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태추적] ‘빚쟁이’ 전락한 美 대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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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수 학생들이 대학 졸업 후 회사에 취직하거나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지식을 쌓고 학문에 열중하지만 최근 이를 위해 비싼 학비를 떠안게 된 바람에 졸업할 때 즈음이면 마치 실패한 사회인마냥 빚쟁이로 전락하고 있다.

특히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계속 오르는 학비 때문에 학생융자 규모가 커지는 바람에 갈수록 심해지는 취업난과 더불어 대학 졸업생들에게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자마자 ‘빚쟁이’로 전락하고 마는 젊은이들의 현실은 막막하기만 하다. 졸업 후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빚에 허덕이는 학생들이 빚더미에서 해방되는 방법은 없을까. <선데이저널>이 집중 취재했다.

<이승윤 인턴기자>

















 

교육의 공영화는 민주주의 국가 국민이라면 누구나 원하고 또 필요한 것 중의 하나다.

하지만 대학 학비 앞에선 교육 공영화라는 이름은 무색해진다. 정부도 교육예산이 한정적일 때는 서민들에게 등을 돌릴 수밖에 없다.

갈수록 늘어나는 학생들의 빚에 스스로는 고사하고 정부도 달리 손쓸 방법이 없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갈수록 늘어나는 연방정부의 빚과 주정부의 재정난은 현재 졸업한 젊은이들과 재학 중인 학생들, 앞으로 대학, 대학원 등으로 진학하길 원하는 학도들에겐 악재가 아닐 수 없다.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누구나 대학진학의 꿈을 경제적 압박 없이 이룰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젠 시간을 거슬러 교육이 ‘가진 자’들의 사치가 되어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면 ‘없는 자’들은 빚에 허덕이는 위험을 감수하며 상급학교로 진학하지만 미래는 보장되지 않는다.


충격적인 학생대출의 덫

밝은 얼굴로 졸업장을 받으며 잠시 기쁨에 도취했던 K양(23).

나름 명문대를 졸업하고 앞으로의 삶이 탄탄대로일 것이라고 자부했지만 요즘은 빚 때문에 살아도 사는 게 아니다. K양은 “어려운 집안형편 때문에 대학재학 4년 동안 내내 정부로부터 학생융자를 받았다”며 “학교 다닐 때는 잘 몰랐는데 졸업 후 대출내역서를 보고 기겁을 했다. 모아놓은 돈도 없는데 2만 달러가 넘는 빚이 고스란히 남았다”고 충격적인 심경을 밝혔다.

상당수 학생들이 K양처럼 정부의 학생대출을 선호하며 FAFSA나 칼그랜트(Cal grant), 또는 다른 종류의 개인장학금제도의 자금력을 빌려 가까스로 졸업장을 따고 있다. 하지만 졸업 후에도 딱히 빚을 갚을 방법이 없어 한동안 ‘빚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조사에 따르면 졸업 후 학생들에게 생기는 빚은 평균적으로 약 2만 6,000달러로 지난해 2만 4,000달러에서 2천 달러나 규모가 상승했다. 또 실업률은 이전 보다 더 높은 8.7%에 달해 2008년 5.8%에서 무려 2.9%나 급증했다.

이 같은 통계는 곧 졸업 후 소위 실업자가 된 학생들이 대학시절 불려놓은 빚더미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혹 변변치 못한 직업을 잡아 일을 시작한다 해도 짧게는 2년에서 길게는 5~8년 동안 벌어들인 수입 대부분을 고스란히 대출금을 갚는데 쏟아 부어야만 한다는 얘기다.

2년 전 졸업해 한 금융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또 다른 K씨(26)는 “꼭 노예가 된 기분”이라며 “일을 해도 남는 것은 없고 월급의 대부분이 빚을 갚는데 나가기 때문에 돈을 벌며 느껴야하는 보람이나 성취감은 느낄 수 없다”라고 말했다. K씨는 2년째 빚을 다 갚지 못한 상태다.

내년에 의대진학을 꿈꾸고 있던 P군은 계획을 1년 미루기로 했다. 대학졸업 후 1년 정도 쉬거나 세계여행을 다니며 장래 의사로써 생각의 폭을 더 넓기겠다는 속편한 이유 때문이 아니다. 학비마련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P군은 신용 관리를 소홀히 한 탓에 자신이 그토록 꿈꾸던 의대진학에 큰 장애물이 생겼다. 물론 의대도 학생본인이 융자를 받아서 다니면 되지만 학생융자에도 신용도가 중요하다는 것을 미처 생각지 못한 것이다.

의대의 경우 학교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사립은 4만 달러, 공립은 평균 2만 3,000달러(비거주자 4만달러)의 학비를 감당해야 한다. 신용도가 나쁘지 않다면 학생융자를 받아 부모의 힘을 빌리지 않고 입학을 할 수 있지만 졸업할 때가 되면 축적된 빚의 액수는 젊은이 혼자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불어난다.

2007년 통계에 따르면 의대졸업생의 평균 채무액은 13만 9,517달러로 결코 적은 돈이라 할 수 없다. 또 계속 오르고 있는 등록금 추세를 감안하면 빚의 규모는 직업을 구하지 힘든 학생들에게는 가희 천문학적인 금액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생융자, 신용카드 빚 추월



미국 내 총 학생융자 규모가 신용카드 빚을 추월했다.

연방은행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약 8,265억 달러의 신용카드 빚을 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개인이 제공하는 총 학생융자액은 약 8,297억 달러로 신용카드 빚보다 많다.

