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지역 한국어 지원금 ‘상식 밖 배정’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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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국회에서 지난해 처음으로 통과된 미국 공립학교 내 한국어 개발 및 확장 지원금 18억 원(150만 달러)을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가 현지 한인교육 단체들을 배제시킨 가운데 임의로 배정해 파문이 일고 있다.
해당 기금을 재외공관에 파견된 한국교육원이 현지 초·중·고등학교에 직접 지원해 그동안 미국 내 공립학교에서 한국어 개발과 확장에 힘써 온 현지 교육단체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미국 공립학교의 한국어 관련 교육 지원금은 한국정부가 현지 민간단체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지원해왔다. 그러나 이번 150만 달러 규모의 지원금에 대해서는 현지 교육단체들을 배제한 채 정부가 공립학교들을 상대로 직접 지원에 나섰다.
타운 내에서는 이번 조치가 결과적으로 정부가 파견한 특정 교육관과 한국교육원의 영향력을 키워주려는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교과부의 이 같은 권위주의적 시도는 현지에서 적잖은 반발에 부딪쳤다.
150만 달러라는 상당한 예산 운용을 빌미로 공관에 파견된 교육관 등 관계자들이 현지 단체들의 약점을 잡아 이를 이용하는 등 부적절한 시도를 한 정황도 포착됐다. 그런데 이 같은 상황에서 해당 예산 통과에 일정부분 공헌한 김재수 LA총영사마저 교과부의 일방적 조치를 “현지 동포 교육 단체들이 단합을 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일축하며 현지 동포사회에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입장을 보여 구설수에 올랐다.
LA한국교육원이 기금 지원 과정에서 기존의 민간 교육단체를 배제했다는 사실을 놓고 교육원 측은 8월초 개최한 한미교육재단 이사회에는 이 같은 방침을 보고하지 않아 그 배경에도 의혹이 일고 있다.
                                                                                         <성진 취재부기자>



미주 지역에 대한 한국어 교육 지원금은 정부가 미국 공립학교 한국어반 지원 예산으로 올해 처음 배정한 것이다. 이는 한나라당을 포함해 김재수 LA총영사가 적극적으로 한국 정부에 건의한 결과 성사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정부가 한국어반 지원 예산을 직접 편성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당 예산은 한국어반 신설·운영, 한국어교재개발, 교사연수, 한국어반 학생활동 등에 주로 지원된다. 특히 한국어반이 신설될 경우 추가 예산을 받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해당 정책의 주무 부서인 교과부 측 지원과정에서 여러 가지 석연치 않은 의혹이 불거져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 예산은 국회 규정에 따라 올해 안에 사용해야 한다. 그런데 교과부는 지난해 정기국회에서 통과된 예산 지원을 아무 이유 없이 지연시켜 오다가 지난 6월 말 뒤늦게 미국 공관 내 교육관을 통해 수혜 단체가 아닌 교과부 소속 LA한국교육원(원장 금용한) 등 지역 교육원에 예산을 보냈다. 2010년 내에 사용할 기금을 반년이 지난 시점에야 푼 것이다. 지원이 늦어진 만큼 한국어 확장 사업에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었다.
일반적으로 정부가 지원하는 예산은 적어도 해당년도 3월까지는 집행되는 것이 관례였다. 지난 3월 본지 취재진은 교과부에 미주 지역 지원금 배정 시점에 대해 문의했으나, 당시 교과부 측은 “현지 실정을 파악하는데 시간이 걸린다”며 아리송한 답변만 내놓았다.
지난 5월 같은 질문을 했을 때도 “조만간 예산을 지원할 방침”이라고만 했다. 예산 지원이 늦어지는 이유를 묻자 “해당 정책이 올해 처음 시행되는 것이라 논의가 길어졌을 뿐”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현재 교과부에서 해당 지원금을 담당하는 실무 책임자는 재외동포교육과의 서병재 과장(서기관)이다. 애초 신강탁 과장이 해당 업무를 담당했지만 타 부처로 전보돼 서 과장이 새로 부임, 전반적인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또 지원금 배정은 미국 현지 공관의 교육관과 협력으로 이루어지게 되어 있다. LA지역은 그동안 류정섭 교육관이 담당해왔는데 지난달 본국으로 귀임했으며 지난 8월 함석동 교육관이 부임했다.
