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가 즐거운 ‘준 최 노래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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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노래하자”
지난달 21일 수요일 오후, 4055 윌셔 불루버드에 있는 건물 2층에 위치한 ‘준 최 노래교실’ 에는 벌써 9명의 노인들이 일찌감치 자리를 잡고 있었다. 정각 3시가 되자 14명이 더 모였다. 수강생들을 살펴보니 모두 백발이 성성한 노인들이다.
노래교실 스튜디오에는 야마하 그랜드 피아노와 전자 피아노 반주용 음악기기 등을 비롯해 악보를 따라 부를 수 있게 모니터도 설치되어 있었다. 또 완전한 방음장치와 함께 20여명이 함께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좌석도 완비되어 있다. 스튜디오에는 녹음실까지 따로 준비돼 잘 꾸며진 기획사를 연상케 했다.
이곳에서는 매주 수요일 오후 3시, 노래교실이 열린다. 음악인 준 최씨가 건강한 세상을 위해 노래교실로 봉사를 이어가고 있는 것. 이 곳에서는 누구나 환영한다. 처음 한 두 명으로 시작한 노래교실은 이제 15명 정도가 빠짐없이 출석해 노래를 배우고 살아온 세월을 터놓는 ‘사랑방’이 되었다.                                                                    <성진 취재부기자>



이날 처음 부른 노래는 ‘고향초’였다. 최씨가 피아노 앞에 앉으며 “자, 불러 봅시다”라는 말과 함께 능수능란한 피아노 반주를 이어가자 일동은 벽에 부착된 모니터를 보며 소리를 낸다.
“~남쪽나라 바다 멀리 물새가 날으면 / 뒷동산에 동백꽃도 곱게 피었네/뽕을 따던 아가씨들 서울로 가네 / 정든 사람 정든 고향 잊었단 말인가~”
이어서 2절로 들어가려는 데, 반주하던 최씨가 일어나며 “이 노래를 부를 때, 배에 힘을 주어야 한다”며 “우리 가요는 배에서 나와야 한다”며 강조한다.
두 번째 부른 노래는 ‘국민가수’ 조용필의 ‘그 겨울의 찻집’이었다.
“~바람 속으로 걸어갔어요 / 이른 아침에 그 찻집 / 마른 꽃 걸린 창가에 앉아 외로움을 마셔요 / 아름다운 죄 사랑 때문에 / 홀로 지샌 긴 밤이여 / 뜨거운 이름 가슴에 두면 / 왜 한숨이 나는 걸까 / 아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 그대 나의 사랑아~”
모니터를 보며 목청을 높이는 할머니들 모습이 진지하다. 그러나 최는 “아~웃고 있어도 부를 때 볼륨이 너무 적어요”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노래에는 항상 반박자를 주의하세요!”라며 “노래는 시작과 끝이 좋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세 번째 곡은 ‘목포의 눈물’이었다. 이날 참석해 노래 부르는 할머니들 모두에게 너무나도 잘 알려진 노래다.
“사공의 뱃노래 가물거리면 / 삼학도 파도 깊이 스며드는데 / 부두의 새악시 아롱 젖은 옷자락 / 이별의 눈물이냐 목포의 설움~”
워낙 유명한 노래라 가사를 보지 않고도 모두가 열심히 노래를 부른다. 얼굴을 흔드는 사람, 한 손으로 박자를 세며 부르는 사람, 손뼉을 치는 사람, 고개를 흔드는 사람 각양각색이다. 한 소절이 끝나자 최씨는 “우리가 이 노래를 부를 때 감정을 넣어서 불러야 한다”며 “목포의 설움이 내 마음에 와 닿아야 한다”며 두 손을 가슴에 모았다.
네 번째 곡목은 “당신은 누구시길래”다. 몇 소절을 부를 때 멈칫했다. 최씨는 반주하다 손을 흔들며 춤추는 동작으로 일어서서 “신나는 노래가 왜 신이 안 나는가”라며 수강생들을 재촉했다.
다섯 번째 노래는 ‘초우’였다.
“~가슴 속에 스며드는 고독이 몸부림 칠 때 / 갈 길 없는 나그네의 꿈은 사라져 / 비에 젖어 우네~ 너무나 사랑했기에 / 너무나 사랑했기에 / 마음의 상처 잊을 길 없어 / 빗소리도 흐느끼네~”
이어서 이난영이 부른 ‘목포는 항구다’의 구슬픈 반주소리가 이어 지자 일동은 “~영산강 안개 속에 기적이 울고 삼학도 등대 아래 갈매기 울어 그리운 내~~ 고향, 목포는 항구다~”를 열창했다. 반주하던 최씨도 일어나 “목포는 항구다 하면서…여기에서 울어야 한다”고 말한다. 노래 부르던 노인들 표정도 슬퍼진다.



한 시간 정도 노래를 부른 다음 휴식시간에는 약간의 간식과 함께 즐거운 환담도 이어졌다. 기자는 수강생들에게 노래교실에 와서 일상생활에서 달라진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좋아졌다”는 대답이 쏟아졌다.
한 수강생은 “나이 먹으니 온 몸이 근질근질 한데 노래를 부르니 폐화량이 높아지고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그래서 노래 부르는 수요일이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또 다른 수강생은 “여기 와서 큰 소리로 가요를 부르니 기관지가 시원하게 뚫리는 기분이다. 집안에서 가습기가 필요 없을 정도다. 소리를 내고하니 가습기가 필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 옆에 있는 노인도 “무엇보다 옛날 가요를 내 목소리로 부르게 되어 정신적으로도 기분이 좋다”고 거들었다. 그는 “나는 이제 노래방에 가서도 노래를 부를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또 한 분은 “우울증도 없어지는 것 같다”고 했다.
이 노래 모임은 지난 1월 6일 창단됐다. 현재는 단원이 16명으로 모임의 명칭도 ‘가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단장 김자현)으로 했다. 틈틈이 교회 찬송도 한다. 한국 가요를 변환해 성가로도 부르는 식이다.
앞으로 계획 중에는 한번쯤 공연도 하고 타운 내 노인센터나 양로병원에 가서 위로공연도 하고 여유가 되면 팜 스프링이나 산타 바바라 지역으로 관광도 겸한 공연회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이날 ‘해후’ 등 10여 곡을 배우고 부르는 동안 2시간이 금방 흘러갔다. 최씨의 재미있고 능숙한 솜씨에 이끌려 노인들도 즐겁고 밝은 표정과 목소리로 노래를 한껏 불렀다. 노래가 끝나자 최씨는 지난 동안 인기를 모았던 유명 가수들인 현미와 패티 김의 이야기를 꺼내며 “눈물을 흘리고 배우는 가수가 취미로 그냥 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떤 때는 심각한 기분으로 노래를 불러야 한다”고 나름대로의 강의를 진행했다.
이에 참석한 노인들은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맞장구를 치기도 하며 진지한 표정들이었다. 2시간 돟안 즐거운 노래 강좌는 박수 소리와 함께 끝났다. 참으로 멋진 노래 강의요 배우기 쉽고 흥겨운 노래 모임이었다.

<문의 전화 : 213-503-0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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