경제전문가들은 “교육과 관련된 학생대출금이 천문학적인 숫자로 늘어나고 있다”며 “이는 점점 늘어나는 학비와 고급교육의 높아지는 수요, 그리고 경기침체에 따른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8,297억 달러가 넘는 대출비중 가운데 약 6,056억 달러가 정부대출기관을 통해 빠져나갔고 이중 약 3,000억 달러가 지난 4년 안에 빠져나갔다. 워싱턴저널은 신용카드의 이자율이 학생융자에 비해 높아 소비자들이 신용카드 빚을 먼저 갚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학비인상의 악몽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미국전체를 통틀어 오클라호마와 미주리주등 몇몇 주를 제외하고는 총체적 학비인상에 시달리고 있다. 플로리다주는 평균 15%의 학비가 인상됐으며 일리노이주 9%, 워싱턴주 약 14%, 특히 캘리포니아주는 이중 최고인 30%의 학비인상이 이뤄졌다.

CBS뉴스는 잇단 학비인상에 1960년도 베트남 전쟁 때 전국적으로 벌어졌던 시위에 버금가는 데모가 여기저기서 일어났다고 비유하며 상태의 심각성을 보도했다. 실제로 UC캠퍼스 내에서 연합데모시위가 곳곳에서 이뤄져 학생들이 문제를 피부로 느끼고 있다.

데모에 참가한 한 학생은 “더 이상 참고만 있을 수 없다. 주정부의 잘못으로 인해 생긴 예산문제를 학생들의 주머니로 매꾸려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이러고도 정당한 공교육이 존재하는 나라라고 자부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치솟는 캘리포니아 학비

특히 캘리포니아의 경우 역사적으로 전례가 없는 예산삭감으로 소위 ‘큰 구멍’이 생겨 학비인상과 인원 감축, 수강 과목 축소 등 외엔 딱히 다른 방법이 없는 실정이다.

모 대학의 직원은 “어떤 학생들은 치솟는 학비를 더 이상 감당하지 못하고 아예 몇 년 휴학하며 대출금을 갚으려는 학생들도 있다. 본의와는 상관없이 이런 선택을 해야한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라며 현재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학비와 빚에 대한 부담을 대변했다.

총 10개의 캠퍼스를 가진 캘리포니아대학(University of California)의 경우, 오는 2010학기 학비는 1만302달러로 예정돼 있는데 이는 작년보다 무려 32%나 인상한 수치며 캘리포니아 거주자에게(In-state resident) 10년 전과 비교해 볼 때 세배나 오른 셈이다. 물론 이는 책값이나 임대료, 기타 생활비를 제외한 금액이다.

캘리포니아주립대학(California State University)도 마찬가지로 등록금을 32% 인상했으며 설상가상 아놀도 슈월제네거 주지사가 발표한 2010-2011예산안에 따르면 내년에도 약 10%의 학비인상이 예고돼 있다. 내년 상급학교 진학을 계획하고 있는 모든 학생들과 부모들에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다.

끝을 모르고 상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학비와 학생들의 빚규모는 사회적으로도 큰 이슈다. 미국인들은 선거철이 다가오면 의료보험과 교육문제와 같은 중요한 사회적 과제에 대한 후보들의 철학과 계획을 가장 중요시 여기기 시작했다.

최근 캘리포니아 주지사에 재당선된 제리 브라운(Jerry Brown)도 캘리포니아주민들이 원하는 교육 아젠다를 성공적으로 어필함으로써 이번 중간선거에서도 승리할 수 있었다. 브라운 주지사는 먼저 온라인 교육과 커뮤니티 칼리지를 활성화시킴으로써 금전적으로 넉넉하지 못한 서민들의 교육문제를 돕겠다는 계획을 어필했다.

또 과거 주지사시절 자신이 늘린 캘그랜드 펀딩과 이에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학생들이 50%나 증가했다는 사실을 내세워 주민들의 민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학생들은 빚을 갚기 위해 학업과 일을 병행하는 등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풀타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일을 소화해내며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이 있는가 하면 방학 때 여가를 포기하고 한국이나 해외로 건너가 영어를 가르치며 돈을 마련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졸업 후 2년간 한국에 체류하며 영어강사로 일한 예술학도 B군(25)은 “미국 태생으로 한국말도 서툴고 한국생활에 적응하기 어려웠다”면서도 “졸업 후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고 산더미 같은 빚을 갚아야겠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급한 마음에 한국행을 선택했다”고 토로했다.

B군은 “미국에서 경험을 쌓으며 내가 진작 하고 싶은 사진작가의 길을 가고 싶었지만 대출금 때문에 발목이 제대로 잡힌 느낌”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늘어나는 빚 때문에 상급 학교 진학은 물론 실업률에 치어 취업까지 포기해버린 학생들도 적지 않다. 옛날처럼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는 사회구조는 말 그대로 옛말이 돼버렸다. 부푼 꿈을 안고 대학에 진학해 날개를 맘껏 펼치길 원했던 학생들과 그들의 도우미인 부모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학비에 대한 부담에 시달리고 있는 셈이다.

졸업과 동시에 빚쟁이가 돼버리는 학생들의 고뇌는 정부의 예산삭감 때문에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사채업자들의 압박은 없지만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빚과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실업율의 압박에 시달리는 학생들이 급증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학생들은 자신의 형편에 맞는 교육과 후에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학생융자를 받는 ‘눈높이식’ 미래계획을 세우는 현명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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