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망] 둔해진 성장에 발목 잡힌 美 경제

이 뉴스를 공유하기









미국의 경기둔화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미 상무부는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잠정치가 1.6%를 나타내 한 달 전 공개된 속보치인 2.4에 비해 대폭 하향 조정됐다고 지난달 27일 발표했다.
주택매매 실적과 고용창출 실적 등을 비롯한 일부 경기지표들이 암울하게 나타나면서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경기순환 사이클을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인 GDP 성장률마저 뚜렷하게 하강 곡선을 그린 것은 미국의 경기회복세가 확연하게 둔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에 따라 대공황 이후 최장기 경기침체에서 겨우 벗어난 미국 경제가 짧은 회복 이후 다시 침체에 빠져드는 `더블 딥(double-dip)’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상무부는 해외상품 수입 증가로 인해 무역수지 적자가 큰 폭으로 확대되면서 2분기 성장률이 당초 생각했던 것보다 부진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분기 경제성장률은 작년 3분기에 1.6%로 플러스 성장을 기록한 후 4분기 5.0%로 가파른 성장곡선을 그렸으나 올해 1분기 3.7%, 2분기 1.4% 등으로 성장세가 뚜렷하게 둔화하는 양상이다.
경제전문가들은 미국의 하반기 성장률도 2분기와 같이 미약한 수준을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2분기 GDP 성장률 잠정치는 시장전문가들이 예상했던 수준인 1.3∼1.4%보다는 약간 높게 나타났다.
일부 비관론자들은 2분기 성장률 잠정치가 1%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상무부는 2분기 GDP 성장률 잠정치가 대폭 하향 조정된 이유로 해외상품 수입이 크게 늘면서 무역수지 적자가 대폭 확대된 것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2분기 수출은 9.1% 증가한 데 비해 수입은 32.4%나 급증, 1984년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이 같은 무역수지의 불균형이 성장률을 3.4%포인트나 끌어내린 것으로 분석됐다.


전문가들 “더블딥 배제 못해”

예컨대, 해외로부터의 상품수입 증가분을 국내 제조업 생산으로 대체할 수 있었더라면 2분기 미국의 GDP 성장률은 5.0%(1.6%+3.4%)를 나타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기업재고는 632억 달러 어치가 증가해 속보치의 757억 달러 어치에 비해 증가 규모가 축소되면서 GDP 성장률을 0.6%포인트 끌어내리는 역할을 했다고 상무부는 설명했다.
그러나 소비지출 증가율은 1.6%에서 2.0%로 상향 조정된 점과 기업의 장비, 소프트웨어 투자가 17.6%나 급증, 1983년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인 것은 긍정적이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지난달 27일 “경제회복이 기대했던 것보다 더 완만해졌다”며 “부양을 위해 필요할 경우 또다시 대규모 국채 매입에 나서는 등 추가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버냉키 의장은 이날 와이오밍 잭슨홀에서 개최된 연준회의 연설에서 이같이 밝혔다. 버냉키 의장은 “그동안 장기국채 매입은 효과적이었다”며 “필요하면 이런 자산 매입을 추가적으로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같은 국채 또는 모기지 증권 매입을 통해 미국인들의 지출을 더 늘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밖에 연준 정책회의에서 얼마동안 초저금리를 유지할 것인지 등에 대한 정보를 추가로 공개하는 방안과 초과지불준비금 금리를 현재의 0.25%에서 제로로 낮추는 방안을 거론했다.
버냉키 의장은 또 “금리 인하를 장기화하는 방안이나 연준의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올리는 방안 등은 효과가 덜 할 것”이라며 “그러나 현 시점에서 특별 기준이나 추가 조치에 대해 결정한 바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전망은 내재적으로 불투명하다”며 “예상치 못한 상황에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버냉키 의장은 “장기간에 걸친 고 실업률은 연준이 가장 고민하는 부분”이라면서 “미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지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코노미스트들은 미국이 디플레이션이 들어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현재의 더딘 성장을 감안하면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버냉키 의장은 “최근 경제 회복이 둔화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내년에 다소 강한 성장을 보일 것으로 계속 믿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지금까지 먼 길을 왔지만 아직 가야할 길이 좀 더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날 미 경제 침체를 탈피하기 위한 가장 광범위한 방안을 밝혔다는 평가다.
한편 이날 그의 연설 1시간30분 전에 미 상무부는 2·4분기 국내총생산(GDP)이 1.6% 성장을 기록했다고 밝혀 미 경제가 다시 침체에 돌입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틀 못 버틴 ‘버냉키 효과’

