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태고발]농협, 한국산 신고배로 교민에 바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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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Sundayjournalusa

1983년 대미 수출 길에 올라 1년 뒤인 1984년부터 본격적인 미주지역 유통이 시작된 한국산 배.

어느덧 연평균 1만 톤, 약 750~800 컨테이너(200만 상자) 분량 3천만 달러 규모 대형시장으로 부쩍 성장했다.

현재 미국에 수입되는 한국산 배 가운데 80%는 신고배로 황금배 등 기타 품종은 20%에 불과하다. 이렇듯 한국산 배 가운데 신고배 수출이 갖는 위상은 상당하다.

특히 미주지역에서는 한국 교민 뿐 아니라 중국 등 아시아계와 타 인종 시장에도 한국배의 우수성이 알려지며 점차 그 수요층이 늘고 있다. 다시 말해 한국 농수산품 가운데 큰 수출 기대감을 걸게 하는 품목 가운데 하나가 바로 신고배인 셈이다.

현재 배를 비롯한 한국산 농산품의 대미수출 가격은 수출원예 대미단지에서 재배된 제품을 농산품수출협의회에서 결정하는 구조다. 그런데 최근 한 농산품 수입전문 업체가 한국 유관기관을 비롯해 대미수출업체의 이해할 수 없는 덤핑판매로 인해 수출입 분쟁 소용돌이에 휘말려 논란이 불거졌다.

20여 년 넘게 한국산 농수산품을 취급해온 이 업체는 최근 미국 주류업체와 신고배 판매계약을 맺었는데 상대방으로부터 일방적으로 선적거부 통보를 받은 것이다. 한국에는 현재 NH무역을 비롯해 모닝팜, 태봉 등 8곳의 대미 배 수출업체가 활성화돼 있다. 하지만 최근 이들 업체들이 크게 차이가 나는 가격으로 수출물량을 선적해 논란을 야기한 것이다.

특히 한국 농민의 소득 증대와 농산물 가격 안정화를 설립 목적으로 둔 NH무역(대표 장만진)이 미주지역에서 신고배를 수출하는 과정에서 부당한 이중 잣대를 적용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박상균 기자<블로그 – http://cool711005.blog.me>

LA 다운타운에서 한국산 농산품 수입 도매상을 하고 있는 ‘가보(대표 서승룡)’는 전에 없던 위기를 맞았다.

최근 뉴욕지역을 무대로 수입 판매를 시작한 한국산 신고배 때문에 오랜 기간 쌓아온 업체 명성에 흠이 간 것은 물론, 적잖은 금전적 피해까지 예상되는 탓이다.

미국 유력업체인 오펜하이머(Oppenheimer)사와 썬리버 세일즈(Sunriver Sales)사 등과 거래하고 있는 가보는 지난 11월 오펜하이머사와 10개 컨테이너, 썬리버사와 5개 컨테이너  분량의 한국산 신고배 판매계약을 맺고 선적 길에 올렸다가 6개 컨테이너가 통관돼 대기 중인 상태였다.

선적가격은 배 크기 별로 다소 차이가 있기는 하나 5킬로그램 들이 1박스 기준 약 15달러 선에 매출계약을 맺었고 컨테이너 당 약 4만 달러의 수출 계약을 성사시킨 것이다. 문제는 며칠 후 오펜하이머 사와 썬리버 사로부터 잇달아 날아든 편지에서 비롯됐다.

오펜하이머 측은 “지금 현재 뉴욕 도매시장에서 한국산 신고배가 14달러에 판매되고 있다”며 “이는 통관료, 창고보관료, 내륙운송비 등을 차감하고도 훨씬 낮은 가격에 한국산 배가 유통되고 있다는 것”이라며 가보 측의 물량 선적을 거부하겠다고 통보한 것이었다.

상황은 썬리버 세일즈사도 마찬가지. 뉴욕에서 거래되고 있는 한 업자의 도매가 인보이스(12달러선 매매)를 첨부해 가보 측이 판매한 가격에 대해 항의성 편지를 보내왔다. 이에 서 대표는 가보와 거래한 대미 배 수출업체인 모닝팜 측과 농협중앙회 등에게 항의서한을 보냈고, 이밖에 사태 파악에 나선 끝에 충격적인 사실을 확인했다.


NH무역 ‘수상한 덤핑 물량’

















▲ LA 한인타운의 한 마켓에서는 신고배가 15.99달러, 17.99달러, 21.99달러 등 다양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는 상태다.

ⓒ2010 Sundayjournalusa

가보는 여러 루트를 수소문한 끝에 대미 배 수출업체인 ㈜NH무역이 가보와 유사한 또 다른 수입업체 ‘지마라(Giummara)’를 통해 약 12달러 선에 계약을 맺은 사실을 확인했다.

지마라는 주로 미주 주류시장 유통을 담당하는 업체로 한인마켓 등에 물량을 공급하는 업체는 아니다. 따라서 이처럼 터무니 없는 가격에 덤핑물량이 수출되게 된 배경에는 ‘한인 시장과 주류시장을 구분해’ 수출하려는 유관기관의 그릇된 잣대가 문제가 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가보 <서승룡> 대표 인터뷰
“NH무역, 동포업자에 정가공급, 美 업자엔 덤핑”


-가보에서 수입 판매한 한국산 신고배가 뉴욕에서 현재 선적 거부된 채 대기 중인 상태라고 들었다. 어떤 상황인가.

