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취재 2탄]잔 안 전 이사장 ‘황당소송’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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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은행 3대 이사장(1993~94년)을 지낸 잔 안 씨가 30년 동안 생사고락을 함께했던 한미은행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에 대해 ‘적반하장’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안 전 이사장은 재직 이사들 중 한미은행에 가장 많은 피해를 준 인물이라는 점에서 그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지는 까닭이다.
물론 그의 주장에 전혀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한미은행은 지난 30년 동안 이사회와 경영진의 병폐와 부조리로 무수히 언론과 지역 사회의 질타를 받아왔다. 그러나 과거 은행의  방만한 경영과 병폐 속에는 안 전 이사장 자신도 피할 수 없는 책임이 엄연히 존재한다.
1982년 한미은행 창립멤버인 안 전 이사장은 창립 때부터 이사로 재직했으며 이사장까지 역임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오늘날 한미은행 사태에 대해 간과할 수 없는 핵심인사로 꼽힌다.
그런 그가 뒤늦게 한미은행의 전직 이사와 경영진의 방만한 운영과 부조리를 꼬투리삼아  주가가 곤두박질한 책임을 물어 5000만 달러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것은 ‘촌극’이 아닐 수 없다.
안 전 이사장이 주장하는 소송의 내용은 무엇이며 어떤 이유로 LA법원에 제소까지 결심하게 된 걸까. <선데이저널>은 해당 사건의 소장(BC450305)을 토대로 그의 일방적인 주장과 사건의 핵심을 지난주에 이어 짚어봤다.
                                                                                   <리챠드 윤 취재부기자>



소장에서 안 전 이사장은 “지난 수년 동안 FRB로부터 여러 한인 은행들이 부실운영에 대해 제재를 받았으나 유독 한미는 이사진의 전문성 결여라는 지적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한 때 16개의 한인 은행들이 한인타운에서 설립되어 한인경제권의 상징으로 부각이 되기도 했으나, 이들 은행들은 기대치보다 성장을 도모하지 못했다. 그 원인의 하나로 은행 이사진들의 권위의식과 전문지식 결여, 그리고 은행경영에 개입해 자본과 경영 분리원칙을 위배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쏟아졌다.
그 중에서도 한인은행 가운데 1등이라는 한미은행의 이사회는 타 은행보다 더 문제가 많다는 것이 안 전 이사장의 주장이다.
한 때 자산 40억 달러로 한인 경제력 성장의 모델이었던 한미은행이 이제는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은행으로 추락하고 있으며 그 원인이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불황 때문이 아니라 은행을 책임지고 있었던 전현직 이사진과 경영진에게 있다는 것이 그가 소송을 낸 이유다.


이사 4인 퇴출 ‘흑막’

2008년 한미은행은 창립멤버나 다름없는 전직 이사장들을 포함한 4명의 이사를 한꺼번에 퇴출시켜 한인 은행권을 놀라게 했다. 1982년 한미은행이 문을 연 이래 이사 4명을 한꺼번에 퇴출시킨 사건은 한인은행권에서도 이례적인 사건이었다.
당시만 해도 은퇴나 자진 사퇴 등의 형식을 빌리지 않고 이사회가 이사들을 이사회가 직접 퇴출시킨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이런 일들이 한미 이사회에서 일어났다. 다른 이사들이 그들을 제물로 삼아 ‘목’을 자른 것이다.
하지만 이는 은행을 살리기 위한 고육책이지만 이사회 스스로 실행한 것이 아니라 정부 감독기관에 의해 할 수 없이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한미에 대해 능력이 부족한 현직 이사 3~4명을 퇴출시킬 것을 강력하게 권고해왔다. 물론 지명 퇴출을 권고한 것이 아니라 최소한 3~4명은 능력이 있는 새 이사로 교체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한미 지주사인 한미뱅콥은 지난 2008년 11월 4일 공시를 통해 3명의 뱅콥 및 은행 이사와 1명의 뱅크 이사가 11월 5일자로 은퇴한다고 밝혔다. 당시 공시에 따르면, 윤원로 이사장과 박창규 전 이사장, 홍기태 이사 등 3명의 뱅콥 및 은행 이사가 은퇴하며, 은행 이사회의 스튜어트 안 이사도 동반 은퇴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당시 10명이던 뱅콥 이사진은 로버트 아벨레스, 마크 메이슨, 리차드 이, 노광길, 이준형, 안이준 이사와 유재승 행장 등 7명이 남게 되었으며, 뱅크 이사진은 로버트 아벨레스, 안이준, 이준형, 마크 메이슨, 노광길 이사와 유재승 행장 등 6명이 됐다.
한미 측은 공시를 통해, 이사들의 은퇴가 지난 2008년 3월 감독국의 감사에서 받은 제재조치(MOU)에 따른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안 전 이사장은 소장을 통해 4명의 이사가 퇴출된 뒷 이야기를 공개했다.
그는 당초 이사회에서 박창규 전 이사장, 리처드 리 이사, 홍기태 이사 3명에 대해 이사직 사퇴안을 결의했으며, 이에 따라 2008년 11월 박창규 이사와 홍기태 이사가 사퇴했다. 그리고 윤원로 이사와 스튜어트 안 이사는 이사회의 그들에 대한 사퇴 결의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진 사퇴했다고 밝혔다. 스튜어트 안 이사는 UC버클리를 졸업한 경력으로 능력 부족과 관계없이 스스로 은퇴한 것이다.
다만 리처드 이 이사는 이사회의 사퇴 결의에 대해 당시 사퇴를 하지 않고 있다가 2009년에 사퇴했다. 이들 이사들은 사퇴 조건으로 18만 달러의 위로금과 함께 건강 보험료 등을 포함해 약 100만 달러 이상을 받게 됐다.
안 전 이사장은 소장에서 이사회가 4명 이사들의 퇴출에 대해 주주들에게 그들의 왜 퇴출을 해야 했는가에 대한 책임을 설명하지 않았다고 지적이다.



