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취재] 무너지는 LA코리아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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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코리아타운이 최대위기에 몰렸다. 2007년부터 몰아닥친 경제위기에 직격탄을 맞은 한인타운은 이제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을 정도로 위기감이 극도로 팽배해 있다. 계속되는 불경기에 견디다 못한 업소들이 줄줄이 문을 닫는가하면 은행 빚을 견디다 못한 업주들의 야반도주 행렬이 이어지고 있는 것.
코리아타운 대형상가는 최근 흉물스러울 정도로 황폐하다. 상가건물 곳곳 문 닫힌 업소들이 즐비하고 주인 없는 업소 앞에는 오늘의 사태를 보여주듯 오래전 배달된 빛바랜 신문들과 각종 독촉장들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군데군데 붙은 리스 사인은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고 있지만 벌써 수개월째 문의전화 한통 없다.
수백만 달러씩 투자된 대형 식당과 중소형식당, 사우나, 마켓 등도 견디다 못해 문을 닫았고 영업을 계속 하고 있는 업소들도 언제 문을 닫을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어 심각한 상황이다.
아비규환의 코리아타운은 절체절명의 상황이지만 타개책은 전무하다. 미국 경제가 나아지고 있다는 일부 언론들의 보도는 먼 나라의 이야기고 당장 눈앞에 닥친 상황은 비참하기 그지없다. LA한인타운의 현주소를 <선데이저널>이 짚어 보았다.
                                                                                             <리챠드 윤 취재부기자>



2005년 윌셔가에 문을 연 식당 ‘소나무’가 끝내 문을 닫았다. 또 윌셔와 맨하턴 상가 건물에 10년 넘게 성업 중이던 일식당 ‘하네다’도 폐업했다. 웨스턴과 12가의 상가 건물에 개업했던 코미디언 배현정씨가 운영하던 ‘소머리국밥’집도 문을 닫았고 웨스턴과 2가의 ‘서라벌’ 식당도 새롭게 문을 열었지만 1년을 견디지 못하고 파산, 임시방편으로 서브리스를 주었지만 전 주인이 밀린 고기값을 내지 못해 위기를 맞았다. 30년 가까이 LA동포들의 사랑을 받아왔던 ‘원산면옥’도 문을 닫았고 올림픽가의 ‘대성옥’도 채무 문제로 아들에게 명의를 넘겨주고 영업을 하고 있지만 어려운 건 매 일반이다.
해당 업소뿐 아니다. 현재 LA한인타운에 영업 중인 식당은 줄 잡아 200여개지만 제대로 운영이 되는 업소는 20여개 안팎에 불과하며 그나마 현상유지만 겨우 하는 실정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대부분 고기집과 횟집들은 일단 가격파괴 정책으로 장사를 하고 보자는 시거이지만 실제로는 밑지는 장사를 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현상은 비단 식당뿐이 아니다. 수백만 달러 시설비가 투자된 대형 사우나, 마켓, 노래방 심지어는 룸살롱도 문을 닫거나 닫을 위기에 처해 있다.
전 분야에 걸쳐 작년대비 매상이 50%이상 급감하면서 문을 닫는 업소들이 속출하고, 임대료를 수개월씩 내지 못해 강제퇴거 당하거나 스스로 폐업하는 업소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인타운 ‘신화’ 무너졌다

지난 5월 문을 닫은 일식당 ‘하네다’ 주인 권모씨는 LA한인타운에 전설적인 ‘스시맨’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일식의 대가였다. 권 씨는 20년 넘게 LA한인타운에서 크고 작은 일식당을 운영하면서 많은 재력을 모았지만 계속되는 불경기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폐업했다.
권 씨는 건물주의 임대료 독촉을 못견뎌 20년 가까이 혼신의 힘을 다해 일으킨 영업장을 눈물로 접어야 했다. 기자와 만난 권 씨는 “임대료도 문제지만 우후죽순처럼 생긴 후발주자들의 ‘문어 제 다리 잡아먹는’ 후려치기 영업으로 생존하기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그는 “가격경쟁으로 인해 종업원 임금은 고사하고 임대료조차 내기 어려워 스스로 문을 닫았다”고 하소연하며 “경기가 좋아지면 다시 재기해 그 동안 성원해 주신 고객들에게 답하겠다”며 굳은 의욕을 보였다.
