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LA 울린 지고지순 순애보-남상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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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김재엽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부부 사이에 ‘고맙다(Thank you)’ ‘미안하다(Sorry)’ ‘사랑한다(Love)’ 등 세 단어를 자주 표현할 경우 암 예방은 물론 노화방지에 큰 효과를 거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배우자에게 ‘TSL(Thank you, Sorry, Love)’ 프로그램을 개발해 “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 “사랑합니다”라는 표현을 자주 써서 가족 관계를 개선하는 방법을 사용했더니 눈에 띄는 효험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처럼 부부간에 말만 잘 건네면 암도 예방하고 보다 젊게 살 수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는 더 이상 꿈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화되고 있다.

1998년 첫 대장암 진단을 받고 11년간의 투병생활을 진통제 하나 없이 이겨냈던 부인 전순영 씨와 꼭 1년 전 사랑하는 아내를 홀로 떠나보낸 남상필 씨 부부의 실화는 지금 이 순간도 살아 숨 쉬고 있는 ‘러브스토리’다.

지금 이 순간에도 아름다운 황혼의 사랑 메시지를 만들어가고 있는 올드타이머 남상필 씨를 만나봤다.


박상균 기자<블로그 : www.youstarmedia.com>
















▲ 올드타이머 남상필 씨(79).

ⓒ20010 Sundayjournalusa

지난 9월 10일 한인타운의 한 럭셔리 고층콘도.

기자는 지고지순한 사랑의 순애보를 이어가고 있는 한 올드타이머를 만났다. 11년 넘게 암으로 투병하다가 세상을 떠난 부인 전순영 씨를 위해 오랜 간병기와 노하우를 담은 블로그 웹사이트(www.dancingforcancer.com)를 개설한 남상필 씨가 그 주인공이다.

웹사이트는 50주년 결혼기념일인 2010년 5월 2일에 개설하기 위해 부인과 함께 준비한 작업이었지만, 아쉽게도 아내는 이미 세상을 떠났다.

팔순을 앞둔 남상필 씨 또한 지난해 9월 아내를 암으로 떠나보낸 뒤 한때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렸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그저 눈물이 흐릅디다. 배우자가 죽으면 뒤따라간다는 원앙새의 마음을 그때서야 몸소 느꼈다고나 할까요. 기자 양반도 부인한테 있을 때 잘 하세요”

꼭 1년 전 부인 전순영 씨와 사별한 남상필 씨(79)의 회고는 이처럼 눈물겹다.

그는 지난해 9월 11일 낮 12시 15분 정확하게 부인이 떠나간 순간을 기억해냈다. 이렇듯 꼼꼼한 성격 탓인지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이유 없이 서글픈 마음에 눈물이 주룩주룩 흘렀다는 토로도 마음에 와닿았다.

지난 11년간 암 투병을 함께 이겨낸 의지도 잠시. 남씨는 일순간 기력이 빠지면서 하루하루 우울한 삶을 이어갔다. 이런 탓에 심리학 상담사를 찾아 치료도 받고 약도 처방 받았는데 어느 순간 이러면 안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 부인 전순영 씨가 세상을 떠나고 남긴 두권의 책은 LA 한인타운
을 무대로 지고지순한 사랑 이야기로 전해지고 있다.

ⓒ2010 Sundayjournalusa

특히 부인이 며느리를 통해 미리 부탁해두어 사후에 출간하게 된 시집과 일기형식의 수필집은 그를 일으켜 세웠다.

암 투병을 하고 있는 환자의 솔직한 마음을 담아낸 시집 ‘어쩌다 타고 온 수레’와 투병기를 일기형식으로 담은 ‘Dancing with cancer’ 등 2권의 저서는 남겨진 남씨에게 큰 힘이 됐다.

각각 1,000권씩 비매품으로 제작됐지만, 교회친구들, 친인척, 지인들을 통해 그 내용을 살짝살짝 건네 들었을 뿐 정작 남씨 본인은 눈물이 날까 읽을 엄두도 못 냈다고 했다.

결국 남씨는 나약해진 자신의 모습을 하늘나라에서 지켜볼 부인의 모습을 떠올리며 삶의 희망을 불사르게 됐다는 것이다.

눈물, 추억어린 간병기


1998년 처음 대장암 발병을 선고 받자 두 부부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에 망연자실했다고 한다. 다행히도 조기 발견한 덕분에 치료를 효과적으로 받을 수 있어 위험한 고비를 넘긴 것은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러나 2004년 암이 재발하면서 아내는 1년 시한부라는 충격적 선고를 받기에 이른다.


