이사들 자질론 시비

한미 이사회의 책임을 묻는 일은 주주총회에서도 일어났다. 2008년 5월28일 오전 힐튼 유니버설시티호텔에서 개최된 한미 주총에는 예년과 달리 질의응답 시간에 소액주주들이 들고 일어나 은행의 실적 부진과 그에 따른 경영진과 이사회의 책임론을 강하게 제기했다.
또 이사들의 책임과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이사 임기를 제한하자는 소액주주 발의안이 압도적 지지로 통과돼 눈길을 끌었다.
당시 주총에서는 리차드 이, 박창규, 마크 메이슨 이사에 대한 유임안과 이사 임기를 1년으로 제한하는 소액주주 발의안이 안건으로 상정됐다. 투표결과 이사 유임안이 가결됐고 소액주주 발의안은 은행 측의 반대의견 표명에도 불구하고 기관투자자들과 소액주주의 지지로 62%의 찬성표를 얻어 통과됐다.
특히 소액주주 발의안에 대한 제안설명자로 나선 존 세비덴씨는 “한미의 경우 6명의 이사들이 18년 이상 이사직을 수행해오고 있다”고 지적한 뒤 “주주들에 대한 이사들의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한편 한 소액주주는 지난해 주가 급락과 부실대출 승인 책임 소재가 어디에 있는지 손성원 전 행장이 임기 6년을 다 채우지 못하고 중도 하차한 이유 그리고 20년 이상 이사직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이사들의 자격 여부 등에 대해 예리하게 질문했다.
또 다른 소액주주는 “행장과 이사회의 안이한 대처가 지금의 위기를 불러온 것 아니냐”고 질문한 뒤 “의료보험 등 상당한 지원을 받고 있는 이사들이 더 열심히 노력해 주주가 보다 많은 배당을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한인 은행권에서 가끔 이사들의 자질능력을 따질 때 영어 실력이 문제가 되곤 한다. 이번에는 합병이 성사가 됐지만 수 년 전 나라은행과 중앙은행이 합병교섭을 할 때 다른 문제들은 거의 다 합의를 보았는데, 나라 측에서 느닷없이 ‘통합되는 은행 이사회는 영어로 회의를 진행하자’고 제의하자, 중앙 측에서 발끈해 ‘한국계 은행에서 그 무시기 소리냐’면서 다된 합병을 무산시키는 사태가 있었다.
한미 이사회 자체에서도 영어 실력은 문제가 되기도 했다. 영어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해 융자 심사 결과를 보고 받는 이사회에서 문제가 된다는 것이 감독국의 생각이기도 했다. 잔 안 전 이사장은 소장에서 한미의 대부분 이사들이 영어를 이해하는데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소장에서 안 전 이사장은 노광길 이사장을 포함해 안이준 이사, 이준형 이사 등은 영어로 이사회에 제시되는 서류들을 이해하는데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더 나아가, 박창규 이사와 윤원로 이사 그리고 홍기태 이사 등은 영어를 조금밖에 이해를 하지 못했으며, 그들의 영어해득 능력은 복잡한 은행 업무 사항에 대해서 결정을 내려야 할 정도의 실력은 갖추고 있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안 전 이사장은 소장에서 한미 이사회는 부실융자를 계속 의결했고, 이를 은폐하기도 했으며, 일부 이사들의 주식매매를 도왔으며, 결과적으로 이런 재무운용상태를 건전한 재무구조라고 원고에게 오도시켰다고 주장했다.


CCO 자살사건 진실은?

