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옥류관 네팔 지점장 망명 ‘공작원 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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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산맥의 나라, 네팔에서 평양 옥류관 식당의 책임자가 인도로 망명한 사건이 발생해 남북 정보 당국이 현지에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망명 당사자의 대외직 명칭은 옥류관 네팔 지점장이지만 사실상 정보원 겸 ‘외화벌이꾼’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최근 달러 한 푼이 아쉬운 북한은 믿었던 정보원마저 거액의 달러를 들고 인도로 망명하자 네팔 북한 대사관 직원들의 목숨이 그야말로 경각에 달렸다는 말도 돌고 있다.
이번 사건과 관련 네팔 당국이 돌연 한국인 2명을 구금하는 바람에 이는 남북 당국의 대리 정보전으로 비화되고 있다. 사건은 교도 통신이 지난 10일 현지 신문 네팔 일간지인 ’리퍼블리카(Republica)’의 기사를 인용해 처음 보도하면서 AFP 통신 등을 통해 본국과 세계로 알려졌다.
처음 보도는 간첩으로 추정되는 북한 인사 1명이 네팔에서 체류하다 인도 뉴델리로 망명했으며, 네팔 당국이 이 사건과 연루된 한국인 2명을 체포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최근 알려진 사실에 따르면 네팔에서 인도로 망명한 인물은 북한인 양모씨로 그는 평양 옥류관 식당 네팔 분점의 책임자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네팔 주재 북한 대사관은 양씨가 인도로 망명하자, 네팔 당국에 대해 현지의 한국인 2명이 양씨를 납치해 인도로 데려갔다고 주장했고 네팔 경찰이 현지 한국인 2명을 구금했다는 것이다. 최근 ‘위키리크스’ 사이트에서도 한국 외무부 당국자의 발언을 빌어 “최근 수명의 북한 고위관리가 아시아 국가들에서 탈출해 한국에 망명했으나 공개되지 않았다”고 전한바 있다.
                                                                                         <성진 취재부기자>



한 아시아 외교 소식통은 “인도로 망명한 북한인 양씨는 약 1년 동안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 머물며 옥류관 네팔 분점의 경영을 맡았던 것으로 파악됐다”며 “양씨는 단순히 실종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로 탈북해 인도로 망명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양씨는 현재 인도 뉴델리에서 인도 당국의 보호를 받고 머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평양 옥류관은 북한이 자랑하는 식당이다. 옥류관 해외 분점들은 주로 북한의 외화벌이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북한에서도 엄선한 사람들이 해외 식당에 파견되고 있다. 최근 외화벌이꾼 가운데는 공작원들도 많다.
북한은 동남아 여러 나라에서 식당을 운영하면서 관광객들이 떨어뜨리는 달러를 모으고 있다. 베트남이나 캄보디아 등지에 있는 북한 식당은 노래방 시설이 있으며, 여종업원들이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기도 한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이런 식당에는 한국인 관광객도 드나들고 있다. 한국인들이 이 식당에서 쓰는 달러가 김정일의 비자금이 된다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 단둥 근처 심양에는 개고기(북한에서는 단고기라고 한다)를 파는 북한 식당이 10여개 정도 되는데 지난 정권 시절 많은 친북계 한국인들이 이를 맛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네팔에서 인도로 망명한 양씨에 대해 북한 측이 특히나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양씨가 북한 외화벌이에 종사했고 북한에 보낼 거액의 달러를 갖고 망명했기 때문으로 정보 당국은 관측하고 있다. 그는 북한의 정보 관계 부서에서도 활동한 경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 네팔 북한 대사관은 양씨가 인도로 도주한 사실이 밝혀지자, ‘평소 양씨와 친분이 있던 현지 한국인 최모씨와 선모씨가 양씨를 납치한 것’이라며 네팔 당국에 한국인 2명에 대한 수사를 요청했다.
이에 네팔 경찰은 일단 이들 한국인을 체포해 현재 조사 중으로 한국 외교통상부는 현지 한국대사관 관계자들을 보내 최씨와 선씨를 면담하고 이들의 석방을 위해 네팔 당국과 교섭을 벌이고 있다.
