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ABC협회, 국내신문 부수 공개 발표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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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발행부수는 독자들 뿐 아니라 광고주들에게도 관심 대상이다. 미국에서는 신문 발행부수 공개가 일반화되어 있지만 한국에서는 계속 ‘공공연한 비밀’로 치부돼 왔다. 그런데 최근 한국 내 신문 발행부수가 공식적으로 공개돼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국 ABC협회(회장 민병준)는 최근 전국 일간신문을 포함해 지방지 잡지 등의 발행부수를 공개했다. ABC협회가 전국 일간지의 발행·발송부수를 동시에 발표한 것은 1989년 창립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정부도 “공개 발행부수에 참여한 언론사에게만 정부 광고를 주겠다”고 밝혀, 한국에서이번 공식적인 발행부수 인증제도가 자리 잡는 토대가 되고 있다. 그간 한국에서는 메이저 신문을 두고 일명 ‘조중동’(조선-중앙-동아)이라는 말이 일반화 됐는데 이번 신문 발행부수 순위 역시 <조선-중앙-동아일보> 순으로 나타나 ‘빈 말이 아니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미국 내 한인 신문의 발행부수는 공개 대상에서 제외됐다. 발행부수 공개는 광고 수주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미국 내에서 한국어 일간신문 중 최초로 발행된 것은 미주한국일보로 1969년 6월에 LA에서 창간한 것이 처음이다. 미주한국일보와 경쟁지 미주중앙일보 등을 포함한 한인 신문들의 발행부수는 알려진 바가 없다.

이들 양 신문사는 각각 “10만부 정도 발행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객관적으로 전혀 검증되지 않는 일방적이고 과장된 수치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ABC협회와 한국 언론 전문 매체인 ‘미디어 오늘’ 보도를 중심으로 국내 신문발행 공개 내막을 들여다봤다.

<성진 취재부기자>

















미주 한인신문의 발행부수는 공개적으로 검증되지 않고 있다. 미주한국일보나 미주중앙일보는 일방적으로 “신문 발행부수가 10만부”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믿는 사람은 극히 적다. ‘10만부’라는 숫자가 미전국적으로 발행되는 부수인지, 아니면 LA지역에서 발행되는 부수인지도 밝히지 않다.

양 신문사 내에서도 실제 발행부수를 알고 있는 사람은 3~4명 정도에 불과하다. 고위 간부들일지라도 어림잡아 발행부수를 짐작할 뿐이다. 이들 신문사에서 신문을 찍어내는 부서인 공무국 고위 간부들도 말하기를 꺼린다.

양 신문사들은 서로 ‘우리 신문 발행부수가 더 많다’고 주장하지만 구체적인 질문에는 “알려 줄 수 없다”는 답이 전부다.

신문 배달에 관계했던 한 관계자는 “현재 양 신문사들은 일부 지역 직배와 우편발송을 제외하고 LA타임스 배달시스템에 위탁하고 있다”며 “이를 근거로 산출하면 대충 짐작을 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LA지역에서 이들 신문들은 2만5천~3만 부 정도를 넘지 못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의 ABC협회(KABC)는 자체홈페이지(www.kabc.or.kr)을 통해 전국 116개 일간신문의 2009년 7월부터 12월까지 발행한 부수를 전면 검증해 지난 11월 29일자로 공개했다.

그러나 유독 한국일보는 이 같은 검증과정을 거부해 눈길을 끌었다. 이번 공시에 따르면, 조선일보는 지난해 하루 평균 184만4000부를 발행해 국내 신문 가운데 가장 많은 부수를 발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일보는 130만9000부, 동아일보는 128만9000부를 발행해 신문업계 1, 2, 3위를 차지했다. 이들 뒤로는 국민일보 29만5000부, 경향신문 29만2000부, 한겨레 28만1000부, 서울신문 17만부, 문화일보 16만2000부 순이었다. 전국단위 종합일간신문 가운데 발행부수가 가장 적은 곳은 세계일보로 8만5000부였다.


한국일보 부수 공개거부

한국일보는 자매지인 서울경제와 함께 2009년도 발행부수를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해 이번 발행부수 공개 대상에서 제외됐다. 국내 10개 전국단위 종합일간지 가운데 발행부수 비공개를 결정한 곳은 한국일보가 유일하다.

한국 언론계에서는 한국일보 발행부수가 놀라울 정도이기에 인증에 참여하지 않았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지방지보다도 못할지 모른다’라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

경제신문 가운데서는 매일경제신문이 87만7000부로 가장 많았고 한국경제신문 51만3000부, 머니투데이, 헤럴드경제가 각각 7만1000부, 파이낸셜뉴스 3만4000부 순이었다.

73개 지역 일간지 가운데서는 부산일보가 18만9000부로 가장 많았고, 매일신문이 15만2000부로 뒤를 이었다. 이외의 지역신문은 적게는 1300부(경인매일)에서 많게는 9만8000부(국제신문)까지 다양하게 나타났다.

스포츠신문은 스포츠조선이 34만1000부로 가장 많았고 일간스포츠 26만3000부, 스포츠서울 23만부, 스포츠동아 17만7000부, 스포츠칸 10만5000부, 스포츠월드 4만2000부 순이었다.

무료신문은 더데일리포커스가 38만1000부로 가장 많았고(더데일리포커스 부산 4만8000부 제외), 메트로 37만5000부(메트로 부산 2만9000부 제외), 스포츠한국 25만부, AM7 17만6000부,  노컷뉴스 11만9000부, 시티신문 10만5000부 순이었다.