2005년 문을 열었던 ‘소나무’ 식당은 임대료를 1년 이상 내지 못해 강제 퇴거 당하는 굴욕을 겪었다. 업주는 3년 전 식당을 150만 달러에 인수했지만 그 뒤 불어 닥친 불경기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지난 5월 쫓겨났다. 그동안 LA동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왔던 식당들이 임대료 체불 등을 이유로 문을 닫았고 새 주인으로 바뀌었지만 모두 한 숨만 쉬고 있는 상황이다.
1년 전 개장한 윌셔가의 한 사우나는 제대로 영업도 해 보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이 사우나는 약 200만 달러의 시설비가 투자된 초현대식으로 만들었지만 결국 폐업의 쓴잔을 마셨다.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사우나 등은 모두 시설비만도 수백만 달러 이상씩 투자된 사업으로 공사 기간만도 1년 이상 요하는 프로젝트지만 업주들의 사전 준비 부족과 사업경험 부족으로 현재 고전을 면치 못한 것이다.
올 초 문을 연 ‘위 스파’의 경우도 영업부진으로 투자자들끼리 소송이 전개되는 등 아귀다툼이 한창이다. 오래된 사우나들도 어려운 건 마찬가지다. 여기에 업소들의 과당경쟁으로 사우나의 주 수입원인 마사지 요금이 과거 40~50달러에서 30달러로 내렸지만 마사지 고객이 없는 실정이다.
중국이나 타이완 발 마사지 요금이 20달러인 것에 비해 비싸다는 여론이 적지 않고 서비스도 오히려 이들 업소들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이 지배적인 탓이다. 최근 문을 연 6가 시티몰 안에 입주한 C스파의 경우도 거창하게 문은 열었지만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자 업주들이 당황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파리 날리는 쇼핑 상가

지난 달 문을 연 웨스턴과 윌셔 부근의 ‘마당’ 쇼핑센터는 건물주가 영업하고 있는 식당  ‘반’(구 우래옥)을 제외하고는 입주자가 거의 전무한 상태다. 3층에 스쿨 후드라는 분식점 형태의 식당과 한국 CJ그룹에서 운영하는 CGV극장이 전부다. 건물 임대를 담당하고 있는 부동산 회사 관계자는 “이미 10여개의 업소가 오픈예정으로 현재 내부 공사 중”이라고 밝혔지만 사실 여부는 확인을 거부했다.
건너편 ‘솔 레어’ 상가들도 1층은 그런대로 오밀조밀 입주해 있지만 2층은 미용실만 제외하고 입주가 전무한 실정이다. ‘마당’ 리스 관계자들은 앞 건물과의 차별을 주방하고 있지만 이미 웨스턴과 윌셔 일대의 상권은 물 건너갔다는 편이 옳을 성 싶을 정도로 한산하다.
현재 코리아 타운에 크고 작은 쇼핑몰은 40여개에 이른다. 상업용부동산이 한창 호경기일 때인 3년 전부터 붐이 일었던 쇼핑센터는 지금은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쇼핑센터는 스산한 분위기까지 감돈다. 여기저기 폐업 사인이 붙어있고 사정상 문을 닫는다는 호소문까지 붙여진 문 닫은 업소들이 즐비하다. 여기에 렌트비를 못내 건물주로부터 퇴거 소송을 당해 마샬이 나와 부친 퇴거경고문이 부착된 업소들은 가게 안에 물건과 집기들이 그대로 방치되어 있는 채 굳게 문이 닫혀 있다.
건물주들의 상황은 입주 상인들보다 더 심각하다. 건물 가격 하락으로 대출은행으로부터 추가 담보 요구에 시달려 전화 노이로제가 걸릴 정도로 심각한 상태다.
부동산 대출 만기가 돌아 온 한 건물주들은 감정가 하락으로 은행들이 재 융자를 해주지기를 거부해 자칫 건물을 날릴 위기에 봉착해 있다. 불과 5년 전 600만 달러를 웃돌던 감정가가 최근에는 300만 달러에도 못 미친다는 감정사의 말에 넋을 잃었다.