“평소와 다름없이 우리업체는 신고배의 현재 시세인 약 15달러 선에 매매계약을 맺고 한국산 신고배를 선적 길에 올렸다. 그런데 선적이 되고 난 며칠 후 거래업체인 오펜하이머와 썬리버로부터 선적을 거부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한마디로 ‘말도 안 되는 고가로 자신들을 속였다’라는 내용이었다.”


-구체적으로 주류 유통업체들은 어떤 내용이 불만사항이었는가.

“간단히 말해 11달러 선에 판매하는 업체가 엄연히 있는데, 우리 쪽에서 15달러 가격에 판매했으니 어불성설이라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내막을 잘 살펴보면 무슨 연유에서인지 6컨테이너 분량의 덤핑판매 분이 툭 튀어나와 시장 물을 흐렸는지 이해가 가질 않는 대목이다.”
 
-어려운 제보를 결심하게 되었는데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가?

“사실 오랜 기간 한국산 농산품을 취급하면서 안정적이지 못한 수매가가 늘 불만이었다. 비단 이번 사례는 언젠가 한번 크게 터질 뻔한 예고된 사태로 우리업체뿐 아니라 피해사례가 늘 수 있다는 생각이다. 적어도 유관기관이 개입돼 가격을 조정하고 있는 한국산 농산품이 이렇듯 미주지역에서 마구잡이 덤핑가격으로 유통되고 있으니 부끄러운 일이 아닌가? 어서 시정해달라는 의미로 제보를 결심하게 됐다.”


이와 관련 서 대표는 지난 1984년부터 한국산 배를 취급해왔지만 이번과 같은 덤핑 판매를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가격대는 가보 측이 확보한 물량과 거의 4달러, 25% 이상 차이가 나는 가격으로 한마디로 의도적인 ‘덤핑’으로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서 대표는 “배라는 한 품목을 놓고 저가에 덤핑판매를 시도한 저의가 의심스럽다”며 “이는 실적위주에 사로잡혀 (한국 정부 차원의)지원금 등의 보상이 이뤄진다거나 혹은 손실처리를 통한 원가보존이 뒷받침돼 있지 않았다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이율배반적 행위”라고 개탄했다.

현재 뉴욕지역에서는 이 같은 도매가로 한국산 신고배 가격이 새롭게 형성돼 미주 지역에 유통되고 있다. 이를 다시 해석 한다면 누군가는 시세보다 더 비싼 가격에 똑같은 품질의 배를 사먹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서 대표는 “현재 LA의 경우 농수산물유통공사, 농협중앙회 등의 지원금 등 독려정책에 힘입어 한인마켓에서 노마진 세일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며 “그 가격대가 현재 15.99달러로 형성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이에 취재팀이 시온마켓, 가주마켓, 아씨마켓, 한남체인, 한국마켓 등의 신고배 가격대를 확인한 결과 별반 차이 없이 비슷한 가격대에 물량을 들여오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미 배 수출업체의 문제점

올해 한국의 배 수확은 만족스럽지 못한 수준으로 수출물량이 그리 풍족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현재 형성되고 있는 수출용 한국산 신고배의 가격은 5킬로그램 1BOX 기준 15.99달러가 적정선이라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현재 한국산 배의 수출과정과 가격결정은 평택, 안양, 안산, 나주, 곡성, 상주, 울산, 천안, 논산 등 원예단지에서 재배된 배를 농산물수출협의회에서 결정하는 구조다. 그런데 이러한 통제시스템으로 구축된 가격산정 과정에서 덤핑 제품이 툭 튀어나왔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수긍이 되지 않는다.

가보의 항의와 관련 한국에서는 대미 배 수출업체 8곳(나무, 동서, 모닝팜, 삼진, 아이신안, NH무역, 철원닉스팜, 태봉)이 긴급대책회의를 갖고 해당물량에 대한 보상 등 수단을 강구하기로 하고 적극적인 대응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오히려 문제는 이번 덤핑물량이 유통된 데에 따른 후폭풍이다. 물론 1회성 덤핑물량의 제고처분 혹은 주류시장을 겨냥한 선심성 홍보 전략일지 몰라도 농산품 가격시장의 관례상 한번 떨어뜨린 가격을 쉽게 끌어올릴 수 있느냐는 점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까운 예로 미국의 경우 한국에 오렌지를 수출하는 과정에서 연간 7000~8000 컨테이너, 약 2억 1천만 달러의 대규모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데, WUSATA라는 중개기관에서 거의 값의 변동 없이 고른 가격대로 관리하고 있다.

한편 지난해 LA aT센터 주최로 ‘2009 코스코 한국배 홍보판촉 행사’를 개최하는 등 한국산 배 인지도 제고를 위해 노력 했으나, 사실상 실적으로 이어지지 못해 ‘전시행정’이 아니냐는 비판도 일고 있다.

현재 코스코 매장에는 당초 원대했던 포부와는 달리 한국산 배의 수출루트가 뚫리지 못한 상태다. 이와 관련 한 수출업자는 “한국 정부차원에서 한국산 배를 전략적으로 수출주력 종목으로 밀고 있기는 하나 솔직히 미국인들이 과일을 먹을 때 껍질째 먹는 습관이 있어 배의 경우 이러한 부분에서 취약점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한국산 감을 비롯해 귤 등 한국산 농산품이 미국 시장에서 뻗어나가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근본적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며 “실적위주의 수출물량 늘리기는 장기적 관점에서 좋은 정책이 못 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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