교과부는 예산지원 배정을 앞두고 당시 LA총영사관에 파견된 류정섭 교육관이 한국어진흥재단을 포함한 관련 교육단체들의 사업활동에 대한 ‘수요조사’를 벌인 결과 보고서를 토대로 자체 심의를 거쳐 기금을 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류정섭 교육관은 ‘수요조사’를 이유로 한국어진흥재단을 포함한 현지 한인 교육단체들의 사업활동 프로그램의 실적사항과 결과 등을 수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일부 현지 교육단체 관계자들로부터 “현지의 교육 관계자나 전문가들의 의견을 한국 정부 관계자가 수렴하는데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일었다.
말하자면 ‘수요조사’가 현지 한인 교육 단체들을 지원하기 위해서가 아닌 ‘다른 목적’으로 이용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자아낸 것이다.
류정섭 교육관은 현지 동포 교육단체들을 대상으로 수요조사를 실시하면서 필요 이상의 정보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한국어 교육진흥을 담당한 한국어진흥재단에 대해 불필요한 간섭도 서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자신과 관련 있는 특정 인사를 한국어진흥재단 이사로 추천해 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는 의혹에 휩싸이기도 했다. 지난 6월 해당 지원금 배정이 완료되면서 의구심은 더욱 짙어졌다.
종전과 달리 한국어진흥재단을 통한 지원을 배제하고, 교과부가 직접 LA한국교육원을 통해 각 학교에 직접 지원하는 방식을 채택한 것은 류 교육관의 ‘수요조사’를 통한 보고서가 핵심 근거가 된 게 아니냐는 주장이 불거진 까닭이다.
 
한국어반 66개






교과부는 이번 지원금을 관련 민간 동포교육 단체를 통해서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 기구인 한국교육원이 맡을 것이라고 공표했다. 지난해까지는 한국 정부가 현지 민간 교육단체들에게 지원금을 지원해왔는데, 예산이 국회에서 통과되자 올해부터 갑자기 한국교육원이 현지 교육 단체들을 배제시키고 직접 해당 학교에 한국어반 활성화 기금을 지원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정책의 원래 취지는 해당 기금을 현지 민간 교육 단체들에게 지원해 미국 내 공립학교나 자신들의 연례 프로그램 구성에 사용하는 것이었다. 해당 지원금은 당초 LA에서 한국어진흥재단(이사장 김경수)이나 미주한국학교연합회 등 현지의 민간 교육단체가 가장 많이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한국어 활성화 기금은 우선적으로 한국정부가 추진하는 미국 공립학교에서의 한국어 활성화 기금에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 내에서 과거부터 해당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던 민간 교육단체는 한국어진흥재단 등이 손꼽힌다.
무엇보다 한국어진흥재단은 올 9월 가을학기부터 미 전국적으로 모두 10여개 학교에 한국어반을 개설하게 돼 한국어를 AP 과목으로 채택되도록 하기 위한 정규학교 한국어반 개설사업에 탄력을 받을 수 있었다.
재단 측은 올 가을 캘리포니아에 4개, 뉴욕 및 뉴저지 지역에 5개 등 10여개 학교에 한국어반 개설을 준비하고 있다. 재단 측에 따르면 9월 학기부터 한국어반 운영을 계획하고 있는 학교는 캘리포니아주 경우 밸리의 채스워스 고교, 샌타클라리타의 인터내셔널 고교(2개 학급), LA의 뉴오픈월드 아카데미, 비숍 알레매니 고등학교(최소 1개 학급) 등 4개 학교다.
그리고 뉴욕 및 뉴저지 지역에는 MS 8(3개 학급), PS 169(2개 학급), MS 74 등 5개 학교에서 올 가을부터 한국어반을 운영하기 위해 교사 및 학급 운영 재정 마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개설이 최종 확정되면 전국적으로 한국어반이 개설된 정규학교는 66개로 늘어나게 된다.



