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은행 피소사건 전말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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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은행의 제 3대 이사장을 지낸 잔 안 씨(1993-94년 이사장)가 한미 전·현직 이사들과 경영진을 상대로 사기, 배임, 직무 유기 등 6개 항의 혐의로 지난달 30일 LA민사법정에 5,000만 달러의 ‘손해배상소송(사건번호 BC450305)’을 제기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본보에서 입수한 소장의 진실 여부는 재판에서 가려질 사안이지만, 소장에 수록된 한미은행의 이사회와 경영진의 행태가 지금까지 커뮤니티에 알려진 것과는 다른 의혹으로 점철되어 앞으로 재판이 시작되면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 소장에는 거액의 부실융자 내막, 전직 이사장 등 4명 이사들의 전격사퇴 내막, 손성원 전 행장의 부실경영과 사퇴 내막, PUB 인수 당시 문제, 구제금융(TARP)이 거부됐음에도 이를 은폐시킨 점, 존 박 최고대출책임자(CCO)의 자살 내막 등을 포함한 굵직한 사안에서 한미 이사진과 경영진의 책임을 추궁하고 있다.
그러나 잔 안 전 이사장의 소송에 대해 한미은행 관계자들은“정작 소송을 당해야 할 당사자가 반대로 은행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은 개탄할 일”이라는 입장이다.
지난 94년 개인의 비리문제 혐의와 이사장의 권한을 남용한 혐의로 FRB로부터 금융권에서 영원히 퇴출당한 안 씨의 느닷없는 소송 배경과 전말을 <선데이저널>이 2회에 걸쳐 집중 취재해 본다.
                                                                                   <리차드 윤 취재부기자>



한미은행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잔 안 전 이사장은 무기중개업을 하고 있으며 한미은행 본인과 가족 명의로 현재 한미은행 주식 167만5,406주를 소유하고 있다.
지난 94년 은행 감독국(FRB)으로부터 한미은행은 물론 미국 내 금융권으로부터 영원히 접근하지 말라는 퇴출명령을 받은 인물이다. 한미은행 이사장 재직 시 8가와 버몬트 코너(구 한미은행 버몬트 지점) 건물 매입과 관련 불법적인 거래를 한 혐의가 발각되어 금융권에서 더 이상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명령한 것이다. 이 조건으로 다행히 형사적 문제로 비화되지 않았지만 당시 한인 은행권에 상당한 파문을 일으켰던 큰 사건이었다.




마진 콜(Margin Call)이란?

선물계약 당시 계약 이행을 보증하고 채권을 담보하기 위해 고객으로부터 예치 받은 증거금이 선물가격 하락, 또는 펀드투자자의 투자원금에 손실이 발생해 계약 당시 설정한 유지증거금 이하로 밑돌게 될 경우 이를 보전하도록 요구하는 것을 말한다.
투자자들이나 돈을 빌려준 금융회사가 마진 콜을 받게 되면 자금을 즉시 보충해야 하며 이에 응하지 못할 경우 거래소는 자동반대매매(청산)를 통해 거래계약 관계를 종결시킨다. 반면, 중개회사가 거래에 대한 일일정산을 통해 최종 가격을 산정한 장부상 가격이 유지증거금을 상회할 경우 고객은 남은 만큼의 돈을 인출할 수 있다.

그리고 올해 초 보유주식을 담보로 제3의 금융권에서 대출받았던 대출이 문제가 되어 ‘마진 콜(Margin Call)’에 걸려 한미은행 주가하락에 막대한 손실을 끼치게 했던 장본인이라는 점에서 은행 내부 비난여론이 일고 있다.
이런 경력을 소유하고 있는 잔 안 전 이사장이 오히려 고초를 겪고 있는 은행을 상대로 ‘죽으라’는 식으로 한미은행의 경영진과 전 현직 경영진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자 한미은행은 물론 한인사회 여론이 만만치 않다.
소송을 당해야 할 사람이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한미은행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에 나름대로 이유와 명분이 있겠지만 가뜩이나 힘든 상황에서 전직 이사장이 도의적인 책임은 커녕 돕지는 못할망정 소송까지 제기한 것은 어떤 형태로든 비난 받아야 마땅하다는 것이 LA한인사회 여론이다.
그러나 잔 안 전 이사장의 이번 소송사유 중에 지금까지 일반인에게는 알려지지 않은 상당히 구체적인 사안들이 열거되어 있어 비상한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사실여부를 떠나 그의 주장이 상당히 충격적이라는 점에서 이를 들쳐보기로 한다. 한미은행은 잔 안 씨를 상대로 맞고소를 제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구제금융(TARP) 철회 아닌 거부


