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 첩보물’ 방불케 한 러시아 간첩 체포 작전

이 뉴스를 공유하기














미국 법무부는 28일 러시아 정보요원 10명을 미국에서 불법적으로 정보활동을 한 혐의로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이 중 8명은 미국에서 러시아 정부를 위해 장기간 위장 비밀공작을 해온 혐의로 27일 붙잡혔고, 나머지 2명도 러시아의 미국 내 정보프로그램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체포된 10명은 각각 외국정부를 위한 첩보원으로 활동한 혐의로 뉴욕 남부 연방지법에 기소됐고 이 부분에 유죄가 인정되면 최고 징역 5년형을 받게 된다.
미 연방법은 개인이 미 법무부에 신고하지 않고 외국 정부를 위한 에이전트로 활동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또 10명 중 9명은 유죄가 인정되면 최고 징역 20년형을 선고받을 수 있는 돈세탁 혐의도 받고 있다.
                                                                                          <데이빗 김 객원기자>



미국이 러시아 스파이 10명을 체포한 사건은 마치 냉전시대의 첩보물을 연상케 한다. 암호화된 무선메시지, 불법적으로 오간 공작금, 신분 위장, 호텔 객실의 몰래카메라 등 미 법무부가 28일 기소장에서 공개한 러시아 정보요원들의 간첩행위 관련 물증들을 보면 그렇다.
미 연방수사국(FBI) 방첩부는 러시아의 대외첩보부(SVR) 소속 비밀요원들이 미국인과 캐나다인 신분으로 위장해 오랫동안 스파이 활동을 하고 있다는 첩보에 따라 몇 년 간에 걸쳐 추적을 벌인 끝에 이 같은 성과를 올렸다.
FBI 요원들은 간첩 혐의자들의 집에 도청장치를 설치하고, 레스토랑과 호텔 방에는 비디오 카메라를 숨겨놓고 이메일과 전화통화를 감시했다. 기소장에는 미 당국이 러시아 간첩행위를 인지한 시기가 2000년이었음을 암시하는 대목도 있다.
간첩 혐의자들은 미국에서 유엔 주재 러시아대표부 직원을 포함해 러시아 관리들로부터 빈번히 돈가방을 전달받았다. 한 혐의자는 남미의 한 국가에서 온 러시아 관리들로부터 돈을 받는 장면이 찍혔고, 다른 혐의자는 공원 벤치에서 현금이 든 쇼핑백을 건네받기도 했다.
이번에 체포된 스파이 혐의자 중 2명은 2006년 6월 뉴욕에서 다른 스파이가 2년 전 땅속에 묻었던 돈다발 봉지를 파내기도 했다.




모스크바 센터와 교신

스파이들은 지령을 보내는 일명 `모스크바 센터’와 교신하기 위해 다양한 첨단수법과 장비를 활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무선전보나 폐지된 사이트 이용은 기본이고 특정 주파수에서만 암호를 받을 수 있는 무선장치나 텍스트.이미지.오디오파일에 또 다른 비밀스런 내용을 숨겨놓는 스테가노그라피(steganography)까지 동원됐다.
스태가노그라피는 육안으로는 볼 수 없기 때문에 수사관들은 특별한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통해 날짜와 내용을 해독할 수 있었다고 한다. FBI는 보스턴과 시애틀, 뉴저지 등 혐의자의 집에서 SVR의 스테가노그라피 프로그램이 입력된 컴퓨터 디스켓을 압수했다.
또 간첩 혐의자들은 휴대용컴퓨터(랩톱)에 개인무선망을 설치한 뒤 커피숍이나 달리는 차량 안에서 러시아 관리들과 정보를 주고받기도 했다.
이들의 안전금고(은행 등의 귀중품 보관 대여 금고)에서는 신분위조에 쓰인 출생증명서들이 나왔는데 2005년 사망한 캐나다 남자의 것도 있었다.


지령문 내용

FBI는 모스크바 센터가 보낸 지령문을 보면 스파이 행위는 더욱 분명해진다고 말했다.
2009년의 한 지령은 `너는 미국으로 장기 서비스 여행을 간다’ `너의 교육과 은행계좌, 자동차, 집 등은 모두 한가지 목적을 위한 것이다’ 등등으로 적혀 있다.
이 지령에서 주임무는 `미국의 정책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과 관계를 모색하고 발전시켜 정보보고서를 모스크바 센터(C)로 보내는 것’이라고 돼 있다.
간첩 혐의자들은 미 권력층 내부의 정보원을 확보하도록 명령받았는데 모스크바 센터는 포섭 대상을 `농부’ `고양이’ `앵무새’와 같은 암호명으로 불렀다.
일례로 한 지령은 “너와 `앵무새’의 관계는 매우 유용한 정보원으로 보인다”고 돼 있었다.





@SundayJournalUSA (www.sundayjournalus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뉴스를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