재단은 또 이들 학교 외에도 캘리포니아 내 4개교와 뉴욕ㆍ뉴저지 지역 10개 학교 등 14개 학교들에서 추가로 한국어반 개설을 위한 작업을 긴밀히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경수 재단이사장은 지난 6월 한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에서 한국어반 개설을 위한 예산 집행을 늦추고 있는 매우 힘든 상황 속에서도 미국 내 여러 관계자들의 노력으로 올 가을 일부 학교에 한국어반 증설이라는 쾌거를 거두게 됐다”며 “최종 마무리까지는 2주 정도가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었다.
AP 한국어 추진위원회의 위원장인 문애리 박사도 언론 인터뷰에서 “대학 입학심사는 물론 학사 졸업시기 단축과 한국어 구사수준 향상이라는 효과가 있는 한국어의 활성을 위해 AP 채택은 매우 중요하다”며 “한국정부에서 한국어반의 증설을 위한 예산지원에 적극성을 보여주기를 바란다”고 말했었다.
하지만 재단 측이 당초 목표했던 연내 한국어반 100곳 개설 계획에는 아직 미흡한 상태다. AP 시험을 주관하는 칼리지 보드는 현재 한국어 AP 채택을 위해 정규학교 500개교 이상에 한국어반 개설을 우선조건으로 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인 커뮤니티 일각에서는 “칼리지 보드가 유독 한인 커뮤니티에 대해 500개 한국어반 개설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며 “이런 점을 정당한 로비를 통해서 시정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
한국어진흥재단은 지난 십수년간 미국 공립학교 내 한국어반 개설을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 결과 올해 7월 현재까지 미전역 65개 중.고교에 한국어반을 개설했으며, 올해 9월 신학기에 다시 9개 학교에 한국어반이 새로 생길 예정이다. 공립학교 내 한국어반 개설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해당 미국 공립학교 교장이나 관계자들에게 오랜 시간을 두고 한국어반의 필요성을 인식시켜야 한다. 이 과정에서 경쟁 언어인 중국어나 일본어 등과도 경쟁을 벌여야 한다. 이런 경쟁을 이기기 위해서는 평소 해당 학교 관계자들은 물론 해당 교육구 관계자들 그리고 해당 학교 학부모회와도 긴밀한 관계를 맺어야 한다. 이런 일들이 1~2년 내에 이루어 질 수는 없다.
한마디로 미국의 교육 환경을 이해하고 지속적인 교류 관계를 통해야만 한국어반 개설의 가능성이 보이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핵심 사업을 현지 사정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교육원 측이 직접 맡겠다고 끼어든 것이다.
한 예로 LA지역에서 LA한국교육원은 한국어진흥재단이나 미주한국학교연합회 등이 노력해 왔던 한국어 개발과 확장 프로그램 구성을 대신 맡겠다고 나섰다. LA한국교육원에는 교과부로부터 2명(원장과 부원장)이 파견돼 보통 3년 정도 근무하고 한국으로 떠난다. 이 같은 교과부 파견 인사들이 현지 민간 교육 관계자들이 수년동안에 걸쳐 활동하는 내용을 따라가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최근 LA한국교육원 관계자는 현지 한국어진흥재단 등을 포함한 한인 교육 단체들에게 자신들의 복안을 통보하고 협조를 요청했다. 이들 관계자는 IKEN(세계한인교육자총연합회)에도 통보해 한인 초등학교 교사들에게도 자신들의 복안을 통보했다.
 
지원금 50% LA지역에













 ▲ 금융한 신임 LA한국교육원장
최근 LA한국교육원 관계자는 “150만 달러 지원금 중 약 50%는 LA지역 학교들에 지원하고, 나머지 50%는 뉴욕을 포함해 전국 6개 지역 교육원에 배당될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LA한국교육원은 지난달 25일 JJ그랜드 호텔에서 열린 LA지역 공립학교 교장 및 학교 관계자들 모임에서 ‘한국어 이중언어 프로그램(KDLP)’ 확대에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교육원이 밝힌 지원 내용은 ▶현 KDLP 학교에 평균 5000달러 지원 ▶KDLP 프로그램 도입을 원하는 학교에는 최대 3만 달러의 예산 지원 ▶한국 문화 및 역사 관련 행사 주최 시 최대 1000달러 지원 등이다. 예산은 한국의 교육과학기술부가 지원한다고 했다.