소장에 열거된 내용 중 지난 해 6월5일 구제금융(TARP) 자진철회 문제에 대해 언급된 내용은 상당히 충격적이다. 한미가 구제금융(TARP) 신청 자진철회를 발표한 대목에 대해 자진철회가 아니라 연방정부로부터 거절당했기 때문이라고 언급하며 이는 한미은행 주주들은 물론 LA한인사회를 기만한 행위라고 규정했다.
당시 은행 측은 신청을 철회한 이유에 대해 ▷승인이 늦어져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TARP자금을 수령한 은행들이 지나치게 높은 비용을 지불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었다. 또 TARP자금 수령으로 인한 이자비용이 연 8.5%인데 반해 대출금리의 기준인 프라임 금리가 3.25%에 머무르고 있어 역마진이 우려된다는 것이 은행 측의 주장이었다.
하지만 잔 안 전 이사장은 소송서류에서 “지난해 2월 은행 측은 이미 연방정부로부터 TARP 지원이 전면 거부되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잔 안 전 이사장은 “은행 측은 지난해 봄에 개최된 주주총회에서도 이사회는 보고사항을 통해 TARP를 무난히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주들에게 확신을 심어 주었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은행 측은 지난해 11월 26일자 보도자료를 통해 TARP를 통해 1억5백만 달러 증자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인금융권에서도 한미은행이 “지난 5월 하순 감독국으로부터 TARP 승인 거부를 구두로 통보 받았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면서 ‘승인거부냐 자진 철회냐’를 놓고 논란도 일어났었다. 이에 대해 한미은행 측은 지난해 5월 당시 “TARP 승인거부를 통보 받았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라고 극구 일축했었다. 실제로 연방정부는 TARP 신청 승인 여부에 대해 해당은행에 거부의사를 통보하지 않아 안 씨의 주장에는 다소 의문이라는 것이 금융권의 시각이다.
이에 대해 한미은행의 유재승 행장은 지난해 5월27일 주주총회에서 “현재 우량 자본비율을 유지하는 ‘Well-Capitalized Bank’로서의 요건을 충족하고 있으며 당장 TARP 자금에 의존하지 않고도 이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철회의사를 밝히며 7,000~1억 달러에 달하는 자본증자의 필요성을 거론했었다.
이에 대해 잔 안 전 이사장은 “은행 측이 TARP를 두고 주주들이나 커뮤니티에 잘못된 정보를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주가폭락 이유 경영진 탓?


잔 안 전 이사장은 한미의 주가하락도 이사회와 경영진의 부실운영의 책임이 크다고 소장에서 주장했다.
그는 “은행 측은 이를 경기침체에 책임을 변명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주가 하락에 대해서 잔 안 전 이사장은 “한미의 주가폭락 현상이 다른 한인은행들에 비해 그 폭이 심했다”면서 “이를 두고 은행 측은 주가폭락을 경기침체로만 변명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소송서류에서 한미의 2006년 장부가는 $9.91였고, 2007년은 $8.08이던 것이 2008년~2009년 사이에 무려 $5.75에서 $2.93으로 폭락해 결과적으로 지난해 주주손실이 54.17%나 되었다는 주장이다.
또 그는 은행 보고서를 인용해 2010년 상반기 한미의 손실액이 7천8백만 달러였는데 첫 분기에만 4천9백50만 달러, 2분기에 2천9백40만 달러로 한 주당 $1.54 정도 손실을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특히 잔 안 전 이사장은 한미의 ‘시장가격’은 더 심각한 수준이었다고 지적하며 지난 2006~2007년에 주가시세가 $18-$22로 기록된 것이 올해(2010년) 11월 26일(소송 제기 4일전)에는 무려 94센트로 기록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3월 AIG의 실적 악화로 연방 정부가 추가 금융 지원에 나서는 등 금융불안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면서 상장 한인은행들의 주가도 폭락세를 면치 못했다. 지난해 3월 2일 한미은행의 주가는 1달러 선마저 무너진 96센트에 장을 마쳤다. 이는 전 거래일보다 22센트, 18.64% 폭락한 것으로 한미가 1달러 선이 붕괴되기는 1982년 은행 창설 이래 처음이다.
이 당시 윌셔은행은 전 거래일보다 50센트, 10.50% 빠진 4달러 26센트로 장을 마쳤으며 중앙은행은 14센트, 4.75% 떨어진 2달러 81센트에 장을 마감했다. 중앙은행의 당일 거래량은 지난 3개월 평균 거래량보다 3배 정도 줄어든 4만주 거래에 그쳤다. 나라은행은 전 거래일 대비 17센트, 6.37% 떨어진 2달러 50센트에 장을 마쳤다. AIG 발 새로운 금융불안 우려 속에 시티그룹의 주가는 20%, 웰스파고와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각각 10.4%와 8.1% 동반 급락한 채 장을 마쳤다.
이러한 한인은행 주가 하락이 2일 뒤에 다시 또 폭락했다. 이는 당시 JP 모건 체이스 등 금융회사의 신용등급 하락과 제너널 모터스의 파산보호 신청 가능성 등 악재가 겹치면서 상장 한인은행들의 주가도 고전을 면치 못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문제의 한미은행의 주가는 전날 대비 21센트, 21.65% 폭락하며 1달러 밑으로 떨어진지 2일만에 76센트까지 내려가는 수모를 겪었다. 이 정도면 거의 폐업에 가까운 상태이다.
당시 나라은행의 주가는 2달러 12센트로 장을 마쳐 전일 대비 37센트, 14.86% 폭락했다. 윌셔은행의 주가는 전일 대비 34센트, 9.24% 떨어진 3달러34센트에 장을 마감했고 중앙은행의 주가는 34센트, 11.76% 급락한 2달러 55센트에 장을 마친 것으로 기록됐다.