▲ 故 전순영 씨는 남편 남상필 씨와 함께 세상을 떠나기 5개월 전
까지 볼룸 댄스를 즐기는 등 희망 전도사로 살았다.

평소 의지가 강했던 부인 전순영 씨는 남편의 꾸준한 간병과 볼룸댄스 등 취미생활을 공유하며 밝은 표정으로 병을 이겨내 나갔다.

주요 투병비법 가운데 하나는 주위사람들에게 암 환자라는 사실을 철저히 알리지 않은 것도 큰 효과가 있었다고 한다.

이렇듯 이들 부부가 출전한 볼룸댄스 경연대회만도 다수, 그 밖에도 각종 행사를 누비며 춤에 매료된 이들 부부의 춤사위는 참석자들에게 박수갈채를 받기에 충분했고, 이러한 응원의 힘은 암을 이겨내는 저력이 됐다.

남편 남상필 씨의 지극 정성스런 간병기는 암환자를 둔 가족들에게 귀감이 될 만하다. 매일 아침 하루도 거르지 않고 녹즙과 상황버섯을 손수 짜주면서 병원을 함께 다닌 남씨. 

부인이 살아생전 함께 거주했던 말리부 인근 퍼시픽 팔리사데(Pacific Palisade)에서 시티 오브 호프 암 센터가 있는 듀알테 시까지의 40마일 데이트 드라이브 코스는 이제 그립기까지 하다.

‘있을 때 잘해’, ‘후회하지 말고’ 등의 유행가를 함께 부르며 힘을 북돋던 그날들의 추억이 떠올랐는지 그는 끝내 눈시울을 적셨다.

부인은 한국에서 어려웠던 시절 하도 셋방살이를 하며 이사를 자주 다녔던 생활고 탓인지 유독 큰 집 욕심이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부인과 함께 말리부 인근 저택을 정리하고 한인타운으로 이주를 결정하는 과정에서도 의견충돌도 있었으나, 이렇게 결국 혼자만 남은 셈이 되어 버렸다.

거실에는 아내가 생전에 좋아하던 수많은 영화 비디오들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부인이 살아있을 때 드라마를 좋아해서 나는 따로 영화를 즐겨보곤 했죠. 이제는 이렇게 습관이 돼 수천 편을 섭렵한 영화광이 되었네요”

아주 특별한 마지막 선물


















부인의 고향인 충청북도 옥천에서의 첫 만남.

남씨는 아직도 그 순수하고 아름다웠던 부인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특히 남씨는 박봉에 시달렸던 인천고등학교 음악선생 시절인 1963년 먼저 도미해 부인과 2년 뒤에 재회했던 시절을 떠올렸다.

너무나 힘든 생활이었기에 이민을 결심했고 슬하의 1남 1녀와 6년 10개월간의 생이별도 감수했다.

아직도 남씨에게는 당시의 결정이 미안함으로 남는다.

도미한 이후 가발장사를 비롯해 갖가지 사업으로 성공을 거두게 됐지만 어렸을 적 상처로 남았을 자녀들의 아픔을 알기 때문이다.

“성공하고 나서는 부인과 내가 한 비행기를 타지 않았어요. 어렸을 적에 몹쓸 상처를 줬는데 또 행여나 자식들이 고아나 되면 어떡하느냐는 부인의 조바심이랄까 배려 때문이었죠”

기자와 만나 이런저런 대화를 나눈 지도 어언 두 시간째. 음악교사 출신이자 테너 성악가인 남상필 씨. 지난 2008년 아내의 간곡한 부탁으로 한국교향악단 100주기 때 무대에 올라 ‘떠나가는 배, 선구자’를 불렀다.

‘아내에게 주는 아주 특별한 그리고 마지막 생일 선물’로 준비했던 아름다운 노래는 그의 블로그 웹사이트(www.dancingforcancer.com)를 여전히 장식하고 있다. 남씨가 부인 전순영 씨와 사별한지 꼭 1년만인 9월 11일. 그는 가족들과 함께 조촐히 할리우드 포레스트 론을 찾아 ‘추모행사’를 가졌다.

“올해 2010년은 우리 부부의 결혼 50주년인 금혼식과 제 팔순이 겹쳐있는 해라서 성대한 파티를 계획했었는데, 그 소원을 못 이룬 것이 제일 아쉽네요. 하지만 이렇게 조촐히라도 부인과 또 다시 만나 재회할 수 있다는 것은 큰 기쁨이고 부인은 아마 하늘나라에서도 지금 저와 함께 춤을 추고 싶어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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