도 ‘당선사례’라는 광고를 게재했다. 같은 날 두 후보의 당선사례가 모두 일간지에 게재되는 엽기적인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당연히 선거결과를 두고, 다시 법정시비가 야기됐다.
선거는 후보 등록 과정에서부터 문제가 불거졌다. 후보자들끼리 ‘위조경력’ 문제로 시비가 붙은 것이다. 후보자들끼리 정당성을 결여한 이전투구식 싸움질에 진저리가 난 샌디에고 한인사회는 당시 투표에 철저히 무관심해 투표장에 고작 500여명도 나오지 않았다.
그런 선거를 두고 언론도 중심을 잡지 못하고 양쪽 주장대로 신문에 광고를 게재해 독자들을 어리둥절케 만들었다. 광고료만 가져오면 그대로 실어주는 행태 때문에 그런 결과가 나왔던 것이다. 선거가 파행이 됐으면 철저한 취재로 시시비비를 가려야 함에도, 언론들은 양측 후보 측의 주장에 따라가는 식의 취재로 언론의 기본의무를 포기한 것이다.
적어도 언론은 당시 선거에서 무엇이 잘못되고, 누가 당선자인지를 판단했어야 했다. 그러나 당시 선거는 샌디에고 한인회의 고질적인 병폐인 “끼리끼리의 작당패”들의 장난 때문이고, 여기에 원로라는 인사들도 패거리를 만들어 양측 후보들의 대리전을 치렀다, 또한 언론들도 객관성을 유지하지 못하고 양측 후보 측의 눈치만을 바라보았기 때문에 진실을 보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샌디에고 한인회장 선거의 파행은 과거 LA한인회장 선거의 추태를 고스란히 인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과거 LA한인회장 선거는 선거관리위원회의 미숙한 관리체계와 외부영향력에 휩쓸린 결과로 속된 말로 ‘개판’이 된 적이 부지기수였다.
샌디에고 한인회장 선거도 정성오 선관위원장이 선관위원들을 무시하고 투표관리를 하지 않은 채 위원장의 임무를 포기했다가 다시 나타나는 등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행태를 보였다. 이런 탓에 샌디에고 한인사회는 그 후 지금까지 2개의 한인회가 존재하는 추태를 보이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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