손성원 행장 사퇴 내막


손성원 전 행장 사임 배경과 관련 소장에서 “당시 은행은 법적으로 그에게 해직수당을 주지 않고도 해고 시킬 수 있었으나 그렇게 하지 않고 오히려 해직수당을 주면서 ‘사퇴’하는 것으로 마무리 한 것은 잘못된 조치”라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은행 법률팀은 리차드 이 이사장에게 은행 부실융자와 관련해 해직수당 없이 손 행장을 해고 시킬 수 있다고 조언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사회는 오히려 손 전 행장에게 150만 달러에 수당을 지불해 결과적으로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쳤다”는 주장이다.
안 전 이사장은 소장에서 “당시 이 이사장이 손 행장에게 부실융자와 관련해 은행 측이 법적으로 해고 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시키자 손 행장이 사임하는 것에 동의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행 측은 손 행장이 은행을 위해서 공헌한 것처럼 성명서를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한미의 손성원 행장은 지난 2007년 12월 27일 당시 임기를 3년 남기고 전격 은퇴를 발표했다. 월가의 대표적인 한국인 이코노미스트로 명성을 떨치다가 한미 행장으로 영입되어 큰 기대를 모았으나 임기 절반을 남기고 전격 사임해 한인사회에 충격을 주었다.
당시 금융권에서는 손 행장이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파문으로 한미의 경영실적 및 주가가 좋지 않은 데 따른 책임을 지고 퇴진했다고 풀이했다. 그러나 손 행장은 그 해 12월 27일 은행 본점 컨퍼런스룸에서 은퇴 기자회견에서 “수개월 전부터 행장 자리에서 물러날 것을 결심했고 2개월 전에 이사회에 내 의사를 전달했다”며 “개인적인 이유로 은퇴를 결심했을 뿐 최근 부실대출 증가로 인한 은행의 경영환경 악화나 주가 하락 등과는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손 행장은 오히려 자신의 임기 동안 한미은행이 한인은행 중 선두 자리를 공고히 했으며 커뮤니티은행에서 더 큰 지역(Region)은행으로 발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향후 계획에 대해 손 행장은 가족과 보다 많은 시간을 보내고 대학에도 출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손 행장은 이어 “현재 맡고 있는 4개 회사의 사외이사직에 더욱 힘을 쏟는 것은 물론 한인 커뮤니티를 돕는 데 미력이나마 보태겠다”며 “행장 직에서는 떠나지만 앞으로 2년간 컨설턴트로 한미은행을 도울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손 행장은 은퇴 의미에 대해 한인 은행을 완전히 떠난다는 것일 뿐 한국 대기업이나 은행에서 불러준다면 기꺼이 일할 용의가 있다고 말해 한국에서 어떤 구체적인 제의가 들어와 한국 행으로 마음을 굳힌 게 아닌가 하는 추측을 낳기도 했다.
그 후 금융권에서는 실지로 손 전 행장은 국제금융 면에서는 탁월한 감각을 지녔으나, 한인 은행을 경영하는 데는 문제가 많다는 평가를 내렸다. 손 전 행장은 한미은행을 사임한 후 국내 일부 은행에서 영입 후보로 올랐으나, 한인계 은행경영에는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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