카트만두 경찰 당국 한 수사관계자는 “최모씨로 알려진 한국인 1명을 현재 구류 중”이라고 지난 10일 밝혔다. 경찰 당국은 “억류 중인 한국인은 북한인 실종 사건과 관련이 있다”면서 “더 이상 자세한 내용은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수사 관계자는 “북한 측은 이번 사건이 납치사건이라고 주장하지만 아직까지 납치 혐의에 대한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현지 신문 리퍼블리카는 양씨로 알려진 북한 인사의 실종 사건과 관련해 네팔 당국이 지난주에 2명의 한국인을 체포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네팔 당국이 이들을 체포한 것은 카트만두 주재 북한 대사관이 이번 사건을 납치라고 주장하며 (한국인이 관련됐다고) 압력을 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북한 대사관이 이처럼 초조함을 보이는 것으로 볼 때 양씨가 북한의 정보원일 가능성이 있다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현재 구금된 한국인은 공공질서 문란 혐의로 체포된 상태이라고 카투만두 중앙경찰서 카렐 서장은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한국인 가족 관계자는 “현재 큰일이 진행 중”이라면서 “석방되면 자세한 내용을 알려주겠다”고 말했다. 체포된 두 명의 한국인은 모두 네팔에 거주하면서 현지 네팔인 부인까지 둔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네팔 당국 관계자는 “해당 북한인은 이미 뉴델리에 도착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체포된 한국인들이 이 북한인의 동선을 파악하고 있었다”면서 “다만 이들이(한국인들) 이번 사건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현재로선 확인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 구금된 한국인은 네팔 하도만토카 구치소에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지 신문 기자가 인터뷰를 시도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 구금된 최씨와 함께 체포된 선씨는 다른 네팔인과 함께 체포된 것으로 전해졌다. 체포된 네팔인은 한국인들이 식료품 상인으로 알고 있다고 취재진에게 전했다. 선씨의 직업은 한의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본업보다 돈벌이 우선 

그간 대남 및 해외 간첩활동을 하는 북한의 공작원들이 본업보다 돈벌이에 몰두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려진 사실이다. 북한의 대표적인 공작부서는 노동당 내 대외연락부(대남공작), 35호실(해외공작), 작전부(테러.파괴공작), 통일전선부(대남관계)와 인민무력부 정찰국 등이다.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이들 공작부서 요원들은 주요 업무이자 본업인 공작활동 뿐 아니라 아예 공작자금 마련을 위한 외화벌이가 새로운 임무가 됐다. 눈길을 끄는 것은 공작자금 확보용 외화벌이가 장려되면서 공작활동이 ‘당당하게’ 뒷전으로 밀려 ‘배꼽’이 ‘배’보다 커지게 된 것.
과거에는 공작업무만 잘하면 됐지만, 이제는 공작자금인 외화를 많이 벌어들이는 것이 중요한 공작성과로 자리 잡았고, 특히 외화벌이 실적은 승진의 발판이 됐다는 전언이다.
1990년대 중반 극심한 식량난으로 아사자가 대량 생기면서 김정일은 “모든 공작기관은 필요한 공작자금을 자체로 마련하라”고 지시했고, 이에 따라 공작 부서들에 대한 예산 지급이 줄어들기 시작해 2000년 7.1경제관리개선 조치 이후 완전히 끊겨, 공작부서들의 자체 마련 시스템으로 정착됐다.
종전에는 당 재정경리부에서 대남부서들의 공작활동 예산을 전액 지급했지만, 이 돈줄이 막히면서 대외연락부는 727연락소, 35호실은 104과를 설치하는 등 각 공작부서는 자체 자금 충당 기능을 갖추고 무역성을 비롯해 주요 무역기관과 외화벌이 업체에서 ‘유능한 무역업자’들을 대거 ‘영입’했다.
이들 공작부서는 또 북한 내에서 외화상점이나 식당을 운영하는 것은 물론, 중국 등에 음식점, 상사나 회사 등을 설립해 전문적으로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다. 중국 랴오닝성 푸순시에 있는 ‘평양진달래식당’이 35호실 것으로 알려진 게 대표적이다.