ABC협회는 지난 2월부터 이달 중순까지 140개 일간지에 대해 정기공사를 실시했으며, 이 가운데 116개 신문사가 지난달 24일 열린 부수인증위원회에서 인증을 받았다. ABC협회는 나머지 24개 신문사에 대해 2차 공사를 실시해 지난 7일 인증 절차를 거친 뒤 15일까지 공사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러나 한국일보, 서울경제, 아주경제, 아시아투데이 등 4개 신문사는 이날 2차 인증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ABC공개 시 광고제공

대다수 종합일간신문들이 이번 부수공사에 참여하게 된 것은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가 ABC 부수공사에 참여하는 신문사에만 정부광고를 집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당시 신문업계는 부수공사를 받되 결과는 2년 뒤부터 공개하자고 제안했지만 광고업계의 반발로 무산되면서 결국 올해 처음으로 전국 신문사들의 발행부수가 공개됐다. ABC협회는 내년부터는 유료부수도 함께 검증해 발표할 계획이다.

ABC협회는 매체의 경영투명성 확보, 광고효과의 과학화를 기치로 출범했지만 부수공사를 제대로 실시하지 못했다. 부수 공개에 따른 불이익, 부수공사제도에 대한 불신 등을 이유로 신문사들의 참여가 저조했기 때문이다.

결국 첫 공사보고서는 창립 7년 만인 1996년에 나왔다. 당시 동아일보, 조선일보 등 9개 신문사가 부수공사를 받기로 했다가 동아일보, 동양일보, 한국교육신문, 일요신문, 평화신문 등 5개 신문사만1차 인증을 받았고 이듬해 조선, 한국일보 등 7개 신문이 2차로 부수인증을 받았다.

이후에도 신문사들의 참여는 늘어나지 않았다. 2001년 5월을 기준으로 ABC협회 회원사는 전국단위 일간지 10개를 포함해 전국 34개 신문사나 됐지만, 부수공사를 받는 곳은 조선과 일요신문에 불과했다.

국민일보, 대한매일(지금의 서울신문), 한겨레 등이 공사에 참여하기도 했지만 보고서는 공표되지 않았고, 지역신문 가운데서는 인천일보, 중부일보 등이 공사에 참여했다 빠지기도 하는 등 신문사의 부수공사 회피는 계속됐다. 발행부수에 따른 신문사 서열화 우려가 신문사들이 부수공사 참여를 꺼리는 주된 요인이었다.

중앙, 동아가 2001년 부수공사 참여를 공표함으로써 ABC 제도는 본궤도에 오르는 듯 보였다. 그러나 본공사까지 받은 중앙과 동아가 ABC협회의 유료부수 기준이 너무 엄격해 상당량의 유료독자 부수가 제외됐고, 첫 공사여서 자료준비를 제대로 못해 유료부수를 충분히 입증하지 못했다며 유료부수 공개를 거부함으로써 실효성 논란을 불러왔다.

2003년에는 조선, 중앙, 동아가 모두 부수공사에 참여해 발행 및 유료부수를 공개했다. 하지만 2004년 다시 문제가 불거졌다. 중앙일보가 2003년 10월 유료부수가 같은 해 9월에 비해 11만부나 증가했다고 ABC협회에 보고했기 때문이다.

중앙은 구독료 자동납부 행사를 위한 사전 판촉 전략에 따른 성과라고 설명했지만, 조선과 동아는 한 달 만에 유료부수가 11만부나 증가하는 것은 업계 상식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결국 중앙만 부수인증을 받았고 이후 세 신문은 지금까지 부수공사를 받지 않아왔다.

그러던 차에 ABC협회가 조선일보가 발행부수를 조작한 사실이 밝혀졌고, 신문발전기금을 허위로 집행한 사실, 방만 운영으로40억 원 가량의 ABC기금을 잠식한 것으로 드러나 신뢰성에 타격을 입었다.







한국일보, ABC 부수공개 끝내 거부 
정부광고 중단조치, 한국일보 “법적 대응 검토”


한국일보(사장 이종승)가 끝내 한국ABC협회(회장 민병준)의 부수공사를 거부했다. 이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유인촌)는 지난 8일부터 한국일보 등 부수공사를 받지 않은 신문사에 대해 정부광고를 중단하기로 했다.

ABC협회는 지난 7일 2차 부수인증위원회를 열어 20개 신문사에 대한발행과 발송부수를 인증했다. 한국일보, 서울경제, 아주경제, 아시아투데이 등 4개 신문사는 이날 인증을 받지 못했다.

한국일보의 한 관계자는 “워크아웃 상태에서 채권단 때문에 발행부수를 늘려 발행할 수 없었던 만큼 유가부수가 함께 공개되지 않으면 한국일보에 많이 불리한 게 사실”이라며 “우리가 제시한 자료를 ABC협회가 믿지 못하는 등 여러 가지 문제를 고려해 일단 부수공사를 받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아주경제와 아시아투데이는 자료 불충분으로 공사가 진행되지 못했다. ABC협회는 1, 2차 인증위원회를 거친 136개 신문의 오프라인 공사보고서를 지난 13일부터 배포했다.

4개 신문사가 부수인증을 받지 못함에 따라 정부는 이들 신문에 대한 정부 광고 집행을 중단했다. 관련 업무를 대행하고 있는 한국언론진흥재단 관계자는 “지금 당장 예정된 정부광고는 없지만, 부수공사에 참여하는 언론에만 정부광고를 집행하도록 한 정부총리 훈령에 따라 앞으로 한국일보 등에는 정부광고를 배정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한국일보는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일보 관계자는 “국민의 세금으로 집행하는 정부광고를 정부기관도 아닌 ABC협회가 인증한 발행부수를 근거로 집행하는 것이 타당한 것인지 국무총리 훈령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등 행정 소송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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