그러나 휘청거리는 미국 경제의 회복을 위해 어떤 조치든 하겠다는 버냉키 의장의 발언에 힘입어 주가는 이날 큰 폭으로 반등했다. 이른바 ‘버냉키 효과’가 주가 반등을 이끈 것이다.
다우지수는 전날 종가 기준으로 7주 만에 10,000선이 붕괴됐다가 이날 경기 기대감이 살아나면서 다시 10,000선을 회복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164.84포인트(1.65%) 상승한 10,150.65로 마감했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지수는 17.37포인트(1.66%) 오른 1,064.59로 거래를 마쳤고 나스닥 종합지수도 2,153.63으로 34.94포인트(1.65%) 상승했다. 이날 시장은 2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잠정치가 속보치 2.4%보다 훨씬 낮은 1.6%를 기록하면서 혼조세로 출발했다.
비록 전문가들의 예상보다는 높은 수치였지만 경기둔화를 확연하게 보여주는 지표여서 시장의 평가가 엇갈렸다. 하지만 이후 버냉키 의장이 세계중앙은행 총재회의에서 미국 경제가 짧은 회복 후 다시 침체로 접어드는 `더블 딥(double-dip)’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히면서 주가는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그는 “미국의 경기회복세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약화되고 있다”면서 “경기 전망이 현저하게 악화되고 추가 조치가 필요한 것으로 확인될 경우, 연준이 비(非)전통적인 조치를 동원해 추가로 경기부양적인 통화정책을 펼 준비가 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버냉키 효과’는 채 이틀을 버티지 못했다. 지난 30일 뉴욕증시는 미국의 7월 소비지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개인소득 증가율이 기대에 못 미친데다, 경기 회복에 대한 불신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급락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 종가보다 140.92포인트(1.39%) 하락한 10,009.73에 거래를 마감하면서 1만선을 간신히 지켜냈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 역시 15.67포인트(1.47%) 하락한 1,048.92를 기록했고, 나스닥 지수는 33.66포인트(1.56%) 내린 2,119.97로 장을 마쳤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달 소비지출이 전월대비 0.4%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3월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로, 시장 예측치 0.3%를 상회하는 것이다. 소비지출은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70%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경기회복 속도를 파악하는데 중요한 근거가 된다.
그러나 같은달 개인소득 증가율은 0.2%에 그쳐 시장의 예상치인 0.3%에 미치지 못한 것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또 이번주 미 노동부의 8월 고용동향, 케이스.실러 주택지수 등 최근 미 경기하강 우려의 근거가 되고 있는 노동시장과 주택시장 관련 주요 지표 발표를 앞두고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낙폭을 키웠다.




오바마 “회복 둔화 예상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29일 “미국 경기 회복의 속도가 더딜 것이라 예상하고 있었고 경제가 필요로 하는 만큼 충분히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는 않다”며 “경기 회복을 위해 부양책을 지속적으로 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경제 성장률은 지난 1.4분기 3.7%에서 2.4분기 1.6% 가량으로 둔화된 것으로 공식 발표됐고 경기 회복의 속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낳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미국 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가 빠른 성장 궤도에 오를 수 있도록 지속적인 경기 부양책을 펴나가고 싶고 또한 중장기적으로 미국의 재정 적자를 해소하는 데도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에 있다”며 “경기 부양과 재정 적자를 동시에 해결해야 할 부담을 안고 있고 이런 상황은 우리에게 매우 어려운 결정을 내리도록 압박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경제 회복과 재정 적자 해소 중 하나는 걱정할 필요없이 다른 하나에 초점을 맞추고 총력을 기울일 수 있다면 이상적인 상황일텐데 그렇지 못하다”며 “작금의 현실은 우리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경기 회복이 더딜 것으로 우리는 예상하고 있었고 신속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경기 회복을 위해 중소기업들에 대한 감세 혜택 등 더 많은 인센티브를 제공하기 위한 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 회복을 위한 많은 방안들을 취할 수 있으나 이렇다 할 구체적인 `특효약'(MAGIC BULLET)은 없다”며 “경기 회복세에 가속도가 붙도록 하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美 증시 “PER는 잊어라”






주식시장에서 기업 가치와 주가 수준을 나타내는 전통적인 지표 역할을 해왔던 주가수익비율(PER.Price Earning Ratio)이 미국 증시에서 영향력을 잃어가고 있다.
기업 실적은 좋아지는데 PER는 계속 떨어지기만 하는 등 지표로서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는데다 경제상황의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개별 종목에 대한 분석보다는 거시 경제 지표에 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주식시장에서 지난 2.4분기 기업들의 실적이 애널리스트들의 예상치를 평균 10%가량 웃도는 등 이익이 기록적인 수준을 보였지만, 주가는 이달에만 5%나 급락했다.
사실 미국 증시에서 PER는 최근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PER는 작년 1년 새 35%나 급락해 지난 2003년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PER는 작년 9월에만 해도 23.1이었지만 현재 14.9까지 떨어졌고 12.2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현상은 무엇보다 시장을 둘러싼 경제여건의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라는 것이 WSJ의 분석이다.
유럽 경제위기에서부터 미국의 디플레 우려에 이르기까지 불안한 뉴스들이 계속 이어지면서 애널리스트들은 내년 수익전망을 하향 조정하고 있다. 3개월 전만 해도 애널리스트들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 편입 기업들의 내년 이익이 18%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었지만, 지금은 15%로 낮췄다.
최근 씨티그룹이 실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뮤추얼펀드와 헤지펀드 등은 이를 9% 수준으로 보고 있으며, 씨티그룹 미국 주식담당 투자전략가인 토비어스 레프코비치는 7%로 예상하고 있다.
더구나 불확실성의 증가로 인해 수익과 경제상황에 대한 전망이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아지고,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투자가 확산되면서 개별 종목보다는 몇 개의 종목을 묶어 투자하는 배스킷(Basket) 투자가 늘어난 점도 PER가 영향력을 잃어가는 원인으로 지적됐다.
컴퓨터에 기반해 빠른 속도로 투자하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개별 기업에 대한 근본적인 분석보다는 거시경제 지표나 수치, 투자 패턴이 더욱 중요해진 점도 원인이다.
일각에서는 PER가 다시 상승하면서 영향력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지만, 최근 고조된 경제적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그런 기대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찮게 나오고 있다.





@SundayJournalUSA (www.sundayjournalus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뉴스를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