북한 공작원들의 업무가 이렇게 바뀌게 된 데는, 자금 사정 외에도 북한 당국이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한 테러지원국 해제와 국제사회에 정상국가로 진입 등을 외교적 목표로 삼음에 따라 공작원들의 활동이 노출돼 국제적 물의를 일으키지 않도록 엄격히 통제하고 있는 것도 주요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활동하되 “절대 사고 치지 말라”는 공작 지침은 공작 활동을 위축시켰고 공작원들이 외화벌이에 더 주력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공작원 공자금 자체조달

중국의 한 대북 소식통은 “북한 공작원들은 공작자금 마련이 공작활동에 버금가는 성과로 평가되는데다, 공작활동을 하다 드러날 경우 자칫 북한 내에서 정치생명이 끝나는 등 엄청난 불이익을 받을 수 있게 되자, 차라리 돈을 벌어 상부에 상납도 하고 자신도 풍요로운 생활을 할 수 있다며 돈벌이에 혈안이 돼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북한에 대한 국제적 압박이 강화되고 북한의 국제적 이미지가 더욱 나빠지면서 공작원들 사이에서는 미래에 대한 확신이 불확실성으로 바뀌고 있다. 특히 “나라를 위해 목숨도 초개같이 바치겠다”는 충성심이 점차 희박해지고 있으며, 이는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개인 비자금 을 마련하는 쪽으로 공작원들의 눈길을 돌리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대북 소식통은 “90년대 초반에만 해도 북한에서 공작원들은 그 누구보다 명예심과 충성심이 높은 집단으로, ‘무명의 영웅’으로 당과 조국을 위해 죽는 것을 영광으로 여겼으나 지금은 그런 충성심은 거의 사라져 버렸다”고 전했다.
다른 소식통은 “공작원 중에서도 북한 국적을 감추고 신분 세탁을 통해 활동했던 비밀공작원을 최고로 여겼으나, 이제는 목숨을 소중히 여기고 가족과의 삶을 중시하면서 합법적인 북한 신분을 갖고 유엔 등 국제기구나 외교 대표부, 상사 주재원 등으로 활동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문제는 돈벌이가 쉽지 않아 공작원들이 불법행위에 적극 개입하는 데 따른 부작용이다. 대남 경협 창구인 민경협과 민화협 등의 간판을 갖고 활동하는 통일전선부도 남한의 각종 지원물자를 활동자금 마련이라는 명목아래 북한 내에서 ‘되거래(되팔기)’를 통해 폭리를 취한 혐의로 작년 말 집중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북 소식통은 “북한 당국은 그동안 수해나 룡천폭발 등과 같은 자연재해나 인재 때 남으로부터 전달된 각종 지원물자가 주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것은 대남 관계자들이 상당량을 중간에서 시장으로 빼돌렸기 때문이라고 보고 이러한 비리에 대한 조사를 집중 벌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북한의 해외 공작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외화벌이 방법은 외교여권이나 공무여권을 이용한 마약, 위폐, 총기류나 군수품, 밀수품 등의 거래. 이들 공작원은 주로 외국인들을 포섭하거나 이용하고, 조직폭력배들과도 상당한 연계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3년 4월 호주에 헤로인 150㎏을 밀반입하려다 붙잡힌 북한 화물선 ‘봉수호’ 사건도 일부 고위층과 노동당 작전부가 외화벌이를 위해 김정일 국방위원장 몰래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지속적인 경제난으로 인해 중앙당 직원들에 대한 공급도 급격히 줄어들자, 공작부서의 과장(국장급), 부부장, 부장 등 고위 간부들도 노후자금 마련을 위해 공작원들의 외화벌이를 더욱 독려하고 있다.
여타의 대북 소식통은 “공작부서의 부부장, 부장들까지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 가격을 상세히 알고 있을 정도로 돈벌이에 집착하고 있는 것이 요즘 세태”라며 “그들은 한결 같이 은퇴할 경우 먹고 살 수 있는 돈을 현직에서 확실히 챙겨야 한다고 노골적으로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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