그는 한미의 대표적 부패상에 대해 언급하면서 일례로 지난해 존 박 CCO(최고대출책임자)의 자살사건을 지적했다. 소장에서 존 박 CCO은 차압된 부동산 매물을 부동산 업자에게 뇌물을 받고 불법적으로 처리한 혐의와 관련해 내부 조사가 임박하자 돌연 자살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14일 당시 존 박 최고대출책임자(CCO)의 자살 사건은 은행권에 파장을 일으켰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존 박씨가 라크레센타 지역 집에서 목을 매 숨져있는 것을 박씨의 가족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검시소 관계자는 “박씨의 사망 원인과 이유에 대해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며 “타살의 흔적은 없으며 자살로 판명됐다”고 밝혔다.
박 씨의 자살이 개인적인 이유에 따른 것으로 알려지기는 하지만 불경기로 늘어만 가는 부실대출(NPL)과의 전쟁을 진두지휘하는 CCO들이 받는 심리적 압박감의 영향이 없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당시 한인은행권의 시각이었다.
한인 은행 대출 관계자들은 대출 책임자들이 권한 없이 책임만 늘어날 수밖에 없는 경제상황에서 수행하는 업무의 성격에 대한 은행권 전체의 이해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안 씨는 소장에서 존 박씨의 자살사건과 관련 이사회로부터 받는 심리적 압박이 얼마나 극심했던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며 마치 대출문제와 관련 존 박씨가 자살한 것처럼 사건을 교묘하게 묘사해 논란이 일 전망이다.



PUB 고가인수 결정적 원인

또 안 전 이사장은 한미 이사회나 경영진이 부실운영 중의 대표적 사안의 하나로 PUB 은행의 인수합병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소장에서 “한미가 PUB를 인수한지 수년 만에 이미 잘못된 결과가 나타났다”면서 “2008년 1분기에 1억5백50만 달러 손실을 기록했다”고 지적했다.
한미는 2004년 자본금 1억800만 달러의 PUB를 프리미엄 2억700만 달러를 지불하고 인수했고 2007년 초 천하보험을 인수하며200만 달러의 프리미엄을 지불 회계상 지난 2007년 말 기준 총 2억900만 달러의 프리미엄 가치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2008년 2월 한미은행이 PUB은행 인수를 위해 지불했던 2억 달러 상당의 프리미엄(goodwill) 가치가 크게 떨어지며 회계상으로 7000만 달러 이상을 손실 처리하게 됐다.
한미는 2008년 2월 8일 공시를 통해 회계감사 기관과 장부상의 M&A(인수합병) 프리미엄 가치를 재평가한 결과 최소한 7000만 달러 이상을 상각하기로 결정하고 이를 전년도 손실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대손충당금도 270만 달러가 더 늘어난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2007년도5001만 달러의 수익을 기록했던 한미의 순익은 적어도 2269만 달러의 손실을 기록하게 됐고 대손충당금은270만 달러가 늘어난 2860만 달러로 확대된다. 실질 자본금도 지난 2007년도 9월말 기준 4억8200만 달러에서 4억6000만 달러 미만으로 줄어들게 됐다.
안 전 이사장은 소장에서 PUB를 장부가보다 고가에 인수해 한미은행을 부실에 이르게 했으며 오늘의 사태를 초래한 결정적 이유라고 주장하며 당시 이를 승인한 전현직 이사들이 책임을 져 마땅하다는 주장이다.


손성원 행장 영입 실패도 책임

한미가 한인 1 등 은행에서 오늘날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은행으로 추락한 이면에는 PUB 인수를 잘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한인 금융권의 시각이다.
지난 2005년 1월 한미는 미국 주류사회에서도 권위를 크게 인정받는 손성원 전 행장을 영입하여 한껏 위세를 나타냈었다. 손 씨는 은행장으로 취임하면서 “매년 주가상승 15%를 이룩하고, 30억 달러의 한미은행을 6년 임기 동안에 100억 달러 은행으로 성장하겠다”는 야심 찬 공언을 했다.
30억에서 100억으로 키운다는 의미는 합병 등으로 성장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상적인 성장으로는 6년 만에 30억에서 100억으로 만든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미 주류 금융가에서 잘 알려진 이코노미스트인 손 전 행장 자신이 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손 전 행장은 3년 동안에 30억 달러에서 40억 달러로 한미은행을 키웠으나, 더 이상의 성장을 멈춘 후 도중하차했다. 또 연 15% 주가상승은 고사하고 한미은행 창립 후 주가 9달러로 곤두박질로 1년 전에 비해 50% 이상의 주가폭락을 기록했다.
손성원 전행장의 사퇴요인 중에는 현재의 한미이사회(이사장 리처드 이)와의 불협화음도 들어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지난 2005년 당시 유재환 행장을 본인도 모르게 전격적으로 퇴출시킨 이사회는 손 전행장을 황제 모시듯 영입했다.
그러나 황제로 모신 이사회가 손 회장의 실력에 손을 들고 말아 그를 퇴출시켰다. 세계적 금융시장의 본바닥 월가에서도 인정하는 최고의 이코노미스트 중의 하나인 손 전행장의 영입은 마치 1위의 한미은행의 위상에 걸맞아 그 이름값만으로도  ‘1등 은행장’이었다.
영웅처럼 떠받들던 손 전 행장을 이사회가 ‘영업부진’을 명분으로 스스로 사퇴하게끔 만들었던 것이다. 손 전 행장의 사퇴는 임기의 50%를 지나면서 은행의 장악력과 리더십에서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손 전행장의 영입은 한미가 실책한 본보기 중의 하나라는 것이 안 씨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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