한상신 부원장은 “교육원에 지원금을 신청하면 심사를 통해 예산 지원 규모가 결정될 것”이라며 “이번 제도는 한국 정부가 한국어 보급과 한국 문화 및 역사를 알리기 위해 올해 처음 시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교육원 측이 ‘한국어 이중언어 프로그램(KDLP)’학교에 직접 지원하는 문제에 대해 교육계의 한 관계자는 “지원금을 낭비하는 것”이라며 부정적 시각을 나타냈다. 이 관계자는 “한국어 이중언어 프로그램(KDLP)은 이미 연방정부 방침에 의거 이미 미정부 예산이 편성된 것이다”면서 “여기에 한국 정부 지원금을 별도로 지원하는 것은 한국 국민의 세금을 낭비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국어 이중언어 프로그램(KDLP)’은 각 지역별로 특수 언어 인종이 많은 지역에 실시하는 ‘이중언어 프로그램(DLP)’이다. 주로 초등학교에서 실시하는 이 프로그램은 지역에 따라 영어-한국어, 또는 영어-스페니시, 영어-중국어 등등이다.
‘한국어 이중언어 프로그램(KDLP)’을 실시하는 학교에 지원금을 배정하기 보다는 이 프로그램을 한국학생이 많은 초등학교나 중학교에 실시하도록 시교육구나 시정부 또는 연방정부에 촉구하는 일이다.
이 관계자는 또 “이중언어 프로그램과 외국어로서 한국어 채택은 근본적으로 개념이 다르다”면서 “연방정부에서 예산이 편성된 이중언어 프로그램에 한국정부가 별도로 지원하는 것은 외국어인 한국어 지원과는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로 공립 고등학교에서 실시하는 외국어는 한국어 이외 수많은 외국어가 존재하는데, 여기의 한국어나 외국어는 미국 정부에서 별도로 지원이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채택을 위한 정책에 한국정부가 특별히 지원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이나 일본은 이 같은 외국어 채택에 국가적인 지원을 강력하게 실시하고 있다.
이번에 150만 달러 지원금을 한국교육원 측이 종전과는 달리 현지 교육단체들을 배제하고 직접 지원에 나선 이면에는 현지 동포 교육단체들에게도 문제점이 개제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관계자에 따르면 “한국어진흥재단 측이 자체적으로 문제가 있어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실지로 한국어진흥재단의 이사회 내부에서 일부 이사들은 문제가 된 IKEN(세계한인교육자총연합회)에 창립에 관여하면서 재단과 갈등을 보였다.
IKEN은 김재수 총영사와 공동회장인 김승리 전미주총연회장과 민병수 변호사, 그리고 배희철 세계한인유권자연합회장 등이 주도해 지난해 결성됐다. 애초 이 IKEN은 한국정부 지원금 150만 달러를 염두에 두고 조직됐으나 수혜 대상이 되지 못하자 김승리 공동회장이 최근 IKEN을 탈퇴하면서 김재수 총영사에게 섭섭함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IKEN은 대부분 이사들이 외면한 채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IKEN은 결성 당시부터 “옥상옥”이라며 구설수에 올랐었다. 김 총영사 자신도 최근 IKEN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는 이번 150만 달러를 두고 교과부가 현지 교육단체들을 배제하고 직접 지원에 나선 점에 대해 “동포사회에서 단합치 못해 빼앗긴 것”이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현지 교육 단체 관계자들은 “김 총영사 자신이 IKEN을 주도해 교육단체들간의 분열을 조장시켰다”고 비난했다.
김 총영사는 2008년 부임 이래 한국어 교육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두고 현지 교육단체들과 협력을 모색했으나 서로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한 예로 ‘AP 한국어 추진’ 문제를 두고 한국어진흥재단측과 공동추진을 도모했으나 양측이 이견이 높아 진척을 시키지 못했다.
현재 AP한국어 추진위원회가 한국어진흥재단 내에 결성되어 있으나 커뮤니티의 동참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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