이런 현상은 상가뿐 아니라 주택도 마찬가지다. 현재 한인타운 중심부에 지어진 상가나 콘도 대부분이 유령건물로 변하고 아파트 입주자도 싼 아파트를 찾아 인근 지역으로 이사를 가고 있어 아파트 소유자들은 궁여지책으로 렌트비를 20~30% 이상 내리지만 이 역시 공실율이 엄청나다.
그간 영업실적 면에서 승승장구하던 한인은행들 조차 위기에 봉착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은행들의 생존수단은 결국 한인 사업주들의 목을 조이며 돈줄을 틀어쥐는 악순환으로 비화됐다. 오히려 은행들은 대출금 회수에 혈안이 돼 가뜩이나 심각한 한인타운 경제를 고사시키고 있다.
이런 사태가 오기까지 가장 큰 책임이 있는 건 무조건 사업 확장에만 목을 맨 일부 업주들이다. 장기화에 빠진 경기침제에도 이를 지나치게 안일하고 근시안적으로 분석한 탓에 결국 악재의 부메랑을 맞고 만 것이다.



문 닫는 변호사, 회계사 급증

윌셔가의 전문직 사무실들도 최근 불황에 견디지 못하고 잇따라 문을 닫고 있다. 변호사 사무실은 물론 회계사 사무실과 대출 브로커 사무실 등도 연쇄적인 반응이다. 무비자 실시에 기대를 모았던 여행업계도 똑같은 상황이다.
한인타운의 유명 여행사들이 줄지어 폐업하거나 문 닫기 일보직전에 처해 있다. 여기에 유학원과 이민관련 업종들도 불경기 여파에 견디지 못하고 쓰러져 가고 있다. 유학생 감소로 학교들이 철퇴를 맞는데다가 이민국 당속까지 강화돼 타운 내 학교, 학원들도 줄초상이나 다름없는 분위기다.
특히 코리아타운의 불경기는 언론사와 은행들까지 여파가 미치고 있다. 만나는 사람마다 불경기가 언제 끝날 것이지가 최대의 관심사다. 이렇게 1년만 가면 모두 공멸할 것이라는 자탄의 소리가 나온다.
은행들도 지난 해 대량감원에 이어 추가감원을 예고하고 있으며 한미?나라·중앙?윌셔은행 등도 감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
한인 은행 내부 분위기는 썰렁하기 그지없다. 은행마다 깨끗이 치워진 빈 책상들이 암울한 현실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할 정도다.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스카우트 광풍이 불던 은행가엔 먼지만 수북이 쌓여있다.
2000명이 넘던 은행종사자들이 불과 수년 사이에 10.2%나 줄었고 금년에는 10% 이상 또 추가 감원이 예상된다. 하지만 해고의 칼날은 올해는 물론 오는 2013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나왔다. 이 같은 대량 감원 바람은 비단 은행권뿐만이 아니다. 한인언론사들 역시 불경기로 죽을 지경이다.
한국·중앙일보 등 유력 일간지와 라디오코리아, 기타 지역 TV방송국들이 직원들을 대량 해고하거나 감원했다. 살아남은 직원들도 고통분담차원에서 급료를 자진 삭감했다. 광고수입이 절반 이상 줄어든 언론사들은 고육책 찾기에 부심하고 있지만 대책이 없다.
이것이 오늘 날 경기불황에 허덕이는 한인타운의 현주소다. 아파트 임대료가 비싸 이사를 가려고 해도 여윳돈이 없어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들도 대다수다. 이 같은 생화고는 이민가정 붕괴로 이어지고 있다. 부모의 실직으로 아이들이 거리로 내몰리고 돈 때문에 생기는 가정폭력이 도를 넘어서고 있어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한인타운 업소들 대부분은 무제한으로 고기를 제공하는 ‘올 유켄 잇 뷔페식’ 상차림을 고수해왔다. 불경기 극복을 위해 ‘박리다매’식의 저가 영업정책을 시도했지만 오히려 경영부실을 가속화 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1인당 16달러였던 무제한 육류식당은 업소들이 난립하며 지나친 가격경쟁에 뛰어들었다. 이들 업소들은 급기야 10달러 이내로 입장가격을 내리면서 ‘제살 깎아먹기’를 반복했다. 여기에 수개월전부터 고기값은 천정부지로 올랐다.
이런 악순환은 비단 무제한 고기뷔페 식당의 얘기만이 아니다. 한인타운에서 성업 중이던 일식집들도 사정은 똑같다. 한국에서 수입한 광어회 한 마리 가격이 99달러. 이것도 5명이서 충분히 먹고 남을 정도의 많은 양으로 승부를 걸었다.
생선 원가만 한 마리에 50달러가 넘는 상황에서 업주들은 손해를 감수해서라도 고객 유치에 사활을 걸었던 것이다. 이런 비정상적인 경쟁에 수많은 식당들이 가세하자 결국 ‘광어회 무제한’이라는 극약 처방까지 등장했다.
결론적으로 손님이 몰릴수록 업주는 손해를 보는, 기형적인 영업 전략이 한인타운을 휩쓸었던 셈이다. 결국 이런 악 순환으로 식당들은 줄줄이 폐업하거나 파산했다. 후일을 기약하고 돈을 빌려다 쓴 업주들은 급기야 야반도주까지 감행하거나 다른 친인척이나 다른 사람 명의로 바꿔 놓았지만 상황은 다를 바 없었다.
이런 현상은 식당뿐 아니다. 최근 한인타운에서는 식당, 의류 가전제품 등 업계 전반에 걸쳐 ‘세일광풍’이 불고 있짐나 모두 허당이다. 경기침체에 견디다 못한 업소들이 ‘세일’을 한다고 대대적으로 광고를 내지만 그나마도 소비자들의 반응은 차갑기 그지없다.
리본 전자를 비롯한 전자 판매회사들이 줄줄이 도산하고 수백만 달러 이상의 투자금으로 문을 연 대형식당들이 차례로 폐업수순을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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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런 업소의 폐업으로 종업원들은 졸지에 직장을 잃었고 설상가상으로 업주가 잠적해버리는 바람에 밀린 임금마저 떼일 처지에 놓였다. 종업원들은 앞으로의 일이 막막하기만 하다. 예상은 했지만 현실로 전개되자 살길이 막막하기만 하다.
직원들은 사장의 입장을 이해하면서도 당장 아파트 임대료와 생활비조차 구할 길이 없어 난감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새 일자리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아 한숨만 쌓이는 입장이다. 업주를 상대로 노동청에 고발을 하려해도 이미 다 망한 업주들을 상대로 돈이 나올 리 만무하다는 생각에 허탈한 가슴을 쓸어 달랜다.
이 같은 비극은 비단 문제의 식당 얘기만이 아니다. 최근 영업난에 시달리고 있는 두부전문식당 ‘두부마을’도 종업원들의 임금 체불문제로 전운이 감돌다가 급기야 문을 닫았다. 다른 식당들도 다를 바 없다. 도매상들은 이제 현금이 아니면 식재료를 납품하려 하지 않는다.
생선회집도 상황은 비슷하다. 결국 ‘문어 제 다리 잡아먹는’ 격이 된 셈이다. 식당뿐만이 아니다. 한인타운 대형마켓들의 상황은 오리혀 더 심각하다. 개점 4개월 만에 문을 닫은 시티마켓의 경우 벌써 3번째 주인이 바뀌었다.
시금치 10단에 1달러, 파 20단에 1달러 등 매일 세일광고들이 홍수를 이뤘지만 고정된 고객을 상대로 난립한 마켓은 아무리 세일을 해도 매상을 올리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조만간 또 다른 대형마켓이 문을 닫을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한 가운데 한인타운 내 업체들을 둘러싸고 흉흉한 분위기는 점차 널리 퍼지고 있다.
가스비가 없어 외출하지 못하는 동포들이 부지기수다. 전기, 가스비 등 공과금조차 내지 못해 독촉장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아이들 교육이 더 걱정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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